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정말 좋아하는 작가. 그 작가의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보면 생상의 음악이 테마로 깔린다. 해서, 책을 읽을 무렵에 소설에서 사용된 생상의 음반 CD를 구매했다.  오늘 유난히도 지친 월요일 저녁. 운동을 포기하고 책을 보다가 음악을 듣고 싶어졌다. 플레이어 앞으로 간 나는 그런데 문득 세 장의 CD로 구성된 이 음반에서 유독 세 번째 CD는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늘 익숙하게 틀던 첫 장, 그리고 아마도 들어봤을 두 번째를 건너 뛰고 세 번째 CD를 틀었다.


처음부터 세게 때리는 피아노가 마치 남의 인생을 중장부터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기승전결에서 전과 결의 사이랄까.



토요일과 어제의 빡센 운동 후 오늘 새벽에 눈을 떴으나 여전히 이곳의 기준으로는 너무도 추운 새벽이라서 다시 자리보전을 하고 겨우 출근을 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밤 8시 정도에 gym에 나가서 오늘의 운동을 하는 것이었는데, 첫 째, 배가 고프고, 머리가 아픈 하루를 보낸 끝에 맥주에 라면이 땡겨서, 그리고 이렇게 사람으로 가득한 시간을 뒤로 하고 저녁 8시에 간 gym에서는 새벽 5시부터 쌓인 인간들의 땀냄새와 온갖 냄새로 가득하기 때문에, 그냥 자리를 굳혀 라면을 끓이고 오늘 배달온 책을 읽었다.  역시 의지가 약한 사람인 것이다.


안주가 부족하여 새우깡을 씹다가 예전에 사둔 살라미, 그것도 썰어놓은 마트형이 아닌 고형 순대와도 같은 길쭉한 녀석이 아직 남아 있음을 기억하고는 술을 마신 주제에 칼을 들고 썰어내어 먹었다. 2016년인가 언젠가 술을 마시다가 칼질을 한 탓에 왼손의 엄지를 심하게 잘라낸 후 응급실로 (사실 손톱과 살 조금이지만 엄청 아팠음) 달려가 알코올과 과산화수소가 섞인 그릇에 그대로 손가락을 넣고 30분의 소독시간을 거친 후 좀처럼 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래도 원하는 일은 오늘 끝냈으니 비록 정신 없이 다른 일로 넘어갈 한 주라고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새벽의 확실하고 가학적인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더더욱.


이 황당한 문체는 아무래도 오늘 읽은 책의 영향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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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1-14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좋아하시는군요. 어쩐지...ㅎ

transient-guest 2020-01-15 01:17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작가면서 부럽기도 한 사람입니다.ㅎ 꾸준한 단련과 절제 및 자기관리도 멋지구요.

stella.K 2020-01-15 18:34   좋아요 1 | URL
ㅎㅎ 님의 글을 읽으면 하루키가 생각이 나요.
부러운 사람은 누구든 닮는가 봅니다.^^

transient-guest 2020-01-16 01:38   좋아요 1 | URL
신기합니다. 주로 제 느낌으로는 읽고 있는 책이나 작가의 문체나 어투를 저도 모르게 따라할 때가 있기는 합니다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