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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 골드바흐의 추측 (반양장) ㅣ 비행청소년 4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풀빛 / 2014년 11월
평점 :
학창시절 어렵게 느껴졌던 과목 중 하나가 수학이였기에 졸업한 이후로는 수학을 할 필요가 없는게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수학 시간이 두렵지 않도록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교과적인 내용의 책이 아닌
수학을 좀더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책의 경우엔 왠지 눈길이 가데 되는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모두 이런식으로 배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내용을 이런 문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책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기대되는 일이기도 하다.
무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된 바 있기도 하는 이 책은
'골드바흐의 추측'이라는 정수론 문제(여기서부터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를 증명하는데 자신의 일생을 바친 수학자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진다.
최고의 수학 난제라 불린다는 '골드바흐의 추측'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수론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라고 하면 이 책은 학창시절의 수학시간 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독서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일단 그가 미친 단 하나의 문제인 '골드바흐의 추측'이란 무엇일까? 정의된 바에
의하면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소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누가 속시원히 설명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것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만의 가설’, ‘푸앵카레의 추측’ 등과 함께 수학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고 말하는데, 이것들 역시도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난제인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더욱이 이 가설들 중에서 ‘리만의 가설’과 함께 ‘골드바흐의 추측’을 제외한 가설들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하니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한다.
책은 어린시절부터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준 나의 삼촌인 페트로스는 바로 이
골드바흐의 추측을 풀기 위해 인생을 바친 인물로, 주변 사람들은 그의 그런 행동이 결코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트로스의
모습에서 나는 수학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아버지는 분명히 재능을 지닌 페트로스 삼촌이 그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이고, 결국 그 문제를 풀고자 인생을 바치는 모습이 한심하게 보였을 것이며, 어쩌면 그의 인생은 아버지의 평가대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촌이 그 문제를 풀고자 결심한 것이 자신을 떠나버린 첫사랑에 대한 소심한 복수일수도
있고,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수 있다고 생각한 마냥 어리석다고만 할 수 없는 나름의 표현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니 그의 인생이 다른 이들의 잣대에서의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분명 독특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지금도 전세계의 어떤 이들은 ‘리만의 가설’과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이 언제쯤 증명될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설령 증명된다고
해도,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일상적인 삶이 아무 문제가 없는 우리들이 일생을 바쳐 이것을 증명하려는 그들을 적어도 비난할 수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