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불운 -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이세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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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자 베로니크 오발데의 첫 소설집이면서 8편의 연작소설이기도 한 작품이 바로 『한낮의 불운』이다. 표지만 보면 유럽의 멋진 도시 풍경을 담아낸 여행 도서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불운이 붙어 있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마치 이 책의 내용이 삶의 진실과 아이러니를 담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자칫 우울할 수 있는 비극이나 불운을 마냥 어두운 분위기로 침잠하게 만들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귀스트 바라카가 겪은 낭패들」에서는 아버지 대에서부터 불운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믿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유머의 소재로 쓸 정도로 달관한 주인공이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지만 부동산 중개인도 집도 어딘가 모르게 의뭉스럽다.

그리고 이 작품에 나온 중개인 에바는 「“당신은 성공으로 빛나고 있네요”」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계약을 성공시켰다는 행운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 불운을 경험하지만 딸을 통해 힘을 얻게 된다.



「미래의 남자와 철조망 소녀」에서는 라셸이라는 에바의 이웃에 사는 할머니 집에 강도가 드는 이야기인데 위험한 상황이 의외의 상황으로 흘러가며 「슈뮐 박사에게 나타난 기이한 새」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재능」는 가장 강한 연결성을 보이는 작품으로 각각 라즐로라는 박제 수집가의 운전기사와 박제사 헤르만이 도도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헤프닝을 담고 있다.

「동네의 여왕」는 조라는 인물이 느꼈던 상실감 뒤 되찾은 웃음을 그려내고 있다.

여덟 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네 삶에 담긴 행운과 불운이 연속을 잘 그려내고 있고 그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 속에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서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내 삶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그 반대로 내가 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하기에 우리의 삶이 결코 혼자일 수 없음을 보여주어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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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살고 싶다 - 말보다 조용한 위로, 명시 필사
김소월·신경림·안도현·윤동주 외 42명 지음, 이정민 인포그래픽 / 문예춘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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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시처럼 살고 싶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 한국 명시 100편을 담아낸 책으로 말보다 조용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점에서 명시 필사를 통해 치유의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필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필사의 효능까지 언급되면서 지속적으로 필사를 하고픈 사람들이 있을텐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명언, 유명 작품 속 명문장들을 발췌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한국의 명시를 따로 엮어서 필사를 해본다는 것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책은 표지도 굉장히 예쁘고 책 속의 시도 하나의 일관된 글씨체가 아니라 손글씨 같은 느낌이 나도록 하는 글씨체 등을 비롯해 변화를 주어 더욱 좋다. 책의 종이 역시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지를 달리해서 책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에 좋은 시 100편을 소장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소유해도 좋고 주변에 소중한 이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 자체를 감상하는 의미로 책을 봐도 좋고 원래 의도처럼 명시 필사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은데 이는 책 속에 필사를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좀더 오래 소장하고픈 마음에 필사 전용의 노트(따로 마련했음)에 필사를 해보았다. 오랜 만에 보는 김영상 시인의 시이다. 학창시절 이 시를 시어 하나하나 해부하듯 해석하며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시를 감상보다는 시험 대비를 위해 접했던 시기였던 만큼 지금에 와서 시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따라 써보는 시간은 확실히 같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총 5개 PART의 주제로 시를 나누고 있으니 그날그날 마음에 드는 주제의 시 부분을 펼쳐서 따라 써봐도 좋겠고 음미하듯 천천히 소리 내어 낭독하며 읽어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모든 이유를 제쳐두고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를 무려 100편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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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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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가장 권위있는 상이라 할 수 있는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고 국내에는 『오르부아르』라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작가 피에르 르메르트의 초기작품 중에서도 미발표된 작품인 『대문자 뱀』이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거장의 작품들이 보통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문학상을 수상한 즈음의 작품들의 경우에는 접하기도 쉽지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초기작의 경우에는 외국 작가인 경우 더욱 만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게다가 이 책처럼 미발표 초기작이라는 점에서는 굉장히 의미있는 출간이기도 하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제목만 보고선 내용을 예측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 과연 무슨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을지 더욱 궁금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과 이와 관련된 여성 킬러의 설정, 특히나 이 킬러가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여성이라는 점은 확실히 용의선상에서 빗겨갈 수 있는 색다른 캐릭터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더군다나 살해된 인물이 국제 컨소시엄의 수장이라는 점은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를 넘어 뭔가 거대한 복수극일까 싶은 기대감을 갖게도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는 바실리에브 형사는 이것이 단순하지 않은 사건이라 짐작하지만 킬러가 지극히 평범한 노령의 여성이라는 것은 차마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 레지스탕스 출신이기도 한 마틸드는 마치 영화 <레드> 속 빅토리아를 떠올리게 한다.

노련함 속에 여전히 킬러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은 그녀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대상을 향한 잔혹함마저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그녀의 존재 자체가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블랙 누아르에 걸맞는 잔혹함 속 여전히 노련하고 예리한 마틸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현재에서 일치하지 않는 괴리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점에서 그녀를 향한 조직과 경찰의 추적 속에 그녀 자신의 불완전한 기억이 오히려 그녀 자신을 위험하게 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과연 그녀가 그려내는 누아르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해도 좋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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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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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바디 앤솔러지를 표방하고 있는 『조각나고 찢긴,』은 대표적인 여성 작가인 조이스 캐럴 오츠,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해 총 15인의 여성 작가가 선보이는 앤솔러지이기도 하다. 여성의 바디와 관련해서 오래 전부터 내려져 오는 속박과 가부장제 속에서의 억압 등이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페미니즘을 넘어 여성에 대한 강요된 속박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총 3개의 주제로 나눠서 대략 다섯 명의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도인데 가장 먼저 나오는 에이미 벤더의 「프랭크 존스」부터 다소 기괴한데 보면 피부과에 가서 제거를 하는 쥐젓을 소재로 마치 이걸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처럼 키워나가는 이야기 속 그녀의 이러한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이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케 하는 이야기다.

메건 애벗의 「주홍 리본」은 섬뜩한 분위기의 한 가족의 살해 사건과 이야기를 바라보는 소녀의 인식 속 가족을 살해 한 그 아버지의 존재가 소녀의 아버지와 오버랩 되게 하는 이야기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환생 혹은 영혼의 여행」은 이것이 과연 환생인지 기생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한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 생명체의 이야기인데 과연 이 공존 아닌 공존이 불러 올 결말은 무엇일까를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작품이며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레이븐 레일라니의 작품「숨 쉬기 연습」의 경우 지금 역시 존재하는 인종 차별과 관련한 한 흑인 여성 예술가의 투쟁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왜 숨 쉬기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는지를 알게 한다.

리사 터틀의 「은닉 휴대」는 총을 여성의 몸에 기생하는 존재로 그려낸 이야기라 굉장히 신선한 발상이지 않았나 싶다.



여성 작가가 여성의 몸에 대해 쓴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지만 15개의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있는데 에이미 라브리의「육안 해부학」이라 흥미롭다. 의대생으로 등장하는 그가 보이는 행태를 보면 가히 충격적인데 결국엔 그 댓가를 치르게 되니 인과응보라 할 것이다.

유명 작가의 동명 소설로도 유명한 밸러리 마틴의 「네메시스」의 경우에는 마치 「육안 해부학」처럼 그 댓가를 치르는 이야기로 상대를 향한 혐오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 옴을 알게 한다.

하나의 주제로 써내려 간 작품으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 억압과 속박에 놓인 여성의 이야기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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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애사
이광수 지음, 이정서 편저 / 새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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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1400만 돌파도 이번 주 안에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로 인해 단종의 삶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부터 영화 촬영지, 단종의 묘와 덩달아 조카를 왕위에서 쫓아낸 세조에 대한 이야기와 그 모든 일의 책사 같은 역할을 했던 한명회는 물론 엄홍도라는 실존인물까지 말이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어떻게든 이 영화와 관련 지어 지자체 홍보를 하는 웃픈 사례까지 생기는 걸 보면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한데 이런 단종의 삶과 관련해서 실록이 아닌 소설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영화가 유명해진 이후 알았는데 편저자 이정서의 『단종애사』가 바로 그것이다.



조선 역사상, 그리고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정통 로열, 적통이였던 단종은 문종이 세자이던 시절 궁에서 태어난 것으로도 유명하고 세종이 그렇게나 아꼈던 손자이기도 하며 실제로 훗날 단종이 세종의 부재에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했다니 그 사랑이 얼마나 컸나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종애사』에서는 단종의 삶을 둘러싸고 그의 폐위와 죽음에 얽힌 당시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엮어 내고 있는데 그 유명한 항명회는 물론, 숙주나물의 유래가 된 변절자인 신숙주, 이들과는 반대로 절개를 지켰던 성상문과 박팽년, 영화 <관상>에서도 등장했던 김종서나 정인지 등이 등장한다.



영화 <관상>에서도 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키는 모습이 참 섬뜩했던 것 같지만 단편적 모습으로 비췄던 이야기의 전후를 좀더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궁궐 내의 모습, 그런 상황에서 너무나 다른 선택을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정제된 분위기 속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죽음이 조선 왕조사의 비극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 보다 더한 삶이 단종의 폐위와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영화로 인해 알려지는 그 일족이라고 할 수 있는 단종의 비인 왕비 정순왕후나 단종의 누이와 그 가족들의 삶까지 보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싶으면서 지금 남아 있는 압구정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새삼 한명회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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