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에밀 졸라를 읽기로 했다.

 

되돌아보면 나는 여름에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무더운 날에 어디 나갈 궁리도 못하고 그러니 집안에 틀어 박혀 책을 읽었던 걸까. 어려서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 비고 눈이고 다 싫고, 사시사철 쨍쨍했으면 좋겠다.

 

문득 집에 읽지 않은 에밀 졸라의 책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 여름의 작가로는 에밀 졸라를 내 마음대로 선정했다. 이제 부리나케 달려볼 생각이다.

 

나의 목표는 에밀 졸라의 대표작이라는 흩어진 루공 마카르 전서다. 물론 국내에 루공 마카르 총서 20편이 모두 번역되어 있을 리가 없겠지. 그래도 일단 나와 있는 책들부터 하나씩 컬렉션해서 읽을 생각이다. 아직까지 에밀 졸라를 읽은 게 하나도 없다니 좀 부끄럽군 그래. 영화 박쥐의 모티프를 제공했다는 <테레즈 라캥>은 읽지 않았나? 리뷰가 없어서 알 수가 없다. 물론 책은 가지고 있긴 한데, 리뷰가 없으니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기록을 위해서라도 리뷰를 써야 한다니깐 그래.

 



내가 에밀 졸라를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올해 하반기에 창비에서 출간 예정이라는 루공 마카르 총서 중의 한 권에 대한 글을 읽은 덕분이다. 알라딘에서 봤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네 그래. <살림>인지 무슨 살이 어쩌구가 아니었나.

 


여튼 일단 집에 쟁여둔 <작품>부터 집어 들었다. 이 책 때문에 수십년 지기 폴 세잔과 손절을 했다는 점이 흥미를 유발한다. 그 다음에는 7월 들어 산 첫 책들인 <><> 중에서 오늘 새벽에 <>을 조금 읽었다.


그 외에도 문동에서 나온 <제르미날>, <나나>, <목로 주점> 그리고 시공사에서 나온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도 소장하고 있다. 다만 <목로 주점> 2권하고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바로 보이지 않는다. 뭐 어딘가에 있겠지.

 

<작품>도 그렇지만 <>도 소설의 시작이 비범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작품 모두 왠지 구원혹은 구조라는 주제가 엿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는 <작품>부터 시작했는데 순전히 책이 상대적으로 얇다는 이유로 <>부터 읽어야지 싶다.


주인공 마리 앙젤리크는 과연 제2제정 시대의 아이라고 무방할 것 같다. 괴제 나폴레옹 3세가 공화정 대통령이던 시절인 1851년에 태어나 소설의 출발점이 되던 18609살의 나이로 보몽의 사제복 제조 장인 위베르가의 업둥이로 들어가게 된다. 19세기 중반 여전히 장인-도제 시스템이 가동하던 근대 프랑스에서 가업을 이을 노동력을 가진 인원은 필수적이었다. 그렇게 근본을 알 수 없는 업둥이 앙젤리크는 위베르가의 수양딸이자 도제가 된다.

 

다른 루공 마카르 총서에서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모르겠지만 16<>에서는 왠지 종교가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스타트는 <작품>에서와 같이 일종의 구원으로 시작한다. 오갈 곳 없는 고아 소녀 앙젤리크는 위베르가의 마음씨 좋은 인사들을 만나 기아와 추위에서 일단 해방되지 않았던가. 다만, 그들은 보수주의자답게 앙젤리크에게 정식 교육 대신 읽고 쓰기 그리고 간단한 사칙연산 정도만 가르친다. 그리고 앙젤리크는 자신이 찾아낸 성인전을 읽으면서 종교계에 입문하게 된다. 그녀가 만난 <황금빛 전설>에 나오는 숱한 성녀들과 순교자들의 일대기는 아마 비종교인이라면 SF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순식간에 초반을 읽었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구나. 주말에 내달려봐야겠다.

 

괴제 나폴레옹 3세가 프랑스를 통치하던 제2제정 시대를 문학적으로 다루었다는 20편의 루공 마카르 총서의 방대함에 그저 놀랄 따름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에밀 졸라는 이 총서 하나만으로도 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은 시리즈들도 출판사는 어디건 상관이 없으니 계속해서 출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달의 기대작]



은행나무에서 716일에 출간 예정이라는 치고지에 오비오마 작가의 데뷔작 <어부들>이다. 지금 네이버에서 출간 전 연재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나는 읽지 않을 생각이다. 예전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한동안 인도 문학이 세계 문학계를 주름 잡았었는데 이제 다시 나이지리아로 그 축이 이동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하고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의 <세상의 끝>은 이달에 살 책 목록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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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3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7-03 10:03   좋아요 4 | URL
오호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청아 2021-07-03 10: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레삭매냐님 읽은 책 리스트 정리하고 계시군요!👍
찾아보니 에밀 졸라의 작품이 꽤 되네요. 어떤 리뷰를 남겨주실지 벌써 기대됩니당ㅋㅋㅋ

레삭매냐 2021-07-03 19:09   좋아요 3 | URL
일단 읽기 전에 책부터 쟁여두는
몹쓸 버릇이 바로 발동했네요 기래 ^^

열심히 달려 보갔습니다.

그레이스 2021-07-03 10: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꿈 표지는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얼굴이 보이네요.♡
책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있는 책 또 구입하는 덕후의 항목이 생각납니다.
북플에서 받는 유혹^^

레삭매냐 2021-07-03 19:11   좋아요 2 | URL
앗, 크리스티나 로제티는 또
누구랍니까.

<작품>의 초반에 등장한 묘령
의 여성의 이름이 크리스틴이라
혹 관여가 있나 싶어 검색해 보
니 다른 사람인가 보더라구요 :>

초코색 디자인의 을유문화사
버전도 사랑입네다.

그레이스 2021-07-03 19:56   좋아요 2 | URL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누이인데 많은 화가들의 모델을 서주었다고...
엘리자베스 시덜도 비슷하게 생겼어요^^
엘리자베스는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와 결혼해요. 두 여인 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걸로 기억해요^^

새파랑 2021-07-03 1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에밀졸라 한권도 안읽어 봤는데 ㅡㅡ 을유가 대세군요?
레삭매냐님 리뷰보고 저도 따라 읽어봐야겠습니다^^

잠자냥 2021-07-03 11:32   좋아요 7 | UR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도 여러 권 나와 있는데 을유하고 작품 목록이 겹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07-03 19:13   좋아요 5 | URL
댓글 일타쌍피로 가겠습니다.

제가 하드카바 마니아라 특히
을유문화사 버전을 싸랑합니
다.

예전에 문동세문도 하드카바
로 나왔으나 아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지 하다카바는 죄다
품절루다가... 에잉 -

네 맞습니다.

호상간에 신사협정이 맺어져
있는지 루공 마카르 총서 번
역은 <목로 주점> 같은 작품
말고는 서로 겹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잠자냥 2021-07-03 1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띄엄띄엄 읽어서 올해는 여러 권 더 읽어야겠습니다. <작품>도 사놓기만 했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07-03 19:14   좋아요 4 | URL
저는 <작품> 읽다 말고 바람이
나서 <꿈>으로 갈아 탔습니다.

일단 <꿈>부터 마저 읽고 나서
다시 <작품>으로 가는 것으로
하갔습니다.

사놓고 안 읽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항상 반성하고 있답니다.

물감 2021-07-03 12:5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간짐승만 읽었는데 완전 반해버려 몇권 사두었습니다. 보니까 총서가 스탠드얼론이 아니더라고요. 그럼 더더욱 전권을 출간해줘야하는거 아닙니까ㅜㅜ

레삭매냐 2021-07-03 19:16   좋아요 4 | URL
저도 물감님의 의견에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만, 또 출판사
도 비지니스를 하는 회사인지라...

잘 팔리지 않을 루공 마카르 총서
전권 번역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syo 2021-07-03 14:1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도 그러시더니,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소설 읽기의 대가들은 엑셀을 이용하시는군요!

레삭매냐 2021-07-03 19:17   좋아요 3 | URL
저도 개인적으로 책읽기 정리
는 엑셀을 애용한답니다.

그렇다고 폴스타프님처럼 대가
급은 아니구요, 허조비지요.

잠자냥 2021-07-04 00:04   좋아요 1 | URL
전 대가가 아니라 엑셀을 모릅니다요. ㅋㅋㅋㅋㅋ

mini74 2021-07-03 17: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와 에밀졸라. 얘들이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이지요 ㅎㅎ그레이스님 찌찌뽕. 표지가 예뻐서 보관함에 담는 중입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7-03 19:17   좋아요 4 | URL
갠적으로 소세키는 현암사판을
그리고 에밀 졸라는 을유문화사
판을 애정합니다.

열심히 읽고 리뷰로 보답하겠습니다.

scott 2021-07-03 17: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을유 세문이 쪼개서 출간하지 않고(톨스토이 몇몇대작 제외하고) 한권으로 출간해서 좋더군요 활자도 눈에 편하고,,, 졸라는 중학교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서 완독하고 충격에,,,,,제르미날은 영화로도 봤지만 명작중 명작! 졸라는 19세기 역사의 산 증인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7-03 19:19   좋아요 5 | URL
네 바로 제가 애정하는 이유 중
의 하나입니다. 분권으로 쪼개지
않고 우리는 통으로 간다...

역시 분량의 부담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통으로 읽는 맛이 지대로
아입니까 그래.

크하 <제르미날>!!! 제라르 드빠
르디유가 주연을 맡았었나요 영화
에서는.

언급해 주신 대로 졸라는 19세기
프랑스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tella.K 2021-07-03 19: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밀 졸라 목졸려서 안 보게되던데...
오래 전 <작품> 읽고 가위 눌려서 결국 포기하고
그후 목로주점인가? 뭐 하나를 더 도전했던 것 같은데
역시 좀 힘들더라구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ㅠ
암튼 무사히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1-07-03 19:21   좋아요 5 | URL
네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열심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알라딘 동지들의 응원 버프
에 힘입어, 빠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