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감방하체운동루틴은 지금 상황에서 하체운동을 하기에 최고인 듯. 다리는 가볍고, 다리와 엉덩이까지 묵직하게 근육감이 느껴진다. 이번 달에는 벌써 87마일을, 81마일은 걸어서, 6마일은 뛰어서 움직였는데, 이젠 4-5마일 걷는 건 일도 아니다. 처음엔 2마일도 꽤 힘들었는데. 아침에 해가 뜰 무렵에 걷는 기분은 조깅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오늘 하려던 burpees full set은 중간에 반 조금 못하고 포기. 무릎이 아팠고 절대로 무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주말에 긴 거리를 걷고 뛰려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함을 잘 알기에. 


좀처럼 남이 권해서 책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다보니 '독서인간의 서재'라는 책을 타고 넘어온 끝에 이도우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장면은 예쁘지만 극화 자체는 좀 데면데면했던 드라마와는 달리, 하지만 드라마의 이쁜 시골풍경이 적절히 머릿속에 남은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80년대 인천의 어느 외진 동네를 보는 것처럼 배경이 깔린 내 머릿속에서 잔잔하고 감성어린 어른의 연애와 그 밖의 많은 복잡한 것들을 잘 버무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가 어떻게 이런 좋은 감성으로 여자의 심리를 그려낼 수 있을까, 또 어쩌면 이다지도 feminine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적으로 작가는 여자라는 사실. 짧게 남기기도 했거니와, 지우나 서우 처럼 '우'자가 들어가는 여자이름이 많은데 도'우'는 왜 남자라고 그냥 짐작해버렸을까. 설마 이것이 내 성인지 감수성의 수준은 아니겠지요??? 은근히 걱정되는 70년대 어느 즈음에 태어나서 마흔의 중반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남자의 걱정이다. 


내친김에 작가의 산문집도 마저 읽었다. 아마도 중앙대 안성을 나오신 듯, 당시 시골 한복판에 세워진 학교에 대한 묘사가 있고, 소설을 그저 한 권 읽었을 뿐이지만 이미 차용된 듯한 모티브도 볼 수 있었다. 이미 50을 넘긴 작가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많은 직업과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넉넉하게 쌓여 있어서일까, '문창과'출신 소설가들에 대한 내 편견이 누그러드는 순간을 경험했다. 남은 두 권의 소설은 좀더 아껴서 볼 생각이다. 겨울까지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이젠 정말 늘어지는 이 작품. 와인을 좋아해서 매주 마시지만 여기서 다루는 와인들은 저가라고 해도 보통 3-40불대를 넘어가는 최소 중가와인들이 대부분이고,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아직 제대로 마셔본 것이 없다. 주로 다루는 건 게다가 최고봉, 어쩌면 돈이 있어도 제대로 마시기 어려운 것들이라서, 아무리 묘사가 좋아도 이젠 좀 멀리서 보게 된다. 그저 마무리를 잘 하고 12사도의 정체를 밝히고 화해할 사람들은 화해하고, 맺어질 인연들은 맺어지면 좋겠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지우나 서우는 여자로 바로 알게 되고, 도우는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Trumbo'를 봤다. Red Scare가 한창이던 미국에서, 할리웃에 몰아닥친 광풍으로 인해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사냥을 당하던 시절 꿋꿋히 맞선 남자의 이야기. '로마의 휴일', '스파르타쿠스' '엑소더스'를 비롯한 대작의 시나리오작가이자 어려운 시절 ghost writer로 엄청난 양의 B급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대가의 일대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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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좋아했어요. 되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것 같은데 오래 남는 그런 이야기였거든요. 그 뒤에 [잠옷을 입으렴]은 별로여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안읽었는데, 트랜님 이 페이퍼 보니 읽어볼까 싶네요.
트랜님 사서함 110호 읽고난 후의 감상이 궁금해요. 제가 아는 남자사람은 도대체 이 책 읽고 뭘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ㅎㅎ

transient-guest 2020-05-22 10:58   좋아요 0 | URL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묵혀두고 읽을 거에요 ㅎㅎ 말씀한 그분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그런 감상을 가질지 궁금합니다 ㅎ
 

처음 Shelter in Place가 공표된 3/16부터 아마도 거의 같은 패턴으로,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다니지 못하고 갑자기 급전직하로 내려앉은 회사의 2/4분기 실적에 따라 매일 복리로 쌓이는 듯한 스트레스로 인해 책을 읽는 것도, 일에 대한 의욕도 다 떨어지고 그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운동 하나만 정신줄을 잡고 있는 것처럼 해나가고 있다. 


연초에 계획한 건 날씨가 좋아지면 프리다의 전시회도 가고 자동차로 다녀올 수 있는 관광명소들을 하나씩 찍어서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잘 풀린다면 3-5년 사이에는 하와이로 이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라도 더 많이 보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고, 가능하다면 그나마 이곳에서 동부를 통해 유럽을 가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편이라서 유럽여행도 이곳에 살 때 좀 다녀볼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런 계획과 2020년은 뭔가 그레이트한 해가 될 것이라는 알 수 없는 연초의 예감이 무색하게 COVID-19을 완벽하게 말아먹은 트럼프와 개판에 오판이 쌓인 미국의 의료행정 탓에 모든 것이 일단은 다 정지된 것 같다.  5/31부터는 이곳조차도 단계적으로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갑자기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버티는 수 밖에.


하와이가 그리운 마음에 뒤적이면서 다시 읽은 '파라다이스의 가격'은 'New York,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가 조금 더 유명한 서진 작가와 배우자가 두 달 동안 오아후 섬에서 산 이야기다. 재밌는 건, 이 책을 처음 읽던 당시만 해도 하와이에 다녀오기 전이었다는 것 (으로 기억한다).  처음에 갔을 때도 좋았지만 그 뒤로 작년까지 오아후를 세 번, 빅아일랜드를 두 번, 마우이를 한 번 다녀오면서 계속 느낀 하와이의 매력에 빠져 나도 언제부터인지 이주를 계획하게 되었고, 그 전에도 내 마음 같아서는 짬이 날 때마다 가고 싶은 곳이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건 빅아일랜드라고 하지만 너무 시골이고 그래서 먹고 살 것을 고민해야 하고 게다가 화산이라도 터지는 날엔 재수가 없으면 집을 날려버릴 수도 있기에 패쓰; 마우이의 경우 좀더 나은 환경이지만 모든 것이 비싸고 상어가 상대적으로 더 많으며 한국의 서해안처럼 조금만 들어가도 낙차가 심해지는 해변이라서 역시 패쓰를 하고, 살기엔 너무 비싸고 너무 시골인, 너무너무 아름답다는 카우아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멀기에 결국 오아후가 나에겐 제격이다. 그런 오아후에서 내가 머문 시간은 총 2주에서 2주 반 정도로 기억하는데, 역시 모든 걸 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던 듯, 이 책을 보니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새우트럭의 새우는 그 값에 비해 너무 맛이 별로였었지만 와이키키를 중심으로 맛있는 오니기리와 무스비를 먹을 수 있고,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 가서 먹는 우동이 있고, 한국음식도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등, 음식도 아시안과 양식이 적당히 잘 퓨전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역시 오아후가 최고라고 생각된다. 


언제 이주하게 될 지, 시험은 언제 어떻게 공부해서 다시 봐야 할 지, 막상 옮기면 하는 일은 잘 될지 등등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찾으면 끝이 없지만, 지금의 나로 사는 건 이번 생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니 주저하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기왕이면 나이가 들었더라도 하와이에 어울리는 beach body를 만들어서 가면 더욱 좋겠다.  작가라는 인종이 부러운 큰 이유가 이런 뜬금없는 이주와 여행이 아닌가 싶다.  '비교적'이라도 '성공'했다는 단서가 붙어야 하겠지만, 그건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겠는가. 


한국에서 큰맘을 먹고 가는 여행이라서 그런지 많이들 보면 오아후 2-3일, 빅아일랜드 2-3일, 마우이 2-3일 정도로 한번에 다녀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고, 카우아이는 상대적으로 덜 가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추천하는 건, 당연히 한번에 한 섬씩 다녀가고,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머물다 가는 것이다. 최소한 그 정도는 있어야 유명한 곳도 다니고, 하루종일 물놀이도 하고, 다운타운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평을 책으로 엮은 것 외에도 무척 많은 '책'이나 '독서'에 대한 책을 읽어왔다.  장정일 작가, 금정연 평론가, 그리고 최소한 러시아문학에 있어서는 undisputed champion과도 같은 로자선생 등이 기억에 남는 이 분야의 책들 중 이번에 구해서 읽은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서평집이지만 단순히 평가를 하거나 책을 소개하기 보다는 저자가 긴 독서인생에서 만난 명저들을 추리고 추려서 마흔 권을 고른 후 이를 권하기 위해 쓴 책이라고 봐야 옳겠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전혀 그 존재를 모르던 작가와 책들을 알게 되었고 몇 권 정도는 보관함에 담았고 바로 구할 책은 장바구니에 넣게 되었으니 저자가 의도한 바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자기만의 철학이나 깊은 배움과 오랜 연마를 통해 나오는 서평집도 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개도 좋겠지만, 이렇게 독서인생의 어느 즈음해서 자기가 읽은 것들 중에서 엄선된 양서를 남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도 멋진 일 같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 2부작(?)의 두 번째. 최근에 나왔는데 벌써 초판이 아닌 2쇄라고 나온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부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이미 마흔에 대학교에서 사람을 가르치고, 책도 잘 팔렸고 영화화되기도 했었고, 고정으로 하던 방송까지 (종종 홍보수단으로도 강력하게 작용하는) 있었으니 수입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여러 모로 괜찮은 생활을 하던 그가 정작 글쓰기만 빼고는 다 잘 돌아가던 그 삶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을 거쳐 이탈리아를 돌아다닌 과거의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많이 했고 많이 책으로 빼낸 이 짓(?)을 김영하는 이제 몇 번 정도 하게 되는 일인데, 향후 2-3년 간은 이런 일이 쉽지 않을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특히 이탈리아 하고도 시칠리아를 여행한 기억은 오랜 시간동안 특별하게 남을 것이다.  가성비가 끝내준다는 시칠리아의 와인과, 그날 잡아온 생선을 매일 구해서, 역시 즉석에서 만든 파스타와 즐길 수 있었던 그의 시칠리아 stay가 부럽기는 하지만, 내가 포인트로 잡고 있는 곳은 사실 로도스섬에서 쫓겨난 성요한기사단이 18세기까지 지배했던 몰타섬이다.  은근히, 아니 대놓고 이제는 어학연수를 하면서 여행을 다니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이곳이야말로 유럽여행의 base camp를 차리기에 적합한 곳 같은데, 언젠가 김영하 작가는 이곳을 가보려나?  


늘 좋다가 가끔씩 재수가 없다가 하는 김영하 작가가 방송에서 말했던 바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닌 '사놓고 읽는 것'이라는 말이 무절제한 책구매에 대한 단골변명이라서 그 방송을 본 이후로는 늘 그에게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이라면 조금 과장이겠지만, 어쨌든 가끔 느껴지는 과한 외국지향(?) 또는 외국 stay에 대한 자랑(?)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서는 비교적 호감도 높은 작가로 진화(?)한 것 같다.


대가이자 기인이라고 칭해지는 '할란 엔더슨'의 단편전집. 자주 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계속 SF를 출간해주는 '아작'에겐 늘 고맙다. 과거의 전집시대에는 어린이 혹은 청소년 버전이나마 SF의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외판원들이 발품을 팔며 전국에 퍼뜨린 전집의 시대가 끝난 지금은 출판사에서 꾸준히 이렇게 SF를 내주지 않으면 여기 저기 나오는 것을 사서 띄엄띄엄 읽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SF는 척박한 출판시장에서도 마이너에 속하기 때문에 몇 권이 나오다가 시리즈가 끝나는 경우를 허다하게 많이 봤으니, 아작에서 계속 책이 나오는 건 그야말로 경이스럽다고 하겠다. 무척 혼란스럽게 이해가 어려운 것도 있고, 풍자로 가득한 사회성 짙은 소설도 있었는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탄탄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 한다.



'마의 산'을 몇 번의 실패 끝에 끝낸 것이 작년이니 2012년 경에 시작한 후 근 7-8년이 완독에 소요된 셈이다. 매번 중간에 끝내면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시작하는 걸 기본방침으로 삼았기 때문에 다시 읽으면서 처음에 놓쳤거나 이해하지 못한 걸 볼 수 있었고, 덕분에 마지막의 성공한 완독은 상대적으로 기본내용은 충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명작으로 꼽히는 '부르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도 읽었던 바, 내용이 무척 촘촘하고 아주 깐깐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접근이 어려운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에 당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가로서 가능하면 읽을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구해서 읽을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의 책을 시작으로 토마스 만의 단편 전집을 완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장편으로 나온 작품의 습작과도 같은 면도 있었는데 워낙 high density 스타일의 작가라서 이렇게 단편으로 보는 것도 처음 이 작가에게 다가가는 좋은 방법 같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도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으로 기억하는데, 이 역시 토마스 만을 처음 접하기에 나쁘지 않다.



일본에서 그의 문학사적인 위치나 찬사에 비해서는 아직도 난 그리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여행기를 시작으로 두 편의 소설을 더 읽었는데 아직 그의 대작이라는 '둔황'을 읽지 못해서인지 이 둘의 소설은 솔직히 '그저 그렇다.'  '징기츠칸'은 그나마 나쁘지 않았지만 '공자'의 경우 읽는 동안 내내 이 고대라는 무대장치가 무색하게 '간사', '공자연구회' 등등의 현대어로 도배를 한 탓에 그 몰입도와 집중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정비석의 시대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서술하는 솜씨 등 여러 모로 필력이 그 이름만큼 대단한 작가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둔황'을 읽으면 모든 것이 더 명확해질런지?



내가 좋아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사평설.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바로 그 다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결정된 사례들을 찾아서 열정적으로 그려낸 책이다.  나폴레옹의 일화도 그랬고 레닌이 러시아로 돌아오게 되는 일, 처형 직전에 은사로 풀려난 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 톨스토이 등등 흥미로운 것이 많으니 누구의 말마따나 진짜 역사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경우도 왕왕 있는 일이다. 


늘 아쉽고 가슴 아프게 생각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최후는 나치나 히틀러 같은 인간들의 준동을 막아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바, 트럼프와 그의 일당이 획책하고 있는 수 많은 정치적, 사회적 테러를 막아야 할 이유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는 너무도 잘못 알려진 오바마의 대일정책 (결과만 보고 결정짓는 그에 대한 인식)이나 현재 트럼프의 대중국, 대일정책 (역시 마찬가지로) 등 트럼프에 대해 일견 호의적인 사람들도 있으나 그는 인류의 주적이며 미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투기꾼 쓰레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자들의 준동을 막아내고, 몰아낼 수 있는 수준의 시민역량이 필요한데, 정작 이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사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상하이'는 근대일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디미트로스의 관'은 다른 제목으로 나온 같은 책을 함께 샀다는 사실에, '우리가 추방된 세계'는 그 독창성과 아이디어들에도 불구하고 한국문단의 고질적인 단편에서의 멈춤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은 기실 로쟈선생의 책을 읽고 평소에는 어렴풋이 느끼던 점을 구체화하게 된 건데, 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끝나는 듯한 전개의 갑작스러운 단절을 넘지 못하는 한국의 현대문학 전반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디미트리오스의 관'은 '...마스크'가 원제인 듯 한데, 같은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나오는 시리즈물로 생각하고 두 권을 모두 샀으니 낭비가 크다.  '상하이'에서는 식민지시대의 다양한 일본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수확이라고 하겠다.


대충 5월의 읽은 책들을 이렇게 정리했다. 현재 11권을 읽은 것이니 5월 중에는 20권을 읽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지금도 계속 2-3권을 붙잡고 있는데 진도가 너무 더디게 나간다. 그런 책들을 위주로 읽는 것도 있고, 머리가 복잡하고 의욕을 갖지 못하는 일상의 문제도 있다.  그저 노력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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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0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다가 가끔씩 재수가 없다가 하는 김영하 작가‘라는 말에 빵터졌네요. 저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몇 권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좀처럼 좋아지지도 않고 기다려지지도 않는 작가거든요. 좋다 싫다의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는 작가랄까요. 작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는 [여행의 이유]도 읽지 않았는데, 이번 신간이 이탈리아..와인... 이라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근시일내에 미국에 또 가고 싶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1-2년간은... 어렵겠지요? 더 길어질수도 있을 테고요. 유럽도 그렇고... 저는 매해 낯선 곳으로 떠나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그걸 할 수 없다는게 너무 답답해요 ㅠㅠ 마스크 쓰는 것도 답답하지만 여행을 못가는 게 더 답답해요 ㅠㅠ

transient-guest 2020-05-20 09:05   좋아요 0 | URL
인터뷰나 강연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뭔가 좀 감정이 죽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 작가에요. 저는 다락방님의 ‘감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이 그런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아주 이상해요. 뭔가 웃고 즐기고 다 하는데, 동시에 자신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듯한.

예전에 강헌선생이 모르면 일단 시칠리아산 와인을 주문하라는 말을 하면서 와인이 많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누가 시칠리아산이 뭔지 제대로 알겠냐면서 fake하는 방법이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가성비도 좋고 맛난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여행도 하고 미술관도 가는 등 문화생활을 즐기기 시작했고 하는 일도 그럭저럭 어려운 와중에도 자리가 잡혀가고 있었느데 2/4분기가 완전히 다 털어먹었네요. 당분간은 한국 국내여행이 더 나은 방향 같아요. 아무래도 유럽의 경우엔 아시아인에 대한 포비아가 넘칠 듯...

건강하세요!
 

예정했던 4월 중의 PPP loan이 은행의 실수로 다시 미뤄졌다.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없이, 다만 나의 CPA와의 컨설팅을 거쳐 제시한 수치에 따라 은행의 실수가 입증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다시 처리하는 것을 급행으로 해주었다는 보고까지 받은 것이 이번 주 월요일이었다. 내일은 다시 메일을 보내서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 꽤나 성가셔 하는 것 같고, 사실 작다면 작은 계좌지만 그래도 연중 두 개의 계좌에서 원화를 기준으로 3-4억 정도가 움직이는데 이 모양이니, 영어를 잘 못하고, 사정에 밝지도 않고, 뉴스는 주로 미주판 한국신문에서 얻는 것이 고작인 개인업자들의 고충은 말도 못할 것이다.  아마 이 사태가 진정되면 의회차원에서의 조사는 물론이고 전국적인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번 PPP loan에서 은행들이 취한 행동이다.  


어제는 그렇게 몸을 혹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이 오질 않았다. 누워서 계속 헤롱거리긴 했었는데 잠은 계속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과연 weight training을 하고도 엄청나게 움직인 보람이 있어서, 배가 좀 가벼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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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꽤 늙었다. 배운 인간들이 많고 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하며 경제력으로는 세계 5위의 켈리포니아 주는 이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일단 주 차원에서는 5월 31일까지로 shutdown을 늘렸고 county마다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여 완화를 하거나 단계별로 조건을 해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초기에 아시아계 이민자가 많은 켈리포니아나 워싱턴 주가 그 엄청난 인구에 비해서 훨씬 낮은 피해를 당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시간 주를 비롯하여 트럼프에게 쉽게 선동을 당하는 시끄러운 소수로 넘치는 곳은 원래 그저 그런 곳이 많지만 아마 남은 2020년 동안 엄청난 피해를 입고도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모여서 시위하고 돌아다는 꼴을 보면 말이다. 의사라면 그렇게 못 하겠지만 이런 인간들이 COVID-19에 걸리면 그냥 격리하고 치료는 해주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 끔찍한 병을 확산시키고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며 총기를 휘두르는 자들은 죽어도 싸다고 감히 생각한다. 머리가 나쁘면 몸으로 겪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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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후보로도 올랐던 전후 일본의 유명한 작가. '둔황'을 비롯한 역사소설이 유명한데, 책은 얼마전부터 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흥미는 최근에 읽은 유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읽으면서. 우선 쉽게 접근하기 위해 에세이를 읽었는데, 생각보다 신통치는 않다. 처음에 읽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도 조금 지겹거나 dense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중에는 그의 책을 좋아하면서 다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는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계 미국사람인 내게 다소 거슬리는 점이 있었다면 전후 패전에서 한창 일어나고 있는 일본사람의 어떤 관념 같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묘한 거부감. 그 옛날에 참 여러 곳을 돌아다녔구나 싶을만큼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재건에 성공하고 부흥을 꿈꾸는 일본사람의 모습과 식민지에서 벗어난지 겨우 5년만에 내전을 표방한 미니세계대전을 겪고 7년이 지나 박정희라는 역사의 사생아를 만난 한국의 당시 모습이 겹쳐지는 것. 잊고 싶은 과거라고 하겠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과 범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인식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나를 불쾌하게 했다. 


이런 것들을 빼고 생각해도 책이 특별히 insightful 하거나 한 건 없고, 그저 다니면서 보는 풍경이나 묘사되는 것이 상당히 특이하다는 점 외에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시대의 한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작품들을 둘러보고 다시 읽은 후 평가해도 늦지 않겠다.


한자문화권에서 중국을 빼고서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듯이, 일본문화의 형성과 과도기, 이후의 독자적인 발전에 있어 한국땅과 한국땅에서 온 '도래인'들, 그들이 가져온 문화, 우리 땅의 처음 천년의 역사 동안의 교류를 빼고서는 일본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보다 강하게, 하지만 발전적으로 갖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사실 역사나 문화의 관점보다는 근현대사에서의 정치사회적인 부분, 교육을 통한 학습에서 온 인식으로써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깊은 의미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문화사의 관점에서 견주어 볼 수 있었다고 하겠다. 


아직도 우리 역사의 미스테리의 성격이 더 강한 철의 제국 가야를 비롯하여 그 연구는 커녕 역사까지도 송두리째 중국의 동북아공정을 통해 빼앗기고 있는 북방의 우리 고대사를 포함한 보다 더 넓은 사관을 위한 연구와 발전, 배타성의 뺀 하지만 더 깊고 넓은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서는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역사를 교과서와 선생이 쓰는 참고서를 중점으로 연도와 사건을 외우게 하는 건 태만을 넘어서, 국가라는 틀에서 보면 범죄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역사는 살아있는 것이라서 지금의 관점에서 다듬고 조작하는 것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과 중국의 행태가 그러하고 최근 이명박근혜정부에서의 시도 또한 국민에서 식민지근성과 패배의식을 교묘하게 주입하면서 국수적인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것으로 역시 교묘하게 군사독재시절을 정당화하려고 했었다. 그렇다면 참된 민주주의와 발전적인 민족주의를 지향한다면 이에 맞는 사관의 확립과 교육을 통해 지난 십 년간의 폐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다.


알고 또 알수록 더 깊어지고 더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근현대사의 역사인식을 빼면 가장 가깝게 지낼 수도 있는 나라와 사람들의 교류를 방해하는 아베와 일본의 극우정권은 양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큰 우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서 언젠가 모든 것이 바로잡히면 문화여행을 가보았으면 한다.  책을 벗어나서 걷고, 다니고, 보고, 먹고, 마시고, 느끼고 싶다. 


로쟈선생의 문학해제라고 할까? 주기적으로 기고한 글이나 에세이를 모아서 독서일기처럼 나오고 있다.  책을 읽는데 있어 많은 참고를 하고 잘 모르는 뒷이야기나 배경지식을 전달해서 유명하지만 길거나 난해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고전문학소설에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덕분에 선생을 책을 읽으면서는 늘 주문할 책이 늘어난다. 읽으면 읽을수록, 사면 살수록 구해야 하는 책이 계속 늘어나는 것.  

 

이번에도 책을 읽으면서 또 많은 책들을 장바구니나 보관함에 넣게 되었으니 그저 꾸준히, 열심히 읽고, 벌어서 또 책을 사야 한다.


초심자들에겐 더더욱 이런 책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어릴 때 그저 재미있게 문학을 탐독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철이 들면서 고전문학에 흥미를 갖게된 사람이라면 이런 길잡이를 통해서 흥미를 갖고 천천히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이 많은 어른이라서 늦게 고전을 읽게 되면 그 의의나 배경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어 진도가 더딘 경우가 종종 있기에 가능하면 중고생 때 고전문학을 한 바퀴 돌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모두에게 가능한 것도 아니고 다 그렇게 읽게 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부위에서 설명을 많이 읽어가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답답함에 술을 자주 마시니 오히려 그 맛을 잘 모르겠다. 역시 좋은 벗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혼자 마시는 술은 약간의 결핍이 곁들여져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술이 마시고 싶기는 하여 이렇게 연거푸 책을 보았다. 대단한 건 없었지만, 한창 마실 수 있었던 2-30대에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더라면 더욱 즐거웠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이번 주말엔 뭘 마실까 고민하고 있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실컷 걷고 뛴 다음에 오전 10시나 11시 정도에, 따사로운 햇살, 하지만 적당히 선선할 때 배란다에 나가서 시원한 하와이맥주를 슬슬 마셔주는 것이다. 잘 참는다면 일요일 오전, 아니면 내일 오전에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저녁이나 밤이 심심할 것이라서 아껴두었다가 밤에 한 잔을 하는 것도 좋겠다.  아~ 몰랑~


소소하게 재미로 계속 읽고 있는 책. 언젠가 오락기들을 다 셋팅해놓고 즐길 생각을 하면서 90년대의 추억을 돌아보는 의미로 '하이스코어 걸'을 보고, 꾸준히 읽어온 맛에 'Vampire Hunter D 29'를 보았다. D같은 경우 첫 작품이 82년엔가 나왔다고 하는데 최근 2012년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작가도 대단하지만 꾸준히 책을 구하는 독자들이나 출판시장의 사정도 꽤 멋진 것 같다. 





freelancer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서 쓴 것 같다. 배울 것도 있고, 자영업자로서 참고할 것이 많기에,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보려고 하는 고민에 이런 책들을 계속 읽고 있는데 어느 경우나 확증편향과 일반화의 오류를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덕분에 슬슬 이런 책들이 지겨워진다. 금년에 한 스무 권 정도를 읽어보려고 미리 구한 책들은 조금 더 천천히 볼 생각이다.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던 4월인데, 5월도 한 달이 그냥 이 상태로 지나가게 생겼다.  초기에 마스크만 제대로 쓰게 했었더라도 좋았을 것을.  소위 강대국이라는 서구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의료민영화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의료보장이 잘 됐다는 나라들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을 보면 강력한 초기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쉽과 책임의식의 부재, 시스템의 붕괴, 거기에 정신 못 차린 국민성까지 총체적인 국가의 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답답함을 또 견뎌야 하리니 노력하고 또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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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회사빌딩의 gym공간을 당분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걸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나도 평소 가던 gym이 COVID-19으로 잠정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사용하던 정도인데, 최근에 누가 뭘 봤거나 했는지 관리사무소에서 폐쇄통지를 붙여놨다.  지금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역시는 이런 저런 가벼운 무게의 덤벨이 3세트, 바벨에 무게 10 lbs짜리가 4개, 요가매트, 악력기 두 개, 그리고 문설주에 매달아 사용하는 pull-up bar인데 pull-up bar는 문설주의 규격이 맞지 않아서 사용할 수 없으니 이제부터는 진짜 혼자서 맨몸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gym을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더욱 과부하운동은 불가능할 것이라서 달리기에 정말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  달리기와 줄넘기를 조합하고, Cross-Fit을 응용한 맨몸운동과 덤벨운동, 그리고 다양한 abs/core운동을 섞지 않으면 Shelter in Place가 풀림과 동시에 허리띠가 풀어지는 걸 보게 될 수도 있음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다고 나오는 반가운 뉴스의 와중에도 강남, 부산, 및 영남 등 어떤 곳은 그저 답이 없는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태영호, 권성동 같은 범죄자들이나 장제원 같은 자들이 꽤나 압도적인 표를 받아 국회에 입성 혹은 돌아갈 예정으로 보이는 바, 태영호의 경우 북한에서 떵떵거리며 살던 벼슬아치가 미성년자 성폭행 및 공금횡령이 들통나자 송환 대신 귀순을 택한 것이니까 검찰은 조국을 털던 솜씨로 그를 탈탈 털어야 할 것이다만, 그럴리가 없겠지?  이름을 무려 태구민으로 바꿨던데, 이제 그가 극우보수의 대선후보로 나오게 된다면 그들에게 어울리는, 그야말로 막장의 개막장이 될 것 같다. 권성동의 경우 청탁을 했다는 사람은 처벌을 받았으나 청탁을 받은 사람은 혐의없음으로 귀결된 사건인데, 참 새끼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을 바꿔가며 대한민국현대사에 기생해온 검찰의 진면목이 또 한번 드러나는 경우라고 하겠다.


트럼프는 전국에 뿌려질 정부의 돈에 자기이름을 찍어넣는 새로운 low를 선보였는데, 기자회견을 보니 역시 이명박과 박근혜의 hybrid 잡종을 보는 듯, 뻔뻔스러움과 거짓말, 그리고 무지가 한꺼번에 뿜어져나온다.  제발 이번 11월 대선으로 날아가고, 온갖 민사와 형사로 집안이 결딴났으면 좋겠다. 이놈이 대통령이 된 탓에 죽고 다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제 4월의 반이 지났고, 대략 2주 반 정도면 일단 Shelter in Place가 끝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정상화'와는 한참 먼 수준의 조심스러운 approach가 될 것 같고, gym이 제대로 operate할 수 있을지, 회사가 다시 정상화 될지 알 수가 없다.  


너무도 불확실한 시기를 지내고 있어 심적으로는 늘 불안하지만, 이런 시기에 빚도 없고 그간 열심히 저축도 해왔고, 은퇴연금도 붓고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밥을 굶지 않고, 머물 곳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벽에 잠이 깼다. 날이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렇게 몸의 밸런스가 깨진 적이 최근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무척 엉망이다.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닌 듯 지내는 밤이 늘었다. 기왕 이렇게 눈을 떴으니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메일이라도 확인하려고 했는데 별다른 소식이 없다. 이 또한 최근엔 거의 없었던 일이다. 해가 뜨는 시간이 대략 오전 여섯 시 반으로 나오니 이때 나가서 걷고 뛸 생각이다.  이제 매일 이렇게 하고 weight는 하루 걸러 하루로 전신을 하던가 이틀 단위로 나눠서 전신을 해야 할 것이다. 작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기구보다는 많은 걸 사용할 수 있었던 빌딩의 gym 마저 이제 갈 수가 없으니까.


유럽의 근대문화사 3부작의 첫 번째 '벨 에포크 - 아름다운 시대'를 읽고나서 갑작스럽게 에밀 졸라를 다 읽고 싶어졌고, 지금 같았으면 못 했을 엄청난 충동구매로 졸라의 책을 사들였다. 꽤 오래전에 '열린책들' 판본으로 읽은 '목로주점'에서 이어지는 '나나'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통해 이 시대를 엿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침체와 부진, 그리고 연일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숫자, 매일 노력을 해도 유지하기 어려운 몸과 마음의 밸런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문득 무엇이라도 한 권을 다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결혼, 죽음'을 읽었다. 


'결혼, 죽음'은 졸라의 눈으로 그려진 19세기 프랑스의 계층유형별 결혼과 죽음의 모습이다. 귀족과 부르조아는 정략적인 결혼, 잠깐의 신혼, 그리고 일생을 사실상 별거처럼 따로 보내다가 죽음을 통해 살아남은 한쪽을 해방시켜주는 모습으로, 상인은 그저 돈의 논리로 합쳐 마치 동업자의 관계처럼 지내던 부부가 역시 돈의 논리로 끝을 맺는 것으로 결혼에서 죽음에 이른다. 서민은 '목로주점'에서 묘사된 것과 매우 흡사하게 우연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열정적인 결혼을 하지만 신혼은 금방 출산과 생활고로 이어지고 남편은 술에 쩔어서, 그 남편과 그의 일당을 찾으러 주점에 출입하기 시작한 부인 또한 결국 술을 배우고, 하루살이처럼 그날을 살아간다. 그들이 맞는 죽음 또한 그 비참함을 거쳐야 완성이 되는데, 구빈원의 도움은 늘 한 발 늦게 찾아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란 것이 결국 그런가 싶을 만큼, 지금의 신귀족을 형성한 부유층이 살아가는 모습, 중상류층이 보여주는 삶, 그리고 중산층과 그 밑의 서민계층의 삶이 그나마 달라보인다면 그건 발전한 경제와 의료 및 과학기술을 통해 (최소한 발전한 국가에서는) 국가안전망이 19세기에 비해 더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쪽방촌과, homeless와 drug문제는 가난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양극화가 심해진 21세기엔 그 세를 불리고 있는 것 같다.  재화가 점점 더 소수에게 몰리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져가는 지금은 그런 의미에서 인류문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더 나누고 다같이 풍요롭게 일에서 해방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상위 10%의 유토피아에 나머지 90%는 슬럼에서 사는 개발도상국의 모습으로 가게 될 것인지.  이건 인류의 보편적인 정신과 덕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많이 보는 요즘 같아서는 미래를 보는 것이 두렵다.


'벨 에포크'에서 다뤄지는 시기는 정치와 경제적으로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서구문명의 제국주의가 본격적으로 팽창한 시점이기도 하다. 여전히 재화의 소수집중으로 귀족과 부르주아층을 빼면 상당히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예술이 꽃피려면 어쩄든 '돈'과 '넘치는 시간', 그리고 '허영'이라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두 다 굶주리는 시기에 그림과 음악을 즐길 여유도 없거니와 이를 비싼 값으로 사줄 계층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아주 소수만이 구매를 독점할 정도라면 예술가의 창의성이나 전위성이 꽃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9세기의 예술가 - 문인, 화가, 작곡가 등 - 는 여전히 가난했지만, 최소한 잘 풀리면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부유한 후원자의 지원을 받거나 작품을 고가에 팔아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 자체는 조금 dense한 reading이지만 여러 모로 이 3부작을 완독하는 건 좋은 배경지식을 줄 것이다.  덕분에 난 더욱 많은 책을 탐하게 되겠지만.


'나, 제왕의 생애'만큼은 아니지만 '측천무후' 또한 간만에 읽은 쑤퉁의 시대극으로써 상당히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어떤 가치평가를 담지 않고서 수정주의시각으로 보면 특히 아주 controversial한 희대의 여걸이 당왕조를 휘어잡는 시작과 권력의 정점에서 끝으로 돌아가는 부분까지 깔끔하게 보여준다. 


측천무후는 한나라의 여태후와 함께 내가 기억하는 바, 중국의 이대악녀처럼 불리우는, 당시로는 흔치 않게 권력의 정점에 오른 여성들이었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차지한 후, 유지를 위해 그들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공포정치를 펼치긴 했다. 하지만 전제군주정, 특히 중국의 군주들 치고 사람을 많이 죽이지 않는 사람이 몇 이나 있겠으며 권력을 쥐고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공포정치를 하지 않은 전제군주가 몇 이나 있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더 중요학 척도는 백성들의 생활이 어떠했었는지가 될 수도 있는데, 이 또한 내 기억이 좀 틀릴 수도 있겠지만 여태후나 측천무후의 시대는 달리 백성들에겐 좋은 정치가 펼쳐졌던 시기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측천무후의 경우 당왕조의 중흥기였던 태종 이세민의 시재와 버금갈 정도였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후세 사가들의 sexism을 좀 걷어내고 보다 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아마 지금 시대였다면 훌륭한 정치를 했거나 거대한 재벌을 일궈냈었을, 한 시대를 열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재였을 것 같다.  


역사에 이런 걸출한 여제들이 더욱 나쁘게 평가되는 건 소위 성적으로 문란했다는 것 때문인데, 우스운 건 남자들은 얼마든지 축첩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대에 여자라고 해서 남자를 거느렸다는 것이 '성적인 문란함'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이런 건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에도 꾸준히 계승(?)되는 바, 룸싸롱은 괜찮고 호스트바는 '변태영업'으로 치부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룸싸롱이든 호스트바든 돈을 주고 사람에게 술시중을 받고 몸을 사는 행위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고 둘 다 똑같이 변태적이고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론에서 이런 걸 접할 때마다 우습기 짝이 없다.  여자가 나오는 술집은 성매매로 연결되었음을 모두가 알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직접적인 형태의 '성매매'만 문제시하는 건 그야말로 코미디가 아닌가 싶고, 같은 맥락에서 룸싸롱은 그대로 두면서 호스트바에 대한 문제의식엔 열을 올리는 언론의 행태도 개그스럽다. 뭐 둘 다 나쁘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특별히 호스트바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고 둘 다 불법인데 왜 하나만 갖고 더 뭐라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역사에서 여제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생각과 묘하게 이어져 있어 말이 길어졌다.


다양한 출품작가들의 얼굴에 따라 판본이 나온 특이한 모음집.  제 1회 폴라리스 선정작품집. SF의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있는 한국의 지금이 보인다.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이상 중요한 건 많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라서 앞으로도 더욱 많은 SF관련 문학상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미 휴고상이나 네뷸러상 같은 SF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 미국에 있고 추리소설에서도 그런 수준의 좋은 무대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유독 '문학'과 '소설'을 구분하는 이상한 전통이 있는데, 이걸 깨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런 의미와는 별개로 작품들은 여전히 한국의 현대문학의 고질적인 문제 - 로쟈선쟁이 훌륭하게 표현하고 정리한 바 - 를 넘지 못하는 건 불만스럽다. 유독 단편이나 중편에서 멈추는 경향이 시대별로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소설인데 이번 모음에서도 뭔가 시작하려는 지점에서 소설이 멈춰버리는 것이 무척 아쉽다.  여기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장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신선한데 그렇게 길게 가져갈 수 있는 필력이 따라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단편 외에도 장편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여 상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남은 4월이 어떻게 지나갈지 모르겠다. 지겨움과는 별개로 하루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이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회사는 지지부진한데, 일은 해야 하고, 월급은 나가야 하니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바, 역시 기본적인 운동이 가능할 수준의 home gym, 그리고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물품과 식량,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수준의 무술습득과 무기가 구비된 방어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발전,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이 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두 시간 정도는 가볍게 일을 하고 나가서 걷고 뛸 것이다. 그리고 오후엔 사무실에서 다시 근육운동을 하는 것으로 단련이라는 발버둥을 쳐볼 것이다.  모두들 건강하게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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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의 간판앵커이자 그간 언론인으로서 선봉에서 트럼프의 거짓말과 협잡, 반칙과 부패와 싸워온 Chris Cuomo가 COVID-19 확진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자기 집의 지하실에서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바로 격리를 시작했고 몸상태가 허락하는 한 계속 방송을 하겠다고 합니다.  단순한 확진이 아니고, 확진자와 접촉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고, 증상도 있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동영상은 더블클릭하시면 full size로 나옵니다.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서 간만에 트위터에 들어갔네요.


https://twitter.com/ChrisCuomo


혹시 이 글을 보시면 트위터로 가셔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이런 시기엔 더욱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달리 도울 방법도 없구요.


참고로 최근에는 현재 뉴욕주지사로서 미국 COVID-19 사태의 최전방에서 트럼프보다 훨씬 더 리더로 싸우고 있는 형을 인터뷰하면서 소소한 웃음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Cuomo vs. Cuomo 1


Cuomo vs. Cuomo 2




현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책임을 미루고 남 탓에 자화자찬만 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도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죽었을 것이고 병에 걸렸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절대로 잃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시스템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각성하고 있는 미국의 제가 한국에 있는 분들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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