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 시사뉴스는 조금 멀리 하고 있다. 트럼프의 탄핵은 거의 반역수준의 정치행태를 보인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막아버린 것 같고, 한국은 늘 천천히 시끄럽게 조금씩 진퇴를 반복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2020년에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많고 일단 외부환경을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름을 좀더 눈에 확 들어오는 걸로 바꾸는 걸 고민하고 있다. 일종의 re-branding이고 이를 정비하고 exposure과 networking을 늘려보려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나에게 와주는 고객도 많이 있지만 조금은 더 앞으로 나가보고 싶은 마음.  몇 가지 고민하고 결정해서 실행할 것들이 있다.  기왕이면 law practice외에도 내가 앞으로 건드려 볼 몇 가지 일에도 사용할 수 있는 brand name을 찾고 싶다.


오전에 그렇게 짧은 운동 후 늦은 아침을 먹고 잠깐 근처의 카페에 나갔었다. 오늘은 다들 차를 집에 두고 bar나 어디엔가에서 맥주를 실컷 마시면서 게임을 보려는지 차를 빼면 다시 대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서점을 가는 대신 걸어갈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잠깐 책을 보려 했으나 어인 일인지 내부가 무척 어수선한 것이 도저히 오래 앉아 있고 싶지가 않았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책을 읽다가 이제 곧 게임이 시작하려는 참이다.


쉬운 책을 많이 읽은 탓에 무척 빨리 정리가 밀려버렸다. 














모두 도서관이 아니었더라면 존재도 몰랐을 책들이다. '도둑회사'는 조금 다른 면도 있지만 세 권 모두 무척이나 해학적이고 즐겁게, 하지만 아주 사실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시점에서, 어느 나라에서의 일을 소설로 보여주고 있었다.  묘하게도 '마루 밑 남자'는 남자의 이야기를, '걸'은 제목 그대로 직업을 가진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이런 저런 것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표제작 '마루 밑 남자'는 가족의 부양하고 원하는 걸 해주기 위해 회사에 잡혀 살다가 자기 집에서 쫓겨나고 그런 남자들 중 누군가는 그런 집에 들어가서 기생하다가 어느틈엔가 아버지와 남편을 대신하는 것으로 주거를 찾는 황당한 이야기.  '걸'에서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자기자리를 찾기 위해, 그리고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겪는 일상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는데 보는 내내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옆 나라의 이야기라지만 한국이나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여자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지키고 발전시키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오바마에게 경선을 내준 힐러리를 보면서, 그리고 2016년 힐러리의 대권이 하필이면 쓰레기남자 트럼트와 쓰레기백인들의 결합으로 인해 다시 좌절될 때에도 여자가 대통령이 되는 건 독재자의 딸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구나 싶었다.  아니, 유색인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첫 여성대통령을 내는 것보다는 쉬웠던 것이 이 나리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세 권 모두 충분히 괜찮은 책이다. 읽기에도 즐겁고 보여주는 것도 시사하는 것도 느끼게 하는 것도 많으면 좋지 않겠는가.
















어쩌다 보니 여행스러운 책 두 권과 아직까지 근처도 가보지 못한 대륙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게 됐다. 역시 도서관이 아니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녀석들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 일년이나 이년에 한번 정도는 근처에 있는 도서관 세 군데를 한번씩 돌면서 이렇게 가뭄에 콩나듯 들여오는 한국책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겠다.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면서 강하게 느낀 건 저자의 '백인'지향성과 중국이 끼치는 '민폐'였다. 어떤 정책이 실패하는 것에는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이걸 간단하게 등식화하니 독립하고 수립된 정부가 '흑인'을 내세우며 실정을 저지르고 이걸 '백인'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통해 식민시대에 수립된 것이지만 좋은 시스템을 파괴한 것에서 이유를 찾게 된다. 물론 근본적인 '부족사회'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식민종주국의 이해에 따라 그어진 국경선이 그대로 국가로 만들어진 것에서 오는 문제를 자주 언급하지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심지어 일본의 근대화에서 성공의 예를 가져와 논증을 하는 건 무척 엉뚱하다. '아메리카 기행'의 경우 신기하게도 여행기가 나이를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90년대 초반에서 중반의 미국과 지금과의 괴리 이상, 그걸 바라보는 시선과 묘사, 이해 또한 빛이 바래는 것에 대한 희한함 같은 것들이 기억난다. 문체는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워낙 옛날스러움이 심했던 것이 강하게 남아있다. '레알 남미'는 그다시 할 이야기는 없다. 그저 아직 여행을 많이 못했기에 가볼 곳이 많고, 이에 따라서 일단 상대적으로 여행하기 편리한 곳들만 다녀도 다 못 볼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남미나 동남아를 가볼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2020년에 새롭게 시작한 실용서적읽기. 한 달에 한 권을 목표로 하루에 10페이지씩 읽다가 조금 속도가 나서 20페이지씩 읽었더니 금방 두 권을 읽었다. NIck Bare는 내가 요즘 운동하면서 motivation을 끌어올리는 YouTube에서 알게 된 약관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fitness fanatic인데, 무척 열정적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다. 신기하게도 이 사람의 YouTube을 보거나 들으면서 하는 달리기는 항상 한계를 넘을 수 있었던 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단순히 웹사이트를 개정하고 마케팅을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선 근본적인 접근을 조금 더 바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덕분에 일하는 틈틈히 온라인의 여러 경로를 잘 활용해서 branding과 exposure을 늘려갈 계획을 짜고 있다.   'David Greene'의 책에서는 무척 실용적인 단계별 정보를 얻어 현 시점에서 조금 더 out-of-box thinking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이 또한 괜찮은 책이다. 역시 뭔가 이룬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들을 가치가 있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책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는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로 많은 것들을 explore하고 있다. 지금 새롭게 읽고 있는 다른 실용서적에서도 lesson을 가져와 좀더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생각과 계획은 치밀하게 하되 무조건 action을 늘려야 한다.


강동원처럼 생긴 신부라면 퇴마든 구마든 뭐든 좀 쉬울 것 같다는 생각. 













게임이 시작했으니 충실하게 시즌을 정리하자!


추신: 게임은 안타깝게도 마지막 7분을 못 버티고 졌다. 그리고 책은 한 권이 빠진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간략하게 수정하기로 했다.


그냥 저냥 소설적 재미. 이쯤되면 소설을 찍어내는 포뮬라가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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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읽은 책이 또 많이 쌓여서 긴 정리를 할 필요가 생겼다. 1월 현재 21권 정도를 읽은 것 같으니 나쁘지 않은 속도.  깊이도 좋고 음미하는 것도 좋고, 좋은 글을 찾는 것도 좋고, 독서란 그저 좋은 것인데, 질과 양 모두 각각 중요한 면이 있고 나는 일단 40-80세 사이에 만 권을 읽기 위해 양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독만권서 행만리로'에서 반 이라도 실현하려는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건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로 형편이 안 될 때 그걸 못한다고 자책하거나 아쉬워만 하고 있지 말고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야한다는 자세로 살고 있다. 여행도 열심히 다니는 날이 곳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실 많이 아쉬운 건 아니다. 완벽한 준비 없이도 떠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인생의 어느 즈음에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로 조금 더 준비를 갖추고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의 운동은 오후로 미뤘다. 한번에 3시간이 넘는 운동을 하면서 근육운동과 심폐운동을 함께 하면서, 거기에 심지어 개인기록을 갱신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운동을 진행한 덕분에 24시간이 지난 오전까지도 몸이 덜 회복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소 굳은 건 운동을 하면서 풀어주면 그만이지만 에너지가 너무 떨어져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운동 보다는 횟수를 채우는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는 경우 나쁘지 않겠지만 오늘 내가 목적한 수준의 운동은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오후 한 시나 두 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로저 젤라즈니 사후에 나온 책. 잭과 그의 개, 박쥐와 그의 백작, 고양이와 마녀, 목사와 까마귀, 박사와 그의 거인과 쥐, 드루이드와 뱀, 그리고 탐정과 다리를 저는 그의 조수.  이들이 한 마을로 모여들고 개방자와 폐쇄자의 역할이 예상되는 거대한 이벤트,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결정하는 싸움을 하게 된다. 탐정과 조수는 그 이벤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끼어들었고, 개와, 고양이, 박쥐, 까마귀와 쥐, 뱀이 함께 얽혀 사건을 풀고 만들어 간다. 개방자가 승리하면 선주신들이 세상으로 나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할 것이고 폐쇄자가 승리하면 세상은 그대로 흘러갈 것이다. 이 다양한 유명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한데 이야기의 흐름도 무척 즐겁다. 결말은 물론 세상은 as is 로 남는 것이지만 사실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의외의 인물이 세상은 이대로가 마음에 든다고 폐쇄자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젤라즈니의 작품들은 한 개도 허투른 것이 없이 높은 수준의 문학성과 가독성을 갖고 있다. 


혼자 이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가끔 나오는 인종편견 혹은 외모에 대한 묘사가 눈에 거슬린다. 도서관에 읽은 책을 반납하고 관심이 가는 책들을 싹 쓸어왔다. 아마 이번에 갖고 온 녀석들을 다 읽으면 한동안은 다시 그곳에 갈 일이 없어질 것이다.  못간 곳이 태반이라서 일단 유럽에서 여행의 시작을 갖고 싶은데 중남미의 어딘가를 간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하고 싶어졌다. 나이도 있고 갈 곳은 널려있으니 가능하면 일반 발전된 국가의 도시를 위주로 다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휘리릭 읽어제꼈다.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쪽으로는 워낙 지식이 일천하여 기회가 되면 늘 개론서를 찾아서 조금씩 읽어본다. 재즈를 좋아하지만 지식은 낮아서 이번에 마침 라즈웰 호소키의 책이 눈에 띄길래 구했다. 한국의 재즈관련서적도 훌륭하지만 좀 길고 복잡한 탓에 일목요연한 개론서가 아쉬웠는데 이 책은 딱 그 역할에 제격이다. 하루키의 책도 좋고 남무성의 책도 좋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 책으로 일단 시작하면서 추천하는 대표적인 음반을 찾아서 듣고 좀더 심화된 과정으로 나아가면 좋을 듯 싶다.  너무 단순화한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시대와 장르를 구분했고 유명한 주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어차피 처음엔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봐야 알아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기본개념을 익히고 일단 들어보면서 조금씩 관심을 넓혀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당히 잘 짜여진 책.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을 읽고서 넘어오게 된 책. 유수의 대학연구소에서 어마어마한 기부를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된 전생기억에 대한 연구와 추론. 결론적으로 '과학'이라는 체제안에서 확실하게 증명된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이를 완전히 부정하기엔 너무도 많은 증거를 통해 '전생'이란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기억하는 건 실제로 살았던 다른 사람의 '삶'이란 것이다. '과학'이란 대부분 실험실에서 같은 조건과 환경으로 특정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에 전제를 두고 현상을 증명하게 되는데 그걸 모든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에서 상당한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다. 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걸 바라보고 규정지을 뿐이지까 '과학'이 인류의 진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맞지만 그것이 궁극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  과학으로는 설명하는 못하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빌 호지스 3부작'의 하나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한국어번역으로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 듯. 뭔가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늘 익숙한 무엇이 있었는데.  추리소설에 가까운데 스티븐 킹 하면 역시 서리얼리즘과 호러가 결합된 것이 좋다. 'It'이나 'Insomnia'같은 것들 말이다. 


일본에는 이토 준지가 있고 미국에는 스티븐 킹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둘 다 기묘한 것들로 머릿속이 꽉 차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고 둘 다 이상한 것들에 대한 포비아가 가득하고 거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다르며, 세상이 눈을 통해 머리로 들어올 때 대충 쓰리쿠션 정도를 맞고 굴절되어 인식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번 비슷한 방향의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갑자기 차로 사람을 덥쳐 여럿을 죽이고 사라진 살인자가 다시 나타나려 하고 은퇴한 형사가 그를 잡는 평범한 이야기.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롭지만 스티븐 킹은 역시 서리얼한 호러쪽이 더 맞는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오락이 하고 싶어지는 만화. 지금은 홈콘솔과 PC가 사실상 오락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32비트, 아니 64비트까지만 해도 사실 홈콘솔과 PC가 오락실을 따라가면 시절이었는데, 그때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려준다.  슈퍼닌텐도로 호환된 Street Fighter 2가 처음 나올 때 70불 하던 롬팩을 (기름이 갤런당 1불 하던 시절 - 지금은 지역에 따라 3-4불 - 알바시급이 5불 정도였던) 사서 밤새도록 갖고 놀던 기억. 생각해보니 지금은 프로선수들도 여성들이 많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오락실엔 여자애들이 많이 없었던 것 같고, 그나마 있었던 애들은 주로 보글보글이나 테트리스를 했던 것 같은데 여주는 모든 오락에 통달한 천재이면서 격투대전게임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능력자이다. OVA 시즌 1 정도가 여기서 끝나는 것 같다. 애장할 시리즈.  언젠가 갖고 있는 오락기들을 다 펼쳐놓고 PC방처럼 꾸민, 만화책과 무협지로 가득한 남자의 동굴을 갖는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만...


책읽기와 책모으기 등 관련된 책을 정말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이런 책은 처음 본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계서는 언급하는 것만으로 모임에서 쫓겨나는 지독하게 eccentric한 사람들. 서로의 신분은 베일에 가려진채 책을 통한 페르소나로 만나는 이들의 모임은 독서중독을 넘어 덕후에 가까운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읽기에 대해 그간 접한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볼 수 있었던 유쾌한 책이다. 만화형식을 빌려 읽기도 좋고 읽는 내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괜찮은 이야기. 






삼국지를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아마 2012년 아니면 그 이전에 박종화의 삼국지를 읽은 것이 아닌가 기억된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고등학교와 대학시절까지 계속 즐겨 읽었으나 이미 내가 그의 머리를 outgrow 한 상태라서 보관하고 있는 책을 좀처럼 펴볼 생각이 들지 않았고 얼마 전에 구입한 정사 삼국지는 아직 모셔놓고 열진 않았다. 그전부터 장정일의 삼국지를 볼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열 권을 완독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롭게 쓰인 삼국지를 표방하면서 취지에 걸맞게 작가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추론을 이야기에 넣었다. 덕분에 보통은 이해하기 어려운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고가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졌고 꽤나 상식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재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연의 원전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던 점도 좋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경계가 좀 모호했고 선택 또한 완전히 agree하지는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뭐랄까 조금 산만한 경우가 그래서 있었던 것 같다.  후삼국지를 구해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직도 몸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팔목부터 어깨, 다리 등등. 그래도 오늘 운동을 해줘야 이걸 풀고 내일의 운동도 즐겁게 push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쉬고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gym에서 여유롭게 보낼 것이다.  마음은 순수하되 뇌와 몸은 조금 섹시해져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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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정말 좋아하는 작가. 그 작가의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보면 생상의 음악이 테마로 깔린다. 해서, 책을 읽을 무렵에 소설에서 사용된 생상의 음반 CD를 구매했다.  오늘 유난히도 지친 월요일 저녁. 운동을 포기하고 책을 보다가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플레이어 앞으로 간 나는 그런데 문득 세 장의 CD로 구성된 이 음반에서 유독 세 번째 CD는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늘 익숙하게 틀던 첫 장, 그리고 아마도 들어봤을 두 번째를 건너 뛰고 세 번째 CD를 틀었다.


처음부터 세게 때리는 피아노가 마치 남의 인생을 중장부터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기승전결에서 전과 결의 사이랄까.



토요일과 어제의 빡센 운동 후 오늘 새벽에 눈을 떴으나 여전히 이곳의 기준으로는 너무도 추운 새벽이라서 다시 자리보전을 하고 겨우 출근을 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밤 8시 정도에 gym에 나가서 오늘의 운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첫 째, 배가 고프고, 머리가 아픈 하루를 보낸 끝에 맥주에 라면이 땡겨서, 그리고 이렇게 사람으로 가득한 시간을 뒤로 하고 저녁 8시에 간 gym에서는 새벽 5시부터 쌓인 인간들의 땀냄새와 온갖 냄새로 가득하기 때문에, 그냥 자리를 굳혀 라면을 끓이고 오늘 배달온 책을 읽었다.  역시 의지가 약한 사람인 것이다.


안주가 부족하여 새우깡을 씹다가 예전에 사둔 살라미, 그것도 썰어놓은 마트형이 아닌 고형 순대와도 같은 길쭉한 녀석이 아직 남아 있음을 기억하고는 술을 마신 주제에 칼을 들고 썰어내어 먹었다. 2016년인가 언젠가 술을 마시다가 칼질을 한 탓에 왼손의 엄지를 심하게 잘라낸 후 응급실로 (사실 손톱과 살 조금이지만 엄청 아팠음) 달려가 알코올과 과산화수소가 섞인 그릇에 그대로 손가락을 넣고 30분의 소독시간을 거친 후 좀처럼 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래도 원하는 일은 오늘 끝냈으니 비록 정신 없이 다른 일로 넘어갈 한 주라고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새벽의 확실하고 가학적인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더더욱.


이 황당한 문체는 아무래도 오늘 읽은 책의 영향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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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1-14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좋아하시는군요. 어쩐지...ㅎ

transient-guest 2020-01-15 01:17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작가면서 부럽기도 한 사람입니다.ㅎ 꾸준한 단련과 절제 및 자기관리도 멋지구요.

stella.K 2020-01-15 18:34   좋아요 1 | URL
ㅎㅎ 님의 글을 읽으면 하루키가 생각이 나요.
부러운 사람은 누구든 닮는가 봅니다.^^

transient-guest 2020-01-16 01:38   좋아요 1 | URL
신기합니다. 주로 제 느낌으로는 읽고 있는 책이나 작가의 문체나 어투를 저도 모르게 따라할 때가 있기는 합니다만...ㅎ
 

일거리는 여전히 종종 집으로 들어오지만 좀처럼 열어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일의 즐거움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시간을 잘 맞춰 주중에 배분해서 끝내는 것이 최선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건 나쁜 방식은 아니다. 일할 땐 열심히 일하더라도 쉴 땐 쉬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제는 NFL Playoff로 오늘까지 하루에 두 게임씩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나갔는데 금년의 Playoff는 match up이 기묘해서 upset도 많고 무척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다음 주의 각 채Conference Championship (각각 NFC와 AFC - MLB에서 NL과 AL처럼) 을 거쳐 3주 후엔 NFL Championship인 Super Bowl이 열린다. 금년엔 이 지역의 연고팀인 San Francisco 49ers가 무려 조 1위이자 NFC 1위로 Playoff진출해서 지금 한창인 Green Bay Packer와 Seattle Sea Hawks의 경기의 승자와 Super Bowl 출전권을 놓고 겨루게 된다.  늘 그렇지만 NFL의 시즌과 함께 한 해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4분기가 돌아오고 NFL의 시즌종료와 함께 봄, 그리고 시지프스처럼 다시 바위를 굴려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젤라즈니의 책도 그렇고 톨킨을 비롯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을 보면 특히 더 강하게 느끼지만 문화와 전승이 바탕이 되는 서양작가들의 판타지를 보면 확실히 한국의 판타지와 비교할 때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진다. 스토리나 구성의 신선함, 발상의 전환 같은 면은 이영도나 전민희 같은 한국판타지의 중흥기를 이끈 이들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으나 그 문학적 깊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탄탄한 자신들의 문화와 folklore에 토대를 둔, 그러니까 원형 그 자체가 자신들의 DNA에 녹아있는 배경을 가진 작가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북구신화, 거기에 지방마다 색색이 전해오는 전설과 동화와 역사, 그리고 문학이 알맞게 버무려지고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룬 작가를 만나 엄청난 퓨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한국의 무협소설전성기를 이끈 유수의 작가들이 제 아무리 신박한 발상으로 작품을 써도 고전과 문화에 있어 깊은 이해와 익숙함을 가진 중국의 대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깊이는 찾기 어려운 것과 갈다. 젤라즈니의 한국어번역은 구할 수 있는 건 다 모아들일 생각이다. 일단 모두 절판이라서 언젠가 시간이 넉넉할 때 아벨서점 같은 곳도 가보고 언젠가는 보수동에서도 찾아볼 것이다.  한 칸의 작은 공간에 책을 마구 쌓아놓은 곳은 좀 피하고 싶고 아주 작더라도 기본적으로 책은 책꽂이 보관하고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읽은 건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첫 권이다. 아마 가장 유명하기도 할 것인데 이 책이 이렇게 긴 시리즈였나 새삼 놀라고 있다. 


뱀파이어장르는 늘 흥미가 있어서 SF가 결합한 Vampire Hunter시리즈는 영문판이 나오기 시작한 이래 거의 10년이 넘도록 계속 구해서 읽어가고 있고 그전에 Historian이나 원작 드라큘라도 즐겁게 봤다. 최근에 Decre Stoker의 Dracul도 그랬고. 영생불사라는 점, 시체이면서도 지독하게 매혹적이라는 점, 인간을 먹는다는 (피를 마시지만) 점에서 상위포식자로서의 위치까지 여러 모로 쏠쏠한 창작의 소재가 아닌가 싶다. 


소설적인 재미와 몽환적인 묘사가 훌륭했는데 영화의 도움(?)을 받은 상상으로 거의 모든 장면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하면서 읽었다 (상상력에 제약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된 시골살이에 갑자기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나고 그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초능력자같은 뱀파이어라니. 뱀파이어와 여고생을 가져왔지만 기실 시골이나 한적한 동네로 떠난 여주인공이 지겨운 일상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동네생활에서 갑자기 엄청난 연애를 한다는 세팅은 로맨스장르에서 꽤 즐겨 다루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기념비적인 작품이라서 한국어 혹은 영어로든 전집을 제대로 구해놓고 싶은데 이건 아마존에서도 프리미엄이 엄청 붙어서 거래된다. 그만큼 팬이 많다는 뜻이겠지? 


원안에 따르면 보트를 타고 명승유적을 관람하는 멋진 계획이지만 세 얼간이들의 바보짓으로 정신 없는 코믹모험으로 바뀐다. 나올 당시 20만부가 팔렸고 해적판은 훨씬 더 많이 팔렸다고 하니 아마도 책이 나오던 시대에 살면서 지역과 지리를 잘 알던 사람들은 훨씬 더 재미있게 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시리즈'에서 오마쥬 혹은 언급된 걸 계기로 흥미를 갖고 있다가 우연히 책이 한국어로도 나와 있다는 걸 알고 구했다. 조금 정신 없이 보기는 했으나 네래이젼 스타일로 전개되는 열흘 간의 우스꽝스러운 짓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책은 이렇게 사놓고 있으면 언제가는 읽게 되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가 그런 면에서 묘하게 맞는 말을 한 것이다.  


새벽에 미사를 드리고 운동을 때리고 (어제와 오늘을 합쳐 수치상으로는 약 2700 kcal) 내리 풋볼중계를 보다가 잠깐 서점에 나가서 Witcher소설 1권을 샀다. 폴란드작가의 원작으로 컬트적인 following은 있었으나 main은 아니였던 것이 게임의 성공과 넷플릭스의 드라마화가 만나 엄청나게 유명해진걸로 안다. 한국어로도 번역되 된 것 같은데 언제가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당분간은 책구매도 상당히 신경을 써서 진행할 것이라서 언제 그리 될지 모르겠다. 2025년까지를 목표로 잡고 열심히 준비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일을 열심히 하고 절약하면서 이번 2월시험의 결과가 나오는 5월에 시험책이 중고로 나오면 하와이시험을 조금씩 준비할 생각이다.  일단 시험을 본 것이 13-4년 전이라서 과목별로 다시 정리하고 배워야 할 것이고 이후 문제를 풀면서 컨셉을 잡는 등 연습을 해야 한다. 거기에 스페인어도 어떻게든 배우고 싶은데 학교는 아무래도 무리같으니 천상 혼자 공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 모로 바쁘게 2020도 지나갈 것이다.  


뭔가 목표를 잃고 사는 듯한 느낌이 계속 이어져왔다. 하지만 모호하더라도 뭔가 가슴이 설레게 하는 목표가 생긴 것 같아서 바쁘고 tight한 한 해를 살더라도 잘 수행이 된다면 기쁘게 지낼 수 있다. 무분별한 소비를 조심하고 충분히 아끼면서 회사를 더 키워갈 것이다. 심지어 호놀룰루 한복판에 있는 4성급 사무실빌딩의 임대비용도 이곳의 C급보다 저렴하니 대충 한 25-30평 정도의 사무실공간을 확보하고 잘 쪼개서 정리하면 멋진 사무실겸 서재가 될 것이다.  높은 사무실빌딩에서 내려다보는 Ala Moana Blvd라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새벽 6시에 오후 2시까지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예약이 없으면 사무실에서 나와 남은 하루를 즐길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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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1-13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히스토리안]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이 딱히 평이 좋았던 것 같지는 않지만요.
언급하신 [뱀파이어 헌터] 시리즈는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이 된 상황에서 다시 나올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저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텔레비젼에서 봤거든요.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뱀파이어인 남자의 팔이 따로 독립된(?) 인격을 가진, 그거 맞죠? 제대로 보고싶은데 너무 다 절판이라는.. ㅜㅜ

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건 읽으면서 너무 무서웠어요 ㅠㅠ

transient-guest 2020-01-14 02:01   좋아요 0 | URL
˝뱀파이어 헌터 D˝는 말씀하신 거 맞아요. 1985년인가 먼저 OVA나온거 있고 그 다음에 2000년대 초반에 한번 더 애니메이션이 나왔어요. 소설은 영어번역이 벌써 28권까지 나왔네요. 한국어로는 몇 권 나오다 말고 절판됐어요. 그거라도 나중에 헌책방에서 찾으면 구할 생각입니다.ㅎ 드라큘라 원전은 무척 에로틱하고 고딕한 소설이라고 하네요.ㅎ 전 읽은 나이에 따라 액션활극으로, 호러로, 그러다가 좀더 깊이가 있는 문화소설로 봤어요.ㅎ
 

얼마 전 진모씨의 퍼포먼스를 본 감상을 어떤 팟캐스트에스서는 "프로레슬링에(나) 어울리는 대단한 mic work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하는 걸 들었다.  충분히 이해하고 agree할 수 있는 커맨트가 아닌가. 역시 전직 레퍼이자 잘나가는 팟캐스트 방송을 두 개나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입담이 좋다. 


이걸 다 읽어버리다니. 이다지도 빨리. 읽자마자 아쉽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무협지는 고전에서도 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도 당분간은 더 읽을 무협소설이 없기 때문에. 또 고룡의 작품을 최소한 당분간은 더 만나볼 수 없을 것이라서. 김용의 작품들은 어찌된 일인지 예전에 모두 나왔고 비교적 최근에는 새로운 번역과 패키징으로 다시 나왔는데 양우생, 와롱생, 고룡을 비롯한 다른 유명작가들의 작품은 아주 옛날 옛적, 무협소설의 전성시대가 지나간 후로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구할 방법이 없다. 구하더라도 세로쓰기가 대부분일 정도로 오래된 판본이고 해적판이라서 그 상태가 조악하기 짝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부호의 자식이면서 학문에도 밝아서 과거급제를 한 수제상공에 무림의 최고병기서열 삼위에 오른 작은 비도, 일명 소이비도라 불리는 무기는 한번 날면 무조건 한 명이 죽는다고 할만큼 무술고수, 거기에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혼인이 사실상 약속이 된 가인까지 부족할 것이 없고 친구와 술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우연에서 시작된 우정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관외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후 그가 다시 돌아오면서 묻어두었던 과거와 마침 그때 다시 나타난 무림흉수로 인해 모든 것이 그야말로 open season이 되어버린다. 질투는 사람을 망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가장 소중한 걸 잃게 마련이다.  


다정한 검객에 해당하는 사람은 주인공 외에도 여럿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검은 무정하다고 하나 친구, 의리, 협의, 그리고 사랑을 위해서는 검 또한 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결국 어떤 이는 죽고 어떤 이는 검을 놓아야 했으면 어떤 이는 모든 걸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누명까지 쓰고 폐병을 달고 산다. 


한 마디의 말이 짤아서 혈겁이 일어나고 좋은 사람들이 죽는다. 사랑이 떠나고 지기와는 원수가 된다. 지금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만 무협소설이나 시대소설에서 극화되는 당시의 기풍이나 세태는 확실히 많은 오해를 불러일스킬 수 밖에 없다.  


고룡은 무협소설계의 기인이사와도 같다. 대단한 작가들이 대만과 홍콩의 문학계를 무대로 백가쟁명하던 시절을 잘 보여주는 '삼검루수필'이나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 같은 책에도 잘 나와 있는 바, 고룡의 작품세계는 무척이나 몽환적이다. 닌자로 치면 기술의 이가류 보다는 환술에 가깝게 묘사되는 고가류 같다.  


이들이 묘사한 신무협의 전성기 백가쟁명의 홍콩과 대만의 문학계의 모습은 무척 낭만적이다. 자신들의 작품세계의 주인공들 마냥 작가들의 모습도 호방한 면모가 보이고 서로 경쟁하면서 절차탁마하면서도 친하게 지내며 바둑이나 체술로 견주기를 하던 멋진 시절을 보게 된다.  지금은 덩치만 커진 아이같은 중국정부의 깡패짓에 동조하는 유치한 모습이 아닌 진정한 대국의 자세를 토로하던 지식인의 모습이 남아있다.



용대운이나 설봉, 좌백, 운중학 같은 이들로 대표되는 한국의 무협소설은 그 소재와 발상의 신선함에서는 중국을 능가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고풍스러운 맛이나 깊이는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더 이상 막소설이 아닌 진정한 무협소설이 나오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한국이나 중국 모두의 세태가 아닌가 싶어 더더욱 좋던 시절 나온 주옥과도 같은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예전에 Hong Kong Classic 시리즈로 재밌게 본 영화의 원작들이 보고 싶은데 '천애, 명월, 도' (이걸 천애명월도라고 쓴 영화커버라니), 그리고 '유성, 호접, 검' (이것도 영화커버엔 유성호접검이라고 써있다)이 무척 궁금하다.


읽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술 한잔 하면서 읽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으나 어제 NFL Playoff Wildcard 게임을 틀어놓고, 한쪽에서는 한국예능이 돌아가는 소란스러움 속에서나마 막걸리를 마시면서 결말을 봤다. 언젠가 갖고 있는 무협소설들을 모두 꺼내놓고 이런 멋진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젊은이의 주량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니 길고 오래 마시면서 오랜 친구들과 그렇게 즐거운 만남을 가질 것이다.


사건모음집의 형식으로 전직 유능한 형사이자 현직 인기 추리소설작가이면서 컨설팅 형사로 활동하는 부스지마가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결같다. 충분한 사전조사와 탐문수사 후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범행을 자백하게 만드는 것. 이런 것이 가능하다면 물론 고생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래서 소설은 소설인 것이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세계 삼대장이 활약하는 시리즈와는 달리 특별히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 같지는 않다. 딱 소소한 수준의 재미를 주는 정도. 하지만 작가 형사 부스지마라는 사람은 무척 특이한 캐릭터로 흥미가 간다. 






책을 많이 읽는 세상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가끔씩 생각해보는 주제다. 전기문명이 갑자가 몰락하거나 TV나 영화를 비롯한 비쥬얼매개가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정말 좋아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비롯한 필요에 의해 책을 읽는 시대이지 다른 재미있는 것이 없어서 책을 읽는 시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장서가 귀한 시절 오히려 책은 정말 다양한 역할을 했던 것 같고 책을 흔하고 싸게 많든 기술이 결국 다른 것들도 흔하고 싸게 만들어버렸으니 아이라니가 아닌가.


2020년부터 5개년 계획을 잡고 하나씩 실행하기로 했다. 언어습득과 하와이주의 면허시험이 그 기간 중 이뤄야 할 목표들 중 비교적 쉬운 것들이다. 나머지는 그저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 


나에게 행운이 있기를. 그래서 늦어도 2025년 어느 즈음엔 하와이의 주민으로서 책을 읽고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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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맘 2020-01-06 0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transient-guest 2020-01-06 0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렇게혜윰 2020-01-06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존재를 몰랐다가 급 너~~~~~무 읽고 싶어지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transient-guest 2020-01-07 01:51   좋아요 1 | URL
무협소설의 팬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