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 지니 안이 돌아온다고 하네. 역시 간을 보는 건 안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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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중권은 정신과 전문의한테 상담을 하고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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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는 느낌은 매년 같은 이야기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저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다음 해로 넘어와버렸다. 새해 첫 날은 운동으로 시작하고 싶었으나 8시에 미사를 다녀와서 친척집에 가는 일정이라서 어쩔 수 없이 skip해버렸으나 왠걸...시간약속이 미루어져버려서 대충 따져봐도 두 시간은 충분히 gym에서 보낼 수 있었던 것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운동은 둘째 날부터 하는 걸로.  근육운동을 좀 세게 해주었기 때문에 이틀의 휴식이 나쁘지는 않다만 그래도 뭔가 상징적인 의미를 위해 어젯밤엔 술도 안 마시고 잤는데 운동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뉴스를 보고 YouTube으로 잠깐 진씨와 유시민선생의 토론을 봤다. 예전부터 진씨는 독설가일뿐 논리적인 토론엔 젬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니 여전히 그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우격다짐에 상대방의 인신공격 외엔 별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보인다. 논리에 대한 사실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 상대방에게 '내가 다 안다고요'를 시전하는 꼴이라니.  사람이 곱게 늙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못 봐서 일단 책으로 읽었다. 역시 애니메이션을 소설로 옮긴 작품답게 비주얼 묘사가 좋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은 책을 읽다보면 종종 받지만 이런 경우 특히 그렇다. 예전에 Eragon을 읽으면서도 그랬고 Icewind Dale Trilogy를 읽을 때에도 그랬었다. 책을 오래 꾸준히 읽으면 생기는 능력(?)인가 싶다. 가끔 남들한테 물어보면 전혀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날씨의 무녀. 그 대가는 그녀가 사라지는 것. 가출한 소년이 만난 날씨의 아이와 그 능력을 이용한 아르바이트.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소년은 학업을 마치고 다시 도쿄로 돌아와서 아이와 아이의 동생을 찾아 함께 삶을 꾸려가기로 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좋은 비주얼 묘사로 꽤나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언어의 정원'도 그렇고 '너의 이름은'도 그렇고 '우리의 계절은' (다른 감독)도 그렇고 일본애들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다른 의미로 가벼운 이야기를 세밀한 디테일로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좀더 조용하게 음미하면서 읽었어야 하는데 그리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남편을 그리면서 남편이 보여준 무지개를 기다리면서 조용한 구석에서 찻집을 꾸리면서 살아가는 주인. 챕터마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을 갖고 들려 힐링을 얻고 세상과 다시 맞붙을 용기를 찾아서 떠나고 그것이 인연이 되고 거기서의 만남을 이어가는 이야기. 작가가 좋은 이야기를 참 예쁘게 엮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전에 즐겁에 읽은 '쓰가루 백년 식당'의 작가였고 꽤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절판되지 않고 계속 서점에 남아 있다. 또 그렇게 한번 다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 작가가 생겼으니 도서관에서 빌려온 이 책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여 새끼를 치게 되었음이다. 이 얼마나 멋진 책의 인연인가.  커피나 간단한 차를 팔고 하루종일 책을 읽고 경치를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많이 알고 있다. 그저 갈 시간이 많이 없을 뿐이지만. 그래서 주로는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읽는 내내 따뜻하고 즐거웠다.


작가가 왜 그랬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공자를 굳이 공구로 낮춰 부르는 자주성을 가장한 천박함이라니. 전공분야나 전문적인 공부는 차치하고 이런 저런 개론서를 쓴 작가라고 하는데. 


흥미가 가는 주제였으나 중구난방으로 두서 없이 다뤄진 탓에 읽는 것이 그저 그랬다. 환관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부분과 그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여럿 겹쳤고 궁녀들을 이야기할 때는 뭔 그리도 디테일하게 복식과 품계에 대한 소개를 하는건지. 책이란 건 일정한 수준의 구성과 정리, 순서와 전개를 위한 배열, 내용의 정리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 면에서 많이 미흡햇다고 생각한다. 재야사학도 좋고 역사에 흥미를 갖고 나중에 공부해서 작가가 되는 것도 좋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제도권 공부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런 때 하게 된다.


2020년에는 아직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다. 오후에 돌아와서 넷플릭스에 뜬 응답하라 1988을 켜놓고 그냥 옛날 생각을 하면서 (사실 이때 국민학교 6학년이라서...1988년에 고등학생이면 대충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딴짓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웃끼리 뭔가 나누고 오가던 시절의 끝자락은 조금 경험해본 것이 이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짧게 사는데 평화롭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잘 꾸려서 꼭 하와이에서 남은 삶을 시작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문을 열어주고 그렇게 손님이 끊이지 않고 술독에 술이 마를 날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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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1-02 1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 모씨 참 놀랍지요. 사람이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 싶다가 아니 원래 그랬는데 좋게만 봐왔나보다 싶고. 하와이 여생은 술독에 술이 마를 날 없이 ㅎㅎ 생각만 해도 아주 좋습니다.

transient-guest 2020-01-02 11:24   좋아요 2 | URL
원래 그럤던 사람이겠죠. 진씨 독설은 워낙 유명하고 확증편향도 그렇고 예전에 변희재하고 맞짱 뜨다가 답이 막히고 성질은 나니까 주체를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이 있죠 아마? 하와이는 꿈입니다. 좋은 사람들하고 함꼐 천천히 늙어가고 싶네요.ㅎ

cyrus 2020-01-0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저는 ‘온라인 탑골 공원(SBS 인기가요)’, ‘가요톱텐’ 유튜브 스트리밍 보느라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ㅎㅎㅎ 옛날 노래를 감상하면서 옛날 90년대 스타일로 진행된 방송을 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어제는 유튜브에 ‘2020 우주 소년 원더키디’ 전체 에피소드를 스트리밍한 걸 봤어요. 그 만화를 어렸을 때 많이 봤었는데, 만화 속 제목에 있는 2020이 정말로 현실이 되었어요... ^^;;

transient-guest 2020-01-03 09:10   좋아요 0 | URL
TV가 재밌으면 화이트노이즈 이상이 되어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죠 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짜 2020이라니 믿어지지 않네요
 

2019년도 이제 내일이면 끝이다. 여러 모로 힘든 2017-2018년을 지내고 맞은 2019년은 여러 모로 훨씬 낫게 지나간 것 같다. 일은 늘 여기 저기서 터지지만 그건 그냥 work hazard로 보고 처리하고 이겨내야 한다.  물론 그 덕분에 이런 저런 잡무와 함께 이번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하루를 겨우 쉬고, 오늘과 내일도 일을 하고 새해 첫 날만 겨우 쉴 것 같다.  


얼마 전에 근처 도서관에 가서 그간 새로 들어온 한국어 책을 여럿 빌려 왔다. 3-4년 정도 안 간 사이에 그럭저럭 몇 번은 들락거릴 정도의 신규도서가 들어왔으니 조만간 이곳 저곳에 퍼져 있는 도서관들을 차례로 가봐야 할 것이다. 즐기고 말 책도 있지만 가끔씩 갖고 싶은 책도 나오니까 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도서관에서 구입하는 책도 늘어나고 개인이 사들이는 책도 많아져서 참 좋을텐데.  나오면 금방 절판되어버리는 탓에 갖고 싶은 책을 보관하면서 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늘 조마조마 한다. 


2019년에도 많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감상했다. 게임도 더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운동까지 하려면 시간이 참 부족하다.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겠고 날씨가 추운 요즘은 특히 어렵지만 역시 새벽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리라.  2020년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들 투성이라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새벽 네 시에는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다섯 시부터 다음 두 시간 반 정도는 운동에 할애하고 돌아와서 씻고 출근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하면 저녁식사를 하고 잠시 쉬다가 밤 열시엔 자야 하는 빡빡하고 고된 스케줄이 좋겠다.  내년에도 어쨌든 250권 이상을 읽어야 내가 세운 40년/만권독서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언젠가 시간적인 여유가 좀더 생긴다면 연간 300권도 나처럼 읽는 사람에겐 불가능한 수치가 아닌데...


하와이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보고 있다. 일단 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 운영하고 있는 사무실의 위치를 하와이로 옮겨도 큰 지장이 없도록 시스템을 확보하고 고객들을 관리해야 한다.  가면 살게 될 공간, 그리고 airbnb를 할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조금 더 절약하면서 사는 수 밖에 없겠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엔 조금 더 깐깐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소비와 지출을 관리할 것이며 영업에도 신경을 쓸 생각이다. 어쨌든 대단한 광고나 사회활동이 없이 지금의 단계까지 왔으니 조금 더 신경을 써주면 원하는 수준으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읽은 책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삼국지는 아직 네 권이 더 남았고 이야기 할 책은 두 권 밖에 없어서 기다리기로 했다. 


최근에 늘 가는 마트 (Safeway)에서 와인을 30%나 세일하고 있길래 유혹에 저항하지 못하고 12병을 사들였다. 물론 아무거나 사려고 그런 건 아니고 30%세일 + 여섯 병을 사면 거기서 10%을 더 해주는 걸 계산해서 숫자를 맞추고 대략 4-50불 대의 와인을 구한 것이다. 평소라면 20불 대의 와인이면 내 소비수준에서는 만족하는 맛이지만 상당히 큰 세일이라서 그리했다. 덕분에 상당히 좋은 값에 좋은 와인을 여럿 구해서 회사의 책장 구석에 쌓아놨다. 대충 보니 한 스무 병 정도가 쌓여 있는데 가끔씩 좋은 일이 있을때 꺼내마실 생각이다. 물론 보통 마실 땐 따로 적정가격의 와인을 사마시면 된다.  언젠가 와인셀러를 하나 구하면 좋겠는데 워낙 모아들이는 스타일이라서 책이나 미디어처럼 이것도 그리 될까봐 걱정이 된다.  어쨌든 마시기 전엔 모아놓으면 기분이 좋다.


책을 좀 보다가 일찍 자야 할 것 같다. 내일은 그래도 오전근무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려면 새벽에 나가서 일처리를 마무리하는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오늘이 12/31이니 아마도 이곳 저곳에서 즐겁게들 마시고 떠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멋진 2020년을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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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에도 다행히 서재의 달인/북플마니아로 선정되어 굿즈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플래티넘 혜택은 거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굿즈는 늘 기다려지는 면이 있다. 갈수록 적어지는 활동량 때문에 사실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녀가주시고 글도 남겨주시는 분들 덕분에 2012년부터 8년쨰 굿즈를 받게 되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진중권의 책은 유명한 시리즈를 몇 권 갖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읽은 것이 없어 그의 글에 대해 할 말은 없다.  진보성향으로 알고 있었고 그간 이런 저런 토론과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가 최근 쏟아내기 시작한 이런 저런 날선 말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독설로 흥한 자는 독설로 망하는 것인지.  단순히 입진보라는 둥, 적이라는 둥 비난하는 것으로는 이런 현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조금 뭘 할만 하면 사분오열되는 '진보'라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이 안타깝다.  그를 지식인이나 지혜로운 사람으로 본 적은 없다. 아니, 독설가로써 특별히 토론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본 적도 없다.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작은 일에 화를 내며 다른 이들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면서 개인적인 일에서는 사사로운 정에도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 변희재의 '진보'버전이라고 할 만큼 '서울대학교'출신이라는 점에 집착하고 자랑스러움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그의 독설이 틀리지 않았던 적도 있으나 이번 건은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10년을, 20년을, 30년을 두고 볼 때 사람의 말과 행동은 늘 조심스럽다.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진영논리를 떠나서 또 하나의 김지하가 나온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어쩌다 보니 12/25까지 이번 달엔 하루에 한 권을 읽은 꼴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혼자의 시간을 좀더 많이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10월에 내 패턴이 흐트러진 후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과 실패의 사이에서 글을 쓰는 패턴이나 서점에 나오는 패턴이 많이 무너진 듯, 크리스마스 세일로 사람들로 가득찬 서점에서 잠시 떠나 있었다.  덕분에 글을 쓰는 것도 많이 힘들었고 책을 읽으면 그저 짧게 평을 남기는 것으로 일단 흔적을 남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건 회복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예전보다 못한 글쓰기가 늘 아쉽고 또 아쉽다. 


무척 일본스럽게 잔잔하고 아련하다. 학교를 갖 졸업하고 부띠끄 건축사무소에 합류한 주인공. 사무소는 매년 여름 전체의 operation을 시골별장으로 옯겨 자급하면서 한 시즌을 보내는데 그 한때를 지나면서 생긴 일을 현재의 시점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오십 대가 거의 다 된 시점에서 담담하게 추억한다.  가볍다면 가벼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는 건 아마도 나이를 먹은 탓도 있을 것이다.  


별 대단한 것도 없지만 과거의 인연 혹은 그 언저리에서 오가던 이들을 떠올리면 늘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참으로 개념정리가 부족하던 어린 시절, 감도 많이 딸리던 더 어렸던 한때. 지금 내가 사는 모습에서 그때의 나를 찾아보면 별로 남은 것이 없다. 수수하게 있는 그대로 살지 못했던,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던,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던 그 시기를 보는 나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100세 인생이라고들 하는데 대충 그 반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은 그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소중하게 꺼내어 보는 옛날의 내모습,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과 시간들.  이 책과 함께 작가의 다른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야 말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추리소설을 여러 권 읽고 있다. 나름 다작이고 드라마화된 작품도 있는 인기작가인데, 정통추리의 면과 함께 사회파적인 면이 강한 듯 작품마다 굵직한 사회문제를 테제로 삼아 이야기를 그린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정신이상을 이유로 감경을 받는다. 그리고 오랜 기간의 치료와 보호를 거쳐 사회에 나온다. 그의 정신이상이 감경의 사유가 될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그가 세상에 나올 자격이 있는지,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 수 있는지, 그를 바라보는 일정한 수준의 편견이 무조건 나쁜 건지 등등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이슈들이 사건의 전개를 통해 다뤄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나에겐 어려운 추리였는데 읽고 보니 결정적인 단서를 주기는 했다. 이 정도면 fair game.  다만 범인보다 더 나쁜, 진짜 범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 인물의 경우 조금 논리가 늘어난 것 같다.


최대한 높은 효율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구제연금. 효율과 필요, 거기에 가짜를 걸러내야 하는 이유까지 해서 심사는 복잡하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일본 (한국도 점점 그리 될 것이다)의 경우 시시비비를 올바르게 가리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무원이 펜대를 굴리며 편안한 철밥통에 기대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그저 숫자와 통계에 기대어 단순하게 법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갈려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사라지는 목숨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직업안정성이 제로를 향해 가는 고령화하는 반면, 자본주의는 극단적으로 달리고 있는 2020년의 G-20 국가들이 모두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인물과 사건을 교묘하게 짜집고 평행선을 그린 트릭이 좋았다.



덱스터를 연상시키는 갱생한 변호사. 가족도 무엇도 집착하는 존재도 없이 하루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밖에서 볼 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주제에 어리다는 이유로 소년원에 갔고 공부를 해서 변호사가 되어 사회적으로 물의가 있는 사건들을 맡아 큰 돈을 버는 악질. 어느 사회나 일정 부분 그런 면이 있지만 일본처럼 폐쇄성이 강한 곳에서는 이렇게 한번 label이 붙으면 그야말로 남은 인생은 험난한 여정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미코시바 레이지도 어떻게 하지 못할 인연을 굴레. 이로 인해 맞게 된 케이스에서 그는 과거와 조우해야 한다. 추리소설하고는 조금 다른 의미로 재미를 느끼는 이 시리즈 또한 한 가지 굵직한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면이 없지 않다. 유죄와 무죄를 떠나 의뢰인이 정당한 절차로 재판을 받게 해주는 것이 변호사의 기본적인 의무. 한국의 잘 나가는 전관들은 그 개념조차 잡을 수 없을 기본적인 변호사의 윤리는 선악을 구별짓고 빨리 범행을 입증하길 원하는 사회와 늘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특이하게도 피아니스트가 주인공 명탐정으로 설정되어 있는 시리즈. 다작이면서도 이렇게 여러 가지로 설정을 나누고 이에 따라 다른 주제를 이용한 작품을 내는 것도 상당한 재주가 아닌가 싶다.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한 듯, 우연한 사건과 오해가 겹치고 그 과정에서 황당하게 전개되는 사건. 그 결말도 약간은 오픈이라서 추리소설로써는 다소 낮게 평가할 수도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해박한 음악지식을 바탕으로 스토리에 잘 블랜딩한 드뷔시나 쇼팽의 피아노연주곡과 심리묘사나 상황설정이 참 멋지고 덕분에 잘 모르면서도 늘 끌려가는 클래식의 CD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몇 곡을 YouTube에서 찾아서 들어보니 꽤 익숙한 것도 있다.  이렇게 자기가 하는 일을 넘어서 다른 취미를 갖고 있으면서 작품세계에 이를 녹이는 건 참 대단한 솜씨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에세이는 그런 면에서 접근이 용이하다고 보는데 완전한 창작인 소설의 경우 더 대단한 것 같다.



만나는 책마다 작가나 저자마다 다 친해질 수는 없다. 다양한 책을 읽을수록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같은 잡식성 다독가이자 장서가의 숙명이다.  책과 읽기에 대한 고민과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 언젠가부터 종종 이렇게 책에 대한 책을 구해서 읽는다. 한 권씩 시작한 것이 이젠 제법 책장 하나 정도를 채울 정도로 많이 모였는데 쓸데없는 것들을 몇 개 처분하고도 그만큼 많다는 건, 그리고 여전히 읽게 된다는 건 역시 끝나지 않을 고민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책이라도 어느 정도는 나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정확하게는 (1) 책 그 자체도 잘 읽혀야 하고 (2) 나아가서 저자의 속이, 그러니까 읽어온 책이 나와 어느 정도라도 접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 힙겹게 읽었다. 아무리 책의 세상이 길고도 넓고도 깊고도 높고도 오래된 것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도 겹치는 것이 없었을까. 읽는 과정도 꽤 험난했던 것이 무척 길고 지루한 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건 나의 주관적인 이야기니까 저자나 책을 폄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호흡이 맞지 않아서 고생했고 그런 면으로만 생각하면 글을 쓰는 내내 저자가 고생했을 것만 같다. 누군가에겐 좋은 양식이 되고 양서를 소개하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와는 맞지 않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저냥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맞이하고 클라이맥스를 넘어 12/26을 맞았다. 여전히 모두들 어디론가 떠났는지 사무실은 옆방의 중국사람들이 떠드는 걸 빼고는 조용했다. 오후에 퇴근해서 운동을 하고 푹 쉬자는 맘으로 이렇게 앉아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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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12-27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축하드립니다!!^^

blade runner 2019여서 어릴 적 상상력은 딱 거기까지 였는데, 2020!!!

transient-guest 2019-12-28 02: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전에 21세기엔 이러할 것이다 하는 예측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론 많이 가까워졌지만 하드웨어적인 면이나 살아가는 모습은 아직 그대로인 것 같아요.ㅎ 감사합니다.

stella.K 2019-12-27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소개하신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올리셨네요.
이색적인데요? 하지만 웬지 저는 잘 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네요.ㅎ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겹치네요.
정말 조금 지루하긴 한데 그렇다고 안 읽기엔 아까워요. 마저 읽어야할 텐데...

암튼 올해도 사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내년에도 좋은 활약 부탁드립니다.
마무리 잘 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축하드립니다.^^

transient-guest 2019-12-28 02:51   좋아요 0 | URL
일단은 기록 삼아서 읽은 걸 남기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게다가 정말 쓰레기가 아닌 다음에야 제가 이번에 재미없게 읽었다고 해서 다음에 그러거나 남들도 그렇게 보는 건 아니라서요.ㅎ 갈수록 더 노력을 해야 책도 읽고 글도 쓰게 됩니다. 점점..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9-12-28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랜님 12월 하루에 한 권 읽으시고 꾸준히 운동하시고
그런 여전한 일상에 감탄합니다.
알라딘 굿즈는 늘 탐나죠^^
남은 한 해 평안히 보내시고 새해 기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9-12-29 23:36   좋아요 0 | URL
어쩌다 보니 그리 됐네요. 네 이런 저런 굿즈가 참 잘 나오는데 얻긴 힘드네요.ㅎ 님께서도 남은 2019년 마무리 잘 하시고 기쁜 2020년 맞이하시길!!
감사합니다.

달리는꽃변 2020-01-06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한번씩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고 느겼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축복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20-01-07 01:52   좋아요 0 | URL
혼자있는 시간은 오롯히 자기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특히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런 시간을 갖기 너무 어렵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