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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이야기의 초반 이 사람 어떻게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지 싶어진다. 소심함과는 또다른, 지나치게 괜찮아 내지는 내 탓이야를 외치는 사람이다. 엄연히 자신이 뒤차에 의해 추돌당하는 교통사고에도 가해자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팔이 부러진 상태로 스스로 차를 운전해 응급실로 가고 그러고서도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본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게 부담스럽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어 다른 사람이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상상까지 하니 읽는 순간 피곤해진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이런 점이 조금은 있지 않나 싶다. 내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거나 아니면 상대방에게 너무 맞춰주는, 그래서 정작 나는 힘들고 그로 인해 답답하지만 그걸 또 참아서 배로 힘든...

바로 소설 속 주인공 길다의 이야기다. 표지를 보면 카톨릭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딱 그 상황인데 길다의 평소 모습을 읽고 나니 이 장면이 더 잘 이해가 된다.
사실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이 키우던 토끼가 죽어 있던 장면을 목격한 후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지나친 죄책감에 시달리며 어떤 일의 원인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성당의 접수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는데 정작 자신은 무신론자에 동성을 좋아하지만 그걸 숨긴 채이다.

졸지에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길다, 여기에 주세페라는 남자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자신의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조금씩 나빠지는데 여기에 길다의 가족 역시 평화롭거나 사이가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하나도 힘들지 않은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한통의 메일을 받게 된다. 이것은 자신에게 온 것이 아닌 전임자 그레이스에게 온 것으로 그레이스는 이미 죽은 상태인데 그 상황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말할 수 없었던 길다는 자신이 마치 그레이스인 것처럼 답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이것은 그렇잖아도 소심하고 걱정 많았던 길다를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시간이 진행될수록 상황과 인물들간의 갈등이 더해지는 가운데 그레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대한 수사, 그리고 진실 역시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을 수 있고 길다와 같은 인물 역시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답답해 보이면서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아 그녀가 마음의 짐과 부담,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길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