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두번 좀 묘하다 싶은 꿈을 꾸면 로또를 사본 적이 있다. 그러면 남은 며칠 사이가
신기하게도 당첨되면 가장 먼저 뭘하지 하는 상상으로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만약 그렇게 갑자기 돈이 많이 생기면
주위 사람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물론 당첨은 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간혹 뉴스에서 몇 천 억원의 복권 당첨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돈이 갑자기 너무 많아지면
무섭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상황을 담고 있으면서 소위 일확천금이 생겼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행동변화가 너무나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는 영화 <밀리언즈>의 원작소설로 책속의 배경은 영국인
파운드화를 버리고 유호화를 채택한다는 가상 현실을 취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파운드화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다. 채 2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 영국 전역은 파운드를 유로로 바꿔주고 이렇게 모인 파운드를 영국 정부는 기차에 실어서 소각장으로 가지고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죽음 이후 우연히 접하게 된 성인(聖人)에 빠져 있던 데미안은 그날도
어느 성인처럼 자신을 스스로 고행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많들어 놓은 은둔처에서 하느님에게 기도를 올리는데 그때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그것은 무려 22만 9370(한화로 4억원 내외)파운드 였던 것이다. 돈과 계산에 밝고
재테크를 외치는 형 안소니에게 이 돈을 가져가고 안소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둘이서 자신들이 그동안 사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는데
쓴다.
갑작스럽게 생긴 돈에 두 사람의 생활도 바뀌고 둘은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빌리거나 심부름을
시키면서 10 파운드를 주게 되고 이는 곧 학교 전체로 소문이 나서 아이들은 앞다투어 둘에게 물건을 빌리거나 팔기도 하고 두 사람이 무엇인가를
부탁하면 더 큰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데미안은 무엇인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쓰고 싶은 마음에 학교에 성금 모금원인 도로시
아줌마에게 기부를 하지만 3천 파운드라는 큰 돈에 오히려 일은 점점 꼬이게 된다. 게다가 두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준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은 점점 더 큰 돈을 원하거나 도와 달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던 중 유리 눈알을 가진 한 남자가 데미안 주위를 맴돌고, 안소니는 신문을 통해서 자신들이
지닌 돈이 강도들이 기차에서 훔친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안소니는 도둑에게 위협을 받게 되고 아버지와 도로시 아줌마까지 돈에 대해 알게
되면서 유로화 전환의 전날 가족 모두는 이 돈을 은행에 가져가서 바꾸게 된다.
도둑은 이렇게 바꿔 놓은 돈을 가지러 오겠다고 데미안을 협박하고, 그날 저녁 두 형제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여러 단체의 사람들이 나타나 기부를 하라며 집을 에워 싼다. 바로 그 순간 데미안은 돈 가방을 들고
기찻길로 가는데...
여기에 나오는 상황은 기한이 정해진 돈이다. 그 기한이 지나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니 데미안과 안소니는 그때까지 돈을 써야 하지만 아직 어린 둘은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할 수도 집을 사서 재테크를 할 수도 없다. 결국 온
가족이 나서서 돈을 바꿔 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남은 돈은 안소니 방에 도배를 하는 지경에 이르니 마냥 좋아할 만한 상황이 아니였던
것이다.
일확천금에 좋아하던 상황도 결국 정해진 시간과 줄어들지 않는 돈 때문에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역시나 둘에게서 돈을 받게 된 사람들도 달라지는 모습이 그려지며, 점차 이들에게 기부를 강요한 강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나마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데미안의 바람대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결말이 아니였을까 싶다. 이야기이니 가능한 상황이지만 인간에게 큰 액수의 돈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재미있고
긴박하면서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도 기대되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