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는 여전히 종종 집으로 들어오지만 좀처럼 열어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일의 즐거움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시간을 잘 맞춰 주중에 배분해서 끝내는 것이 최선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건 나쁜 방식은 아니다. 일할 땐 열심히 일하더라도 쉴 땐 쉬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제는 NFL Playoff로 오늘까지 하루에 두 게임씩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나갔는데 금년의 Playoff는 match up이 기묘해서 upset도 많고 무척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다음 주의 각 채Conference Championship (각각 NFC와 AFC - MLB에서 NL과 AL처럼) 을 거쳐 3주 후엔 NFL Championship인 Super Bowl이 열린다. 금년엔 이 지역의 연고팀인 San Francisco 49ers가 무려 조 1위이자 NFC 1위로 Playoff진출해서 지금 한창인 Green Bay Packer와 Seattle Sea Hawks의 경기의 승자와 Super Bowl 출전권을 놓고 겨루게 된다.  늘 그렇지만 NFL의 시즌과 함께 한 해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4분기가 돌아오고 NFL의 시즌종료와 함께 봄, 그리고 시지프스처럼 다시 바위를 굴려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젤라즈니의 책도 그렇고 톨킨을 비롯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을 보면 특히 더 강하게 느끼지만 문화와 전승이 바탕이 되는 서양작가들의 판타지를 보면 확실히 한국의 판타지와 비교할 때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진다. 스토리나 구성의 신선함, 발상의 전환 같은 면은 이영도나 전민희 같은 한국판타지의 중흥기를 이끈 이들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으나 그 문학적 깊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탄탄한 자신들의 문화와 folklore에 토대를 둔, 그러니까 원형 그 자체가 자신들의 DNA에 녹아있는 배경을 가진 작가들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북구신화, 거기에 지방마다 색색이 전해오는 전설과 동화와 역사, 그리고 문학이 알맞게 버무려지고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룬 작가를 만나 엄청난 퓨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한국의 무협소설전성기를 이끈 유수의 작가들이 제 아무리 신박한 발상으로 작품을 써도 고전과 문화에 있어 깊은 이해와 익숙함을 가진 중국의 대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깊이는 찾기 어려운 것과 갈다. 젤라즈니의 한국어번역은 구할 수 있는 건 다 모아들일 생각이다. 일단 모두 절판이라서 언젠가 시간이 넉넉할 때 아벨서점 같은 곳도 가보고 언젠가는 보수동에서도 찾아볼 것이다.  한 칸의 작은 공간에 책을 마구 쌓아놓은 곳은 좀 피하고 싶고 아주 작더라도 기본적으로 책은 책꽂이 보관하고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읽은 건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첫 권이다. 아마 가장 유명하기도 할 것인데 이 책이 이렇게 긴 시리즈였나 새삼 놀라고 있다. 


뱀파이어장르는 늘 흥미가 있어서 SF가 결합한 Vampire Hunter시리즈는 영문판이 나오기 시작한 이래 거의 10년이 넘도록 계속 구해서 읽어가고 있고 그전에 Historian이나 원작 드라큘라도 즐겁게 봤다. 최근에 Decre Stoker의 Dracul도 그랬고. 영생불사라는 점, 시체이면서도 지독하게 매혹적이라는 점, 인간을 먹는다는 (피를 마시지만) 점에서 상위포식자로서의 위치까지 여러 모로 쏠쏠한 창작의 소재가 아닌가 싶다. 


소설적인 재미와 몽환적인 묘사가 훌륭했는데 영화의 도움(?)을 받은 상상으로 거의 모든 장면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하면서 읽었다 (상상력에 제약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된 시골살이에 갑자기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나고 그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초능력자같은 뱀파이어라니. 뱀파이어와 여고생을 가져왔지만 기실 시골이나 한적한 동네로 떠난 여주인공이 지겨운 일상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동네생활에서 갑자기 엄청난 연애를 한다는 세팅은 로맨스장르에서 꽤 즐겨 다루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기념비적인 작품이라서 한국어 혹은 영어로든 전집을 제대로 구해놓고 싶은데 이건 아마존에서도 프리미엄이 엄청 붙어서 거래된다. 그만큼 팬이 많다는 뜻이겠지? 


원안에 따르면 보트를 타고 명승유적을 관람하는 멋진 계획이지만 세 얼간이들의 바보짓으로 정신 없는 코믹모험으로 바뀐다. 나올 당시 20만부가 팔렸고 해적판은 훨씬 더 많이 팔렸다고 하니 아마도 책이 나오던 시대에 살면서 지역과 지리를 잘 알던 사람들은 훨씬 더 재미있게 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시리즈'에서 오마쥬 혹은 언급된 걸 계기로 흥미를 갖고 있다가 우연히 책이 한국어로도 나와 있다는 걸 알고 구했다. 조금 정신 없이 보기는 했으나 네래이젼 스타일로 전개되는 열흘 간의 우스꽝스러운 짓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책은 이렇게 사놓고 있으면 언제가는 읽게 되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가 그런 면에서 묘하게 맞는 말을 한 것이다.  


새벽에 미사를 드리고 운동을 때리고 (어제와 오늘을 합쳐 수치상으로는 약 2700 kcal) 내리 풋볼중계를 보다가 잠깐 서점에 나가서 Witcher소설 1권을 샀다. 폴란드작가의 원작으로 컬트적인 following은 있었으나 main은 아니였던 것이 게임의 성공과 넷플릭스의 드라마화가 만나 엄청나게 유명해진걸로 안다. 한국어로도 번역되 된 것 같은데 언제가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당분간은 책구매도 상당히 신경을 써서 진행할 것이라서 언제 그리 될지 모르겠다. 2025년까지를 목표로 잡고 열심히 준비하기로 했으니까.  일단 일을 열심히 하고 절약하면서 이번 2월시험의 결과가 나오는 5월에 시험책이 중고로 나오면 하와이시험을 조금씩 준비할 생각이다.  일단 시험을 본 것이 13-4년 전이라서 과목별로 다시 정리하고 배워야 할 것이고 이후 문제를 풀면서 컨셉을 잡는 등 연습을 해야 한다. 거기에 스페인어도 어떻게든 배우고 싶은데 학교는 아무래도 무리같으니 천상 혼자 공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 모로 바쁘게 2020도 지나갈 것이다.  


뭔가 목표를 잃고 사는 듯한 느낌이 계속 이어져왔다. 하지만 모호하더라도 뭔가 가슴이 설레게 하는 목표가 생긴 것 같아서 바쁘고 tight한 한 해를 살더라도 잘 수행이 된다면 기쁘게 지낼 수 있다. 무분별한 소비를 조심하고 충분히 아끼면서 회사를 더 키워갈 것이다. 심지어 호놀룰루 한복판에 있는 4성급 사무실빌딩의 임대비용도 이곳의 C급보다 저렴하니 대충 한 25-30평 정도의 사무실공간을 확보하고 잘 쪼개서 정리하면 멋진 사무실겸 서재가 될 것이다.  높은 사무실빌딩에서 내려다보는 Ala Moana Blvd라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새벽 6시에 오후 2시까지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예약이 없으면 사무실에서 나와 남은 하루를 즐길 날을 기다려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01-13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히스토리안]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이 딱히 평이 좋았던 것 같지는 않지만요.
언급하신 [뱀파이어 헌터] 시리즈는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데 절판이 된 상황에서 다시 나올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저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텔레비젼에서 봤거든요.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뱀파이어인 남자의 팔이 따로 독립된(?) 인격을 가진, 그거 맞죠? 제대로 보고싶은데 너무 다 절판이라는.. ㅜㅜ

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건 읽으면서 너무 무서웠어요 ㅠㅠ

transient-guest 2020-01-14 02:01   좋아요 0 | URL
˝뱀파이어 헌터 D˝는 말씀하신 거 맞아요. 1985년인가 먼저 OVA나온거 있고 그 다음에 2000년대 초반에 한번 더 애니메이션이 나왔어요. 소설은 영어번역이 벌써 28권까지 나왔네요. 한국어로는 몇 권 나오다 말고 절판됐어요. 그거라도 나중에 헌책방에서 찾으면 구할 생각입니다.ㅎ 드라큘라 원전은 무척 에로틱하고 고딕한 소설이라고 하네요.ㅎ 전 읽은 나이에 따라 액션활극으로, 호러로, 그러다가 좀더 깊이가 있는 문화소설로 봤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