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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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어떤 책이 전집에 들어갈지 참 궁금했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도 특히 발자크의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나귀 가죽>, <루이 랑베르>와 함께 가장 관심이 갔던 책이 바로 지금은 작고하신 김은국 교수의 <순교자>였다.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대립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양식까지 두루 갖춘 김은국 교수 최고의 걸작 <순교자>가 한국전쟁 발발 60주기를 즈음해서 재출간됐다.

 

1932년 함흥 출신으로,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한 김은국 교수는 전쟁이 끝난 후 제대하고서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걸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와 역사를 전공하고, 존스 홉킨스와 하버드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문학을 추가로 더 연구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김은국 교수는 Richard E. Kim이라는 미국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소설인 <순교자>1964년에 발표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순교자> 외에도 한국 삼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심판자>(The Innocent, 1968)<잃어버린 이름>(Lost Names, 1970)이 있다. 그는 풀브라이트 교수로 서울대에서 1982년에서 이듬해인 1983년까지 영문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순교자>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10월의 평양을 시간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전쟁 초반의 열세를 딛고, 국군과 UN군은 평양을 점령한다. 소설의 화자 이 대위는 육군 특무대 소속으로 정보국장인 장 대령으로부터 은밀한 지령을 받는다. 전쟁 발발 당시, 인민군에게 집단 처형당한 일단의 목사들을 조사하라는 명령이다. 종교탄압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선전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위는 집단 처형에서 살아남았다는 신 목사와 한 목사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신 목사의 증언을 통해, 화자인 나 이 대위는 전쟁발발 당일 모두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처형을 당하고 신 목사와 한 목사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것은 신의 개입이었노라는 신 목사의 말에, 이 대위는 그에게 묻는다. 그들의 창조주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에서 겪는 이 참담한 고통을 알고 있느냐고.

 

장 대령은 공산군 비밀경찰에게 처형당한 12명의 목사에게 합동 추모 예배를 통해 순교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상호의 대적과 싸워나갈 것을 주문한다. 죽음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졌다. 이 대위가 전쟁 중에 알게 된 해병대 출신의 박인도 대위가 알고 보니, 순교한 12명 중의 한 명인 박 목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박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를 광신도로 규정하면서, 그가 과연 죽음의 순간을 평소 자신의 언행대로 의연하게 맞았는지를 캐묻는다.

 

하지만, 이 대위가 조금씩 밝혀내는 처형에 대한 진실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대위의 상관인 장 대령은 서슴지 않고 양심마저도 가공해낼 것을 주문한다. 젊은 혈기에 불타는 이 대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자신이라면 진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노회한 장 대령은 어떤 이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묵시록 같이 들리는 예언을 날린다. 순교로 포장된 목사들의 죽음에 대한 추악한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이야기는 중공군의 개입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부서진 수레바퀴 마냥 나뒹군다.

 

김은국 교수가 말했다시피 순국, 순직 같은 용어는 모두 살아남은 이들이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말이다. <순교자>에서는 더 나아가, 전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생존한 이들이 어느 특정한 목적을 종교인들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의도에 일침을 가한다. 이 대위라는 지식인은 종교나 정치에 상관없이 양심에 따른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과 종교계를 대변하는 장 대령과 일단의 목사들은 인민군에게 죽은 12명의 목사에게 애써 순교자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이런 프로파간다는 시간을 초월해서 재생산된다는 아주 간단한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순교의 이면에는 죽음 앞에서 벌어진 수치스러운 배교 행위의 비밀이 오롯하게 숨어 있다. 그래서 공산 치하에서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남은 종교인들은, 도저히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있을 수가 없어서 양심선언을 한 신 목사를 유다라고 부르면서, 서슴지 않고 돌을 던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결백한 이들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이 항상 심판의 순간에 앞장서지 않았던가.

 

하지만, 양심선언을 했던 신 목사는 돌아온 탕자 아들처럼 기성 교계와 화해를 하고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 목자로서의 삶에 투신한다. 광신자였던 아버지 박 목사에게 반발했던 박인도 대위 역시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욥기>의 주인공 욥이 당하는 불의를 하나님이 보지 않았다는 구절을 읊조린다. 이렇게 그들은 희망을 잃은 세대와 화해를 시도한다. 평생 신의 은총을 기대하며 구원을 간구했던 신 목사는 자신이 종국에 찾아낸 사실은 괴로움과 죽음에 무력한 인간 존재였노라고 고백한다.

 

김은국 교수는 <순교자>에서 교()에 대한 부분보다 순()의 의미에 더 치중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죽음 앞에서, 인간이 욕망하는 오욕칠정의 무상성을 냉정하게 꼬집는다. 또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해 평생의 신앙과 종교마저도 헌신짝처럼 내버린 배교자에 대한 질책으로도 들린다. 이제는 빛과 소금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약자와 마음이 가난한 자를 배척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일갈에 악다구니하는 세상살이에 혼탁해진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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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1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리뷰 감사합니다. 관심이 가서 일단 담아놓았어요~^^
그러고 보니 침묵도 읽어야 하는데 아직 못 읽고 있네요ㅠㅠ 교보다는 순에 치중했다고 하셔서 뭔가 안심(!)이 됩니다^^;

레삭매냐 2022-10-11 14:52   좋아요 2 | URL
최근 리뷰는 아니고, 요즘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예전에 분명히
읽고 리뷰를 쓴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아
서 재업하게 되었답니다 :>

처음이 작가분이 직접 번역하신 버전
이랑 느낌이 좀 다르다랄까요.

mini74 2022-10-11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새파랑님 리뷰 읽고 담아 놓고 잊고 있었어요 ~ 순교와 배교 정치와 사상 … 순에 대한 의미 부분 참 좋아요 매냐님 ~

레삭매냐 2022-10-11 14:57   좋아요 4 | URL
예전 리뷰 기록이 없어져서리...

기록을 위해 남기게 되었답니다 :>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12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침묵> 만큼 <순교자>도 좋았었습니다 ㅋ 일단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는~!!

레삭매냐님은 리뷰도 별도로 남기시나 보네요. 역시~!!
 


어제와 오늘 대학 동창네 부부가 여주 강천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는 타운하우스에 방문했다. 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보게 돼서 너무 좋았다.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 기억을 재조립하고 또 새로운 추억들을 만드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장소를 흔쾌히 제공하고 또 친구들이 야영하다가 입 돌아갈까봐 민박집까지 잡아준 호스트 부부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혼자 갈 생각에 그전주에 두시간반짜리 트래픽을 경험한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근처 수원에 사는 기러기 아빠 친구 덕분에 아주 편하게 갈 수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의왕역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니, 수원 하행선이 지체된다고 한다. 뭐 되는 게 없구만 그래. 다행히 친구가 의왕역으로 픽업을 와서 차 얻어 타고 이번에는 다른 친구 한 명을 성대역으로 픽업하러 고고씽. 친구가 인생김밥집으로 명명한 <자연김밥>에서 유부김밥 네 줄을 사서 다음 코스인 별다방으로 이동. 그런 다음 최종 집결지인 지지대 휴게소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 난 그전에 의왕역스마일꽈배기에서 꽈배기를 사 갔던가.

 


여주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아니나 다를까 완전 꽉 막혔더라. 하긴 연휴의 첫날이니 오죽하겠냐만.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달려 여주에 도착. 남한강이 멀찌기 보이는 그들의 타운하우스는 정말 멋졌다. 별장 같은 느낌이랄까. 올해 2월에 인천집을 정리하고 이사왔다고 하는데, 잘 꾸며 놓고 살더라. 그 집은 동물애호가들이 많아서인지 댕댕이 두 마리에 냥이 세 마리가 있더라. 역시 댕댕이들은 마당에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나 보다. 힘 좋은 리트리버 녀석이 계속해서 들이대는 바람에 나의 옷은 온통 개털천지가 되었다. 요즘 털갈이 시즌이라고.



친구가 집안장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이었달까. 땡땡의 패널이 있어서 물어 보았더니, 자기랑 큰딸이 땡땡을 좋아한다고. 술장고 옆에는 여행지에서 사온 자석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나의 초라한 설렉션과 너무 비교가 되더라. 그게 먼지가 많이 끼고 그래서 생각보다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지.



두툼한 통삽겹살과 소시지부터 시작해서, 그야말로 한상 잔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전의 용사들답게, 숱한 막걸리와 조지아 와인 그리고 소맥을 말아 대면서 말이지. 시간이 그렇게 흘렀건만 기력은 쇠하지 않았고, 전투력은 밤이 깊어갈수록 불타 올랐다. 서로 가장 먼저 뻗는 1호가 될 수 없다면 버팅기는 장면들이 왜 그렇게 웃기던지. 이건 멜론 하몽.



칠리를 얹은 감튀. 친구 녀석 하나는 계속해서 감튀에서 카레맛이 난다며.

니 벌써 취했나. 다시 봐도 침이 도는구만 그래.



오래전 첫 엠티에서는 요리를 못한다고 그렇게 구박 먹던 친구들이 이제는 베테랑 요리사로 변신해서 다양한 요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새우 감바스까지!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빵을 새우 감바스 베이스로 깐 올리브 기름이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이거 순 먹으러 온 거 아닌가.



늦게까지 불멍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우리는 친구가 빌려준 민박집으로 향했다. 게스트가 10명이나 되다 보니, 수용 인원이 넘쳐서 원래는 집마당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전에 장렬하게 전사한 1호와 2호는 마루에 그리고 여성동지들은 게스트룸에서 자기로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민박집으로 고고씽. 길가다 만난 어느 교수님은 자기 집에 방이 많이 굳이 돈 쓰지 말고 당신 집에서 자고 가라신다. 세상에나 인심도 좋으셔라,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리나케 씻고 메인 캠프로 이동. 아침 준비로 분주했다. 어제 미처 못 먹은 유동골뱅이를 먹어야 한다고, 아침댓바람에 골뱅이 무침이 상에 올라왔다.

 

다도를 한다는 친구가 식사 뒤에는 차를 끓여서 모두에게 대접해 주었다. 세상 고급진 엠티가 아닐 수 없었다. 무려 세 종류의 차를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비가 온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마당에 펼쳐둔 캠핑 의자들을 수거해서 철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목감에 사는 친구에 데려다 준다고 해서 아주 편하게 집에 올 수가 있었다. 장거리 여행 때는 내가 만날 운전을 해서 피곤했었는데 세상 편한 엠티였다.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로 가져간 6권의 책들은 한 친구에게 몰빵으로 안겨 주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나 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이 시간들이 그렇게 추억으로 각인되겠지.



< 털어먹은 책 총 6권 > (목표치 9% 달성)


4.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라헐 판 코에이

5. 우물과 탄광 / 진 필립스

6.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7. 댄싱 대디 / 제임스 굴드-본

8.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알랭 제르보

9.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 파트릭 모디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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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0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냐님 음식 사진 매번 볼 때마다 참 잘 찍는다 싶어요.
먹음직스럽게 잘 찍으십니다. 음식사진 어려운데요.
멜론 하몽 우와!
좋은 시간 즐거운 시간 보내신 게 마구마구 전해집니다.
여주 남한강이 멀리 보이는 타운하우스, 그런 비슷한 거 꿈꿉니다^^
책 방출도 하시고 굳굳!!

레삭매냐 2022-10-10 11: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음주컷이라 -
게다가 요즘에는 디카도 귀찮아서
안 들고 다니고 걍 핸드폰으로 막
찍하게 되더라구요.

예전 필카 시절의 절박함(?)과 초
고도의 집중력은 다 사라져 버렸
더라는.

아주~ 부럽더라구요.
아침 8시 40분부터 수상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봤구요. 대단한
열정가들!

책은 오늘도 덜어내려고 준비 중
에 있답니다.

서니데이 2022-10-10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페이퍼도 음식 사진이 아주 예뻐요.
요리책이나 잡지에 나오는 사진처럼 근사합니다.
그리고 맛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10-10 12:08   좋아요 1 | URL
네, 이틀 잘 놀고 먹고 와서는
집안 대청소와 정리하느라 분
주하네요 :>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이 개었
다 흐렸다 오락가락하네요.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0-10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친구를 만나면 먹방은 기본이죠. 저도 친구들하고 어디 1박이라도 하게 되면 모두가 들고 온 음식들이 무슨 1박이 아니라 한달살기라도 할듯한 기세라죠. ㅎㅎ
이렇게 한번씩 만나서 회포도 풀고 해야 우정도 더 돈독해지고, 나의 스트레스도 풀리고, 역시 책도 좋지만 사람과의 만남도 좋지요.
레삭매냐님 글을 읽다보니 저도 같이 행복해지는 기분이에요. ^^

레삭매냐 2022-10-10 16:2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살림하는 집에서 엠티를
하다 보니, 더 풍성하지 않았나 싶
습니다.

아 먹방 동영상을 돌렸어야 했는데
까비 -

요러코롬 또 추억을 쌓아야 다음번
에 할 말이 생기지 싶습니다 ^^
미래를 위한 현재의 만남 !!!

라로 2022-10-10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마직막 알흠다운 사진이 골뱅이 무침입미꽈!!! 어떻게 저런 칼라가 나옵미꽈!!!
너무 먹고 싶게 스리,,,,ㅠㅠ
그나저나 저렇게 뭉칠 수 있는 친구분들이 계시다니 넘나 부러워요!!!
저도 있긴 한데 (예전 성당 친구들!!) 내년엔 꼭 얼굴이라도 볼 수 있기를...
어쨌든 저 자려고 하다가 매냐님 글 열고,,, 엄청 배 아파하며 침대로...ㅠㅠ

레삭매냐 2022-10-10 16:29   좋아요 0 | URL
참고로 골뱅이 무침은 토욜 저녁이
아니라 주일 아침에 맹글어서 먹은
거랍니다. 세상에 무려 아침에 골뱅
이를! 데이라잇이라 때깔이 더 곱게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 친구들의 1/4 정도 밖에 모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고정 멤버들
인지라 넘넘 좋았답니다.

부디 성당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갖게 되시길.

새파랑 2022-10-10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은 친구분들도 다 고급(?)스러우신거 같아요~!! 저는 친구들 만나면 회 아니면 삼겹살인거 같은데 . 술은 당연히 소맥 ㅋ 즐거운 주말보내사거 같아 보기 좋네요~!!

레삭매냐 2022-10-10 16:31   좋아요 1 | URL
그렇지 않고요, 모두가 각양각색의
닝겡들이랍니다.

누구는 빨간색 쏘주만 먹겠다고
지가 마실 쏘주를 6병 사와서 네 병
까고 2호가 되었답니다.

또 누구는 막거리파라서 자기가 마
실 거 사와서 마시고. 묵직한 바디
감의 조지아 와인이 좋다고 네 병
수급해서 노나 먹고...

엄청나게 두터운 통삼겹을 훈증해서
먹었는데, 기름이 잘잘 흐르는 것이
입에 허겁지겁 욱여 넣느라 미처 사
진으로 남기질 못했네요 냐하 ~
 


October 7th, 2022 개시


책덜어내기 챌린지를 어제부터 시작했다.

다시 읽지도 않을 거면서 끼고 있는 책들이 너무 많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책들을 수급해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집의 책을 둔 공간은 너무 제한적이다. 예전에 상자에 넣어둔 책들은 뭐가 있는 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책에 연필로 메모를 하지 않고 깨끗하게 봐서 중고로 팔 적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책에 메모를 하면서 팔거나 누구에게 주기 전에 지우개로 싹 다 지워야 한다. 죽갔네 그래. 하긴 그런 깨끗한 책들은 이미 그 전에 다 팔아 먹었지.

 

사두고 안 읽은 책들도 너무 많다. 그런 책들부터 보고 난 다음에 팔지 아니면 소장각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여전히 책을 사들이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어제 다 읽고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책들 3권을 정리했다.

 

1.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2. 사색의 부서 / 제니 오필

3. 낡은 집의 봄가을 / 우메자키 하루오

 

다 읽은 책들이고, 리뷰까지 써서 깔끔한 상태다. 읽지도 않은 책들을 팔아 먹을 수는 없지. 안그래? 이렇게 세 권을 알라딘 중고매장에 팔고 3,900원을 벌었다. 예전에 반디앤루니스에서 더 후하게 가격을 쳐주었었는데 아쉽게도 망하게 되면서 중고책 시장에서 알라딘 바잉파워가 그야말로 불을 뿜고 있는 중이다. 모두 재고가 많다는 이유로 균일가 매입이다. 감지덕지해야 하나. 백원이 없어서 짤랑대는 잔돈들을 주머니에 넣고 복귀했다.

 

오늘은 대학 동창들과 여주에 새로 둥지를 튼 친구네 집으로 엠티를 가기로 했다. 책 몇 권을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나눠 줘야지. 일단 출발은 좋다. 이틀 만에 10권 정도해서 목표치 10% 달성할 예정.



오늘부터 동네 축제 시작이다. 중상에 이런 우산들이 있더라. 멋있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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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0-08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이번 달에도 이달의 당선작 패쓰시켰습니다. 그러니까 책 사는 속도가 급격히 줄어 들더군요. 한번 해 보세요. 🤣
사진 멋지네요!

레삭매냐 2022-10-08 11:22   좋아요 4 | URL
아~ 그러셨군요 ^^

아무래도 적립금이 있다 보면
필요 이상의 지출이...
하긴 적립금 천원 쓰러 가기
도 하는데요. 볼펜이라도 하나
사야 하나 어쩌나 -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0-08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적립금으로 넣어요
왠지 현금으로 받으면 다 흩어지는 것 같아서...ㅎㅎ

레삭매냐 2022-10-08 11:27   좋아요 3 | URL
부자 동네에서는(강남점) 적립금
으로 넣으면 매입가의 20%를 더
쳐준다고 하던데... 저희 동네에서
는 왜 그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다음번에는 캐시 대신 적립
금으로? ㅋㅋㅋ

얄라알라 2022-10-08 16:42   좋아요 3 | URL
프렌차이즈점이어도 샌드위치 값 지역에 따라 다른 건 봤어도
적립금 정책 다른 건 오늘 또 첨 알았네요^^;;;

독서괭 2022-10-08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매냐님 책 덜어내기 프로젝트 응원합니다! 저도 아무리 생각해도 재독은 안 할 것 같은 책들을 이고지고 다니는 것 같아서 읽은 책들은 좀 과감하게 처분해보려고 합니다만.. 안 읽은 책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

레삭매냐 2022-10-09 19:10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아무래도.
읽은 책보다 안 읽은 책이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읽지도 않은 채로 팔거나 누
군가에게 주는 것도 참...

책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자목련 2022-10-08 1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덜어내기 챌린지, 제게도 필요합니다!

얄라알라 2022-10-08 16:41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을 시작으로, 챌린지 파도타기가 이어질까요?^^

레삭매냐 2022-10-09 19:24   좋아요 1 | URL
책덜어내기 챌린지기 널리 전파되시길!

coolcat329 2022-10-08 1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방법입니다. 책장도 순환이 필요하더라구요. 저도 정리를 해야게습니다.
동창들과의 여주 엠티 즐거운 시간 되세요!

레삭매냐 2022-10-09 19:25   좋아요 1 | URL
책장 순환에 책덜어내기가
절묘한 비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여주 엠티는 너무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
니다.

페넬로페 2022-10-08 15: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책장에도 떡하니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습니다. 아직 읽지도 않았어요.
집에 있는 책 어서 읽고 책정리해야하는데
신간에 자꾸 눈이 가네요 ㅠㅠ

레삭매냐 2022-10-09 19:26   좋아요 2 | URL
가을이라 그런진 몰라도 신간
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와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답니
다.

사들이기만 할 게 아니라 기
존의 읽지 않는 책들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추진해
보았답니다.

얄라알라 2022-10-08 1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레삭매냐님, 조심스럽긴 한데,
미니멀미니멀 좋아하는
제가 다 후련한 마음입니다. 챌린지 열렬하게 응원합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싹싹 책 내보낼 때의 후련함이라니! 3권에 3900원이면 ^^;; 균일가 매입이라 아쉽네요

레삭매냐 2022-10-09 19:28   좋아요 1 | URL
저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싶으나, 특히나 책에 있어서
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하야 이번에 노력해 보
고자 합니다.

어제 그제 해서 한 열권 정도
떠나 보내고 나니 어찌나 시
원하던지요 ㅋㅋ

mini74 2022-10-08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중고에 팔기도 하고 지역센터에 갖다주기도 하지만 ㅠㅠㅠ 그럼에도 이고지고 ㅠㅠ 적립금 받음 좋아서 두배로 사고 ㅎㅎㅎ 매냐님 파이팅입니다. 우산들 예뻐요 *^^*

레삭매냐 2022-10-09 19:29   좋아요 1 | URL
아 맞습니다 -

팔고 나서도 또 무언가 살 게
없나 두리번거리게 되더라구
요.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는
방법도 있었군요 :> 그런데
그곳은 근간만 받는 것 같더
라구요.

비가 와서 축제는 파토나지
않았나 싶네요.

새파랑 2022-10-09 14: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도 앞으로 안읽을거 같은 책을 정리했었는데, 몆년 지나니까 좀 후회되더라구요 ㅋ 딜레마인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2-10-09 19:35   좋아요 2 | URL
그동안 두 번인가 이사다니면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많이 책들을
정리했었는데, 근래 들어 책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것 같아서
특단의 조치를...

부디 처리한 책들을 다시 사거
나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일단 어느 한 작가에 빠지게 되면, 덮어 놓고 그 작가의 책부터 사고 본다. 지난달에 아름다운 문장으로 유명한 크리스티앙 보뱅에게 반해 버렸다. 알라딘 동지들이 계속해서 좋다 하길래,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하는 마음에 <환희의 인간>을 보기 시작했는데 뻑이 가 버렸다. 그 다음에는 <작은 파티 드레스>를 읽었다. 미치게 좋았다. 여전히 보뱅이 구사하는 문장이 가심을 후벼 파들어오진 않았지만. 어쨌든 좋았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도 구해서 병행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 작가가 쓴 세 권의 책들을 돌려 읽다 보니 집중력히 현저하게 떨어지더라. 세 번째로 다 읽은 이 책은 가톨릭 성인으로 추앙받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13세기에는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의 부재로 신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니 지금은 세상의 모든 정보들을 원하기만 한다면 바로 접할 수 있지만 여러 제약으로 신에 도달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았던가. 부유한 직물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프란체스코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프란체스코가 살던 시절은 사제와 군인 그리고 상인의 시대였다. 그는 자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될 수가 있었다. 심지어 산산조각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전쟁에 직접 뛰어 들기도 했다.

 

프란체스코는 전쟁 포로가 되어 투옥되기도 했다. 다마섹으로 가던 길에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던 사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개심한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코 역시 극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이 세상의 속박을 모두 던져 버리고 천상의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 걸까.

 

육신의 아버지 베르나르도레로부터 소송을 당한 아들 프란체스코는 청빈의 성자로 거듭난다. 무언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가르침일까.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변할 수 없다는 우리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계시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왜 그렇게 우리는 사소한 물질에 연연해하게 되는 걸까. 남들보다 좋은 집에, 좋은 자동차에, 보다 맛있는 것들을 먹는다고 해서 궁극의 진리에 도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번잡한 세상을 살면서도 늘 고독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도 결국 채울 수 없는 그런 진리의 공허함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어디선가 본 바에 따르면 백년에 한 번씩 프란체스코 같은 이가 세상에 온다면 인류는 구원받을 것이란다. 자본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고,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시되는 21세기에 프란체스코가 와서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사랑은 결핍이라고 했던가. 사랑이 모든 것을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가끔 보뱅 작가가 참 냉소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치광이와 성인 모두 진리를 말한다. 전자는 자신이 진리를 말하기 때문에 미치지 않았다는 궤변에 도달한다. 미친 사람이 진리를 말한다고? 하긴 어느 사회에서는 진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미치광이 취급을 받기도 하지. 성인은 청빈의 사도였던 프란체스코처럼 높고 위대하신 분의 진리를 전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다. 진리 타령을 하면서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이들은 의심해봐야 한다.

 

동물들의 수호성인이기도 했던 프란체스코를 당나귀에 비유했던가. 내가 보기에 이 당나귀는 우리가 일상에서 수행하는 노동을 상징한다. 우리가 언제 노동 없이 먹고 살 수가 있었던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형태의 일터에서 묵묵하게 자신이 가진 노동과 시간을 팔고 그 대가로 금전을 취득한다. 우리가 버는 돈 역시 결핍으로 귀결된다. 아니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 채울 수 없는 결핍과 적당히 타협하고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 엔딩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철저하게 보뱅 스타일로 구사되는 서사 속에 기대한 특별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내가 이 글을 꼭꼭 씹어 먹고 있는지 아닌지 모른 채, 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렇게 부유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을 뿐. 150쪽이 안 되는 책을 읽는데 보름이나 걸리다니. 내가 세 권의 보뱅 책들을 읽으면서 발굴해낸 나만의 보뱅 독서 키워드는 바로 되새김질이다. 보뱅의 내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한 번만 읽어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점. 이런 불편한 독서가 나의 성장을 도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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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0-07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께는 얇아도 만만치 않은 책인가봅니다.
<환희의 인간>과 <가벼운 마음> 조금씩 읽고 있는데
확실히 감동을 주는 포인트가 있더라구요.

레삭매냐님 믿고
일단 <작은 파티 드레스>부터 사두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10-07 17:58   좋아요 2 | URL
보뱅의 책들은 하나 같이
소화가 쉽지 않네요...

감동 포인트와 더불어
염통에 스며 들지 않는
묘한 이질감이 참 거시
키했습니다.

<작은 파티 드레스>는
책쟁이들에게 감히 추
천하고픈 그런 책이었습니다.

stella.K 2022-10-07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뱅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은
오래 전에 절판되었어요. 좀 아쉽긴 하지만
매냐님 이리 말씀하시니 전 그냥 패쓰해도 좋을 것 같네요.ㅋ

레삭매냐 2022-10-08 10:49   좋아요 2 | URL
다른 서점에서는
모두 절판되었지만,
이웃 교#문고에서는 지금도
판재 중이랍니다, 소근소근.

1년 정도 지난 다음에 다시
읽어 볼라구요.

바람돌이 2022-10-07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뱅은 작은 파티드레스부터.... 일단 기억해두고요. ^^
저는 아시시 진짜 좋아하는데.... 언제 다시 가서 한달쯤 편안하게 책읽고 동네 산책하면서 지내고 싶은 도시예요. 언젠가 다시 아시시를 가게 되면 이 책을 꼭 구해서 가져가는걸로..... ^^

레삭매냐 2022-10-08 10:54   좋아요 2 | URL
저도 이태리 갔을 적에 아시시
같은 소도시에 가보고 싶었는데
꼴랑 로마랑 밀라노 같은 대도시
간 게 전부네요.

다시 갈 수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한달살기 프로젝트 넘나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10-12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뱅 읽고 있다 멈췄는데 예사 글들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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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고대하던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책들이 나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들떴다. 원래 이런 책들은 바로 나와줘야 하는데, 아마 판권 계약과 번역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 후 6개월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번역서가 나왔나 보다. 그리고 아쉽게도 노벨문학상 수상 약발은 떨어졌다. 우리 같은 책쟁이들이나 신나하겠지.

 

<낙원><바닷가에서>까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고 바로 구르나 작가의 최신작 <그후의 삶>에 도전했지만, 다시 읽기 시작하는데 넉 달이 걸렸고 읽는데는 고작 3일이 걸렸다. 역시 워밍업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구르나 작가의 <그후의 삶>은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19세기 말, 독일령 아프리카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의 문명인을 자처하던 식민 지배자들은 야만의 세계를 문명화시킨다며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과 피부색이 다른 원주민들을 거의 노예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의 지배에 저항하는 알 부시리 같은 인사들의 반란에 대해서는 폭력을 동원해서 분쇄해 버렸다. 자신들의 지배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고작 1세기도 가지 못할 독일의 식민지배는 폭력과 학살 그리고 기아, 굶주림이라는 상처를 그 땅에 남겼다. 식민 후발주자인 독일은 아프리카 대륙의 반대편인 나미비아에도 역시 식민지를 건설한 이야기도 궁금한데, 그 동네에서는 구르나 작가 같은 인물이 없는지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상인 아무르 비아샤라 밑에서 경리 혹은 창고지기로 평범하게 살게 된 칼리파의 기구한 운명으로 소설 <그후의 삶>은 시작된다. 칼리파의 조상들은 인도 구자라트에서 건너온 무슬림이었다. 아프리카 여성과 만나 결혼한 칼리파의 아버지는 그곳에 정주했다. 구르나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은 태생부터 난민이었던 걸까. 어쩌면 우리 모두의 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후의 삶>에는 칼리파를 필두로 해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투입된다. 독일 제국의 아프리카 군단인 슈츠트루페(Schutztruppe)에 자원입대한 일라이스를 필두로 해서, 일라이스 누이동생 아피야, 칼리파의 아내가 되는 비 아샤 그리고 역시 슈츠트루페 아스카리 출신의 함자 등등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이들 모두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 통치에 순응한 캐릭터들이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인 함자는 독일군 장교의 눈에 들어 지배자의 언어인 독일어를 배우게 된다. 먹고사니즘에 있어, 언어 구사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모양이다. 다만, 독일 장교가 함자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방식이 놀이였고, 흑인 아스카리를 원숭이 취급하는 타인의 시선들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중에 함자를 못마땅하게 여긴 독일 장교의 칼부림으로 엉덩이 부상을 입은 그를 치료해준 독일 선교사와 그의 부인(프라우)이 흑인 아스카리에게 가진 편견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문득 왜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독일 식민주의자들에게 가열친한 항쟁에 나선 알 부시리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았나 싶다. 오히려 그 편이 보다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다수의 흑인들처럼 작가 역시 지배자들과 타협하는 길을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함자가 소속된 슈츠트루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게릴라 전술로 영국군을 효과적으로 괴롭히는데 성공했다. 아무런 미래와 희망도 보이지 않는 고향을 떠나, 지배자들의 군대에 자원입대한 아스카리 용병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자신들을 제대로 대우도 해주지 않았는데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싸웠던 걸까. 설상가상으로 독일이 전쟁에서 패하면서 아스카리 용병 전력은 새로운 지배자가 된 영국에게 의심이 사기에 충분했다.

 

함자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자신의 고향이자 칼리파가 사는 마을을 찾는다. 전쟁에서 당한 부상이 낫지 않은 채. 칼리파의 집에는 오빠 일리아스에게 구원을 받았지만, 슈츠트루페로 변신해서 자원입대하면서 자신이 더부살이하던 집으로 돌아가 글을 안다는 이유로 바깥주인에게 얻어맞아 왼손을 심하게 다친 아피야가 살고 있었다. 함자와 아피야의 사랑은 작가가 예비한 수순대로 흘러간다.

 

나는 계속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함자가 보여주는 삶의 행로에 집중했다. 함자는 아스카리 용병에서 창고지기로, 다시 목수로 변신한다. 어쩌면 이것은 독일령 동아프리카에서 탕카니카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국가 탄자니아로 나아가는 구르나가 나고 자란 땅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우리네 삶처럼 갖가지 굴곡이 있지만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간다는.

 

함자와 아피야의 아들 일라이스가 어두운 영에 사로잡혀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키야 의식을 치르게 되자, 스스로를 개화된 인물로 생각하던 칼리파가 대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야만과 문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몰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후의 삶>을 읽는 내내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았나 싶다.

 

탕가를 지배했던 독일이라는 연결고리를 기점으로 삼아, 일라이스가 자신의 외삼촌 일라이스의 행적을 추적하는 장면에서는 전작 <바닷가에서>가 떠오르기도 했다. 젊은 일라이스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지배 계급의 엘리트로 성장해가는 과정도 주목할 한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자신들을 지배했던 국가에 유학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고국에서 대단한 대우를 받게 되지 않을까. 독일에서 일리아스가 마주하게 된 나치 독일 치하에서 추진된 재식민화 프로젝트의 진실 그리고 독립한 식민국가의 엘리트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한 유대감 조성이라는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시대의 과제를 엿볼 수도 있었다.

 

초반의 느슨한 전개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은 급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서사가 압축되지 않았나 싶다. 후발 식민국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카이저라이히(Kaiserreich)를 꿈꾸던 독일 제국의 이면과 이국적이고 생소한 탄자니아 국가의 속살을 드러낸 인간 군상들의 드라마가 마음에 쏙 들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이 곧 출간될 거라고 들었는데, 해를 넘기지 않고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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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06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생각으로 정리중이예요 ^^;;

레삭매냐 2022-10-06 19:36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의 정리를 기대해 봅니다 :>

빠이팅.

mini74 2022-10-06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출판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재판 리커버? 등으로 발빠르게 대응할거 같아요. 구르나 책들도 읽어야 하는데 ㅠㅠ 스노우맨이랑 회귀물 무협지?! 읽고 있습니다 ㅎㅎ 매냐님 글 넘 좋네요 *^^*

레삭매냐 2022-10-06 19:37   좋아요 3 | URL
어떤 작가가 수상을 하냐에
따라 여느 때처럼 희비가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30분 정도 남았는데
출판사들 비상 대기 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발란데르 아자씨 책도
닐거야 하고... 보뱅도 마저
닐거야 하는디 - 그렇네요.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10-06 1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작가들이 유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아 조금씩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럼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받았어요.
그후의 삶으로 읽기 마감하려고 했는데 배반이 줄간된다고요? 휴~~

레삭매냐 2022-10-06 19:39   좋아요 4 | URL
어떤 작가가 수상을 하냐에
따라 여느 때처럼 희비가
갈리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30분 정도 남았는데
출판사들 비상 대기 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발란데르 아자씨 책도
닐거야 하고... 보뱅도 마저
닐거야 하는디 - 그렇네요.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 2022-10-06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 들어올때 노 저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올해는 출판사가 좀
서두르길 바랍니다.ㅎㅎ
<배반>도 기대되네요^^

레삭매냐 2022-10-06 19:40   좋아요 3 | URL
출판사에서 구르나 쌤들의
책 출간 선정을 잘한 것 같
습니다.

<낙원>과 <바닷가에서>
는 모두 부커상 리스트에
오른 책이고, <그후의 삶>
은 최신작이더라구요.

<배반> 어서 나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