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其心 實其腹 (허기심 실기복)

 弱其志 强其骨 (약기지 강기골)



 

 원문 그대로 해석해보자.




 <그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실하게 하라.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하라>라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한 마디로 역설이 담긴 아름다운 문장이다. 나부터도 그렇고 세상에는 얼마나 이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가? 나도 이 문장을 대하고 지난날을 오랫동안 되돌아보았다. 마음을 비우고 배를 튼튼히 했는가?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했는가?

 아니다. 뜻만 높아 그 높은 뜻을 좇는 것에 미쳐 뼈를 튼튼히 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 마음을 비우지 못했고 목표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책 만드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그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실하게 하라. 그 뜻을 약하게 하고 그 뼈를 강하게 하라> 그  뜻을 제대로 실천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성인에 오른 여러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자의 제자 안회가 생각난다.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안회. 공자는 왜 안회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을까? 스스로 깨달은 인의 사상을 세상에 펼쳐 세상과 사람을 구하고자 했던 사람 공자. 그런 공자가 안회의 죽음을 대하고 보인 인간적인 슬픔의 한 장면은 그가 얼마나 안회를 아꼈는지 증명해 준다.




 “공자는 안회의 관을 보자마자 신고 있던 신을 벗어 땅을 세 번 치며 이렇게 외쳤다. 하늘이 나를 버리셨도다! 하늘이 나를 버리셨도다! 하늘이 나를 버리셨도다!”




 공자는 왜 이처럼 슬퍼했을까? 자신을 능가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안회였기 때문이다. 안회는 오히려 공자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가난해서 병이 나고 몸이 아파도 학문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 치도 흐트러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위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자는 더욱 안회를 아끼는 것이다. 노자가 이야기한 虛其心 實其腹(허기심 실기복) 弱其志 强其骨(약기지 강기골)의 뜻이나 안회가 이야기 한 安貧樂道 (안빈낙도_ 가난해도 만족할 줄 알며 도를 즐길 줄 안다.)의 뜻도 거의 같은 경지에서 나온 이야기다.




 노자와 공자, 안회 이야기를 통해 많이 에둘러 왔다. 그 진정한 뜻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한 마디로 잔꾀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잔꾀를 부릴 시간이 있으면 오히려 스스로 배를 튼튼히 하라는 말이다. 또 멀리 길을 가려거든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하라, 즉 잔꾀를 부리지 말고 강건한 체질을 세우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가르침이다.




 내가 출판을 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지키려고 하는 것이 3사를 금한다는 원칙이다. 많은 유혹과 기회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신입직원들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는 <3사를 금한다>는 원칙을 어기면 바로 해고 시키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3사 금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사재기 하지마라 - 인위적으로 독자의 요구를 조작하지 마라.


 2. 사기치지 마라 - 좋지 않은 내용을 좋은 것으로 꾸미지 마라.


 3. 베끼지 마라 (베낄사, 따라하지 마라) - 따라하지 않아도 세상은 넓고 할 이야기는 많다.




 잔꾀를 부리지 말고 강건한 체질을 세우기 위해 내가 내 자신과 했던 약속이며, 이제는 우리 출판사의 가장 중요한 출판 정신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출판 정신이 되는 환경이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출판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작은 소양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스워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우리의 자세를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뜻만 높아 그 높은 뜻을 좇는 데 미쳐 뼈를 튼튼히 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는 아픈 반성이 뼈에 사무치도록 내 자신부터 원칙을 더 튼튼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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