소설 《캐롤》은 《리플리》의 작가로 유명한, 범죄 스릴러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년)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의 천재적, 인간적, 정치적 비범함을 여기 다 적을 수 없다. 나는 하이스미스를 알게 되면서 가장 좋아하는 영어권 작가가 바뀌었다. 게다가 문학 작품 번역자는 로컬의 소설가여야 하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 빼어난 번역(김미정) 덕분에 나는 전속력으로 읽었지만 모든 장면이 쏙쏙 들어왔다. - P143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생은 너무 힘들다. 인생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고통과 실망과 과제를 안겨준다. 인생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수단으로 세 가지가 있다. 우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도록 하는 강력한 편향, 고통을 줄여주는 대리 만족, 고통에 무감각하게 하는 마취제."(246쪽) - P182

여성주의는 양성 이슈, ‘여혐 대 남혐‘ 식의 대칭 언어가 아니다. 여성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여자‘로 나누는 권력에 대한 질문, 즉 인간의 범주에 관한 인식론이고 <제2의 성>은 그 역사를 압축한다. - P187

모든 선언은 일시적 전략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 P189

아, 참 국립국어원은 ‘남성 페미니스트‘를 "여성에게 친절한 남자"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앞에 "예쁜 여성에게만" 붙이면 완벽하네요! - P191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리말 제목이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 남성 사회에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내자."(245쪽). - P205

시인이자 여성주의 사상가 에이드리엔 리치는 영화 〈가스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 사회가 켠 가스등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부정당해 왔다. ‘미친여자‘는 오로지 남성의 경험에 의해 판정되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미스터리였다니!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 여성의 인식과 자신감을 믿자, 서로에게 가스등을 켜지 말자." - P231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과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고, 나는 열패감과 좌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감히‘ 그가 부러웠다. 그는 해냈다. 그것도 아주 잘 해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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