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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폴 오스터 원작의 『뉴욕 3부작』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원작을 읽어 본 사람에게도 이 작품은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얼마 전 폴 오스터 1주기를 맞아 출간된 소설을 읽은 적이 있어서인지 그의 대표작을 이렇게 색다른 분위기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좋았던것 같다.
제목처럼 이 책에는 총 3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연작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첫 번째 작품인 「유리의 도시」는 추리소설 작가인 퀸이 우연히 받게 되는 한 통의 전화를 통해서 시작되는데 그는 아내와 아들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채 작품을 쓰고 있는데 잘못 걸려 온 전화는 퀸을 폴 오스터라는 탐정으로 오해한 이였다.


이후 퀸은 자신을 탐정이라 말하며 사건의 의뢰인을 만나러 가는데 그 중인공은 피터라는 인물로 피터는 과거 그의 아버지가 마치 실험처럼 그를 가둬두고 학대를 가했는데 최근 아버지가 풀려나게 되면서 혹시라도 다시 위험에 처할까 싶어 아버지 피터(이름이 똑같음)를 감시해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작품에서 아버지 피터가 아들 피터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와 퀸의 현재 상황들이 맞물려 불안정한 현대인들의 심리와 자아를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유령들」은 인물이 색깔로 묘사되는데 화이트라는 의뢰인이 블랙이라는 인물을 감시해달라며 탐정 블루에게 요청하는 것으로 탐정 블루가 일하는 탐정사무소가 브라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야기는 블루가 블랙의 삶을 감시하면서 블루가 느끼는 심경의 변화는 물론 블루의 관찰자 내지는 감시자의 입장에서 그 존재감이 좌우되는 자신과 블랙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그려진다.


「잠겨 있는 방」은 어느 날 아내와 아들을 두고 사라진 작가였던 친구의 아내 부탁으로 주인공이 친구의 작품을 출판까지 하게 되는데 이후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고 주인공은 그런 모든 것들을 관리까지 도맡으며 친구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결혼까지 해서 새로운 가족이 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보면 친구의 의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주인공의 선택과 이후의 삶이 마치 잘 짜여진 각본대로 연출된 상황 같기도 해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작품이나 세 작품에선 주인공이 타인을 관찰한다는 설정, 그 관찰 속에서 본래 자신의 존재가 모호해지며 마치 관찰대상자에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타인에게 있어서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점이나 마치 폴 오스터가 글쓰기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인지 작품 속 인물들이 기록하거나 메모 또는 글을 쓴다는 설정이 빠지지 않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