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7월은 좋다. 운동도 비교적 순조롭고, 일도 적절하게 진도를 보이고 있으며 영업적인 면에서도 일단 시작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너무도 오래 끌어온 회사의 홈페이지 개정작업도 드디어 사실상 마무리가 된 상태인데, (업체를 잘못 선정하는 바람에 너무 고생을 했고 이에 대해서는 이미 그간의 데이터를 정리해서 관련기관에 신고는 할 생각이다. 실력도 없고 고객응대, 아닌 전체적인 attitude와 개념에 있어 문제가 심한 녀석들 같다), 이제 후속작업을 하나씩 진행하고 그간 생각만 하던 다른 것들도 조금씩 진행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7월에는 다시 열심히 책을 읽고 뭔가 알차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로 벌써 다섯 권의 책을 읽었다. 대단한 걸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면서 고전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니까 나에게는 그저 끊임없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독서인생에서는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두 권 모두 생각보다 실망을 많이 한 책이다. 그나마 '만 권의...'는 소설 비스무레한 면이 있기나 했지 '꿈의 서점'은 그야말로 사기스러운 결말인데 이걸 그대로 가져다가 '책방지기가 안내하는'이라는 부제로 써버렸으니 이게 작가가 지은 원래의 제목이라면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기획을 한 것이라면 그대로 문제가 아닌가 싶다. 독서인생에서 늘 서점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는데, 이런 책은 만나지 않았어도 크게 아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최근에 읽은 무슨 책에서 추천을 받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언제나 늦게 후회하는 바, 어느 정도의 레벨이 되는 사람이 쓴 '책'에 대한 글을 읽어야 하고, 설사 '레벨'이 되더라도 그가 추천하는 책이 내 눈에 잘 들어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이 두 권을 읽으면서, 특히 '꿈의 서점'을 보면서, 그리고 일본작가가 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고전과 문학을 굳이 내세우기 보다는 자국의 작가가 쓴 근현대의 책만으로도 '책'에 대한 글을 꾸릴 수 있다는 면에서 아직은 그들이 많이 부럽다. 이건 시간과 교육과 시대와 너무도 많은 factors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서 꼭 평행선을 긋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자국의 작가가 쓴 책만 해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문화적 자산이 아닌가 싶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책 두 권. 둘 중 한 권에서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주인공이 감옥에서의 세월을 견디고 나온 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결말은 조금 으스스하고 찜찜하지만 맘에 들었다. 다른 한 권에서는 그야말로 gaslighting의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주인공이 조금씩 미쳐가다시피 하면서 파국을 향해 가는 걸 보여주는데, 결국 멘탈이 붕괴된 끝장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작품은 열심히 구해 읽는데, 하필이면 리플리 시리즈가 절판이다. 영문판으로는 갖고 있지만 모국어로도 한 세트 갖고 있을만한 작품인데.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말씀하시니 내 비록 대가는 커녕 평균의 아래쪽에 머무는 수준이지만 이 책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되었거나 새로운 건 없었다. 조금 더 심화된 과정은 책이 아닌 강의를 통해 배워보고 싶다. 창작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사실 대학과정으로 문학공부나 문학역사에 대한 공부를 하고 글쓰기를 공부해보고 싶은데 어학과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밥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없는 인생의 어느 시기가 온 후의 일이 될 것 같다. 공부하고 수행하고 살면서 그렇게 도를 닦는 듯한 삶이라면 나쁘지 않겠다.



분명히 홈즈는 코넌 도일이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지금 장수(?)를 누리는 건 코넌 도일일까, 홈즈일까. arte에서 멋진 시리즈를 만든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코넌 도일과 홈즈를 이다혜 작가의 눈과 발로 따라가보는 여정인데, 내가 런던보다 더 가고 싶어하는 두 군데 - 더블린과 에든버러 - 에서 에든버러까지 가볼 수 있고 221B Baker Street이 위치한 런던도 실컷 돌아다닐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대의 작가들이 볼 때는 너무 직관적이고 그 과학수사라는 것도 그저 그런 정도지만, 당대에는 최고의 과학과 이성을 토대로 그려진 추리극의 수준은 무척 높은 편이었을 것이다. 그 과학과 이성을 이야기하던 코넌 도일이 말년에는 강신술에 빠졌들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같지만, 사진이나 영매들의 행위를 분석했을 때 '과학적'으로 확실한 물증이 있었다고 믿었다면 조금은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하다. 마법으로 보면 illusionist에 가까운 후디니는 오히려 이런 트릭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당시 유행하는 강령회 같은 것들의 사기를 금방 파악했지만 증거제일주의를 내세운 코넌 도일은 하지만 가짜 증거를 진짜로 믿는 바람에 강신술이 '과학적'인 증거를 토대로 믿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니 참 세상일이라는 것이 이렇게 신기하고 우습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11월의 에든버러에서 관광객들의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조용히 일주일 정도 살다 오면 좋겠다. 


러브크래프트는 전집을 다 읽고 간략하게 정리하겠지만, 글과 소설에서 기인이사의 풍모를 느끼는 중이다. 읽을 책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소유하지 못했다고 해서 읽을 책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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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08 0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 주에는 밀린 일들 중에서도 writing이 heavy한 것들을 추려서 정리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그래서 페이퍼로 열어보기로 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깊은 리딩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은 숫자에 연연하는 독서인생이라서 이번 달의 저조한 성적에 마음이 쓰였던 바, 마침 도착한 작은 책들을 위주로 한 권씩 열심히 읽은 덕분에 정리할 것들이 좀 쌓였기 때문이다. 글이란 쓰면서 계속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 이야기하지만 최근의 몇 년의 나를 보면서 그것도 case by case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읽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난 반대로 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보다 더 나은 작품이라고, 아니 나에게는 '날씨가...'가 그렇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비록 둘 다 어느 정도 클리셰가 있기는 하지만 '사서함...'이 좀더 구태스럽게,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속이 뻔히 보이는 판타지적인 서사로 전개된 것 같고, '날씨가...'에서는 이런 면에 있어서 좀더 깊고 복잡한 서사를 보여준 것 같아서이다. 게다가 '날씨가...'에서는 굳이 드라마로 떠올리지 않더라도 고즈넉한 시골이라는 무대의 장점까지 겹친데 반해서 '사서함...'은 대도시의 방송국, 방송작가, PD 같은 소재가 나에겐 별로였고,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읽자마자 내가 유추한 이야기가 전개될 방향이나 디테일이 그대로 흘러갔다는 진부함도 보았기에 '날씨가...'를 읽고 기대한 뭔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면에서도 꽤 실망을 했다. 호불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지금 생각해도 '날씨가...'가 더 좋다. 어쩌면 시골, 고향, 겨울, 서점, 글, 첫사랑 같은 테마에 더 끌리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전혀 모르고 읽게 된 책이, 심지어 흥미가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재미까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책이 그렇게 우연히 다른 책을 통해서 만났고, 제목에서 떠올린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던걸-모던보이의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이야기가 아닌, 실화에 바탕한 사회주의자들의 반체제투쟁과 독립운동, 그 후의 비참한 결말까지를 함축적으로 그린 소설이었다. 경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서울의 한 시대를 생각하면 종종 독립운동보다도 예술가들과 신세대 멋쟁이들, 혹은 김두한 같은 깡패들의 낭만담이 떠오르는 건 어찌된 이유일까. 대중소설이나 경성기담, 경성XXX 하는, 포커스가 다른 많은 책도 그 이유의 일부가 될텐데...


사회운동과 반독재투쟁을 하다가 학교에서 제적되어 지금까지 꽤 고생을 하면서 살았을 것 같은 작가의 사상적인 노선이나 사회주의-공산주의를 바탕에 삼고 반체제투쟁을 하면서 독립투쟁을 했던 주요등장인물들의 배경에서 온 태생적인 관점을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건 건국 후 7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보면 아주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활발한 연구와 발굴을 거치면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이 정립될 것이니 이런 시도는 아주 큰 의미가 있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사회주의까지 넒은 사상의 애국지사들이 함께 독립투쟁을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사상적인 대립을 했지만 그들은 결국 하나의 국가를 향해 나아갔던 사람들인데, 해방 후에는 남북한이 각각 괴뢰정권을 세워 권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배제하고 탄압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넘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남한에서는 게다가 친일파를 그대로 다시 등용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사회의 조류를 엎을 기회를 주었고 한국전쟁을 통해 남북한의 괴뢰정권과 그들의 추종자들은 각각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계파와 세력을 영구적으로 제거한 결과가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남북대립이고 남한에서의 친일계승세력의 독재와 일제강점기미화가 된다. 뜨거운 가슴으로 사회를 개혁하고 모두가 평등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이들의 역사는 한국근현대사의 중요한 연구과제가 아닐까 싶다.

















책과 출판, 서점에 관한 책을 읽어온 것도 십년이 넘었다. 그간 책장 하나 정도는 충분히 채울 정도로 이런 책이 모였으니 상당한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또 새로운 책이 나오면 결국 구해서 읽는다. 세 권 모두 책읽기가 버거울 때, 슬럼프가 올 때 읽으면 좋겠다. 서점을 꾸려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기 때문에. '오늘도, 무사'와 책방 무사와 '서점의 말들'의 이상북스는 게다가 하필이면 어쩌면 지향점이나 경영의 현실에 있어 완전히 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이상북스는 지역사회에 잘 파고들어 이런 저런 이벤트와 아이디어가 돋보이긴 해도 기본적으로 책을 팔아서 유지되는 서점이라면, 책방 무사는 신수진이라는 본명보다 훨씬 잘 알려진 가수 요조가 시작한 프로젝트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책방 무사 또한 서점의 취지에 맞게 늘 책을 팔고 늘 누군가 서점을 지키지만 들여놓은 책의 양과 종류를 보면 서점운영만으로 먹고 산다고는 절대로 생각되지 않는 바, 이렇게 같으면서도 극단적으로 다른 두 서점의 이야기라니.  '작은 출판사...'는 여러 모로 내가 생각하는 어떤 나이대가 되면 꼭 시작할 나의 어떤 계획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는데, 역시 일은 저지르고 볼 일이다. 생각만 하고 계획만 하다가는 완전히 날이 새는 걸 깨달으면서 목관에 실려 지구를 탈출하고 있을테니까. 


이렇게 제목을 다르게 한 덕분에 밴 다인의 같은 작품을 여럿 갖게 된 것처럼 같은 책을 두 권 갖게 되었으니 다음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고 조사해야 할 것이다. 'The Talented Mr. Ripley'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은 뒤 팬이 된 하이스미스의 작품 여럿을 구했는데 이번에 읽은 작품. 서스펜스도 괜찮지만 하이스미스의 작품세계에서는 이렇게 늘 선과 악의 경계는 흑백이 분명하지 않고 인간본성의 약함, 정신적인 면, 멘탈의 shift 등 다양한 것들을 explore한고, 내 추측이지만 상당히 강력한 게이코드가 숨겨져 있다. 교환살인이라는 아주 평범한 추리소설의 장치를 이용했지만 전혀 다른 구성과 전개와 결말이다.


요즘 중국작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들이 즐겨 다루는 해방전쟁에서 개방까지의 시기, 특히 문화혁명시대에 대한 천착을 보면서 그 깊은 트라우마가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퍼져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언제부터인가 어쩌면 그것은 지금의 중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음에서 차용된 일종의 풍자를 위한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금 중국에서, 아니 중국 바깥에서, 중국시민이나 출신을 넘어 중국경제의 입김이 미치는 모든 곳에서의 중국비난이나 비판은 제재의 대상이 된다. 미국 또한 다른 의미와 방법으로 세계의 깡패짓을 해온지 오래됐지만, 중국의 overreaching한 자세는 또다른 울분과 비분강개의 재료가 될 것이다. '하안'을 읽으면서 그 혼란스러웠던 해방전쟁 이후 모택동의 중국이 겪어온 세월을 보면서 시진핑의 중국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전히 쑤퉁의 최고작품은 '나, 제왕의 생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떤 책을 읽어도 그의 작품들은 꽤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번 주에는 몇 권을 더 읽을 수 있을까. 6월이 한 주 정도 남은 지금까지 한 달의 독서는 겨우 열네 권. 갈수록 힘이 딸리는 걸 느끼면서 40-80까지 만 권을 읽겠다는 호기로운 포부가 벌써 흔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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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23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경성 트로이카에 대해선 저 보다 설명을 더 잘하시네요.
저의 글 보고 바로 사서 보셨나 봐요.
저 시대가 참 흥미로워요. 사상도 문화도 팽창일로에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사서함...>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긴한가 봅니다.
날씨가...는 얼마 전 jtbc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아직 보지는 못 했습니다.
영화 감독 한지승이 연출했더군요. 평점도 높고. 전 조만간 드라마로 볼 생각입니다.^^

transient-guest 2020-06-24 01:00   좋아요 1 | URL
제 설명이 더 잘된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중구난방 떠들면서 말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만. 님의 글을 보고 세 여자도 구했으니 조만간 말씀하신 바에 따라 같이 읽는 기회가 올 것 같습니다.

‘사서함...‘은 남자인 제 관점에서 보면 참 그런 면이 있어서 공감을 못했어요. 일단 제가 츤데레 같은 스타일은 좀 별로라고 보고, PD님이나 PD님과 작가님의 연애전선이 그런 면에서 너무 진부했거든요. ‘날씨가...‘도 드라마가 딱히 잘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지만 시골의 겨울풍경은 너무 예뻤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어요.ㅎ
 

비록 이 서재는 내 마음대로 되는대로 쓰고 싶은 걸 올리는 공간이지만 엄연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어쩌다 보니 다른 이야기들까지 기록하게 된 곳이다. 그런데 COVID-19으로 인한 칩거와 격리 및 감금을 근 석 달 정도 겪으면서 엉망이된 모든 것들처럼 이 공간 또한 그런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간 gym을 가지 못하면서 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더욱 '몸을 쓰는 기록'에 매진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는 갈수록 어려워진 독서환경이나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글을 남기는 빈도가 훨씬 줄어든 것이다. 반성을 하면서도 가벼운 책을 읽는 것으로 겨우 이어가는 내 독서생활, 그와는 반대로 갈수록 커지는 책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여전히 쉽지는 않은 아저씨의 독서수행이다. 어쨌든 노력을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다시 맘을 다잡기로 한다.


*여기까지 쓰고 일을 하다가 더 쓰지 못했다. 화요일에 다시 이어서 써본다.


평론가의 책 이야기. 나도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니고 보유한 장서나 관심을 갖고 있는 책까지 생각하면 꽤 많은 책을 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다른 이의 독서를 훔쳐보는 기회를 가질 때마다 책의 세계의 무궁무진함에 부질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떻게 겹치는 책이 두 권 남짓, 이 사람이 읽은 것들과 나와의 접점이란 것을 찾을 수가 없었던, 늘 하는, 하지만 그 때마다 새롭게 놀라는 경험을 했다. 이상하게도 책에서 다룬 것들의 내용은 그리 남은 것이 없고 교양을 쌓고 모르는 것이 더욱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리고 종종 독서평론을 하는 책에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책을 읽기 위해서는 계속 다른 이가 보는 책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어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주말에는 내 마음이 온통 소금밭이라서 더욱 남은 것이 없다만.



재미있는 서점이야기. 하지만 막상 가면 책은 몇 권 없을 것만 같다. 작년에 속초에서 '지역의 명물'이라는 작은 독립서점에서 받은 느낌을 이 책에 실린 사진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가봐야 알겠지만 너무 작은 공간에는 어차피 많은 책이 들어갈 자리가 없고, 가뜩이나 책이 안 팔리고 안 읽히는 세상에서 적은 수의 책을 팔아서 생활을 꾸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책에 관련된 행사와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에 자리를 잡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되겠지만 이걸 잘못하다가는 서점인지 팬시가게인지, 술집인지, 사랑방인지, 그 모든 걸 조금씩 다 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아닌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이다. 손님들 또한 pure하게 서점을 원하는 사람의 한 극단에서 그저 편안한 공간이나 책 보다는 책을 둘러싼 이야기와 행사의 공간을 원하는 다른 극단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는 것 또한 보통일은 아닐게다. 저자가 초기에 맛본 성공이란 결국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던 월세와 역시 거저 불하받는 대단한 양의 헌책 덕분이지 작은 곳으로 옮겨온 후에는 꽤나 금전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떠오른 생각. 아직까지는 열려 있으나 언제 닫게 될지 모르는 것이 서점의 문. 내가 좋아하던 산타크루즈 다운타운의 Logos가 폐업을 선언하고 사라진 것도 이미 몇 년 전의 일이고 어제는 우연히 찾아본 지역의 명물과도 같았던 카페 또한 2017년에 문을 닫았으니 변하는 시대와 세대에 맞춰 살아남는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COVID-19이 보여준 공유경제구조의 약점을 생각하면 책도 역시 곁에 두고 있어야 이런 시국을 버텨낼 수 있는 것 같다만, 읽지 않는 사람들이야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내가 기억하기로 원래의 제목은 '반생의 기록'인 것 같다만 어쨌든 간만에 다시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을, 그것도 무려 그가 살았던 인생의 반 정도의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을 읽었다. 


정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제대로 된 벌이는 평생 없었던 아버지와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을 꾸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일찍 학업을 마치고 바로 기술을 배우면서 잡일을 하며 살다가 무려 마흔 셋에 작가가 된 그의 삶을 보면서 언제나 무엇을 하고자 할 때, 꿈을 갖고 나아감에 있어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지금의 마흔 셋도 상당한 나이로 보이겠지만 마쓰모토 세이초가 아쿠타가와 상을 받으며 등단했을 때의 마흔 셋은 1952년의 마흔 셋으로 지금의 수명이나 사회인식으로 보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로 생각된다. 게다가 평생 가난하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사람이 등단을 거쳐 다작의 인기작가로, 사회파의 거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일까. 조지 R.R. 마틴이 스티븐 킹에게 '자네 어떻게 하면 그리도 빨리 글을 쓸 수 있나'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마쓰모토 세이초에게도 물어봄직하다. 


늘 꿈을 갖고 원하는 걸 향해 나아갈 용기를 이렇게 또 한번 얻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뭔가 이루는 것이 있다는 걸 많이 경험했지만 삶이란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서 경험에 근거한 믿음 조차도 늘 흔들리게 마련이니 좋은 책과 좋은 이야기로 종종 힘을 얻어야 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세 권의 책은 다룬 시대의 빡빡함 만큼이나 내용도 무척 high density여서 그랬는지 다 읽은 건 겨우 얼마 전의 일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낸 행위 자체도 의미가 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파리의 예술 백가쟁명의 꽃피던 시절의 이야기라서 중간중간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다룬 시대와 인물도 많기에 쉬운 읽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번 정도는 교양삼아 읽어볼 필요가 있다. 동서양의 고전을 제외하면 기실 지금 classic 필독서로 꼽히는 작품들의 대다수가 이 시리즈에서 다룬 시대의 어디엔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나중에도 가끔씩 꺼내어 볼 것 같다.


책 대 담배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담배를 태우지 않기 때문이고 당장이라도 언제나 책과 담배의 대결에서 내가 심판을 본다면 책이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배를 술로 바꾸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과연 책과 술 둘 중 하나만 즐길 수 있다면 혹은 술값을 아껴서 책을 사는 걸 주장하는 사람이 딱 즐겁게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친 후의 한 잔 타임에 나타난다면 나도 고민을 할 것이다. 


배웠다면 나름 좀 배웠고 21세기로 넘어올 수 있었던 소수의 20세기 사람들 중 하나인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오웰이 이 책을 쓰던 시절 영국의 노무자라면 당연히 담배를 고를 것이다. 책이란 지식습득의 도구를 넘어 entertainment의 일종으로도 사용되었던 시절이지만 노동자들에겐 역시 담배와 술, 그리고 축구와 야구, 복싱이 최고였을 것이다. 아무리 오웰이 책의 우위를 설파하더라도 당장 하루를 벌어서 먹고 하루의 위안이 필요한 고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책이란 것도 사치가 아니었을까. 단순히 값과 효용성만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3권이 따끈따근하게 나온 모양이다. 나는 아직 구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먼 곳. 중국이라기 보다는 서하나 토번에 더 가까웠을 곳에 남겨진 엄청난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사진으로는 그 심오함이나 감동이 전달되지 않지만 여행을 갈 수 없는 시기에는 이런 책을 보는 건 교양을 얻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중국에는 아마도 가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번 생의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아쉬움을 이렇게 달랜다. 어릴 때부터 중국의 고전과 소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살아온 나에겐 조금 잔인하지만, 더욱 잔인한 중국의 공산당에게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바칠 생각은 없다. 3권은 조만간 구해서 볼 생각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무조건 구해서 본다. 책과 함께 살아온 그의 삶의 모습이 멋지게 생각되므로. 노벨상을 받은 일본출신의 과학자와의 대담집. 관심이 많은 분야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STEM분야에는 워낙 문외한 (무뇌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 많았고 그냥 넘긴 지점도 많았다만 그래도 한번 쭉 읽어본 바, 분자생물학으로 모든 걸 분석하겠다는 과학의 포부가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난 지금, 과학자의 야심이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좋은 학자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나오는 것이 없어도 수백, 수천억을 투자할 수 있는 사회전반의 인식과 인프라가 없이는 과학입국은 불가능하다. 아직도 대단한 과학자들이나 발견은 서구중심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한국처럼 당장의 성과를 재촉하는 한, 과학자보다는 엔지니어와 그 수준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노벨문학상에 목을 매는 걸 보면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 한국어판으로는 구할 수 없지만 난 The Talented Mr. Ripley시리즈와 Mr. Ripley 라는 캐릭터의 팬이다. 작품이 영화화된 건 먼저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으로 무려 알랭 들롱이 주연한 작품이고 나중에 우리 시대에 와서는 맷 데이먼과 당시 핫하던 (그리고 머리숱도 많이 남아있었던) 쥬드 로가 주연한 걸로 다시 나왔다. 퍼트리야 스미스 (혹은 패트리샤 스미스)의 작품인데 이 시리즈로 내 기억엔 다섯 작품이 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서스펜스를 쓴 멋진 작가의 글쓰기 이야기를 이번에 구해서 읽었다. 세부적은 내용은 많이 남기지 못했지만 덕분에 구할 수 있는 작품을 여럿 사들였고 어제부터 한 권씩 읽기 시작했으니 이런 책이 나오면 누군가는 인세를 벌어들이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죽더라도). 어쨌든 좋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비록 아직은 한국어판으로 나온 리플리 시리즈를 구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까지 읽은 책을 정리하면서 역순으로 했으니 이 책이 앞서 페이퍼를 쓴 후 가장 먼저 읽은, 즉 기억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책이다. 그런 탓에 많이 잊어버렸고 너무도 미안하지만 달리 쓸 말이 없다. 그저 책을 읽는 사람을 여러 가지로 표현했다는 정도. 작가는 그야말로 책의 고수로서 독서와 책에 대핸 여러 이야기를 책으로 지은 알베르로 망구엘 (혹은 망겔)이다. '독서의 역사'가 아마 내가 접한 그의 첫 번째 책이였을 것이다. 두 번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이 또한 내용이 딱히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국민학교 3학년에 처음 읽고 아마 대학교 시절까지 계속 읽은 청아출판사의 역사책 몇 권, 정비석의 소설손자병법, 소설초한지도 그렇고 더 어릴 때 읽은 전집류는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많이 읽는만큼 여러 번 읽지 못하고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이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로써 밀린 이야기가 일단 또 끝났다. 도무지 서재인지 운동블로그인지 모호해진 정체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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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을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운 결과, 고작 오후 1시 31분인 지금, 엄청난 졸음과 싸우고 있다. 오늘 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한 업무도 일단 마쳤고, 내일까지 진행하면 되는 업무와 집중력의 저차로 오늘은 시작하지 않기로 결정한 업무, 이렇게 두 가지는 이번 주중에 마치면 될 것이라서 곧 이번 주에는 처음으로 하는 근육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잠이 너무 쏟아지는 것과 함께 피곤을 느끼고 있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은 특이한 표지도 좋고 다른 출판사의 문학전집과 겹치는 않는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절판이 잘 되거나 '양장' 대신 '무선'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조금 걸린다. 어쨌든 유홍준 교수의 책을 보면서 궁금해진 이노우에 야스시의 책을 몇 권 읽는 여정에서 가장 나중에 읽은 '둔황'은 내가 읽은 저자의 작품 몇 권들 중에서는 구성과 언어의 사용 및 소설적인 재미에서 가장 나은 것 같다. '공자'에서 특히 거슬렸던 현대언어와 표현의 남발도 없었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 덕분에 그야말로 숨가쁜 역사의 한 단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침 보고 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비록 허구라도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국의 송대는 고려와 겹치는데, 우리 역사를 보면 거란의 요나라, 이후 여진의 금나라, 그리고 종국에는 몽골의 원나라까지 정신없는 시절이 이어지는데, 송대의 중국도 이민족의 침입이 북동에서는 요나라와 금나라로, 북쪽에서는 나중에 몽골이, 서쪽에서는 토번과 서하까지 무척 피곤한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절도사의 난에서 일어난 왕조라서 그런지 몰라도 유달리 문치를 내세웠던 태조의 바램과는 전혀 별개로 사방에서 이민족의 왕조가 창건되어 융성했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부러운 파일로 밴스의 추리극 두 편. 보통 '비숍 살인사건'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주교 살인사건'보다 정확한 번역 같다. 사건에서 보면 트릭을 구성하는 장치들 중 하나가 체스에서 사용되는 '비숍'이기 때문이고 통상 이걸 '주교'로 번역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간혹 체스를 굳이 서양장기로 번역하는 건 봤지만 말들의 명칭까지 '기사', '병졸', '여왕' 등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주교 살인사건'이라는 번역은 많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북스피어 같은 곳에서 왜 그리 했는지 의문이다. 


동서추리문고에서 나온 판으로 이미 한번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롭다기 보다는 트릭을 좀더 분석하고 싶어서 읽었는데 여전히 중구난방 주인공을 부러워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파일로 밴스는 명탐정이자 학자이며 무엇보다 평생 놀고먹으면서 호화롭게 살 수 있는 부자라서 극중에서 그의 개인변호사로 일하는 화자의 말에 따르면 늘 새로운 걸 하다가 말기를 반복하는 것, 그리고 살인사건의 추리를 맡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마치 19세기 영국의 비생산적인 신사들처럼 그렇게 뉴욕에서 유럽을 오가면서 고고학, 수학, 화학, 역사, 고문헌,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그때 그때의 흥미에 따라 오가면서 즐기는 것이니 어찌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연금생활을 하는 탐정도 있고, 독신으로 살면서 범죄와 싸우는 경우도 있고 경찰도 있지만 부자탐정이라는 건 또 다른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 less history, more cultural history라서 훨씬 더 수월하게 읽기는 했다. 1차대전으로 끝나게 될 황금시대의 마지막. 로댕, 드뷔시, 피카소, 샤갈, 거트루드 스타인, 이사도라 던컨, 모네, 장 콕토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장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파리 한복판의 모습. 


지금의 눈으로만 보면 그저 예술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들로써 그 외의 것들은 크게 회자되지 않지만 기실 예술을 이유로 사생활은 그리 본받을 것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단순히 여러 번 자주 매번 마구 사랑에 빠지는 걸 넘어서 무척 비열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예술만 남아서 전해지는 것이 어쩌면 다행일 정도로. 이 멋지고 희망에 가득찼었던 과학과 기술의 신세기의 시작, 한 세대의 종언이 하필이면 그 온갖 것들이 힘으로 모인 몽상가적인 대전쟁으로 끝났다는 것이 참으로 비극적이다. 이제 다음 권으로 넘어가면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Midnight in Paris"에서 주인공의 이상향으로 나오는 시대를 보게 된다. 


유홍준 교수의 중국답사기는 일단 나오는 책을 다 읽고서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날이 무척 덥다. 여름이 시작되려는 듯, 내일까지는 그렇게 덥다가 갑자기 화씨로 한 10-15도가 뚝 떨어진다. 이렇게 up and down을 반복하면서 6-7-8월의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빛, 거기에 섞인 UV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싹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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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감방하체운동루틴은 지금 상황에서 하체운동을 하기에 최고인 듯. 다리는 가볍고, 다리와 엉덩이까지 묵직하게 근육감이 느껴진다. 이번 달에는 벌써 87마일을, 81마일은 걸어서, 6마일은 뛰어서 움직였는데, 이젠 4-5마일 걷는 건 일도 아니다. 처음엔 2마일도 꽤 힘들었는데. 아침에 해가 뜰 무렵에 걷는 기분은 조깅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오늘 하려던 burpees full set은 중간에 반 조금 못하고 포기. 무릎이 아팠고 절대로 무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주말에 긴 거리를 걷고 뛰려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함을 잘 알기에. 


좀처럼 남이 권해서 책을 읽지는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다보니 '독서인간의 서재'라는 책을 타고 넘어온 끝에 이도우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장면은 예쁘지만 극화 자체는 좀 데면데면했던 드라마와는 달리, 하지만 드라마의 이쁜 시골풍경이 적절히 머릿속에 남은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마치 80년대 인천의 어느 외진 동네를 보는 것처럼 배경이 깔린 내 머릿속에서 잔잔하고 감성어린 어른의 연애와 그 밖의 많은 복잡한 것들을 잘 버무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가 어떻게 이런 좋은 감성으로 여자의 심리를 그려낼 수 있을까, 또 어쩌면 이다지도 feminine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적으로 작가는 여자라는 사실. 짧게 남기기도 했거니와, 지우나 서우 처럼 '우'자가 들어가는 여자이름이 많은데 도'우'는 왜 남자라고 그냥 짐작해버렸을까. 설마 이것이 내 성인지 감수성의 수준은 아니겠지요??? 은근히 걱정되는 70년대 어느 즈음에 태어나서 마흔의 중반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남자의 걱정이다. 


내친김에 작가의 산문집도 마저 읽었다. 아마도 중앙대 안성을 나오신 듯, 당시 시골 한복판에 세워진 학교에 대한 묘사가 있고, 소설을 그저 한 권 읽었을 뿐이지만 이미 차용된 듯한 모티브도 볼 수 있었다. 이미 50을 넘긴 작가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많은 직업과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넉넉하게 쌓여 있어서일까, '문창과'출신 소설가들에 대한 내 편견이 누그러드는 순간을 경험했다. 남은 두 권의 소설은 좀더 아껴서 볼 생각이다. 겨울까지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이젠 정말 늘어지는 이 작품. 와인을 좋아해서 매주 마시지만 여기서 다루는 와인들은 저가라고 해도 보통 3-40불대를 넘어가는 최소 중가와인들이 대부분이고,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아직 제대로 마셔본 것이 없다. 주로 다루는 건 게다가 최고봉, 어쩌면 돈이 있어도 제대로 마시기 어려운 것들이라서, 아무리 묘사가 좋아도 이젠 좀 멀리서 보게 된다. 그저 마무리를 잘 하고 12사도의 정체를 밝히고 화해할 사람들은 화해하고, 맺어질 인연들은 맺어지면 좋겠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지우나 서우는 여자로 바로 알게 되고, 도우는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어제는 넷플릭스에서 'Trumbo'를 봤다. Red Scare가 한창이던 미국에서, 할리웃에 몰아닥친 광풍으로 인해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사냥을 당하던 시절 꿋꿋히 맞선 남자의 이야기. '로마의 휴일', '스파르타쿠스' '엑소더스'를 비롯한 대작의 시나리오작가이자 어려운 시절 ghost writer로 엄청난 양의 B급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대가의 일대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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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좋아했어요. 되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것 같은데 오래 남는 그런 이야기였거든요. 그 뒤에 [잠옷을 입으렴]은 별로여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안읽었는데, 트랜님 이 페이퍼 보니 읽어볼까 싶네요.
트랜님 사서함 110호 읽고난 후의 감상이 궁금해요. 제가 아는 남자사람은 도대체 이 책 읽고 뭘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ㅎㅎ

transient-guest 2020-05-22 10:58   좋아요 0 | URL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묵혀두고 읽을 거에요 ㅎㅎ 말씀한 그분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도 그런 감상을 가질지 궁금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