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시작한 지 4년이 가까이 되어 가고 있다. 아직 초보 경영자인 나는 자주 내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경영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꼭 내가 ‘경영’이라는 것에만 한정에서 던지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출판’ ‘단행본’이란 무엇인가? 언제나 무슨 일을 하거나 풀어갈 때 그 업의 본질적인 정의가 나의 언어로 정립되지 않는 경우에는 단지 다른 사람이 정립해온 것을 차용해서 말하는 앵무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5학년 동안 경영학 전공 수업에 들어간 것은 전체 강의 시간의 1할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9할은 길거리에서 데모하고 사람을 조직하고 학습하고 시를 쓰는 데 보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는 강의 시간에 절실하게 내가 느낀 것은 경영학의 조직론과 운동권 조직론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한쪽은 이익이, 한쪽은 독재타도가 가장 우선인 것이 극명하게 다를 뿐 이념과 비전을 정립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조직하고 선전하는 것은 모두 동일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경영학을 잘 활용하면 좋은 학생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경영학에 관심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학기 만에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명색이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경영학이 무엇인지 누가 물으면 그 질문에 답해주어야 쪽 팔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대학생활 10여년을 회상하며 일주일 동안 궁리와 궁리를 해서 찾아낸 것이 바로 경영이란 ‘총체적 문제해결의 학문’이라는 정의였다. 총체라는 언어는 사회과학에 기댄 것이었고 만족도 불만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마케팅 서적을 즐겨 읽었다. 나는 그때 필립 코틀러가 매우 인상적이고 내 코드에 맞았다. 필립 코틀러가 나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킨 말 한마디가 있다.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이란 “광고 없이 제품이 스스로 판매 되도록 하는 행위”라는 말이었다. 나는 초보 마케터 시절 이 말을 신주단지 모시듯 모시며 ‘마’자 들어간 책들은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그러자 내가 사랑한 단어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틈새’, ‘컨셉’, ‘퍼뜩임’, ‘네이밍’, ‘포지셔닝’, ‘문제해결’, ‘전략’, ‘성과’ 등등...... 그 언어들을 내 언어로 정립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런 언어들에 잡혀있었을 때 그때는 잠시 경영이란 단어를 잊은 듯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경영이란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내가 의존한 것은 맥킨지와 피터 드러커였다. 맥킨지를 통해 “문제를 논리적으로 바로 보면 분명히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과  “프로폐서널한 사람은 성과를 내고 조직에 공헌한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피부에 박혔다. 맥킨지와 피터 드러커를 반복해서 읽었다. 많은 공감이 있었다.

경영자가 되고 나서 나는 ‘경영이란 총체적 문제 해결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를 내렸다. 성과는 필립 코틀러와 대표라는 책임감이 만들어 준 언어다. 다시 4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은 ‘변화하는 환경’ 과 ‘인재’다. 결국 중소출판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해야하며 나보다 청출어람하는 인재를 육성해서 출판의 미래를 개척해야만 한다. 

결국 내가 15년의 삶을 통해 얻은 경영의 정의는 “경영이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좋은 인재를 발굴하여 총체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출판이 효율성이 작은 산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은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며 효율성이 높은 산업이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미래가 매우 밝은 산업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뛸 생각이다.

이런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요즈음의 친구는 노자다. 작년에 삼인에서 나온 노자의 도덕경(장일순 선생님 풀이)을 아침마다 30분씩 6개월 동안 소리 내어 읽었다. 노자는 언제나 정신을 맑게 해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부처님처럼 막힘없는 자유를 주었다.

“멀리 길을 가려면 욕망과 목표도 버려라. 그 대신 뼈를 튼튼히 하라. 배를 비우고 뼈를 튼튼히 하면 가지 않으려 해도 그 길을 간다.” 노자는 막힘없이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쉼 없이 가라는 가르침을 준다. 그 가르침이 큰 울림을 준다. 또 다시 5년이 흐른 뒤 노자와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내 나름대로 경영이란 정의를 내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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