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가 그저께인가에 읽은 신문에서 S/W의 발전으로 인한 원가절감을 칭찬하는 기사를 보았다.  일종의 실시간적인 물건매매에 따라 즉시 인보이스가 처리/결제되어 돈이 오가는 것을 처리하는 업무에 전통적으로 최근까지 약 300여명의 회계직원에 4000시간이 소요되던 업무가 S/W업무처리에 따라 이제는 약 10명의 직원에 300시간 정도가 소요되어 엄청난 비용이 줄었다는 내용이다.


블루칼러의 직업군에서 기계나 S/W가 사람을 대체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경향은 이미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미 선진국의 공장에서는 예전같으면 100여명이 할 일을 10명 정도가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화이트칼러의 직업군에도 점점 이런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생각'하는 것이 주업무인 직업군의 경우에는 아직 걱정을 덜 하겠지만, 단순한 computing이 요구되는 직업군에서는 점점 S/W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국지적인 수준이 아니라 만약 전 세계적으로 모든 직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노동은 모두 로보트가 맡고, 사람은 좀더 유익한 자기계발이나 레져활동을 하면서 서서히 늙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아니, 그 경향이 너무 심해져서 나중에는 문명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주장까지도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극으로 치닫는 지금에 와서 보면,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노동력으로써의 인간을 대체한다고 해서, 작업장에서 밀려난 우리들의 라이프가 즐거워지기는 커녕, (1) 다수는 일자리를 빼앗기고, (2) 수입원이 없어져서 (3) 가난해지는데, (4) 거기서 창출되는 부는 극소수의 관리자와 투자자, 그러니까 거대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 현상이 심화될수록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이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인 제도가 마련될 것이다.  대기업에게는 극히 미미한 영향을 끼치지만, 중소업체들에게는 심각하게 타격을 주게 되는 기본임금인상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결과적으로 이는 대기업과 부자들이 대상인 소득분배를, 대부분 영세한 수준인 자영업자들에게 떠안기는 방편에 다름이 아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99%는 게토에서 살면서 죽지 않을만큼의 보조를 받아 목숨을 부지하고 나머지 1%만 유토피아 같은, 그러니까 20세기에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실현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런 곳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고칠 방법은 거의 없어보인다.  가진 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차적으로는 job sharing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더 적은 시간으로 고용하면서, 기존의 소득수준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록 분명히 적은 인원으로 훨씬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분배만 확실하다면 이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채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한 시대가 종언을 고하는 방법은 완벽한 파괴와 혼란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구성이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으로 엄청난 사람들이 죽고,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지만, 이를 통해서 강력한 절대권력이 무너질 수 있었고, 부족국가의 형성을 통해서 과도기를 거친 후 봉건주의라는 나름대로의 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후 봉건주의가 고착화되던 시점에 다시 절대왕정을 통한 강력한 군주국가로, 이는 다시 시민계급의 대두로 배움과 자본의 힘에 의해 무너졌고, 궁극적으로 이는 자본가계급을 탄생시켰는데, 현 시대의 체제는 여기서부터의 연장선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이미 기울만큼 기울었고, 달은 찰만큼 꽉 찬 것이다. 


언제 무너지는가는 결국 matter of time인데, 사람이 무너뜨리기는 자본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땜분에 나는 천재지변이 현 체제를 파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다수는 끔찍한 혼란과 함께 매드맥스 같은 시대를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로마제국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더라면 우리 대다수는 노예로 살고 있었을 것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 않을까?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paradigm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면 인류에게 앞으로의 긴 장밋빛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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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궐 2015-05-0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도시에 큰 재앙이 닥쳐 모든 전기와 수도와 가스공급이 중단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봅니다. 아마 지옥과 아비규환이 따로 없겠지요.

transient-guest 2015-05-08 01:09   좋아요 0 | URL
서바이버는 역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골이죠.ㅎㅎ 도시는 인프라가 무너지면 그냥 아비규환이 될 겁니다. 빠져나오기도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