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이러면 안되는데...

7월달에는 에밀 졸라를 읽겠노라고 선언해 두고서는 오늘 도서관에 가서 망겔의 <밤의 도서관>을 빌려서 흠뻑 빠져들었다. 뭐 이 정도면 망며들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그나마 다행인 건 망겔의 다른 책들을 죄다 빌리진 않고, 달랑 <밤의 도서관>만 빌린 것으로 위안을 삼자.

 

어제 빗길에 쏘다니다 피곤한 탓인지 오후에 실컷 낮잠을 잤다. 아까 도서관에서도 거의 널부러져 있다시피 했었는데... 망겔의 책을 몇 장 읽다 잠이 다 번쩍 깰 정도의 각성이 왔다.

 

, 이래서 책을 읽게 되는구나 그래.

 

망겔 샘은 우리의 책쟁이들의 대선배격이다. 그가 써대는 글들은 하나 같은 주옥 같이 염통을 파고든다. 90쪽 정도 읽었나?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터론토에서 살다가 프랑스로 거주지를 옮겨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헛간을 사설 도서관으로 개조하는 일이었다. 도서관을 신화의 시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분류과 공간에까지 가히 전문가의 손길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어려서 만난 책들을 반세기가 지난 이천년대 초반까지 끌어 안고 있는 몹쓸 기억력에 이르기까지... 정말 버릴 게 하나 없는 그런 진수성찬이다. 내가 이래서 지난달에 만났던 <끝내주는 괴물들>이 위험하다 그랬지 아마.

 

그에 따르면 밤이라는 시간은 생각의 아우성들이 끝없이 울부짖는 그런 환희의 순간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보니 나도 낮보다는 사위가 조용하고, 잠이 드는 그 시간을 독서의 순간으로 더 애정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렇지, 낮에는 세상살이에 속이 시끄럽다 보니 그렇게 생각들이 아우성을 칠 겨를이 없겠지. 밤에는 다르다.

 

오래전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사라진 알렉산드리아의 전설적인 대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어찌나 황홀하던지.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이 공간에 대한 인간의 이룰 수 없는 도전이라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시간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야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해서 손에 떨치지 못하는 독서 역시, “재탄생을 위한 의식이라는 사실에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지금 읽고 있는 에밀 졸라의 <>에서도 프랑스 대혁명 시기를 지나, 전쟁이라는 두 세대에 걸친 격변기를 지나 비로소 도래한 평화시기에 프랑스라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타락상을 문학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을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종래의 가내수공업에서 산업화의 물결로 이전되던 시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에릭 홉스봄이 <혁명의 시대>에서 이중혁명 중의 하나로 꼽은 산업혁명의 바람에서 프랑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역시 혁명의 세례를 받긴 했으나 프랑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종교로부터 탈피는 민중에게 난망한 주제가 아니었을까. 16세 고아 소녀 마리 앙젤리크는 사제복 제조장 집안인 위베르가의 수양딸이자 도제로 취업해서 곧 양부모를 실력으로 제압한다. 역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 제2제정 시대에도 실력은 반드시 생존에 필요한 자본이었다. 거기에 그녀의 열정과 광기 그리고 종교적 성실함까지 더해졌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나.

 

우리 책쟁이에에게 책을 쟁여둘 공간은 언제나 부족하고 또 갈급하다. 나의 책방에 들어서 책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한숨이 날 뿐이다. 분류도 해야 하는데... 그게 또 노가다이지 않은가. 내친 김에 망겔 선배처럼 아무 것도 안하고 며칠씩 책 분류에 시간을 투자할 정도는 아니지만(그리고 책의 분량에서도 엄청나게 차이가 나겠지만), 조금씩 소장 책들을 정리하는 것도 시작해야지 싶다. 우리의 망선배를 따라서 말이다.

 

<밤의 도서관>을 읽을수록 무언가 바로 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자극이 존재했다. 우리 책쟁이들에게 내리는 그런 죽비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이려나.


[뱀다리]



어젯밤에 서가 정리를 하다가 망센빠이의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발견해냈다.

이럴 수가!!! 그러니까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몰랐다는 거지. 아마 내가 처음 만난 망센빠이의 <서재를 떠나보내며>와 같이 사들인 책이 아닐까 추정된다.

 

이래서 서가 정리를 해야 하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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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04 20: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온통 공감입니다!!그 무섭다는 망며듬이 에밀 졸라 선생을 이겼네요ㅎㅎ🤭

레삭매냐 2021-07-04 21:20   좋아요 5 | URL
그리하여 묻고 더블로 가기로 했습니다.

<꿈>도 읽고 망선배의 책도 같이 읽는
것으로 고고씽.

붕붕툐툐 2021-07-04 2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망며들다...ㅋㅋㅋㅋ 저는 죽비 안 주시는 거 아녜요? 툐툐, 넌 진정한 책쟁이가 아니다! 이러시면서요.. 어흙.. 주말에 이렇게 책을 안 읽을 줄이야!ㅎㅎ 레샥메냐님 리뷰가 저의 죽비~🤗

레삭매냐 2021-07-04 21:21   좋아요 5 | URL
주말에 비가 자꾸 오니 맴이 싱숭
생숭하여 책은 잘 집지 않게 되더
라구요.

어제 인천에서 공수해온 족발에
비루를 먹고 보냈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달려 BoA요.

새파랑 2021-07-05 0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괴물들>은 위험한 책이 맞는거 같네요 ^^

레삭매냐 2021-07-04 21:22   좋아요 6 | URL
아주우~ 위험한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후유증도 어마무시하구요.

페넬로페 2021-07-04 2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망며들다
염통을 파고든다~~
이 문장으로 어찌 망겔 선생의 책을 안 읽을수 있으리오^^

레삭매냐 2021-07-05 15:18   좋아요 2 | URL
망센빠이, 쵝오입니다.

모쪼록 널리 알려져서 아직 그를
모르시는 제현들이 망며들기를
기원합니다.

그레이스 2021-07-04 21: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망겔 좋아하는데...
저는 보르헤스와 망구엘을 항상 짝으로 생각해요
그들의 만남도 그렇고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한 이력도 그렇고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독서와 생각이 깊어진 망구엘의 경험도 감동적인것 같아요
독서의 역사 서둘러 읽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7-05 15:19   좋아요 1 | URL
네이 맞습니다.

보르헤스와 망센빠이는 뗄래야
떼어 놓을 수가 없는 그런 사이
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쟁여
둔 책들을 읽고 나서 <독서의 역
사> 들어가 보렵니다.

coolcat329 2021-07-05 07: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 시작으로 레삭매냐님 글이 참 좋습니다. 😄

레삭매냐 2021-07-05 15:19   좋아요 1 | URL
고저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mini74 2021-07-05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망겔 그리고 죽비. 망며듦을 위해 망겔을 읽고 책을 정리해야 하는 건가요 ㅎㅎ

레삭매냐 2021-07-05 15:20   좋아요 3 | URL
넵 그리하다 보니 예전에 사두고
미처 몰랐던 망센빠이의 책도
찾고... 역시 이 맛에 책도 읽고
또 서가 정리 및 분류작업도 하
는가 봅니다.

틈나는 대로 정리에 매진해야
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7-12 16: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망겔 선생님의 책 읽고 싶네요ㅎㅎ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7월에는 에밀 졸라를 읽기로 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여름에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무더운 날에 어디 나갈 궁리도 못하고 그러니 집안에 틀어 박혀 책을 읽었던 걸까. 어려서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비고 눈이고 다 싫고, 사시사철 쨍쨍했으면 좋겠다.

 

문득 집에 읽지 않은 에밀 졸라의 책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 여름의 작가로는 에밀 졸라를 내 마음대로 선정했다. 이제 부리나케 달려볼 생각이다.

 

나의 목표는 에밀 졸라의 대표작이라는 흩어진 루공 마카르 전서다. 물론 국내에 루공 마카르 총서 20편이 모두 번역되어 있을 리가 없겠지. 그래도 일단 나와 있는 책들부터 하나씩 컬렉션해서 읽을 생각이다. 아직까지 에밀 졸라를 읽은 게 하나도 없다니 좀 부끄럽군 그래. 영화 박쥐의 모티프를 제공했다는 <테레즈 라캥>은 읽지 않았나? 리뷰가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물론 책은 가지고 있긴 한데, 리뷰가 없으니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기록을 위해서라도 리뷰를 써야 한다니깐 그래.

 



내가 에밀 졸라를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올해 하반기에 창비에서 출간 예정이라는 루공 마카르 총서 중의 한 권에 대한 글을 읽은 덕분이다. 알라딘에서 봤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네 그래. <살림>인지 무슨 살이 어쩌구가 아니었나.

 


여튼 일단 집에 쟁여둔 <작품>부터 집어 들었다. 이 책 때문에 수십년 지기 폴 세잔과 손절을 했다는 점이 흥미를 유발한다. 그 다음에는 7월 들어 산 첫 책들인 <><> 중에서 오늘 새벽에 <>을 조금 읽었다.


그 외에도 문동에서 나온 <제르미날>, <나나>, <목로 주점> 그리고 시공사에서 나온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도 소장하고 있다. 다만 <목로 주점> 2권하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바로 보이지 않는다. 뭐 어딘가에 있겠지.

 

<작품>도 그렇지만 <>도 소설의 시작이 비범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작품 모두 왠지 구원혹은 구조라는 주제가 엿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는 <작품>부터 시작했는데 순전히 책이 상대적으로 얇다는 이유로 <>부터 읽어야지 싶다.


주인공 마리 앙젤리크는 과연 제2제정 시대의 아이라고 무방할 것 같다. 괴제 나폴레옹 3세가 공화정 대통령이던 시절인 1851년에 태어나 소설의 출발점이 되던 18609살의 나이로 보몽의 사제복 제조 장인 위베르가의 업둥이로 들어가게 된다. 19세기 중반 여전히 장인-도제 시스템이 가동하던 근대 프랑스에서 가업을 이을 노동력을 가진 인원은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근본을 알 수 없는 업둥이 앙젤리크는 위베르가의 수양딸이자 도제가 된다.

 

다른 루공 마카르 총서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모르겠지만 16<>에서는 왠지 종교가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스타트는 <작품>에서와 같이 일종의 구원으로 시작한다. 오갈 곳 없는 고아 소녀 앙젤리크는 위베르가의 마음씨 좋은 인사들을 만나 기아와 추위에서 일단 해방되지 않았던가. 다만, 그들은 보수주의자답게 앙젤리크에게 정식 교육 대신 읽고 쓰기 그리고 간단한 사칙연산 정도만 가르친다. 그리고 앙젤리크는 자신이 찾아낸 성인전을 읽으면서 종교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녀가 만난 <황금빛 전설>에 나오는 숱한 성녀들과 순교자들의 일대기는 아마 비종교인이라면 SF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순식간에 초반을 읽었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구나. 주말에 내달려봐야겠다.

 

괴제 나폴레옹 3세가 프랑스를 통치하던 제2제정 시대를 문학적으로 다루었다는 20편의 루공 마카르 총서의 방대함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에밀 졸라는 이 총서 하나만으로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은 시리즈들도 출판사는 어디건 상관이 없으니 계속해서 출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달의 기대작]



은행나무에서 716일에 출간 예정이라는 치고지에 오비오마 작가의 데뷔작 <어부들>이다. 지금 네이버에서 출간 전 연재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나는 읽지 않을 생각이다. 예전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한동안 인도 문학이 세계 문학계를 주름 잡았었는데 이제 다시 나이지리아로 그 축이 이동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하고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의 <세상의 끝>은 이달에 살 책 목록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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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3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7-03 10:03   좋아요 4 | URL
오호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아 2021-07-03 10: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레삭매냐님 읽은 책 리스트 정리하고 계시군요!👍
찾아보니 에밀 졸라의 작품이 꽤 되네요. 어떤 리뷰를 남겨주실지 벌써 기대됩니당ㅋㅋㅋ

레삭매냐 2021-07-03 19:09   좋아요 3 | URL
일단 읽기 전에 책부터 쟁여두는
몹쓸 버릇이 바로 발동했네요 기래 ^^

열심히 달려 보갔습니다.

그레이스 2021-07-03 10: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꿈 표지는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얼굴이 보이네요.♡
책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있는 책 또 구입하는 덕후의 항목이 생각납니다.
북플에서 받는 유혹^^

레삭매냐 2021-07-03 19:11   좋아요 2 | URL
앗,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또
누구랍니까.

<작품>의 초반에 등장한 묘령
의 여성의 이름이 크리스틴이라
혹 관여가 있나 싶어 검색해 보
니 다른 사람인가 보더라구요 :>

초코색 디자인의 을유문화사
버전도 사랑입네다.

그레이스 2021-07-03 19:56   좋아요 2 | URL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누이인데 많은 화가들의 모델을 서주었다고...
엘리자베스 시덜도 비슷하게 생겼어요^^
엘리자베스는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와 결혼해요. 두 여인 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걸로 기억해요^^

새파랑 2021-07-03 1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에밀졸라 한권도 안읽어 봤는데 ㅡㅡ 을유가 대세군요?
레삭매냐님 리뷰보고 저도 따라 읽어봐야겠습니다^^

잠자냥 2021-07-03 11:32   좋아요 7 | UR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도 여러 권 나와 있는데 을유하고 작품 목록이 겹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7-03 19:13   좋아요 5 | URL
댓글 일타쌍피로 가겠습니다.

제가 하드카바 마니아라 특히
을유문화사 버전을 싸랑합니
다.

예전에 문동세문도 하드카바
로 나왔으나 아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지 하다카바는 죄다
품절루다가... 에잉 -

네 맞습니다.

호상간에 신사협정이 맺어져
있는지 루공 마카르 총서 번
역은 <목로 주점> 같은 작품
말고는 서로 겹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잠자냥 2021-07-03 1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띄엄띄엄 읽어서 올해는 여러 권 더 읽어야겠습니다. <작품>도 사놓기만 했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07-03 19:14   좋아요 4 | URL
저는 <작품> 읽다 말고 바람이
나서 <꿈>으로 갈아 탔습니다.

일단 <꿈>부터 마저 읽고 나서
다시 <작품>으로 가는 것으로
하갔습니다.

사놓고 안 읽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항상 반성하고 있답니다.

물감 2021-07-03 12:5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간짐승만 읽었는데 완전 반해버려 몇권 사두었습니다. 보니까 총서가 스탠드얼론이 아니더라고요. 그럼 더더욱 전권을 출간해줘야하는거 아닙니까ㅜㅜ

레삭매냐 2021-07-03 19:16   좋아요 4 | URL
저도 물감님의 의견에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만, 또 출판사
도 비지니스를 하는 회사인지라...

잘 팔리지 않을 루공 마카르 총서
전권 번역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syo 2021-07-03 14:1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도 그러시더니,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소설 읽기의 대가들은 엑셀을 이용하시는군요!

레삭매냐 2021-07-03 19:17   좋아요 3 | URL
저도 개인적으로 책읽기 정리
는 엑셀을 애용한답니다.

그렇다고 폴스타프님처럼 대가
급은 아니구요, 허조비지요.

잠자냥 2021-07-04 00:04   좋아요 1 | URL
전 대가가 아니라 엑셀을 모릅니다요. ㅋㅋㅋㅋㅋ

mini74 2021-07-03 17: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와 에밀졸라. 얘들이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이지요 ㅎㅎ그레이스님 찌찌뽕. 표지가 예뻐서 보관함에 담는 중입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7-03 19:17   좋아요 4 | URL
갠적으로 소세키는 현암사판을
그리고 에밀 졸라는 을유문화사
판을 애정합니다.

열심히 읽고 리뷰로 보답하겠습니다.

scott 2021-07-03 17: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을유 세문이 쪼개서 출간하지 않고(톨스토이 몇몇대작 제외하고) 한권으로 출간해서 좋더군요 활자도 눈에 편하고,,, 졸라는 중학교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서 완독하고 충격에,,,,,제르미날은 영화로도 봤지만 명작중 명작! 졸라는 19세기 역사의 산 증인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7-03 19:19   좋아요 5 | URL
네 바로 제가 애정하는 이유 중
의 하나입니다. 분권으로 쪼개지
않고 우리는 통으로 간다...

역시 분량의 부담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통으로 읽는 맛이 지대로
아입니까 그래.

크하 <제르미날>!!! 제라르 드빠
르디유가 주연을 맡았었나요 영화
에서는.

언급해 주신 대로 졸라는 19세기
프랑스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tella.K 2021-07-03 19: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밀 졸라 목졸려서 안 보게되던데...
오래 전 <작품> 읽고 가위 눌려서 결국 포기하고
그후 목로주점인가? 뭐 하나를 더 도전했던 것 같은데
역시 좀 힘들더라구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ㅠ
암튼 무사히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1-07-03 19:21   좋아요 5 | URL
네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열심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알라딘 동지들의 응원 버프
에 힘입어, 빠이팅 !!!
 


집에 가야 해서 일단 올리고 나중에 다시 쓰기...


이번 달에는 모두 13권의 책들과 만났다.


역시 이달에 읽은 책 중에 최고는 바로 책쟁이계의 대선배 알베르토 망겔 선생의 <끝내주는 괴물들>이었다. 책은 끝내 주었고,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고전 읽기의 장도에 올라서게 되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필두로 해서 <보물섬><로빈슨 크루소>도 내쳐 읽었다. 그리고 지금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마담 보바리>를 읽고 있다. 나중에 영화로도 보려고 영화도 준비해 두었다. 프리뷰로 너튜브를 이용해서 에마 루오, 아니 보바리 부인에 대해서도 프리뷰를 마치고 읽기 시작했더니 진도가 술술 나가고 있다.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새하얀 마음>은 정말 오래 전에 사둔 책이었는데, 알라딘 동지들 덕분에 찾아서 읽게 되었다. 다른 책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사두기만 하고 안 읽는 책들이 너무 많다. 아니 나의 독서 속도가 도저히 사재기를 따라 가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어쩌나. 오늘도 뭔 책 살 게 없나 하고 두리번 거리게 되니.

 

다음 달에는 과연 이루어질지 모르겠으나 <마담 보바리>를 읽는 대로 에밀 졸라를 좀 읽어볼까 한다. 부끄럽게도 에밀 졸라의 책은 단 한 개도 읽은 게 없다. 물론 책들은 제법 쟁여 둔 게 있다.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국내에서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아마 판권도 모두 시효가 소멸되어 일단 걱정은 없지 않나 어쩌나 싶은데 말이지.

 

그리고 보니 제발트의 책도 사두기만 하고 아예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네 그래. 덕분에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읽었는데 정작 시발이 된 제발트의 <전원에 머문 날들>은 읽다 말았다. 이럴 수가. 제발트의 팬을 자처하게 내가 그럴 수가 있나 그래.

 

주말에 장마가 온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나의 소중한 책들이 습기를 머금고 축축 처질 모습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뽀송뽀송한 날들만 계속되면 안되겠지 아마도. 책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습기니, 나는 개인적으로 장마철이 제일 싫더라.

 

또 생각나면 좀 적어야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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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30 18: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집에 가야 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30 19:28   좋아요 4 | URL
퇴근 무렵에 이미지를 캡처를 하는
통에 자르고 지우고 하느라 좀 시
간이 걸렸답니다.

그래서 지금 조금 끄적여 봤습니다.

새파랑 2021-06-30 19: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우 13권이라니~!! 저중에 2권 읽어봤어요. 이렇게 기쁘다니 ^^

그렇게 극찬 하시는 망겔선생님 책은 꼭 읽어봐야겠군요 ^^

레삭매냐 2021-06-30 23:07   좋아요 2 | URL
망겔 쌤의 책으로 즐거웠던 6월이었습니다.

덕분에.

페넬로페 2021-06-30 20: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3권~~역시나 많이 읽으시고 또 리뷰쓰시고^^
저도 망겔선생의 매력을 알아보고 싶습니다**

레삭매냐 2021-06-30 23:07   좋아요 2 | URL
그전에도 이 냥반 대단하다 싶었었
는데, 이번에 역시 고수는 다르구나
를 지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사냥에 나서야겠습니다.

stella.K 2021-06-30 2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괴물들>이 끝내줬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장마가 작년만 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엔 정말 최악이었던지라.
책이 뽀송뽀송 살아있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1-06-30 23:08   좋아요 2 | URL
으앗! 2020년 장마는 정말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책들이 습기를 제대로 먹어서
힘을 못 쓰던 기억이 나네요.

가을에 거풍을 시켜 주었어야
했는데 그것 참.

젭알, 뽀송뽀송하게 궈궈씽.

청아 2021-06-30 2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저 <벤야멘타 하인학교>얼마전에 사두었어요!! (연예인이랑 친한척하듯ㅋ)
7월도 계속 쭉쭉 읽어주시고 쏙쏙 올려주세요!ㅋㅋ 레삭매냐님 덕분에 풍성해지는 북플. 😉

레삭매냐 2021-06-30 23:09   좋아요 2 | URL
의외로 국내에 로베르트 발저
의 소설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일단 어느 작가를 정하면 책부
터 사는 못된 습관이 있어서요...

근데 사놓고는 다른 곳으로 관심
이 떠나 버리니 그것 참.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6-30 22:3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우아 매냐 님이 에밀 졸라 한 권도 안 읽으셨다는 거 진짜 의외네요! 물론 읽기 시작하시면 순삭으로 전작 읽기하실 거 같습니다만

레삭매냐 2021-06-30 23:10   좋아요 3 | URL
고저 ‘졸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한창 무더울 적에
‘졸라‘게 읽어 보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6-30 2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짝짝짝!!👏👏👏6월도 풍성하게 좋은 작품 많이 읽으셨네용~ 7월 장마를 독서로 이겨내 보아요!!^^

레삭매냐 2021-06-30 23:11   좋아요 3 | URL
장마가 그냥 지나가지는
않나 보네요.

비 오면 나가기가 싫던데...

7월에도 아쟈아쟈 !!!

독서괭 2021-06-30 2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괴물들이 정말 끝내준다고 자꾸 칭찬하시니 역시 주문해야겠습니다.. 7월 적립금이여 오라!

레삭매냐 2021-06-30 23:48   좋아요 1 | URL
적립금 캄온 !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넵.

coolcat329 2021-07-01 0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밀졸라 책만 사다놓고 한 권도 읽은게 없습니다. 레삭매냐님은 의외네요.
망겔의 책 저도 구입하려구요 😄이토록 거듭 극찬을 하시니~

레삭매냐 2021-07-01 07:56   좋아요 0 | URL
자화자찬 같지만 현대문학에서는
저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망겔 샘을 이래 홍보해 드렸으니
말입니다 ㅋㅋㅋ 여 한 명 추가여~~~

졸라에 어여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일단 좀 쉬운 걸루다가.
 
폰의 체스 민음사 외국문학 M
파올로 마우렌시그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사냥꾼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근처 중고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책이 시중에 나와 있나를 검색한다. 물론 우리 동네에 나와 책취향이 비슷한 경쟁자가 있어 서두르지 않으면 채갈 수 있다. 그렇게 몇 번 경험하고 나니 마음에 조바심이 생긴다.

 

그렇게 해서 어제 두 권의 책들을 수급했다. 하나는 민음사 M 시리즈로 지금은 절판된 파울로 마우렌시그의 <폰의 체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읽기 시작한 에드문도 데스노에스의 <저개발의 기억>이다. 두 권 모두 나의 사냥 목록에 올라 있던 책들이라 아주 흡족하다. 아 참 무슨 이벵으로 받은 도서상품권과 적립금으로 땡긴 안 비밀이다. 공짜 책의 즐거움이여.

 

<폰의 체스>는 홀로코스트와 체스의 절묘한 조합이다. 그러니까 체스 이야기로 출발해서 홀로코스트로 귀결이 된다는 것이다. <폰의 체스>는 골동품 악기 복원을 하던 파올로 마우렌시그가 나이 50세에 발표한 첫 소설이라고 한다. 참고로 저자는 올해 영면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뮌헨과 빈을 오가며 살던 성공한 사업가이자 체스 거장 디터 프리슈가 살해당했다. 정확함과 규율의 독일인답게 반듯해 보이는 삶을 살던 프리슈가 별장에서 일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자 하인들의 그의 종적을 추적했고, 살해당한 그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서 소설은 그가 죽기 며칠 전에 뮌헨에서 빈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갖게 된 특이한 만남을 설명한다. 물론 그 속에 프리슈의 죽음에 대한 단서가 숨겨져 있는 건 기본일 것이다.

 

뮌헨에서 빈으로 오는 길에 체스의 거장답게 프리슈는 친구 바움과 서너 판을 체스를 둔다. 이것 또한 고인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그의 객실에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거장에게 훈수를 두는 게 아닌가. 그것은 분명 도발이었다. 고인은 청년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보고 정중하게 체스 두기를 청한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한다. 청년의 이름은 한스 마이어. 조실부모한 마이어가 어떻게 해서 체스라는 무궁무진한 세계에 빠져 들게 되었는지 저자는 간략하면서 강력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오래 전에 심슨 체스판을 사서 재미로 체스를 몇 판 두곤 했던 기억이 난다.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진 몰라도, 그렇게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는 체스 게임이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는 순간,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같이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아닌 한스 마이어나 디터 프리슈처럼 이마에 체스의 낙인이 찍힌 이들은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들에게 체스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뭐랄까 운명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단순히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던 마이어는 곧 체스 스승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는 타보리라는 기인을 만나게 된다. 배움을 갈구하는 미래의 제자에게 타보리는 체스보드를 위해 희생과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냐고 묻는다. 그에 따를 후과를 생각하지 않은 마이어는 기꺼이 타보리의 폰(pawn)이 되었다.

 

그렇게 소설의 전반부는 타보리라는 문제적 인간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다. 훗날 그의 양자가 되는 한스 마이어는 그저 타보리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복수를 위해 체스보드 위에 올려놓은 폰이었다.

 

유대인 출신 타보리는 체스 집안의 장자로 태어나 결국 체스 명인이 되어야 하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타보리는 아버지는 엄격하게 그를 조련했다. 그리고 지난 세기를 주름 잡은 그야말로 체스계의 그랜드마스터들인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를 필두로 해서 알레힌 그리고 아키바 루빈슈타인 같은 거장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사실 나도 체스 업계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들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글로만 들어도 그들이 체스의 레전드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타보리가 직접 만난 아키바 루빈슈타인 같은 거장은 그야말로 체스에 사로 잡혀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게다가 체스는 승부를 내야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던가. 그 와중에 타보리는 평생의 라이벌 디터 프리슈라는 위험천만한 숙적과 만나게 된다. 타보리가 창조력 넘치는 변칙(베리에이션?) 즐겨 쓰는 플레이어라면, 라이벌 프리슈는 정통 아리안인답게 규칙을 준수하면서 정석을 추구하는 플레이어이다. 언제나 그렇듯 라이벌들은 서로를 의식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렇게 체스보드 위에서 타보리와 프리슈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피할 수 없는 가혹한 광풍의 시기가 닥쳤다. 나치즘이 흥기한 독일에서 유대인 핍박이 시작된 것이다. 프리슈와의 마지막 공식 대결에서 타보리는 주최 측의 편파 판정에 이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까지 당한다. 결국 나치들은 독일의 모든 유대인들을 전멸시키기로 결정했고, 미리 망명하지 않고 피신해 있던 타보리 가족은 누군가의 밀고로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베르겐벨젠 강제 수용소로 이송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타보리는 다시 한 번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파올로 마우렌시그 작가는 오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체스의 세계로 우리 독자들을 유인해서 시대를 주름 잡은 체스 그랜드 마스터들의 향연의 맛을 살짝 보여준다. 그 다음에는 폰으로 선택받은 한스 마이어의 이야기를 지나, 진짜 서사인 타보리의 서사로 토스해준다. 한스 마이어의 이야기는 최종전을 위한 토너먼트 경기 정도였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모두 부정되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만인에 대한 투쟁이 넘실거리던 강제 수용소에서 타보리는 상상할 수 없는 판돈을 걸고 체스보드 앞에서 숙적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쥐어 짜내서 이겨야 하는 절박함에 대한 작가는 묘사는 과연 이 소설의 그의 첫 번째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뭐라고 꼭 짚어서 말하긴 그렇지만, 아쉬운 점들이 좀 있었다. 속도감 있는 진행은 좋았지만, 서사는 밀도는 그만큼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저자의 다른 책도 한 번 만나고 싶은데 국내에 유일하게 책이 <폰의 체스> 뿐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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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9 1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폰의 체스> 리뷰 보니 왠지 츠바이크의 <체스이야기>가 떠올랐어요 ^^ 레삭매냐님하고 책사냥꾼하고 잘어울리는거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6-29 11:30   좋아요 4 | URL
저도 아직 만나 보진 않았지만
왠지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
가 떠오르더라구요... 역시 대단
하십니다 !

한동안 책을 많이 정리했었는데
다시 책을 불고 있네요 ㅠㅠ

coolcat329 2021-06-29 1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체스!하면 츠바이크가 생각나지요 ㅎㅎ
민음사 M시리즈는 처음 보네요. 폰의 복수라...짜릿한 반전 스릴이 예상되는데 절판이군요. 도서관에서 한 번 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6-29 13:09   좋아요 5 | URL
민음사는 모클 시리즈도 더 이상
내지 않고, M 시리즈는 왠지 간
만 보다가 그냥 흐지부지된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독
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독서괭 2021-06-29 15: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실에 존재하는 책사냥꾼이라니.. <꿈꾸는 책들의 도시>나 <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가 떠오릅니다. 놀라워요.

mini74 2021-06-30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최근에 csi시리즈에서 체스관련 살인사건을 보고 급 체스에 관해 관심이 생겼는데 ㅎㅎㅎ 폰의 체스 너무 재미있겠어요. 읽고싶은데 ㅠㅠ품절센터의뢰.
 
새하얀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29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김상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6년 전에 사서 이제는 절판된 책을 읽는다. 제목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새하얀 마음>.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따온 구절이라고 한다. 스페인 출신으로 우리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다마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또 미역국을 자시는 그런 양반인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1992년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은 정말 화끈하다. 이제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새색시 테레사 아길레라가 아버지의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테레사의 남편 란스는 그녀의 여동생 후아나와 결혼해서 이 소설의 화자인 후안을 낳았다. 초반부터 너무 엽기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그만큼 자극적이라는 말일 게다.

 

<새하얀 마음>의 기본 기둥은 바로 왜 테레사 아길레라가 죽었는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죄다 그 사실에 가기 위한 여정일 뿐이다. 일단 후안은 수십 년 전의 자기 아버지처럼 통역일을 하다가 만나 사랑에 빠져 루이사와 결혼에 골인했다. 거창한 신혼여행을 떠나 뉴올리안즈와 마이애미 그리고 쿠바의 아바나까지 간다. 영어도 잘하고, 스페인 말은 모국어이니 뭐 말할 필요가 없겠지. 아바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물라토 미리암과 불륜에 빠진 남자 기예르모의 이야기는 기묘하기만 하다.

 

그리고 다시 후안은 삶의 거처인 마드리드로 돌아온다. 통역일을 하며 세계를 주유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삶에서 나는 왠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연상한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집을 떠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런 존재의 연장이 아닐까. 협소한 시각에서 본다면, 학교에 일터로 떠나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은 모두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살지 않던가. 그런 기본 바탕에 엿듣기의 괴로움, 비밀을 알게 됨으로써 우리가 지닌 새하얀 마음들이 오염되고 타락하는 과정을 거북이걸음으로 작가는 전개한다.

 

, 한 가지 더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푸른 수염의 전설도 과감하게 도입한다. 그리고 현대판 푸른 수염은 바로 화자 후안의 아버지인 란스다. 어쩌면 이야기의 재조합이라는 점에서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별 것 아닌 잔잔바리 이야기들에 서양에서는 한자락하는 작가들의 모티프를 차용해서 이야기를 재조합해서 새로운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끈하기 짝이 없는 비기닝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별다른 것도 없지만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비밀이란 결국 밝혀지는 법이다. 아니 어느 작가가 공들여 준비한 비밀 폭로를 하지 않고 소설의 결말을 낸단 말인가.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결말에 가서야 비로소 등장하게 되는 비밀의 실체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구나 그래. 그리고 보면 결국 란스도 자신의 와이프 테레사 아길레라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수 없는 그런 운명이 아니었을까.

 

다른 부수적인 이야기들을 투척하면서 하비에르 마리아스 작가는 소설의 긴장감을 후반까지 그대로 끌고 간다. 이거야말로 작가의 실력과 기술이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차고 넘치면 김이 빠질 것이고, 또 너무 느슨하면 독자가 외면해 버릴 테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소설의 공간을 한 번 살펴 보자. 마드리드와 아바나 그리고 뉴욕의 삼각 지점을 이룬다. 그런데 왠 갑자기 아바나가? 그것은 화자 후안의 외할머니의 고향이 바로 쿠아였던 것이다. 그리고 푸른 수염란스의 여정이 시작된 곳도 바로 아바나였다. 그런 점에서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란스의 아들 후안을 다시 아바나로 보내 그곳에서 미리암과 기예르모를 만나게는 하는 셋팅을 준비한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서 후안이 오랜 친구 베르타의 집에서 8주 동안 지내는 동안, 베르타가 만나게 된 이라는 신원 미상의 남자와 맺게 되는 기묘한 관계도 첨부한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세계를 돌며 언어를 번역하는 남자 후안의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동시통역사들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언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이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번역한단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과 스페인의 펠리페 곤잘레스 총리의 대담 장면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었다. 두 나라 정상들이 회담을 할 때면, 무언가 대단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꼬집고 싶었던 걸까.

 

다시 서사의 시점을 뉴욕으로 돌려 보자. 베르타는 결국 만나게 된 빌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에 돌아온 후안에게 정중하게 나가서 시간을 좀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던 후안은 서점에 들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잠자는 미녀>를 사기도 하고, 레코드판도 사고 또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24시간 돌아가는 대도시의 공간에 자신을 투영한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조약돌이나 빵부스러기들처럼 저자가 곳곳에 준비해둔 단서들을 쫓는 재미가 쏠쏠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결국 푸른 수염란스가 조심스럽게 감추고 침묵했으며 망각의 자리에 밀어 넣은 비밀과 결국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어디선가 듣는 것은 가장 위험하고 피할 수 없는 그런 행위라고 했던가. 사실 보는 것은 눈을 감으면 되지만, 듣는 것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게다가 우리의 주인공 후안의 직업이 또 듣고 다른 말로 치환해서 전달하는 게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후안에게 결국 엿듣기는 피할 수 없는 그런 숙명이었다.

 

알라딘 동지들의 버프를 받아, 결국 지난 6년 동안 묵혀 두었던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새하얀 마음>을 꺼내서 주파하는데 성공했다. 다음에는 역시나 읽다 접어둔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를 읽어야지. 그리고 보니 이 책도 왠지 <새하얀 마음>과 결을 같이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참고로 이 책도 어느새 절판이 되었다.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책은 2년 전에 나온 <사랑에 빠지기>. 물론 두 권 다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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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27 14: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별것아닌 잔잔바리ㅋㅋㅋㅋ
아 이 작품 찜해두었었는데 꼭 읽어야겠네요!😊

레삭매냐 2021-06-27 16:05   좋아요 4 | URL
마치 오래 묵힌 숙제를
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새파랑 2021-06-27 14: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보고 이책 구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전 <초조한 마음>, <새하얀 마음> 두 책이 형제같아서 나란히 책장에 꽂아놨어요 ㅎㅎ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찾아봐야 겠네요. 알라딘 우주점 어딘가에는 있을듯 😀

레삭매냐 2021-06-27 16:07   좋아요 4 | URL
흔할 때는 몰랐었는데, 그게 또
절판되었다면 갖고 싶어지는
맴이라니...

구판은 우주점에 있는데 신판
은 안 보이네요.

페넬로페 2021-06-27 15: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지만 레삭매냐님의 리뷰는 어찌 이리 군더더기 없이 줄거리와 감상을 이어주시는지요. 거기다 방점을 찍는 문장과 유머로 마치 일타강사의 강의를 듣는 기분입니다.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하려고 하기보다 재빨리 도서관에 검색해 보는데 다행히 이 책이 있네요 ㅎㅎ
‘사랑에 빠지다‘도 관심이 갑니다^^

레삭매냐 2021-06-27 16:08   좋아요 5 | URL
그게 또 절판된 책을 수중에
넣게 되면 뭐랄까 득템한
고런 기분이 들어서 끊질 못
하게 되더라구요.

<사랑에 빠지다>는 신간으로
사서 구간으로 읽을 판입니다.
하긴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6-27 16: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혹시 이작품 원작으로 만든 영화 보셨나요? 원작 만큼 감동! 대산 세계문학 작품들은 어느새 절판 되어 버려서 눈에 띌때마다 쟁여둬야 ㅎㅎ

레삭매냐 2021-06-27 17:40   좋아요 4 | URL
하비에르 마리아스 작가의 책은
<새하얀 마음>이 처음이라서요.

영화는 금시초문입니다.

예전에 책지인이 그래서 자기는
당장 읽지 않아도 책을 사둔다고
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6-27 2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서 보고 학교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절판이라는 소식을 듣고 슬퍼했습니다. 시도서관을 뒤져야겠네요!ㅎㅎ

레삭매냐 2021-06-27 21:55   좋아요 2 | URL
고작 6년 전에 나온 책이 절판이라니.

로빈슨 크루소는 무려 13년 전에
나와서 11쇄 순항 중인데 말이죠.

고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