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소설집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젊은 나이에 우리 지구별을 떠난 작가의 작품집. 그 사실 때문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하인리히 뵐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도 지구별의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유사 이래, 지구상에 전쟁(혹은 폭력적 분쟁)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나 싶다. 대화나 타협으로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국 무력이라는 폭력적 해결 방식에 호소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그동안 수립해온 이성에 의한 문제 해결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1972년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하인리히 뵐 작가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고발 문학을 자신의 주력상품으로 만들었다. 1951년에 발표된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역시 강제 징집되어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자전적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적 배경은 독일이 거의 모든 전선에서 몰리기 시작한 1944년의 여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암살 시도가 720일에 있었고, 암살 기도에 가담한 독일 장성들과 가담자들에 대한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이미 노르망디에는 미영연합군이 상륙했고, 동부전선에서는 복수심에 불타는 스탈린의 적군 이반 부대가 622일 강력한 바그라티온 공세를 개시해서 한 때 전유럽을 석권했던 나치 독일군 부대는 모든 전선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망조가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뵐은 파인할스라는 사병의 시선으로 혹은 다양한 군상들의 시선으로 패전이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시절에 대한 스케치를 시도한다. 이전까지가 타국의 점령지에서의 전투였다면 이제는 독일 본토를 사수하기 위한 다른 차원의 전투가 전방의 독일 병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련군의 맹공 앞에 독일 중부집단군이 궤멸적 패배를 당하면서 추축국의 일원이었던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운명도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신세가 되었다. 어제의 후방이 오늘의 최전방이 되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소련군의 가공할 카츄사 로켓탄 앞에 독일의 패전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우크라이나로부터 계속해서 후퇴하는 독일군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관학교를 마치고 이제 막 전선에 도착한 신입 장교들에 비해 전선의 하사관들은 그야말로 산전수전 모두 경험한 백전노장들에 가슴팍에는 훈장도 수두룩했다. 아무 것도 아닌 쇳조각 하나를 타기 위해, 그야말로 부나방처럼 총탄이 빗발치는 적진에 향해 뛰어드는 병사들의 심리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총합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미한 부상을 입고 후방으로 후송된 부상병들은 차라리 운이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전직 상인이었던 어느 상사는 토카이 와인 트렁크를 전선에서 끌고 다니다가 그만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생전에 애지중지하던 토카이 와인은 산 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그렇게 하인리히 뵐은 바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전달하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

 

독일군에게 함바 장사를 하고 숙소를 제공하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어떠한가. 아마 빨치산들이 파괴한 다리를 다시 만들고 또 다시 파괴하기를 거듭하는 독일군들의 기계적 행동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모르겠다. 게다가 매사에 꼼꼼한 이들은 이전의 다리보다도 더 튼튼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함바 아주머니는 생존을 위해 독일군들과 거래를 했을지 모르지만, 해방의 날 혹시 독일군 부역자로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을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심판의 날에 이성과 동정 따위는 아마 설 자리가 없었으리라.

 

파인할스는 우연히 만난 유대계 헝가리 여성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독일군에게 유대인들은 전멸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우리의 금사빠 주인공 파인할스는 말도 통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사랑을 느끼고, 또 유대인 여성에게도 키스를 날리고 훗날을 약속한다. 전쟁이라는 가혹한 조건이 청년 파인할스를 이런 상황에 몰아넣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전쟁이라는 상황이 비정상이다 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의 연속일 수밖에 없지 않나 추정해 본다.

 

독일군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파인할스가 사랑한 유대인 여성교사 일로너 커르퇴크의 운명 또한 기구하다. 자칭 노래를 좋아한다는 수용소장이자 골수 나치였던 필스카이트는 일로너에게 노래를 시키고 그녀가 기대 이상으로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녀가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총을 난사해서 그녀를 죽이고 만다. 혹시 일로너가 너무 노래를 잘해서 필스카이트의 마음에 들어 살아남는데 성공하지 않을까라는 독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하인리히 뵐이 냉혹한 현실주의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필요 없지 않나 싶다.

 

천신만고 끝에 종전 즈음에 고향으로 돌아온 파인할스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유탄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는 시퀀스는 정말 하인리히 뵐 다운 결말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렇지, 전쟁이라는 비극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지 해피엔딩으로 분식하면 안 되겠지.

 

소설의 제목이 등장하는 아담은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실존을 호칭하는 상징이다. 그리고 작가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서 인간성 상실의 현장이 된 전쟁의 와중에 너희 실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준엄한 질문을 던진다. 아돌프 아이히만을 연상시키는 필스카이트 같이 보통의 평범하고 충실한 이들이 전쟁의 톱니바퀴로 너무 성실하게 일한 나머지, 상상을 초월하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에 일조하지 않았던가. 아마 나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아무런 사유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수행하다 보면 정도에서 어긋난 궤도에 올라선 자신을 발견하고 낯설게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하던 일들을 그대로 속행하게 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사유하기를 멈춰서도 안 되고 또 깨달은 바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2-06-27 16: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배경과 스토리를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니, 빨려들듯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6-27 16:52   좋아요 4 | URL
부족한 리뷰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6-27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금사빠ㅡ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금생바ㅡ금방 생각을 바꾸는 사람
ㅎㅎ
저는 금생바인것 같아요
아까 미니님 사무라이 리뷰 댓글 달 때 받아들인다에 촛점 맞췄는데
레삭매냐님 글 읽고 사유하며 행동해야 된다가 삶의 이유같기도 하고요.
선택과 방향이 어렵지만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로서 또 넘 쉽게 말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인간 실존의 이유는 참 어려워요~~

레삭매냐 2022-06-27 17:01   좋아요 5 | URL
좀 더 짜임새 있는 리뷰를
쓰고 싶었으나, 지난 주에
읽고 미루다가 쓰다 보니
그러지 못하지 않았나 싶
습니다.

아무래도 진짜 전쟁을 경험
하지 못하고, 간접 체험을
하다 보니 전쟁의 후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질적으
로 느끼지 못하지 싶습니다.

실존 이유가 어렵다는 의견
에 격렬하게 공감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6-27 17: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안 그래도 찜해놓고 있었는데 레삭매냐님 덕분에 더 읽을 이유가 생겼습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고 함부로 말할 수 없겠죠. 저는 점점 말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전쟁만 해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분간이 안될 때도 많으니 말이죠.

레삭매냐 2022-06-27 19:43   좋아요 4 | URL
지난 주에 이 책 읽고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체험
한 작가가 그린 <전쟁일기>
를 보게 되었습니다.

비극인 전쟁이 현재 진행형
이라는 점이 믿어지지가 않
았습니다.

한국전쟁 장진호 전투를 너튜
브로 보고 책으로도 만나 보고
싶었는데, 여유가 안 생기네요.

새파랑 2022-06-27 18: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쟁문학의 해피엔딩은 역시 안맞는거 같아요. 전쟁은 무조건 불행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것들의 총합 ㅜㅜ

레삭매냐 2022-06-27 19:48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의 의견에 동의
하는 바입니다 -

전쟁문학이 해피엔딩이라
면 왠지 어울리지 않지요.

타자화된 전쟁으로 만나는
것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전
쟁은 천양지차가 아닐까 싶
습니다.

coolcat329 2022-06-27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은 꼭 사야 겠습니다. 하인리히 뵐이 2차 세계대전에 나갔었군요. 책 읽고 나중에 다시 꼼꼼히 읽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6-28 01:10   좋아요 2 | URL
다 좋은데 왠지 모르게
책이 가제본 책 같다는 느낌
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단가가 상대적으로 무척 쎄
구요. 그나저나 뵐 선생의 다
른 책들도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oolcat329 2022-06-28 06:45   좋아요 2 | URL
지만지가 책은 비싼데 책 상태는 또 그렇더라구요. 😮‍💨

mini74 2022-07-04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했어요. 유난히 우리동네 도서관엔 희곡을 찾아보기 힘든 ㅠㅠ 기대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폭력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 ㅠㅠ 비참하네요.

2022-07-04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7-04 11:12   좋아요 2 | URL
아 희곡이 아니군요 ㅎㅎ 고맙습니다 ~~
 
로버트 카파, 사진가
플로랑 실로레 지음, 임희근 옮김 / 포토넷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책들은 도서관에서 관외대출이 되지 않는다. 딱 일주일 전에 읽기 시작한 전설적인 종군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일대기를 그린 그래픽노블이 그런 책이었다. 장장 이주일에 걸쳐 도서관에서만 읽는데 성공했다.

 

1913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엔드레 에르뇌 프리드먼이라는 본명으로 출생한 로버트 카파는 베를린에서 사진가로 활동하다가 히틀러가 집권하자 파리로 무대를 옮겼다. 그의 부모는 유대인이었다고 한다. 트로츠키의 연설 사진으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파리 시절 생활은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미국식 이름이 자신의 활동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을 파악한 그는 로버트 카파로 개명하기에 이른다.

 

카파가 전세계적인 종군 사진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스페인 내전 취재였다. 프랑코가 이끄는 파시스트의 총탄에 맞는 순간을 포착한 <어느 병사의 죽음>은 그야말로 스페인 내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그런 사진이 되었다. 그래픽노블에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사진의 조작 논란에 대해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다.

 

스페인 내전에 동행한 카파의 여자친구 게르타 타로는 그 못지않은 사진 실력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파리에 간 있는 공화파 전차에 깔려 중상을 입고 죽었다. 타로가 찍은 사진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점은 시대적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헝가리 시절부터 그는 좌파 활동을 했는데, 스페인 내전에는 거의 공화파로 참전했다고 훗날 냉전기의 미국 관리들은 간주한 모양이다. 나중에 미국으로 귀화해서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로버트 카파는 고초를 겪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종군 사진가가 된 그는 많은 돈을 벌게 되었지만, 도박과 경마 그리고 흥청망청하는 씀씀이로 비판받기도 했다. 아마 어쩌면 이런 것들이 스페인에서 죽은 게르타 타로를 상실한 데서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위장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 편에 선 적성국가 헝가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취재에 제한을 받고 카메라를 몰수당하기도 한다. 어쩌면 사진 촬영이라는 것이 진실을 전달하는 당시로서는 가장 첨단 기술이기 때문에 사진이 창출해내는 유불리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추정해 본다.

 

일본과 전쟁을 치르던 중국에도 종군 취재에 나섰지만, 중화민국 총통이었던 장제스는 부하들에게 엄명을 내려 로버트 카파의 최전선행을 전력을 다해 막았다. 항상 가장 좋은 전쟁 사진은 최전선에 나온다고 굳게 믿었던 카파는 어쩔 수 없이 전선 후방의 모습들 밖에 다룰 수가 없었다.

 

도미 초창기만 하더라도, 뉴욕에서 식당사진이나 찍을 수밖에 없었지만 천생 종군 사진가였던 카파가 있을 곳은 역시나 바로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였다. 토치 작전으로 북아프리카에 상륙한 미군을 따라 다시 전장에 복귀한 카파는 이태리 전선의 격전지였던 몬테카시노에도 투입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불법과 합법의 미묘한 경계마저도 마다하지 않는 종군 사진계의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었다고 할까.

 

카파를 불멸의 종군 사진가로 만든 다음 무대는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었다. 미영 연합군이 마침내 서유럽을 장악하고 있던 나치 독일군을 무너뜨리기 위해 제2전선을 전개한 것이다. 이 위험천만한 상륙작전 당일에 카파 역시 독일군 수비대의 격렬한 저항이 펼쳐진 오마하 비치에서 목숨을 걸고 방수처리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공수된 카파의 필름들을 현상하던 현상기사의 실수로 많은 필름들이 날아가 버렸다는 설이 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살아남은 몇 장의 사진들이 긴박했던 당시의 역사적 순간들을 증언해 준다.

 

19455, 베를린 함락으로 마침내 유럽에서의 전쟁이 끝났다. 카파는 베를린에서 당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은막의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카파의 다음 무대는 할리우드였는데, 평생 종군 사진가로 활약한 그에게 영화 현장 사진이나 찍으라는 미션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이 즈음 미국의 문호 존 스타인벡과 소련 취재여행에도 나서게 되지만, 스탈린 정권의 엄격한 통제로 중국에서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 외에도 이스라엘 독립전쟁에도 사진 촬영에 나섰다가 허벅지에 유탄 부상을 입기도 했다. 1948년에는 17년 만에 자신의 고향 부다페스트에도 방문했다.

 

한편, 종군 사진가들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과 자신들의 노력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카파는 1947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같은 저명한 사진가들과 협동조합 방식의 <매그넘>을 설립하기도 했다. 사진 업계의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한 선구자 같은 인물이었다고나 할까.

 

1954년 일본을 방문하던 중,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이 벌어지던 베트남 취재를 의뢰받은 카파는 다시 전쟁터로 향했다. 40세의 종군 사진가는 디엔비엔푸에서 프랑스군이 패배한 뒤 베트남에 도착해서 자신이 활약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1954525, 카파는 프랑스군 부대와 행군 하던 중 지뢰를 밟아 사망했다. 최고로 위험한 전쟁터를 누빈 불사조 같았던 종군 사진가의 최후였다.

 

아주 오래 전에 타임라이프 <2차세계대전>에 실린 카파의 사진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좋은 사진을 위해 현장에 가까이 가라는 자신의 명언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고, 카파는 불멸의 역사적 기록들을 남길 수 있었다. 플로랑 실로레 작가가 전장을 누비는 카파의 용감무쌍한 모습과 도박이나 경마 혹은 방탕한 생활이라는 인간적 약점도 동시에 그래픽노블을 통해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어디에 있을까.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2-06-27 0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래픽 노블이군요.
집에도 종군기자와 관련된 책들이 꽂혀있는데 선뜻 꺼내 읽지 못했어요. 시간에 쫒겨서. 어떤 한사람의 삶과 관련된 책들은 그런것 같아요.
그래픽노블이면 잠시 시간을 낼수 있을듯요^^
저도 도서관 검색해봐야겠어요.
전쟁 사진 기록을 남기는 종군기자, 가까이 가야만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말, 목숨과 바꾸라는 뜻으로 읽히네요ㅠ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2-06-27 09:54   좋아요 3 | URL
한 사람의 삶에는 정말 다양
한 층위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소싯적에 사진을 좀
찍어 봤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고 싶다면
피사체에 최대한 가차이
다가 서는 게 사진 찍는 이
들에게 주어진 미션이 아닐
까 생각해 봅니다.

mini74 2022-06-27 08: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카파의 노르망디 사진을 참조했다고 봤어요. 카파 인생도 전쟁터같네요.

레삭매냐 2022-06-27 09:55   좋아요 4 | URL
오옷 그런가요?

어쩐지 라이언 오마하 비치
상륙 작전이 실감이 팍팍
나더라구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6-27 09: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래픽 노블로 생생하겠습니다. 관내 대출만 되는 도서가 있군요. 연인 게르타 이야기는 더 안타깝네요. 재능도 아깝고요. 서울에서 카파 사진전을 본 적이 있어요. 긴박함이 느껴지는 순간들.

레삭매냐 2022-06-27 11:09   좋아요 4 | URL
오 고저 부럽습니다.

저도 카파의 사진전에는
한 번 보러 가고 싶었으나
설이 너무 멀어서리 포기
했던 것으로.

찰나의 미학을 제대로
짚어낸 카파의 사진 다시
찾아 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2-06-27 11: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카파의 이야기에도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요. 저 노르망디 사진이 실제로 많이 흐리거든요. 그게 현상기사의 실수였는데 이 사진을 실은 신문사가 카피를 기가막히게 뽑아서 오히려 전장을 더 실감나게 했다는 설이 있어요. 그 카피가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데.... ㅎㅎ

레삭매냐 2022-06-27 11:37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

카피는 카파 평전의 제목으로도
쓰인 것 같더라구요. 제목 한 번
기가 막히게 뽑지 않았나 싶습니
다.

요절한 사진가의 전설 같은 이야기
들이 드라마틱하게 다뤄진 그래픽
노블이라고 생각합니다.

coolcat329 2022-06-27 21:01   좋아요 1 | URL
이 책 있네요. 제목 정말 멋져요.

coolcat329 2022-06-27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도서관은 그래픽노블이 대출이 안되나요? 야박하네요.ㅠ
근데 이렇게 대단한 분의 최후가 참...너무 안타깝습니다.
아 이 책도 당장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6-28 01:09   좋아요 2 | URL
모든 그래픽노블들이 그런 건
아닌데 특정 책들은 관외대출
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글밥이 제법 돼서
2주에 걸쳐 읽게 되었네요.

말씀해 주신 대로,
카파의 죽음은 참 안타까웠
습니다.
 
로빈슨 크루소 을유세계문학전집 5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무인도 표류 소설의 시원이 되는 작품. 어쩔 수 없는 작가의 제국주의적 시점이 불편하지만, 어려서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잡아낼 수가 있어 좋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06-21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로빈슨, 15소년 너무너무 좋아했던 어린이ㅠㅠ 알고보면 전 제국주의를 꿈꾼 ㅎㅎ어린이? 반가운 책이네요 ~~ 그러고보면 김씨표류기도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에요 *^^*

레삭매냐 2022-06-22 09:03   좋아요 2 | URL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도 모르게제국주의에
세뇌된 어린이였던 것으로.

김씨표류기 아직 보지는 못
했지만 숨보명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미미 2022-06-21 1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과거의 책들은
시대적 결함?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듯해요.

모르고 읽다가 역사 공부하고 다시 읽으면 풍경이 달라 보이고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고요.

그땐 그런대로 좋고 이땐 이래서
또 의미있는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06-22 09:04   좋아요 2 | URL
그니깐요 -
원체 오래 전에 쓰는 책이다
보니 요즘 같은 시절에는 맞
지 않는 부분들이 다수 포함
되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고전의 맛을 읽을 때마다 걷
어 들이는 게 다 다르다는 게
아닐까요.
 
포근한 밤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동안 싼마오의 책들을 제법 읽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나의 그런 생각은 판단착오였다. 계속해서 새로운 싼마오 작가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 수십년 인연 덕분인지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여전히 흥겹고 즐거운 싼마오 작가의 글들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그녀의 책들이 인기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첫 번째로 그녀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여전사 내지는 쌈닭 같은 이미지 덕분이 아닐까. 서양도 아닌 동양에서 온 여성이 세상의 불의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맞서 싸우는 장면은 정말 통쾌했다. 잠시 경유하기 위해 들른 영국의 공항에서 밀입국 혐의로 수감까지 되었지만 싼마오는 이에 1도 굴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저항한다.

 

모지리 신랑 호세가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혹사를 당할 때도, 당당하게 고용주에게 할 말 하지 않을 말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쏘아 붙인다. 물론 싼마오의 강약 조절도 탁월했다. 무턱대고 질러대는 게 아니라, 부당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 집안 청소와 중화요리 대접 같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 바로 이거지!

 

두 번째로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의 에피소드에 MSG를 가득 담아서 진수성찬 같은 이야기를 재창조해낸다는 점이다. 항구에서 200페세타를 간절하게 요청하는 노르웨이 출신 부랑자와의 만남을 보라. 보통 사람 같으면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정이 철철 넘치는 세계적 오지라퍼 싼마오의 성정을 예의 부랑자는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결국 싼마오는 거머리같이 달라 붙는 부랑자에게 500페세타를 건네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냥 동냥이 아닌 정말 도움이 필요한 그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할 뻔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데이라 유람기에서도 천사상을 한 개만 사겠다는 싼마오와 네 개 세트가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노인장의 다툼은 또 어떠한가. 그러니까 싼마오가 사고 싶은 천사상은 지붕 모서리마다 달아야 한다는 그 동네 전통이라는 거다. 그걸 모르는 싼마오에게 단품은 절대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등을 돌려 버리는 주인장! 대단하지 않은가. 이런 주인장의 기개와 그걸 또 품고 이해하려는 싼마오의 이해심, 바로 이런 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빛나게 만드는 그런 요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싼마오가 주유하는 이국적인 풍경들이라고 감히 선언하고 싶다. <사하라 이야기>에서는 스페인령 서사하라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선사하지 않았던가. <포근한 밤>에서는 스페인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와의 인터뷰를 필두로 해서 여전사 싼마오가 아니라면 도저히 가볼 수도 없는 그런 미지의 세계를 간접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황량한 사막에서 느끼는 절대 고독의 느낌들, 악랄한 고용주에게 월급이 체불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당하는 신랑 호세를 대신해서 맞서 싸우는 모습에는 사이다 필링이 느껴지지 않았던가.

 

아무 생각 없이, 심지어 사전 연락 한 번 없이 히피 같은 생활을 하는 공동체를 찾아가는 모습도 나는 마냥 부러웠다. 그렇게 찾아온 벗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지기들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혼자 살던 시절에는 지인의 요청으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집에서 재워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져 버린 미션일 뿐이다. 그 시절에는 아주 오래 시간이 흘러 뭐 그땐 그랬지하게 되리라는 걸 나는 알았을까.

 

일상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싼마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산 사람은 또 아니었다. 싼마오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나는 나중에 과연 어떤 사람으로 나를 아는 이들에게 기억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오디오가 빌 시간이 드물지만, 나홀로 있는 시간에는 참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니 말이다. 더불어도 좋고, 나홀로도 좋은 특이한 캐릭터가 나라는 인간이 아닐까 싶다.

 


싼마오의 책들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한 점 하나가 있었다. 과연 그녀는 호세의 죽음에 대해 어떤 글을 남겼을까. 호세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 스페인에 있는 시월드의 반응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주제는 어쩌면 싼마오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주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뱀다리] 호세 마리아의 다이빙 사고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뉴요커에 나온 글이 있어서 참조하게 되었다.

 

싼마오의 본명은 천핑으로 1943326일 태어났다. 1967년 마드리드로 유학을 떠난 싼마오는 그곳에서 16세 소년 호세 마리아 쿠에로 이 루이즈를 만났다. 당시 호세는 나이가 들면 싼마오와 결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한다.

 


투어 가이드 그리고 향수 모델 활동을 하던 싼마오는 당시에 인기가 많았는지 청혼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서독에서 만난 남성과 결혼 직전까지 갔으나 그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다시 마드리드로 간 싼마오에서 다시 호세를 만나게 되었고, 19744월 서사하라로 가 그곳에서 호세와 결혼했다.

 

1975년 가을 스페인이 서사하라에서 철수하게 되었을 때, 싼마오와 호세 부부 역시 맨 마지막으로 그곳을 떠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 안착하게 되었다. 자존심 강한 스페인 남자 호세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 고생한 모양이다. 아마 이 시절에 멀리 나이지리아까지 가서 8개월 동안 고생을 한 기록이 <오월의 꽃>으로 탄생했다.

 

1979년 싼마오의 부모님들이 싼마오와 호세를 방문하는 동안, 호세(당시 27)가 잠수 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싼마오는 그로부터 12년 뒤인 19911447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호세가 죽기 전에 그녀의 작품들에는 즐거움과 유머가 가득했으나, 그후에는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죽기 전에 중국 본토에도 방문했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다른 기사들을 찾아보니 당시 사진들을 만나볼 수가 있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2-06-20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싼마오의 책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호세가 잠수사고로 사망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보니 슬퍼져요ㅠㅠ; 그녀 또한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에 관한 글을 그녀가 남겼을까 너무 마음 아파서 글로도 쓰지 못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6-20 11:07   좋아요 2 | URL
문나이트님 덕분에 <포근한 밤>
의 존재를 알게 되었답니다.
감사합니다.

희망도서로 도서관에서 수배해서
읽었어요.

그렇지요, 호세와 싼마오의 삶이
비극적이어서 참 그렇더라구요.

거리의화가 2022-06-20 1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합니다. 싼마오의 책들이 궁금해졌어요^^

레삭매냐 2022-06-20 11:08   좋아요 3 | URL
아주 어려서 읽고 정말 재밌다
싶었답니다 :>

나이 먹고 읽어도 여전히 재밌
네요.

mini74 2022-06-20 1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하라 이야기 넘 재미있었어요.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대책없어 보이기도 하면서 재미있었고 행복해보였는데 ㅠ

레삭매냐 2022-06-20 19:04   좋아요 1 | URL
처음 만났을 적에는 잘 몰랐
었는데, 나중에 후일담을 듣
고 나니 참, 그렇더군요.

떠돌이 2022-07-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세의 죽음에 관해 남긴 글도 있고, 시월드의 반응을 쓴 글도 있어요. 시월드 특히 시아버지 반응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