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밤.  주말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12팩짜리 블루리본맥주를 한박스 사들고 집에 와서 맛을 보았다.  값으로는 버드나 밀러 정도의 수준이니까, 꽤 저급맥주이다.  그랜토리노에서 이스트우드가 마시던 맥주인데, 전형적인 쇠락해가는 American working class의 전형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였을 것이다.  


딱히 안주로 먹을만한 것이 없어서, 일본맥주를 마실 때 만들어 먹으려고 구한 비엔나 소세지를 '심야식당'에서처럼 칼집을 내고 문어모양으로 볶았다.



드라마처럼 예쁘게 나오지는 않는데, 칼집을 내는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볶아내는 온도와 속도이다.  난 아직 멀었다.


어릴 때 이런 종류의 소세지를 즐겨먹지 않았으니 내게는 추억을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남극의 셰프', '고독한 미식가'와 함께 '심야식당'은 혼자 술을 마실 때에는 늘 틀어놓고 있는 일종의 soul 드라마가 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음식들 중 이 소세지와 계란말이는 가끔 만들어 먹는다. 


예쁜 문어보다는 잡은지 오래되어 축 늘어진 문어꼴이지만 그래도 류와 류의 첫사랑 에피소드를 생각하면서 먹는다.  


맥주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조금 마시다보면 확실히 craft beer계통보다는 질리는 맛이다.  버드나 밀러계열은 이제 한국에서도 그리 사랑받지 못할만큼 우리의 맥주수준도 꽤 높아졌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한국맥주는 맛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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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5-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맥주는 너무 맛이 없어서_ 이젠 마시지 못하겠어요, 그와 별도로 술이 고플 때 손에 닿으면 무조건 마시기는 하지만;; 문어 예쁘기만 한걸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리움이랄까 그런 기분에 가끔 사다 마시는데, 맛은 늘 실망이죠. 어릴 때 몰래 마셨던 오리지널 OB맥주 맛만도 못한 것 같습니다. 문어가 다리를 활짝 펴서 꽃이 핀 것처럼 나와야 하는데 어렵네요.ㅎ

다락방 2015-05-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지금 정신 나가겠네요. 저 소세지, 저도 먹고 싶어요! >.<

transient-guest 2015-05-13 01:27   좋아요 0 | URL
저는 가끔 다락방님 포스팅에 나오는 한국의 술안주를 보면 입에 침이 고입니다.ㅎㅎ 여기서 사는게 다른 불편함은 크게 못 느끼는데, 어릴 때 친구들, 그리고 음식은 많이 생각합니다.

붉은돼지 2015-05-1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문어가 다소 축 늘어진 게 그게 비엔나 소세지가 길이가 조금 길어서 그런것 같아요. 약간 짜리몽땅한 놈으로 쓰시면 아마도 모양이 쭈꾸미마냥 땡글땡글하게 나올것 같습니다. 저도 이거 한번 해볼려고 했는데,,,이번 주말에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7   좋아요 0 | URL
여기에 들어오는 종류가 두 가지 밖에 없는데, 다 저 사이즈에요.ㅎㅎ 칼집하고 잘 달구어진 팬에 비밀이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만드시면 사진 올려주세요.ㅎㅎ

아무개 2015-05-1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주를 안마신지 몇년째.
너무 너무 너무 맛이 없어요.
간혹 마시게되도
딱 따서 딱 한잔 딱 원샷 할때만
그래도 먹을만한듯요.


transient-guest 2015-05-13 01:28   좋아요 0 | URL
시원한 맛이 좋죠..

북극곰 2015-05-1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야식당보고 한번 시도해봤었는데 망했었죠. ㅋ 생각보다 칼집도, 모양도 쉽지 않던덜요 ㅎ

transient-guest 2015-05-13 01:28   좋아요 0 | URL
칼집이 4등분이 아니고 6등분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소세지 크기 때문에 어렵습니다.ㅎㅎ

cyrus 2015-05-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맥주를 많이 안 마셔 봐서 한국맥주의 맛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한국맥주가 맛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살았어요. 저는 톡 쏘면서 시원한 느낌이 나는 맥주가 좋아서 소주는 잘 안 마셔요. ^^

transient-guest 2015-05-13 01:30   좋아요 0 | URL
한국의 소주는 화학주라서 아주 늦게 배웠고, 기분에 마시지 맛으로 즐기지는 않아요. 맥주는 종류도 많고, craft계열은 맛도 정말 다르더라구요.ㅎㅎ 한국의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가 (1) 유통과 (2) 보관의 문제라는데, 거기에다 만들 때 주정으로 희석해서 나오는 일종의 가짜 맥주라서 그렇다죠. 발효주 100%가 아니라, 주정으로 해서 60%정도? 사기에요.ㅎ

Forgettable. 2015-05-1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귀여우심.. 옆에 고무장갑 ㅋㅋ 저도 요즘 왜케 소세지가 먹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음식 재료의 다양성이 정말 아쉽습니다.. 어제도 마셨는데 이 사진 보니 또 맥주가 땡긴다....

transient-guest 2015-05-14 03:04   좋아요 0 | URL
고무장갑이 귀엽다는 말씀이죠??ㅎㅎㅎ 스페인 음식과 와인은 충분히 즐기셨나요? 전 얼마전에 본 Anthony Bordain의 Parts Unknown에서 리스본 편을 보고 포르투갈에 흥미가 나데요.ㅎㅎ 음식도 글쿠, Fado라는 음악 CD도 샀어요.

몬스터 2015-05-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세지 예쁘게 해서 요리하셨네요? ㅎㅎㅎㅎ 저도 지금 딱 얼기 직전의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요. 지금 로마인데 햇볕이 그냥 ㅎㅎ. 진짜 더워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05-19 02:02   좋아요 0 | URL
소세지가 좀 저질이지만,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양배추를 곁들이면 아주 좋은 안주가 됩니다.ㅎㅎ 로마라니요! 아! 유러피언의 삶이 부럽네요.ㅎㅎ 제가 예전에 성지순례코스에서 들린 성당 옆의 더러운 길이 아피아 가도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감동을 받아서 거의 입맞출뻔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조상덕을 톡톡히 보는 나라들 중 하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