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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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책장 속 비밀 공간이 펼쳐지는 마법같은 그런 작품이 바로 『사라진 서점』이다. 작품의 배경은 더블린의 한 서점이다. 그리고 이 서점은 줄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숲 속의 잠자는 미녀처럼 마치 오랫동안 자신을 깨워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해가는데 그 주인공들이 바로 마서와 헨리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오해로 시작된다. 브론테 자매 중 한 명인 에밀리 브론테가 그 유명한 『폭풍의 언덕』을 발표한 이후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후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런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을 찾아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를 걷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그 원고를 찾는 것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서점을 찾지만 사실 서점은 주소조차 존재하지 않아 과연 이 일이 가능할까 싶은 순간 한 반지하 창문을 통해 마서와 눈이 마주치게 된 것이다.

마서의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결혼해서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고 그런 그녀에게 책 한권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일이였다. 그런 마서가 헤이프니 레인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위로는 이야기라니 꽤나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고 그녀가 경험하는 책, 이야기, 문장들과 관련한 마법같은 순간들은 꽤나 판타지하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주요 단서는 에밀리 브론테의 사라진 두 번재 원고, 이를 찾는 헨리와 그와 연루된 마서이지만 이들의 현대 이야기 이전에는 여성의 지위가 보장받지 못하던 시절 여성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에밀리 브론테를 비롯해 그녀의 자매들, 그리고 마치 지금의 마서를 떠올리게 하는 오펄린이라는 여성과 그녀를 도와주려고 했던 제인, 그런 제인을 떠올리게 하는 지금의 보든 부인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여 년의 시간이 이들 사이에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도우려는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존재한다는 점이 참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미 해외에서 28개국으로 번역 수출되었을 정도로 성공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영상화하면 참 멋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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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머더 클럽
로버트 소로굿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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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는 온통 침묵뿐이었다. 하지만 주디스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정확히 알았다. 방금 누가 총을 쐈어. 그리고 그 바로 직전에 스테펀이 소리를 질렀어. 그가 지금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지?(p.11)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동네 주민이여서 의심과 경계는 커녕 익숙함에 마음을 놓게 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추적을 해나가는 '늙은' 여자들이 있다. 바로 말로 비공식 탐정클럽의 멤버인 주디스, 벡스, 수지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소위 별종이여서 괴상한 모습을 하거나 동네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한 우리는 이웃에 사는 할머니 정도로만 생각하며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어쩌면 세 사람도 그럴지 모른다. 비록 대저택에 혼자 살고, 교양미가 넘치는 교회 신부의 아내이고, 동네를 속속들이 아는 개 산책꾼이라 할지라도.

『말로 머더 클럽』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말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말로라는 동네가 실제로 존재하고 작가님이 살고 있는 동네라고도 하는데 영국 템스강 근처라고 한다. 
(작품 속에서의) 말로는 작고 조용한 도시로 범죄를 찾기조차 어려운 평화로운 동네다. 이곳에 사는 77세의 노부인 주디스는 평소 한밤에 알몸으로 집 근처의 템스강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도 그런 날이였고 그래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연이어 들린 총소리가 나기 전에는... 결국 급하게 이웃 집으로 갔다가 시체를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신고까지 한 후 경찰이 오는 것을 지켜보는 주디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경찰이 이 모든 사건을 잘 해결해 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그러다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에 이르면서 주디스는 다음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결국 그녀는 신부의 부인인 벡스와 동네의 개를 산책시키는 수지를 꿰어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매력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방심을 해버릴 것 같은 70대 노인 주디스를 필두로 40대이지만 신부의 부인으로 사람들을 상대해 온 화술의 대가인 벡스, 평소 동네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50대의 수지가 합류해 일당 백 노릇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동네를 잘 알고 이웃과 교류하고 있으며 사람들로부터 경계심을 허물고 방심하게 하면서 친근함으로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매력을 보이는데 마치 이들이 우리 동네에 잠입해 우리들과 함께 살며 신분을 감추고 있는 노련한 스파이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나이가 지긋한(또는 늙은) 그래서 남일에 관심 많고 오지랖도 넓은 인물로 사람들은 치부하지만 그 또한 이들에겐 전략이자 무기인 셈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으나 그녀들은 비공식 말로 탐정 클럽의 탐정들마냥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활용해 멋진 활약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작가의 다른 인기 TV 시리즈처럼 이 작품 역시 영상화하면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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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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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아마도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성인들의 필독서처럼 여겨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꽤 많은 시리즈가 출간되었고 읽어 본 사람들도 많을텐데 이번에는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를 그동안의 여러 직함을 거치는 동안 경험한 이야기와 합쳐 펴낸 책이 바로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이다. 

어쩐지 제목과 그 내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좀 덜하기도 하지만 한때 우리에겐 글쓰기와 관련한 관심이 높았던 때가 있었다. 작가를 목적으로 하진 않더라도 글쓰기를 좀더 잘하고픈 사람들이 글쓰기의 고수로 불리는 이들의 비법을 찾아 읽기도 했는데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면 단연코 베스트셀러 작가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책에서는 그런 작가님의 글쓰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경력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는데 그러한 글중에서는 아무래도 문화재청장일 당시의 이야기도 있었는데 좀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님는 서문과도 같은 글에서 자신을 글쟁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을 한없이 낮춘 말이다. 작가님의 글쓰기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리의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더 많이, 그리고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그 공헌한 바가 얼마나 큰가 말이다. 

책에서는 작가님이 어떠한 연유로 글쓰기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나 여러 답사와 관련해서 보고 느낀 바도 담겨져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유홍준 잡문집이자 산문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답사기와 관련한 책들이 익숙한 분들은 유홍준 작가님이 무려 30년만에 에세이를 통해서 그동안 작가님의 삶은 물론 그 과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일화 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작가님이 말하는 좋은 글쓰기와 관련한 15가지의 조언도 읽어볼 수 있고 옥중 편지는 물론 대학생 시절의 시험 답안지까지 공개하고 있다니 이 또한 글쓰기의 연장선상에서 읽어보면 이 책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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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아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 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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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 추리소설을 표방하면서 수도원 수사의 사건 해결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 바로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이다. 이미 오래 전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현재 북하우스에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이 출간된 상태인데 10권까지가 출판되었고 근간에 11~21권이 가까울 시일 내에 출간될 모양이다. 

중세 시대, 수도원에서 발생하는, 수도원 인근 마을이나 수도원 업무나 수사 등과 관련한 사건을 발생을 수사가 해결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모르게 숀 코넬리 주연의 영화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는 좀더 깊이있는 역사적 배경과 따뜻한 휴머니티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이 결합된 중세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작품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시리즈 8권은 『귀신 들린 아이』이다. 

12세기 초반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배경으로 어느 날 이곳에 메리엣이라는 귀족 가문의 청년이 수도사가 되겠다며 찾아온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찾아 온 청년에게선 도무지 수도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수도원의 생활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는 것이 보일 정도이다. 

특히나 그의 문제는 악몽을 꾼다는 것인데 그의 악몽은 메리엣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수도원 전체를 불안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던 중 한 성직자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는 왕의 특사였기에 이 사건은 더욱 화제가 된다. 

결국 이 즈음 되니 악몽을 꾸며 스스로 수도사가 되겠다고 온 청년과 사라진 성직자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게 되고 이를 캐드펠 수사 역시 직감하면서 둘의 연관성, 실종과 악몽에 얽힌 진상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특징을 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듯한 일이 어느 날 생기지만 그것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이후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부자연스러움이 동시적으로 발생했던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파헤치다보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탐욕, 음모, 그리고 관계들이 얽히고 설켜서 제법 큰 사건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듯한 사건 전개, 그리고 단조로움을 탈피한 사건과 인물의 관계 속에서 침착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드펠 수사의 면모가 두드러지기에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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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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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가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와 찰떡이다. 전체적으로 어둡게 느껴지는 배경에 몇몇 붉은 색이 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작품의 제목에는 무려 '참극'이 포함되어 있다. 『가면무도회』라는 작품 이후 무려 10년 만에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귀환한 작품이기도 하다는 『미로장의 참극』은 미로장이라는 옛 귀족의 저택에서 펼쳐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일단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이자 옛 귀족의 저택이라고 알려진 명랑장이란 장소가 흥미롭다. 이곳은 과거 후루다테 다넨도라는 귀족이 지은 별장이다. 일명 미로장이라 불리는 곳으로 애초에 이 공간이 지어질 당시에 저택 곳곳에 비밀 공간이나 장치들을 만들어둔 탓이다. 

이런 기묘한 공간에서 과거 다넨도의 아들이였던 가즌도 백작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아내를 죽이고 그 불륜 대상(이라고 생각한) 사촌 시즈마의 팔을 잘랐던 참극이 일어 났었다.

이래저래 기묘하고 문제적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시즈마의 행적에 대해서는 그저 도망 후 실종되었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이런 미로장을 신고라는 재벌이 사들인 후 이곳에서 팔이 하나 없는 남자의 정체가 발견되자 신고는 혹시라도 그가 팔이 잘린 채 도망을 친 후 실종상태였던 시즈마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긴다이치에게 조사를 요청하고 이에 긴다이치는 미로장으로 향한다. 

게다가 이 자리에는 긴다이치 외에도 당시의 참극과 관련된 사람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겠다는 목적으로 함께 모이게 되고 이후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마치 이들이 모이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은 미로장이라 불리는 명랑장의 구조의 특이함이나 이 공간이 지닌 과거 참극이라는 스토리와 함께 더욱 공포를 자아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긴다이치 고스케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명탐정이라 생각했을 때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양은 뭔가 마음을 놓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건 해결의 활약을 통해 그 캐릭터 자체로 반전의 묘미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미로장이라 불리는 명랑장을 현실로 구현해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캐스팅만 잘 해내면 영상화 했을 때 상당히 재미있는 미스터리/스릴러 영화 한편이 탄생하겠구나 싶었던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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