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其心 實其腹 (허기심 실기복)

 弱其志 强其骨 (약기지 강기골)



 

 원문 그대로 해석해보자.




 <그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실하게 하라.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하라>라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한 마디로 역설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이다. 나부터도 그렇고 세상에는 얼마나 이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가? 나도 이 문장을 대하고 지난날을 오랫동안 되돌아보았다. 마음을 비우고 배를 튼튼히 했는가?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했는가?

 아니다. 뜻만 높아 그 높은 뜻을 좇는 것에 미쳐 뼈를 튼튼히 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 마음을 비우지 못했고 목표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책 만드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그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실하게 하라.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하라> 그  뜻을 제대로 실천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성인에 오른 여러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자의 제자 안회가 생각난다.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안회. 공자는 왜 안회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을까? 스스로 깨달은 인의 사상을 세상에 펼쳐 세상과 사람을 구하고자 했던 사람 공자. 그런 공자가 안회의 죽음을 대하고 보인 인간적인 슬픔의 한 장면은 그가 얼마나 안회를 아꼈는지 증명해 준다.




 “공자는 안회의 관을 보자마자 신고 있던 신을 벗어 땅을 세 번 치며 이렇게 외쳤다. 하늘이 나를 버리셨도다! 하늘이 나를 버리셨도다! 하늘이 나를 버리셨도다!”




 공자는 왜 이처럼 슬퍼했을까? 자신을 능가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안회였기 때문이다. 안회는 오히려 공자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가난해서 병이 나고 몸이 아파도 학문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 치도 흐트러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위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자는 더욱 안회를 아끼는 것이다. 노자가 이야기한 虛其心 實其腹(허기심 실기복) 弱其志 强其骨(약기지 강기골)의 뜻이나 안회가 이야기 한 安貧樂道 (안빈낙도_ 가난해도 만족할 줄 알며 도를 즐길 줄 안다.)의 뜻도 거의 같은 경지에서 나온 이야기다.




 노자와 공자, 안회 이야기를 통해 많이 에둘러 왔다. 그 진정한 뜻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한 마디로 잔꾀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잔꾀를 부릴 시간이 있으면 오히려 스스로 배를 튼튼히 하라는 말이다. 또 멀리 길을 가려거든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하라, 즉 잔꾀를 부리지 말고 강건한 체질을 세우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가르침이다.




 내가 출판을 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지키려고 하는 것이 3사를 금한다는 원칙이다. 많은 유혹과 기회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신입직원들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는 <3사를 금한다>는 원칙을 어기면 바로 해고 시키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3사 금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사재기 하지마라 - 인위적으로 독자의 요구를 조작하지 마라.


 2. 사기치지 마라 - 좋지 않은 내용을 좋은 것으로 꾸미지 마라.


 3. 베끼지 마라 (베낄사, 따라하지 마라) - 따라하지 않아도 세상은 넓고 할 이야기는 많다.




 잔꾀를 부리지 말고 강건한 체질을 세우기 위해 내가 내 자신과 했던 약속이며, 이제는 우리 출판사의 가장 중요한 출판 정신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출판 정신이 되는 환경이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출판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작은 소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스워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우리의 자세를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뜻만 높아 그 높은 뜻을 좇는 데 미쳐 뼈를 튼튼히 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는 아픈 반성이 뼈에 사무치도록 내 자신부터 원칙을 더 튼튼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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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항상 따라다니는 5가지 질문
 
피터 드러커는 모든 기업은 항상 5가지 질문을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유명한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5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what is our business?)
2. 고객은 누구인가? (who is the customer?)
3. 고객에게 가치란 무엇인가? (what is value to the customer?)
4. 우리의 사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what will our business be?)
5. 우리의 사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what should our business be?)
 
출판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거시적인 질문이지만 이 질문들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통찰을 요구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첫 번째 질문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what is our business?)에 대한 것, 즉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나는 직원을 채용할 때마다 이 질문을 꼭 해본다. 출판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사람마다 다양한 대답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나 또한 많은 고민 후에 내린 대답이 있는데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출판이란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명제를 더 쪼개어 생각해 본다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기획편집의 영역이고, <판매하는 행위>는 마케팅의 영역일 것이다.
마케팅 영역의 중요성이 갈수록 확대되어가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는 기획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영역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오히려 상품기획이나 상품개발에 관한 것은 마케팅 영역으로 통합되어가고 있다. 오직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잘 이해할 것인가? 그리고 또 소비자의 욕구를 필요 충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필요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가?>하는 물음들은 내가 기획자로서 내 자신에게 언제나 묻는 질문이다. 
 

먼저 인쇄 기술을 배우다

대학 4학년을 마치면서 학창시절에 품었던 내 삶의 원칙을 놓지 않고 더욱 열심히 살고 싶었다. 당시 당면한 군대문제도 해결해야 했지만, 노동현장에서 일하면서 생생하게 삶과 마주하고 싶었다. 우선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상계직업 훈련원 사진제판과에 입학했다. 나는 그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으나, 갓 스무 살이 된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과 1년 동안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론적인 것과 실질적인 기술과의 결합을 보면서 막연히 가졌던 관념적인 생각을 많이 깰 수 있었다. 여기에서 국가자격증 두 개를 획득했는데, 사진제판사 기능사 2급 자격증과 사진촬영기능사 2급 자격증이 그것이다. 우선 이 기간을 통해 인쇄와 제판의 원리와 과정을 이론과 실습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이 결합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병역 특례업체로 들어가게 된 곳은 ‘(주)대흥’이라는 회사였는데 150여 명 정도가 근무하는 중견 중소업체였다. 주로 박스나 쇼핑백을 인쇄해서 국내 대기업에 공급하거나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회사였다. 제판, 인쇄뿐만 아니라 코팅, 합지, 도무송, 완제품의 가공 조립까지 모든 과정이 회사 내에서 처리되었다.
나는 제판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제판실에서 주로 고바리(소첩)와 하리꼬미(대첩), 그리고 소부를 담당했다. 그러나 인쇄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필름의 상태(아미의 상태)와 그 상태를 적절한 소부를 통해 판에 옮기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3년 동안 매일 같이 잔업과 야근 속에서 살았다. 또한 소부가 잘못되어 인쇄가 잘못되면 인쇄 기장들이 머리 끝까지 화를 내면서 다짜고짜 인쇄판을 나에게 던지는 수모를 여러 번 당했다. 나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제판기술과 인쇄과정 하나하나를 배워 나갔다. 또한 필름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그것을 감안해서 색깔을 맞추는 법, 인쇄가 짙게 나올 때 인쇄를 더욱 밝게 하는 법 등 다양한 제판기술을 터득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배운 것은 기술적인 차원의 것만은 아니었다. 3년 동안 이곳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인쇄기장들의 색깔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능력과 그것을 제품으로 표현하는 능력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다만 그만두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들이 자기 자신이 가진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체계화시키지 않는다는 것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출판계에 들어와서

나의 출판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정식으로 출판계에 들어온 것은 1998년 12월이니, 어느덧 10년째에 들어선다. 처음 들어간 출판사는 대학 때 함께 서울지역대학생문학연합회에서 활동하던 선배가 창업하는 회사였다. 그 회사에서 처음 나에게 떨어진 보직은 영업과장이었다. 그때, 나는 신입사원으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매일 거래처를 확보하러 다니느라고, 구두창이 닳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다녔다. 그때는 신생 출판사라 거래를 해주지 않는 서점들도 꽤 많았는데, 그 서점에서 퇴짜를 맞고 돌아 나오면서 눈물 바람도 많이 맞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언젠가 꼭 좋은 책을 출간해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오면 크게 떵떵거리리라는 발찍한 마음을 먹기도 하였다. 그러나, 출판사는 속수무책이었다. 처음 책 3권을 펴냈는데 그 3권이 모두 다 물을 먹었고, 이내 사장의 창업자금도 바닥이 보이는 듯 하였다. 힘들다 보면 남의 것이 크게 보이는 법이라 당시 내가 가장 부러워한 출판사는 5~6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면서 매달 수금 3천 만원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출판사였다. 우리는 언제 그런 안정적인 출판사를 만들까? 그때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나의 그 바람은 1년 남짓 지나 이루어졌지만, 신생 출판사의 창업 과정에서 느낀 아픔이 참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내게는 우리 출판사 책들이 서점 매대에서 빠질 때마다 느끼는 고통이 다른 무엇과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컸는데, 그 때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안 될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하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 백 번, 수 천 번씩 나를 괴롭히곤 했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보니 내가 창업멤버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참 행운이었다. 선배의 창업초기 어려움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이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출판을 배워오며, 마음속으로 스승으로 여기는 분들이 세 분 있는데, 내가 출판계에서 만난 3명의 스승 중 첫 번째 스승을 여기에서 만났다. 그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첫 회사였던 미다스북스의 류종렬 사장이다. 사장은 나에게 편집이란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준 사람이다. 그가 보여준 콘텐츠 완성에 대한 집요함, 끈질긴 열정, 편집광적인 꼼꼼함은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3가지는 죽어도 하지마라

나의 두 번째 직장은 거름출판사였다. 초반에 내가 맡은 업무는 영업부장과 제작업무였다. 그리고 그 후에는 주로 기획 업무을 담당하게 되었다. 나에게 기획을 가르쳐주고 기획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 분이 바로 거름출판사의 하연수 사장이다. 나의 출판계 두 번째 스승이다.
하연수 사장이 나에게 가르쳐준 기획의 원칙은 딱 한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 잡지를 보았을 때, 좋은 아이템이 떠오르면 그 즉시 전화기를 들어라. 전화기를 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획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것을 내 기획의 실천행동 강령 제 1호로 삼고 있다.
내가 거름에서 배운 또 하나의 소중한 자산은 기업문화이다. 문화상품은 창의성을 먹고 살아간다. 구성원 개인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출판사는 도태된다. 이런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출판사의 문화이다. 거름출판사의 문화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외국의 콘텐츠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콘텐츠 생산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부족하더라도 국내 콘텐츠를 생산, 개발하고 좋은 국내 필자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거름에는 3불가론(不可論)이 있다. 많은 출판사들이 사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거름출판사가 사재기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철저히 3불가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거름의 3불가론은 다음과 같다.
 
1. 사재기 하지 말 것 - 인위적으로 베스트를 만들지 않는다.
2. 사기치지 말 것 - 좋지 않은 콘텐츠로 독자를 속이지 않는다.
3. 따라하지 말 것 - 따라 하기는 죽음이다. 따라 하려면 포기하라.
 
거름에서 배운 이 3불가론은 다산북스의 중요한 출판 철학이기도 하다. 이 3불가론과 함께 거름이 경계했던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거대출판사의 기획자들이 범하는 3가지의 오류이다. 거대출판사 기획자들의 3가지 기획유형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계보의 기획 - 국내외 유명 필자 계보의 책 출간을 독점한다.
2. 연착륙의 기획 - 아마존의 흥행 성공을 한국에 연착륙 시킨다.
3. 가로채기 기획 - 작은 출판사가 필자를 발굴해 놓으면 빼앗아 자기 필자로 만든다.
 
기획을 하며 나도 이런 유혹에 많이 빠지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 부분이 거름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세상에는 책 낼 사람도 많고, 아이템도 많다, 다른 출판사 것에 욕심내지 말라는 일침이 내려졌다.
 

기획, 하면서 배운다

나는 기획에 ‘기’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획을 시작했다. 오직 사장이 준 원칙 하나 가지고 겁도 없이 뛰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기획을 배우게 되었고 또 내가 기획하는 책들이 소비자들의 욕구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처음 영업을 하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생각들이 출간 과정에서 하나하나 책의 제목이 되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영업달인에게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 『나의 몸값을 10배 높여주는 6가지 방법』, 『최강 영업팀 만들기』, 『영혼을 사로잡는 50가지 서비스 기법』등의 책이 그것인데, 이것은 책의 제목임과 동시에 당시 정말 영업의 달인이 되고 싶고, 몸값을 올리고 싶고, 최강 영업팀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바람이기도 하였다.
본격적으로 기획을 하면서 기획과 마케팅에 관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나의 고민을 독자들의 니즈 측면해서 다시 생각해보았고,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책들이 있다.  『브레인 스토밍』, 『마케팅 플래닝』, 『맥킨지식 사고와 기술』, 『맥킨지식 전략시나리오』, 『브랜드 네이밍』, 『1page 마케팅』, 『광고 불변의 법칙』, 『손익분기점을 배우자』, 『좋은 컨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시나리오 씽킹』등이 그것이다. 기획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책들이었고, 예상외로 반응도 괜찮았다.
이후 회사전체의 기획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진행하면서 기획했던 책들에도 나의 문제의식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 『사람의 기를 살리는 칭찬의 기술』, 『총각네 야채가게』,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종자돈 1억 만들기』, 『부자들의 저녁식사』등인데 나에게 있어 이즈음은 회사 내의 사람관계와 인맥, 진로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 된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 출판계에 들어오면서는 서른 다섯 살이 되면 꼭 창업을 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는데 그 계기가 된 책이 바로 그즈음 기획한 책이다.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라는 책인데 이 책을 만들고 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 같다.
나에게 거름은 기획을 배우고 가르쳐 준 고마운 회사이다. 나는 가끔 우스갯 소리로 우리 출판사 직원들에게 거름이 친정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은 떠났지만 어깨너머로 거름을 들여다보고 거름의 무한한 발전을 마음으로 빌고 있다.
나는 창업을 결심하면서 내가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수없이 묻고 물었다.  창업이라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거름 출판사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내가 가진 문제의식은 하나의 출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우리 출판계의 3가지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1. 보상의 체계가 명확하지 않다.
2. 교육의 체계가 없다.
3. 비전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당시 나는 보상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누구의 도움이나 공동의 협력 없이 나 혼자의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교육해야 했고, 스스로의 비전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다른 출판 조직의 모델을 꿈꾸게 되었다. 
 
 
3가지 시스템을 만든다

창업의 과정에서 만난 분이 위즈덤하우스 김태영 사장이다. 이 분을 나의 3번째 출판계 스승이라 여기고 있다. 이 분은 내가 고민해온 문제 즉, 위에서 말한 3가지에 대해 이미 고민하고, 개선하고자 실천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제도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출판사 내에서 <보상>, <교육>, <비전>에 대한 명확한 개선이 있다면, 지금처럼 이 많은 편집인들과 영업인들이 우후죽순처럼 성공확률이 적은 창업의 과정에 나설까?’하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이 세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각자 외롭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함께 좋은 출판사를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김태영 사장을 만나서 배운 여러 가지 중에 가장 큰 깨달음은 결국 기획, 마케팅, 편집도 성공하려면 결국 하나의 조직을 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뛰어난 기획자나 마케터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이제 출판계도 뛰어난 몇몇 개인의 능력에서 벗어나 출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는 노하우을 통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개인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기획과 마케팅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려고 자신을 채찍질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뛰어난 기획자나 마케터가 되기보다는 가장 뛰어난 기획편집본부, 마케팅본부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김태영 사장과의 만남은 단편적으로 생각했던 출판의 기획이나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소중한 출발점이 되었다.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그런 과정이었다.
 

기획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원고를 쓰기 위해 고민하다가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 중에 내가 평소 기획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 그대로 잘 정리한 글이 있었다. 에코의 서재 조영희 사장이 쓴 <책을 창조하여 사는 기쁨>이라는 글이다.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본다. 기획자는 무엇으로 살까? <창조적 열정과 기쁨으로 산다>고 생각해 본다. 책을 기획하고, 컨셉을 잡고, 제목, 목차, 광고를 만들며, 그 모든 과정에 기획자의 숨결이 살아있을 때 그 책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가슴도 함께 뛴다는 진리를 믿는다.
모든 책은 먼저 기획자의 가슴에 창조적인 변이현상이 일어나야 독자가 그것을 읽을 때, 독자의 가슴 속에도 변이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모든 책은 독자의 가슴 한 켠이라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기획하는 사람의 가슴을 한 켠이라도 울릴 수 있어야 독자에게 비로소 감동과 즐거움으로 전이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출판의 길에 작은 첫발을 내딛고,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기획자의 짧은 생각이다.
 

다산의 꿈을 생각하며

<다산북스>는 다산 선생님의 호 다산을 따다 지은 이름이다. 그만큼 우리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다산선생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또한 우리 출판사의 인문역사 브랜드는 <다산초당>이다. 처음 출판사를 시작하기 전에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에 가서 다산 선생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며 500 여권의 책을 저술하신 것처럼 저도 출판사를 하게 되면 세상에 좋은 책 500권을 내놓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제 첫걸음을 한 지 4년째 되어가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신변잡기적인 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필립 코틀러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케팅을 기획이라는 단어로 교체해서 읽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마케팅(기획)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신념은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 활동 없이도 잘 팔리는 상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마케팅(기획) 관리자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아직 충족되지 않는 욕구, 혹은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해결책 등)를 알아내고, 그것으로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 필립 코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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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올리는 사람의 첫 번째 습관은 바로 <공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자신이 조직의 리더나 상사에게 무엇을 공헌해야 할 것인가를 묻고 그 답을 얻게 되었을 때,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공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부분부터 확인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일까? 그리고 일이 마무리 되어야 하는 날로부터 거꾸로 시작해서 일정표를 작성하고, 어떻게 시간을 분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사고할 것이다.

인간에게 누구나 동등하게 주어진 자원이 바로 시간이며 동시에 가장 제약된 자원도 시간이다. 그가 아무리 중요한 사람일지라도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그에게 하루 24시간이 아닌 25시간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이 많은 사람은 자본을 통해 투자와 사람을 더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은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시간을 중요한 일에 써야하고 아껴 써야만 한다. 일을 하면서 능률이 잘 오르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시간을 중요하게 쓰기보다 급한 일에 쓰는 사람은 언제나 허둥대고 매일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산다.
 
도대체 중요한 일이란 무엇일까?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급한 일이란 무엇일까?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일’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중요하고 급한 일에 자신이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나 그 일이 또 급한 일이면서 중요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을 급하지 않고 중요한 일의 상태에 해결하는 것이 시간 관리의 선순환을 만드는 조건이다. 물론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는 일은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도록 지시하고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서는 당장 손을 떼야한다. 
 
시스템에 맡기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서 손을 떼어서 얻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그 시간을 덩어리 시간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덩어리 시간이란 내가 중요한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말한다. 자투리 시간을 가지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다. 중요한 일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아침 9시 출근하여 저녁 6시까지 일한다고 치자. 오전에 덩어리 시간을 10시~12시, 2시간 정도 확보하고 오후에는 2시~5시까지 3시간의 덩어리 시간을 확보한다고 하자. 그러면 일주일에 10개의 덩어리 시간이 확보되고 나머지 시간은 자투리 시간이다. 이때 중요한 일정이나 일을 먼저 덩어리 시간에 배치하면 그게 바로 스케줄이 된다. 일주일의 중요한 스케줄이 없는 사람은 시간을 중요한 일에 분배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나도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 다산북스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리드타임(급한 일이 아닌)이 필요한 일을 열거해 보고 그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1. 핵심저자 관리  2. 전략아이템 발굴  3. 다산북스 목표와 비전의 공유  4. 각 브랜드 정체성 확립  5. 다산북스 일하는 방식의 확산  6. 직원들과의 지속적인 학습과 대화  7. 인재발굴 및 업무 재배치  8. 출간 컨셉 회의  9. 독자와의 대화  10. 원활한 자금의 확보 
현재 나에게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들이다.
 
급하면서 중요한 일은 다음과 같다.
1. 마케팅 실행 점검하기  2. 광고 작성 및 실행 점검하기  3. 최종 단계에서 책 표지 문구 점검하기  4. 원고 읽기  5. 결재하기  6.베스터 셀러 읽고 분석하기  7. 시장 상황 모니터링 하기  8. 팀장들 교육하기 9. 급하게 찾아오는 사람 만나기  10. 전체적인 프로세스 점검하기
 
현재 내가 맡고 있지만 차츰 이 일을 전부 팀장이나 담당자에게 전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만 내가 좀 더 중요하면서 리드타임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나의 일과 시간을 펼쳐놓고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는 일을 구분하고, 일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명확히 파악하고, 비생산적인 요소의 시간을 줄이고, 그래서 얻어진 자유로운 시간을 덩어리 시간으로 확보하기 위해 철저히 기록하고 분석한다. 현재의 목표는 하루에 3개의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여 일주일에 확보된 15개 덩어리 시간을 통해 15가지의 중요한 일과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성과를 올리는 사람의 두 번째 습관은 “자신의 시간을 어디에 투자해야할지를 안다”는 것이다. 시간은 무형이다. 실체가 없다. 시간관리란 “그 무형의 실체를 유형의 것처럼 느끼고 사용하는 능력”이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일가를 이룬 대가들은 모두 그 능력을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 능력을 몸에 달라붙도록 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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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나 회사에서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이 하면 성과가 나고 어떤 사람이 하면 성과는 나지 않고 오히려 그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나 팀장들은 그 성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계속해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해고 되거나 좌천되는 경우가 기업에서는 부지기수로 나타난다.
그럼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만약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을 벤치마킹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공통점은 없다.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학창시절 모두 공부를 잘 했다거나, 모두 잘 생겼다거나, 또는 모두 외형적인 성격을 가졌다거나 하는 공통점은 없다.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나 존재를 성과에 연결시키는 습관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즉 그들은 성과를 올리는 습관을 몸에 붙이고 있고 그 습관의 힘을 사용해서 계속해서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다.
 
성과를 올리는 습관을 몸에 붙이기 위한 그 첫 번째 능력을 알아보자. 조직에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을 눈여겨봐라. 그가 성과를 올리고 있다면 차차 말하게 될 5가지 능력을 이미 소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공헌할 것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다. 그리고 상사와 리더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묻는다.
“저에게 이번 일에서 기대하는 성과가 무엇입니까?”
물론 그가 대표라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그래서 경영자는 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하고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해야 하기 때문에 고독한 것이다.
 
나도 우리 회사의 2명의 PM(프로덕트 매니저)들을 불러놓고 그런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사장님은 제가 맡고 있는 이번 책에서 어떤 성과를 기대하시나요?”
그래서 나는 2명의 PM에게 각각 다음과 같이 짧게 답변에 주었다
“정대리가 맡고 있는 『리버보이』는 다산책방이라는 브랜드가 청소년 문학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아이템이다. 그래서 이번에 그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베스트셀러는 물론 최소한 2만부 이상이 판매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대리가 맡고 있는 『블라인드 스팟』은 다산초당 브랜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전략상품이다. 일단 역사분야에서 강력한 브랜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다산초당의 브랜드를 인문교양분야로 확장하기위해 많은 투자를 해서 선택한 아이템이다. 인문분야 1위는 물론 3만부 이상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조금 버거워하는 것 같았지만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공헌할 것인지가 확실하게 잡혔는지 새로운 의욕과 결의를 세우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자기 자신이 공헌할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인식하게 되면 그 사람은 업무(work)에서 눈을 돌려 목표(task)에 초점을 맞춰 일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단지 일의 사이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춰 가장 중요한 문제들부터 해결하면서 일을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을 우리는 “전략적으로 일한다.” “프로페셔널하다.”라고 말한다. 
 
나도 언제나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현재 위치에서 공헌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자꾸 속삭일 때마다 ‘공헌’이라는 단어가 내 가슴 속에서 울림을 만든다.
공헌 - ‘힘을 써서 이바지함’. 이 단어를 다시 소리 내어 읽을 때마다 내가 진실로 내 조직과 직원들을 위해 힘써 이바지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고, 그 물음을 계속할 때 나도 모르게 ‘공헌’이라는 단어가 눈물을 핑 돌게 할 때가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조직이든, 가정이든,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든 그것을 위해 진실로 ‘힘을 써서 이바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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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시작한 지 4년이 가까이 되어 가고 있다. 아직 초보 경영자인 나는 자주 내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경영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꼭 내가 ‘경영’이라는 것에만 한정에서 던지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출판’ ‘단행본’이란 무엇인가? 언제나 무슨 일을 하거나 풀어갈 때 그 업의 본질적인 정의가 나의 언어로 정립되지 않는 경우에는 단지 다른 사람이 정립해온 것을 차용해서 말하는 앵무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5학년 동안 경영학 전공 수업에 들어간 것은 전체 강의 시간의 1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9할은 길거리에서 데모하고 사람을 조직하고 학습하고 시를 쓰는 데 보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는 강의 시간에 절실하게 내가 느낀 것은 경영학의 조직론과 운동권 조직론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쪽은 이익이, 한쪽은 독재타도가 가장 우선인 것이 극명하게 다를 뿐 이념과 비전을 정립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조직하고 선전하는 것은 모두 동일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경영학을 잘 활용하면 좋은 학생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경영학에 관심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학기 만에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명색이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경영학이 무엇인지 누가 물으면 그 질문에 답해주어야 쪽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대학생활 10여년을 회상하며 일주일 동안 궁리와 궁리를 해서 찾아낸 것이 바로 경영이란 ‘총체적 문제해결의 학문’이라는 정의였다. 총체라는 언어는 사회과학에 기댄 것이었고 만족도 불만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마케팅 서적을 즐겨 읽었다. 나는 그때 필립 코틀러가 매우 인상적이고 내 코드에 맞았다. 필립 코틀러가 나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킨 말 한마디가 있다.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이란 “광고 없이 제품이 스스로 판매 되도록 하는 행위”라는 말이었다. 나는 초보 마케터 시절 이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모시며 ‘마’자 들어간 책들은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그러자 내가 사랑한 단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틈새’, ‘컨셉’, ‘퍼뜩임’, ‘네이밍’, ‘포지셔닝’, ‘문제해결’, ‘전략’, ‘성과’ 등등...... 그 언어들을 내 언어로 정립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런 언어들에 잡혀있었을 때 그때는 잠시 경영이란 단어를 잊은 듯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경영이란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내가 의존한 것은 맥킨지와 피터 드러커였다. 맥킨지를 통해 “문제를 논리적으로 바로 보면 분명히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과  “프로폐서널한 사람은 성과를 내고 조직에 공헌한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피부에 박혔다. 맥킨지와 피터 드러커를 반복해서 읽었다. 많은 공감이 있었다.

경영자가 되고 나서 나는 ‘경영이란 총체적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를 내렸다. 성과는 필립 코틀러와 대표라는 책임감이 만들어 준 언어다. 다시 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변화하는 환경’ 과 ‘인재’다. 결국 중소출판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해야하며 나보다 청출어람하는 인재를 육성해서 출판의 미래를 개척해야만 한다. 

결국 내가 15년의 삶을 통해 얻은 경영의 정의는 “경영이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좋은 인재를 발굴하여 총체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출판이 효율성이 작은 산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은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며 효율성이 높은 산업이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미래가 매우 밝은 산업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뛸 생각이다.

이런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요즈음의 친구는 노자다. 작년에 삼인에서 나온 노자의 도덕경(장일순 선생님 풀이)을 아침마다 30분씩 6개월 동안 소리 내어 읽었다. 노자는 언제나 정신을 맑게 해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부처님처럼 막힘없는 자유를 주었다.

“멀리 길을 가려면 욕망과 목표도 버려라. 그 대신 뼈를 튼튼히 하라. 배를 비우고 뼈를 튼튼히 하면 가지 않으려 해도 그 길을 간다.” 노자는 막힘없이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쉼 없이 가라는 가르침을 준다. 그 가르침이 큰 울림을 준다. 또 다시 5년이 흐른 뒤 노자와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내 나름대로 경영이란 정의를 내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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