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주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12팩짜리 블루리본맥주를 한박스 사들고 집에 와서 맛을 보았다. 값으로는 버드나 밀러 정도의 수준이니까, 꽤 저급맥주이다. 그랜토리노에서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맥주인데, 전형적인 쇠락해가는 American working class의 전형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였을 것이다.
딱히 안주로 먹을만한 것이 없어서, 일본맥주를 마실 때 만들어 먹으려고 구한 비엔나 소세지를 '심야식당'에서처럼 칼집을 내고 문어모양으로 볶았다.

드라마처럼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데, 칼집을 내는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볶아내는 온도와 속도이다. 난 아직 멀었다.
어릴 때 이런 종류의 소세지를 즐겨먹지 않았으니 내게는 추억을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남극의 셰프', '고독한 미식가'와 함께 '심야식당'은 혼자 술을 마실 때에는 늘 틀어놓고 있는 일종의 soul 드라마가 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음식들 중 이 소세지와 계란말이는 가끔 만들어 먹는다.
예쁜 문어보다는 잡은지 오래되어 축 늘어진 문어꼴이지만 그래도 류와 류의 첫사랑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먹는다.
맥주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조금 마시다보면 확실히 craft beer계통보다는 질리는 맛이다. 버드나 밀러계열은 이제 한국에서도 그리 사랑받지 못할만큼 우리의 맥주수준도 꽤 높아졌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한국맥주는 맛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