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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중세시대 여행과 학문의 함양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떠났던 그랜드 투어, 지금 우리로 비유하자면 수학여행의 원래 목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의 그랜드 투어는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문 기행(탐방)이라고 불러도 좋은 기획이였고 그로 인해 남겨진 기록들은 당시 여행지의 다양한 부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역자적으로도 귀한 자료가 되게 한다.
한창 중세 유럽의 문화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꽃을 피우던 때에 귀족 자제들이 여행에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견문을 넓힌다는 목적으로 떠났던 여행이자 모험, 탐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처음에는 르네상스 문화의 발상지라고도 할 수 있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 이런 여행을 통해 얻는 바가 분명 컸으리라 생각한다. 해외의 다양한 문물을 현실에서 마주보고 오는 것은 책으로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을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길 위에서 배운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특히나 이 책은 18세기 영국의 정치가이면서 문필가로도 알려졌던 필립 체스터필드 경이 그랜드 투어를 떠났던 아들에게 당부의 의미로 보낸 편지를 현대적으로 번역했으나 원문을 잘 알려서 담아냈다는 점에서 과연 이미 정치인이면서 지식인이였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어떤 말들을 했을지를 보다보면 이는 결국 그랜드 투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어야 했고 무엇을 배우기를 바랐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더욱이 아버지가 문필가이니만큼 편지는 얼마나 잘 썼을까 싶어 원문도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아버지는 편지를 통해 아들이 삶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기를 이야기 하는데 편지를 읽다보면 정말 멋진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자식에 대해 염려하고 바른길로 가길 바라며 삶의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또한 편지의 내용을 보면 아들의 그랜드 투어 여정을 알 수 있고 아들이 방문했던 곳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역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간혹 아들의 말하는 방식을 지적하면서 걱정과 함께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편지 하나 하나가 마치 아들에게 남기는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처럼 여겨질 정도로 좋은 이야기가 많다. 편지도 제법 많이 보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수가 그랜드 투어 기간 동안 보낸 편지만 무려 153통에 달하며 책에는 그중 엄선한 52통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아들인 필립 스탠호프의 그랜드 투어 여정도 지도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데 이 정도의 여행을 하려면 정말 어지간한 집안이 아니면 힘들겠구나 싶어서 아버지인 필립 체스터필드와 그의 집안도 궁금해지는데 이는 본격적인 그랜드 투어 전에 관련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으니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