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픈 관계로 press 운동은 매우 천천히 가볍게 수행한지 근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자주 근육이 놀라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건 그래도 괜찮은데 유독 bench press계열의 운동이 아주 어렵다. push-up과 변종운동 및 가벼운 덥벨로 그럭저럭 하고는 있으나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퇴행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최고로 무거운 걸 들었던 것이 45 lbs 바에 45 lbs 플레이트 두 개를 양쪽 각각에 끼고 거기서 다시 15 lbs까지 각각 낀 후의 한번이었으니 합산 255 lbs 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좀 드는 사람들 수준에는 못 미치는 무게였었다. 아마 거기까지 가려면 다시 엄청난 노력과 수행이 반복되어야 할 것인데 과연 가능할지? 그저 하루하루 지치지 않고 뭔가를 해내려는 것으로 내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만 잘 들던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운동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다 더 자연운동과 달리기, 걷기, 가능하면 수영과 무술로 많이 치중해야 할 것 같다.


매달 말일에 맞춰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고 책정된 월급과 연금 등으로 빠져나갈 것들을 걱정하면서 일하고 살다보면 시간이 무척 빠른 걸 느끼게 된다. 단순히 나이를 먹으면서 빨리 지나가는 걸 넘어 이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얻어지는 시간의 상대성 같다. 


최근의 독서는 퇴보할까 두려워 안간힘을 쓴 흔적에 다름이 아니다. 눈이 반겨주고 복잡한 마음에도 잘 파고든다면 그 책을 잡고 읽어내는 것이다. 7월의 부진을 떨치기는 커녕 지금은 더욱 엉망인 듯하여 마음이 급하다. 


사두고 읽다 말다 하는 책도 많고 읽고 나서 까맣게 모두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긴가민가 하면서 손에 잡히는 폴 오스터의 책을 읽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처음 읽는 것이 분명했다. 기대치 않던 큰 돈이 유산상속으로 들어온 것으로 멀쩡한 직업과 생활을 정리하고 길로 나선 주인공은 방랑을 하다가 갑자기 한 젊은이를 만나서 그의 도박 뒷돈을 대고 빚까지 지게 된다. 이후 말도 안되는 이상한 프로젝트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탕감을 받기로 하면서 더욱 괴상해지는 이야기는 그 결말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옮긴이의 글을 읽으면 이런 저런 의미를 찾게 되는데 난 그저 아무리 이상한 조건이라도 그것이 견딜만하고 반복이 되는 상황의 어느 시점에는 사람이란 적응을 하게 된다는 것. 그걸 못하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역시 아침이지 싶다. 나에겐. 오늘 고객과 함께 관공서를 가줄 일이 있어서 요즘의 나에겐 아주 일찍인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일곱 시에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오자마자 도시락을 두고 왔음을 깨닫기는 했지만 어쨌든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suburb의 모습에서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낀다. 동네에서는 걷기 어렵다면 아예 일찍 출근해서 오전에 사무실 주변을 걷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definitely morning person인 것이다.















교양을 위해 읽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시대...'는 워낙 내 지식이 일천하여 많이 아쉬웠고 '한무제...'는 아는 것이 많으니 즐겁게 볼 수 있었으며 '구스타프...'는 뭔가 좀 나하고는 잘 맞지 않는 듯, 흥미를 가진 아티스트였음에도 그닥 잘 흡수되지 못했다. 역사의 덧없음에 기대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이란 참 아무것도 아닌데 뭘 이렇게 난리를 치면서 한 세상을 살아가는 건지 궁금해진다. 아직 정식역사로 편입되지는 못했지만 요즘의 새로운 고고학적 접근에서 보면 인류문명은 확실히 기승전결을 거쳐 발전과 완전한 퇴보에서 다시 시작하는 걸 여러 번 반복해온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는 더더욱 인간이란 종, 나아가서 우리가 이룩한 이번 시대의 문명이란 언제든지 모두 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언젠가 우리도 '선사시대 외계인'의 테마가 될 수도 있음이다.


교양도 좋고 문학도 좋고, 이도 뭣도 좋다만,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를 읽는 건 특히 더할 나위 없는 독서의 즐거움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저런 일들로 긴축을 하면서 6/17을 마지막으로 책을 주문하지 않았다. 다음 달엔 좀 한 뭉치 주문을 해야지 계속 밀리다가 원하는 책이 절판되어 버리면 그것만큼 아쉬운 것이 없을 것이다. '혼진...'은 여러 번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중편인데 다시 읽어도 그 기괴함은 여전히 즐겁다. '올빼미...'는 결말이 없는 마무리였지만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역시 괜찮다. '리플리 시리즈' 전집의 번역을 구하지 못한 채 절판되어버린 것이 너무 아깝다. 이렇게 되면 헌책값이 왕창 뛰어버리니 구할 마음이 없어진다. 대단한 희귀본이나 장정본의 고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책 또한 거래와 이익의 대상이 되어버린지 오래. 살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아니, 살기 어려운 세상이란 것이 새삼스럽게 realize된다.


먹을 것도 없고 점심까지는 굶게 생겼는데 그김에 일종의 간헐적 단식을 체험하게 됐다. 집에서 내린 cold brew를 가져온 것이 그나마 다행. 가벼운 몸으로 마음을 가볍게 하고 관공서 미팅을 하게 되었으니 그 또한 나쁘지는 않다. 


소설에서, 교양으로, 그리고 흥미에서 문학으로 넘어왔다. 물론 이 순서대로 읽은 건 아니고 워낙 밀리다보니 그렇게 분류해놓은 것이니. 


'기적의 시대'는 뭐라고 할까,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예수가 아닌 기적과 표징의 완성이 주체가 되어 이를 이루기 위해 예수와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을 받은 사람들은 원하지 않든 원하든 충실히 사건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엉망이 되어 버린다. 아직까지 종교행위나 업계의 종사자를 비트는 건 있어도 성서나 성서의 인물을 과감하게 꺾어서 돌려내는 소설은 한국엔 없는 것 같다. 그리스도교와 오래 살아온 서구와 이것이 상대적으로는 여전히 신흥종교에 가까운 한국의 차이도 있을 것 같고, 여차하면 재벌교단에서 가처분신청이 들어올 수도 있는 한국특유의 상황도 그 이유가 될 것 같다.


'검은 튤립'은 그 전개와 결말에서는 확실히 좀 낡은 냄새가 나지만 내용과 재미는 나이를 먹지 않은 듯 즐겁게 보았다. 고전이나 문학이란 수식어는 역시 최소한 몇 백년은 버텨주어야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나 로마의 고전은 더욱 신성시되는 것 같다. 책쟁이로 포장된 자계서 저자들의 백가쟁명의 시대가 여전히 아주 끝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어떤 대상에 의미와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걸 숭배하는 건 당시의 경험으로 인해 거부감이 높다. 아무튼 보편적으로 고전으로 분류된 것들은 꾸준히 하나씩 꼭 한번은 모두 만나고 싶다. 


이 긴 life-long한 사랑이라니. 여자는 줄타기를 한 것 같기도 하면서 끝내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끝은 남자였던 것 같고 남자는 강렬한 첫사랑에서 평생 헤어나지 못한 삶을 산 것 같다. 말 그대로 '나쁜'소녀가 '짓궂'은 장난을 평생 친 것 같은데, 그렇게 밉지도 않고 남자가 그다지 바보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 뭔가 짠~함이 남는 이야기. 작가의 책은 천천히 구할 수 있는 건 모두 읽어볼 생각을 했으니 책 한 권에서 그렇게 시작되는 인연이 참 많고 질기고 복잡스럽다. 예전부터 들어온 이름의 작가이고 책인데 구해놓고 이번에 읽었으니, 그리고 아주 즐거웠으니 좋은 책이 보이면 바로 쟁여놓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너무 자주 하는 탓에 책이 사라질까봐, 또 내가 잊어버릴까봐 늘 걱정을 하면서 사는 소시민의 독서인생이라고나 할까.



추리소설 외에도 다른 필명으로 출판한 몇 개의 소설까지 다 읽은 작가. 좋아하더라도 완독이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특히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들의 작품은 워낙 선별적으로 번역되어 나오고 금방 절판되는 경우가 흔해서 더더욱. 애거서 크리스티는 다행히 인기도 높고 '돈'이 되는지 여전히 완간된 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자서전은 비교적 최근에 구해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기승전결은 loose하게 잡고 의식과 기억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위주로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질서정연하게 어린 시절부터 나이가 든 작가의 그 당시 현재까지 잘 이어지고 추리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작가의 인생을 보는 것도 즐겁다. 거기에 서구중심으로의 시각이지만 어쨌든 세계여행이 전 지구적으로 가능하던 시절의 중동여행도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었는데 생생한 고대문명의 발굴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그 시대와 기차가 세상 곳곳을 연결해주던 당시를 보고 싶어진다. 서울발 파리행 기차라니 얼마나 멋질까. 글솜씨를 타고난 듯, 대단한 교육이 없이 대작가로 성장한 걸 보면 전생에서 가져왔다고 할 수 밖에.


이후로도 몇 권을 더 읽었으나 걔네들은 다음 기회에 모아서 다시 정리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제 3-40분 후에는 나가야 하니 오전의 업무를 볼 시간이다. 아직은 거리의 자동차소리가 적은 이 시간에 마시는 차가운 커피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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