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 한주는 배심원단 선정대상으로 2년에 한번씩 나오는 법원출두명령 덕분에 업무를 거의 보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월요일에는 on-call상태로, 화요일 오후 1시부터 출두하여 간략한 서류를 작성하고 다음날인 수요일 오전에 최종선정작업이 시작되었다.  다행스럽게도 12명의 배심원단 및 3명의 예비배심원 자리에 선정되지 않았기에 다음 2-3주 동안의 재판을 지켜볼 필요가 없어졌다. 만약 선정되었더라면 업무일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고 필요한 일을 날짜에 맞춰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내가 좀처럼 하지 않는 밤샘근무가 필요했었을 것이다.  정말 다행.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참석한 사람들의 진지함인데, 이런 저런 질문 - 그러니까 제대로 주어진 사건사실과 증인들의 증언을 갖고 성실하게 이를 판단하여 공정한 판결을 more likely than not 이라는 심사 스탠다드를 적용하여 도출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한 - 에 매우 진지하게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왜 자기는 그럴 수 없는지, 또는 자기가 믿는 바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다.  모두들 skip하고 싶어하는 배심원 서비스지만 그래도 이런 풍토랄까 자세랄까 하는 것 때문에 이 나라의 법치가 뿌리를 내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쓸데없는 이야기들도 많아서 꽤 짜증이 나기는 했었다.  


덕분에 화/수요일간 진행되었을 업무가 몽창 오늘과 내일로 밀려버렸고, 필요한 것들을 추려서 우선적으로 due date을 잡아야 한다.  목요일이면 좀 맘을 편하게 갖고 일할 수 있는데, 예외가 되어버린 듯.


엊그제 받은 BIBLIA 5월호에 대한 간략한 소감을 적고 싶었는데, 이미 6월이라서인지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다.  천상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기에 오늘은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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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로만 미국의 재판 장면을 봤는데, 봐도봐도 복잡한 느낌이 들었어요. ^^;;

transient-guest 2015-06-20 01:36   좋아요 0 | URL
절차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합의를 보든, 재판으로 가든지 아주 아날로그적으로 절차를 따라가더라구요.
 

한 권의 책이 쓰여지고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고하고 지난하다.  그런데, 잘 팔리기는 고사하고, 출판까지 가는 과정이 또 무척 험난하여 실제로 출간되는 책은 엄청난 과정을 거쳐 걸러지고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책들이 이제는 너무 안 팔리다 못해, 예전의 베스트셀러 = 백만부의 공식이 이제는 1/10로 낮춰진 것 같다, 마치 음반시장처럼.  음반시장의 경우라면 그래도 MP3화, 그리고 불법다운로드를 탓하겠지만, 책시장의 경우 상당부분은 그냥 책을 안 읽는 경향이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되고, 여기에 불법스캔이나 사서 읽지 않는 관행을 아주 조금 탓할 수 있겠다.


이런 세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매우 잘 팔리는 책이 나오기도 하는데, 주로 특정한 시기의 현상을 잘 포착하여 유명세를 타게 되는 책이 대부분인 듯 하다.  예전에 안철수, 김난도, 법정스님 등이름을 보면 대충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이 시들해지면 짤방으로 풀리고, 욕도 먹고 하지만, 어쨌든 저자들은 엄청난 인세와 유명세를 얻은 후의 일이니까, 저자가 특별히 속상할 것 같지는 않다.  


유명세를 타는 또다른 경로는 책의 귀하신 TV출연이라고 하겠다.  드라마, 그것도 뜨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손에 들고 있는 한 권의 책은 어제의 거지를 오늘의 왕자로 만들어줄 수 있는 엄청난 sales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음이다.  다음의 예를 들어본다.


각각 '주군의 태양', '별에서 온 그대', 그리고 '프로듀사'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하고 있는 책들이다.  '그리고...'와 '데미안'은 워낙 유명한 책이지만, '신기한 여행...'은 그 전까지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김수현의 손에 들려 읽어진 이후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나머지도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리고...'와는 비교도 안 될 낭만성과 있어보임을 갖춘 '데미안'이라면 말 다했다고 본다.  한 가지 이슈라면 원체 유명하여 많이 팔린, 그러니까 팬층이 두터운 책이라는 단점아닌 단점 때문에 갑자기 엄청나게 sales가 올라가는 것은 쉽지는 않겠다.  이는 마치 빵점을 맞던 아이가 50점을 맞는 것이 90점 맞던 아이가 95점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쉬운 원리와 같다.  


그나저나 책읽는 아이유는 예쁘지만, 한 권을 도대체 얼마동안 읽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왜 아이유는 잘 때 화장을 하고 자는 것인지, 왜 언제나 옆으로 업드려서 자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만큼이나 풀리기 어려운, 그러나 매우 obvious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anyway, 책이 tv에 출연하면 작가가 tv에 출연하는 것 이상의 폭발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당연한 생각을 주절거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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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2015-06-1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번역이죠...소수 분들만 아는 문제 같은데 이번에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은 문제가 있는 듯 하네요.

transient-guest 2015-06-10 06:12   좋아요 0 | URL
어떤 의미인지 좀더 설명해주시면 좋겠네요. ㅎ

책탐 2015-06-10 06:13   좋아요 0 | URL
아래 링크 걸었어요.ㅋ

transient-guest 2015-06-10 06:16   좋아요 0 | URL
이재준의 다른 번역서도 원서, 그리고 기존의 번역본들과 비교해보면 좋겠네요.

책탐 2015-06-10 06:17   좋아요 0 | URL
갑자기 궁금해지긴 하네요.

책탐 2015-06-10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cafe.naver.com/mhdn/102321

transient-guest 2015-06-10 06:15   좋아요 0 | URL
아!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아이유가 들고 있는 데미안은 크눌프 판인데 번역이 엉망이군요.. 그러니까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표절번역이라는 것이네요.-_-: 이런 정신나간 짓에 자기의 이름을 걸 수 있다니, 번역자도 참 대단합니다.

책탐 2015-06-10 06:16   좋아요 0 | URL
저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데도 그 책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더라고요.
 

주말에 막걸리를 마시고 헤롱거리다가 심심해서 PS3를 켠 후 '전장의 발키리아'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래픽이 좋아진만큼, 그리고 세월히 흐른 그 만큼의 learning curve를 느껴서인지 요즘은 예전 만큼 게임을 즐기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어릴 때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을 다시 play하면서 추억을 느끼는 정도.  '전장의 발키리아'는 PS3가 나오던 초기의 히트작인데, OVA로 만화를 보고 Art book을 사들였을만큼 팬인데, 정작 게임은 사놓고도 한참 지나서 틀어보게 된 것이다.  


작화는 파스텔풍으로 무척 예쁘게 그렸고, 스토리도 맘에 드는데, 문제는 내 굳은 뇌와 hand-eye coordination.  그래도 요즘의 게임답게 친절한 튜토리얼로 천천히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이도 즐겁게 play할 수 있었다.  


물론 결과는 첫 챕터의 Mission 2아니면 3정도에서 주인공 사망으로 종료...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게임보다는 예전에 재미있게 play했던 게임을 retro한 맛에 조금씩 가지고 놀게된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정말 다양한 게임과 스테이션을 갖고 있지만 고등학교 때 수퍼닌텐도로 즐기던 스트리트 파이터 2만큼 재미있게 갖고 논 게임은 많이 없는 듯.  삼국지도 그간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고, 최근의 11이나 12의 재미도 대단하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다른 생각없이 놀수 있는 삼국지 2가 최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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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6-0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닌텐도!!! 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06-03 01:24   좋아요 0 | URL
이걸 아세요? 이건 지금으로 보면 거의 고대급인데요.ㅎㅎ 16비트라서 픽셀이 많이 나타나지만, 저는 가끔 갖고 놀아요.ㅎ

cyrus 2015-06-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디자인이 고퀄리티에요. 그래서 진짜 게임 플레이어가 된듯한 몰입감이 느껴져요.

transient-guest 2015-06-03 01:25   좋아요 0 | URL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듯 합니다. VR이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잡지기사도 봤구요.ㅎㅎ
 

지난 목요일 밤.  주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12팩짜리 블루리본맥주를 한박스 사들고 집에 와서 맛을 보았다.  값으로는 버드나 밀러 정도의 수준이니까, 꽤 저급맥주이다.  그랜토리노에서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맥주인데, 전형적인 쇠락해가는 American working class의 전형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였을 것이다.  


딱히 안주로 먹을만한 것이 없어서, 일본맥주를 마실 때 만들어 먹으려고 구한 비엔나 소세지를 '심야식당'에서처럼 칼집을 내고 문어모양으로 볶았다.



드라마처럼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데, 칼집을 내는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볶아내는 온도와 속도이다.  난 아직 멀었다.


어릴 때 이런 종류의 소세지를 즐겨먹지 않았으니 내게는 추억을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남극의 셰프', '고독한 미식가'와 함께 '심야식당'은 혼자 술을 마실 때에는 늘 틀어놓고 있는 일종의 soul 드라마가 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음식들 중 이 소세지와 계란말이는 가끔 만들어 먹는다. 


예쁜 문어보다는 잡은지 오래되어 축 늘어진 문어꼴이지만 그래도 류와 류의 첫사랑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먹는다.  


맥주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조금 마시다보면 확실히 craft beer계통보다는 질리는 맛이다.  버드나 밀러계열은 이제 한국에서도 그리 사랑받지 못할만큼 우리의 맥주수준도 꽤 높아졌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한국맥주는 맛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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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5-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맥주는 너무 맛이 없어서_ 이젠 마시지 못하겠어요, 그와 별도로 술이 고플 때 손에 닿으면 무조건 마시기는 하지만;; 문어 예쁘기만 한걸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리움이랄까 그런 기분에 가끔 사다 마시는데, 맛은 늘 실망이죠. 어릴 때 몰래 마셨던 오리지널 OB맥주 맛만도 못한 것 같습니다. 문어가 다리를 활짝 펴서 꽃이 핀 것처럼 나와야 하는데 어렵네요.ㅎ

다락방 2015-05-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지금 정신 나가겠네요. 저 소세지, 저도 먹고 싶어요! >.<

transient-guest 2015-05-13 01:27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다락방님 포스팅에 나오는 한국의 술안주를 보면 입에 침이 고입니다.ㅎㅎ 여기서 사는게 다른 불편함은 크게 못 느끼는데, 어릴 때 친구들, 그리고 음식은 많이 생각합니다.

붉은돼지 2015-05-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문어가 다소 축 늘어진 게 그게 비엔나 소세지가 길이가 조금 길어서 그런것 같아요. 약간 짜리몽땅한 놈으로 쓰시면 아마도 모양이 쭈꾸미마냥 땡글땡글하게 나올것 같습니다. 저도 이거 한번 해볼려고 했는데,,,이번 주말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7   좋아요 0 | URL
여기에 들어오는 종류가 두 가지 밖에 없는데, 다 저 사이즈에요.ㅎㅎ 칼집하고 잘 달구어진 팬에 비밀이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만드시면 사진 올려주세요.ㅎㅎ

아무개 2015-05-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주를 안마신지 몇년째.
너무 너무 너무 맛이 없어요.
간혹 마시게되도
딱 따서 딱 한잔 딱 원샷 할때만
그래도 먹을만한듯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8   좋아요 0 | URL
시원한 맛이 좋죠..

북극곰 2015-05-1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야식당보고 한번 시도해봤었는데 망했었죠. ㅋ 생각보다 칼집도, 모양도 쉽지 않던덜요 ㅎ

transient-guest 2015-05-13 01:28   좋아요 0 | URL
칼집이 4등분이 아니고 6등분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소세지 크기 때문에 어렵습니다.ㅎㅎ

cyrus 2015-05-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맥주를 많이 안 마셔 봐서 한국맥주의 맛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한국맥주가 맛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살았어요. 저는 톡 쏘면서 시원한 느낌이 나는 맥주가 좋아서 소주는 잘 안 마셔요. ^^

transient-guest 2015-05-13 01:30   좋아요 0 | URL
한국의 소주는 화학주라서 아주 늦게 배웠고, 기분에 마시지 맛으로 즐기지는 않아요. 맥주는 종류도 많고, craft계열은 맛도 정말 다르더라구요.ㅎㅎ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가 (1) 유통과 (2) 보관의 문제라는데, 거기에다 만들 때 주정으로 희석해서 나오는 일종의 가짜 맥주라서 그렇다죠. 발효주 100%가 아니라, 주정으로 해서 60%정도? 사기에요.ㅎ

Forgettable. 2015-05-1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귀여우심.. 옆에 고무장갑 ㅋㅋ 저도 요즘 왜케 소세지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음식 재료의 다양성이 정말 아쉽습니다.. 어제도 마셨는데 이 사진 보니 또 맥주가 땡긴다....

transient-guest 2015-05-14 03:04   좋아요 0 | URL
고무장갑이 귀엽다는 말씀이죠??ㅎㅎㅎ 스페인 음식과 와인은 충분히 즐기셨나요? 전 얼마전에 본 Anthony Bordain의 Parts Unknown에서 리스본 편을 보고 포르투갈에 흥미가 나데요.ㅎㅎ 음식도 글쿠, Fado라는 음악 CD도 샀어요.

몬스터 2015-05-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지 예쁘게 해서 요리하셨네요? ㅎㅎㅎㅎ 저도 지금 딱 얼기 직전의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요. 지금 로마인데 햇볕이 그냥 ㅎㅎ. 진짜 더워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5-19 02:02   좋아요 0 | URL
소세지가 좀 저질이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양배추를 곁들이면 아주 좋은 안주가 됩니다.ㅎㅎ 로마라니요! 아! 유러피언의 삶이 부럽네요.ㅎㅎ 제가 예전에 성지순례코스에서 들린 성당 옆의 더러운 길이 아피아 가도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감동을 받아서 거의 입맞출뻔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조상덕을 톡톡히 보는 나라들 중 하나죠..ㅎㅎ
 

어제인가 그저께인가에 읽은 신문에서 S/W의 발전으로 인한 원가절감을 칭찬하는 기사를 보았다.  일종의 실시간적인 물건매매에 따라 즉시 인보이스가 처리/결제되어 돈이 오가는 것을 처리하는 업무에 전통적으로 최근까지 약 300여명의 회계직원에 4000시간이 소요되던 업무가 S/W업무처리에 따라 이제는 약 10명의 직원에 300시간 정도가 소요되어 엄청난 비용이 줄었다는 내용이다.


블루칼러의 직업군에서 기계나 S/W가 사람을 대체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경향은 이미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미 선진국의 공장에서는 예전같으면 100여명이 할 일을 10명 정도가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화이트칼러의 직업군에도 점점 이런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생각'하는 것이 주업무인 직업군의 경우에는 아직 걱정을 덜 하겠지만, 단순한 computing이 요구되는 직업군에서는 점점 S/W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국지적인 수준이 아니라 만약 전 세계적으로 모든 직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은 모두 로보트가 맡고, 사람은 좀더 유익한 자기계발이나 레져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늙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아니, 그 경향이 너무 심해져서 나중에는 문명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주장까지도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극으로 치닫는 지금에 와서 보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노동력으로써의 인간을 대체한다고 해서, 작업장에서 밀려난 우리들의 라이프가 즐거워지기는 커녕, (1) 다수는 일자리를 빼앗기고, (2) 수입원이 없어져서 (3) 가난해지는데, (4) 거기서 창출되는 부는 극소수의 관리자와 투자자, 그러니까 거대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 현상이 심화될수록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인 제도가 마련될 것이다.  대기업에게는 극히 미미한 영향을 끼치지만, 중소업체들에게는 심각하게 타격을 주게 되는 기본임금인상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결과적으로 이는 대기업과 부자들이 대상인 소득분배를, 대부분 영세한 수준인 자영업자들에게 떠안기는 방편에 다름이 아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99%는 게토에서 살면서 죽지 않을만큼의 보조를 받아 목숨을 부지하고 나머지 1%만 유토피아 같은, 그러니까 20세기에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실현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런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고칠 방법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차적으로는 job sharing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더 적은 시간으로 고용하면서, 기존의 소득수준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록 분명히 적은 인원으로 훨씬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분배만 확실하다면 이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채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방법은 완벽한 파괴와 혼란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구성이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죽고,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지만, 이를 통해서 강력한 절대권력이 무너질 수 있었고, 부족국가의 형성을 통해서 과도기를 거친 후 봉건주의라는 나름대로의 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후 봉건주의가 고착화되던 시점에 다시 절대왕정을 통한 강력한 군주국가로, 이는 다시 시민계급의 대두로 배움과 자본의 힘에 의해 무너졌고, 궁극적으로 이는 자본가계급을 탄생시켰는데, 현 시대의 체제는 여기서부터의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이미 기울만큼 기울었고, 달은 찰만큼 꽉 찬 것이다. 


언제 무너지는가는 결국 matter of time인데, 사람이 무너뜨리기는 자본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땜분에 나는 천재지변이 현 체제를 파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다수는 끔찍한 혼란과 함께 매드맥스 같은 시대를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로마제국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더라면 우리 대다수는 노예로 살고 있었을 것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 않을까?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paradigm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면 인류에게 앞으로의 긴 장밋빛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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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 2015-05-0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도시에 큰 재앙이 닥쳐 모든 전기와 수도와 가스공급이 중단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봅니다. 아마 지옥과 아비규환이 따로 없겠지요.

transient-guest 2015-05-08 01:09   좋아요 0 | URL
서바이버는 역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골이죠.ㅎㅎ 도시는 인프라가 무너지면 그냥 아비규환이 될 겁니다. 빠져나오기도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