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을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운 결과, 고작 오후 1시 31분인 지금, 엄청난 졸음과 싸우고 있다. 오늘 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한 업무도 일단 마쳤고, 내일까지 진행하면 되는 업무와 집중력의 저차로 오늘은 시작하지 않기로 결정한 업무, 이렇게 두 가지는 이번 주중에 마치면 될 것이라서 곧 이번 주에는 처음으로 하는 근육운동을 시작할 것이다. 잠이 너무 쏟아지는 것과 함께 피곤을 느끼고 있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은 특이한 표지도 좋고 다른 출판사의 문학전집과 겹치는 않는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절판이 잘 되거나 '양장' 대신 '무선'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조금 걸린다. 어쨌든 유홍준 교수의 책을 보면서 궁금해진 이노우에 야스시의 책을 몇 권 읽는 여정에서 가장 나중에 읽은 '둔황'은 내가 읽은 저자의 작품 몇 권들 중에서는 구성과 언어의 사용 및 소설적인 재미에서 가장 나은 것 같다. '공자'에서 특히 거슬렸던 현대언어와 표현의 남발도 없었고,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된 덕분에 그야말로 숨가쁜 역사의 한 단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침 보고 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비록 허구라도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중국의 송대는 고려와 겹치는데, 우리 역사를 보면 거란의 요나라, 이후 여진의 금나라, 그리고 종국에는 몽골의 원나라까지 정신없는 시절이 이어지는데, 송대의 중국도 이민족의 침입이 북동에서는 요나라와 금나라로, 북쪽에서는 나중에 몽골이, 서쪽에서는 토번과 서하까지 무척 피곤한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절도사의 난에서 일어난 왕조라서 그런지 몰라도 유달리 문치를 내세웠던 태조의 바램과는 전혀 별개로 사방에서 이민족의 왕조가 창건되어 융성했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부러운 파일로 밴스의 추리극 두 편. 보통 '비숍 살인사건'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주교 살인사건'보다 정확한 번역 같다. 사건에서 보면 트릭을 구성하는 장치들 중 하나가 체스에서 사용되는 '비숍'이기 때문이고 통상 이걸 '주교'로 번역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간혹 체스를 굳이 서양장기로 번역하는 건 봤지만 말들의 명칭까지 '기사', '병졸', '여왕' 등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주교 살인사건'이라는 번역은 많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북스피어 같은 곳에서 왜 그리 했는지 의문이다. 


동서추리문고에서 나온 판으로 이미 한번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롭다기 보다는 트릭을 좀더 분석하고 싶어서 읽었는데 여전히 중구난방 주인공을 부러워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파일로 밴스는 명탐정이자 학자이며 무엇보다 평생 놀고먹으면서 호화롭게 살 수 있는 부자라서 극중에서 그의 개인변호사로 일하는 화자의 말에 따르면 늘 새로운 걸 하다가 말기를 반복하는 것, 그리고 살인사건의 추리를 맡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마치 19세기 영국의 비생산적인 신사들처럼 그렇게 뉴욕에서 유럽을 오가면서 고고학, 수학, 화학, 역사, 고문헌,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그때 그때의 흥미에 따라 오가면서 즐기는 것이니 어찌 부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연금생활을 하는 탐정도 있고, 독신으로 살면서 범죄와 싸우는 경우도 있고 경찰도 있지만 부자탐정이라는 건 또 다른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 less history, more cultural history라서 훨씬 더 수월하게 읽기는 했다. 1차대전으로 끝나게 될 황금시대의 마지막. 로댕, 드뷔시, 피카소, 샤갈, 거트루드 스타인, 이사도라 던컨, 모네, 장 콕토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장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파리 한복판의 모습. 


지금의 눈으로만 보면 그저 예술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들로써 그 외의 것들은 크게 회자되지 않지만 기실 예술을 이유로 사생활은 그리 본받을 것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단순히 여러 번 자주 매번 마구 사랑에 빠지는 걸 넘어서 무척 비열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예술만 남아서 전해지는 것이 어쩌면 다행일 정도로. 이 멋지고 희망에 가득찼었던 과학과 기술의 신세기의 시작, 한 세대의 종언이 하필이면 그 온갖 것들이 힘으로 모인 몽상가적인 대전쟁으로 끝났다는 것이 참으로 비극적이다. 이제 다음 권으로 넘어가면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Midnight in Paris"에서 주인공의 이상향으로 나오는 시대를 보게 된다. 


유홍준 교수의 중국답사기는 일단 나오는 책을 다 읽고서 정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날이 무척 덥다. 여름이 시작되려는 듯, 내일까지는 그렇게 덥다가 갑자기 화씨로 한 10-15도가 뚝 떨어진다. 이렇게 up and down을 반복하면서 6-7-8월의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다. 뜨거운 태양빛, 거기에 섞인 UV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싹 없애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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