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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집에 도깨비가 와글와글 ㅣ 보림문학선 5
채인선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에는 도깨비를 소재로 한 책이 유난히 많다. 그 중 대부분이 그림책인데... 이것은 동화책이다. 이런 동화책을 읽을 나이라면 도깨비라는 존재를 순수하게 믿어주려나 약간 걱정스러워하며 책을 펼쳤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산을 넘다가 도깨비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아니 지금도 아버지는 가끔씩 예전에 누가 도깨비에게 홀려서 어찌했다더라는 이야기를 가끔 하신다. 그러나 요즘의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간혹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을 기회는 있겠지만 그저 지어낸 이야기로만 생각할 뿐이다. 하긴 지금처럼 어디를 가나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는데 그런 두려움을 느낄 수가 없겠지. 오히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으니까.
여기 나오는 도깨비는 저마다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이름도 그 특징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마루밑에서 엉금엉금 기어다녀서 엉금엉금이, 항상 중얼거려서 중얼중얼이, 소리를 내서 달그락달그락 등. 어디 그 뿐인가. 산이나 계곡 폭포 이름도 재미있으며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한모금샘물, 콸콸계곡, 푸르댕댕절벽 등... 처음에는 이름이 길고 생소해서(지금까지 보아오던 세 글자로 된 이름이 아니어서) 자꾸 헷갈렸는데 두번째 장 정도부터는 이름만 봐도 누군지 알겠다. 게다가 그림은 펜으로 그렸는지 섬세한 듯 하면서도 거친 듯 한데 각 도깨비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러다가 그림이 전혀 없는 어른책을 읽으면 얼마나 답답한지 모른다. 바로 어른이 어린이책을 읽는 부작용이라고나 할까.
마을에 어린이라고는 천온이 한 명밖에 없는 산골 마을에서도 더 산속으로 들어간 외딴 집에 살고 있는 일곱 도깨비들은 그야말로 우리 도깨비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담고 있다. 우선 어수룩하고, 각자 생긴 것이 다르고, 사람과도 친하기도 하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웬 방망이 타령을 할까... 이러다 일본 도깨비 모습이 되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다. 그러나 나중에 방망이를 찾았지만 우려했던 그런 모습이 아니고(물론 그림으로) 또 그런 능력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뒷부분에서는 전개가 조금 빨라지지만 앞부분은 설명이 너무 자세하고 많아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일다 보면 예전에 들었던 도깨비와 관련된 이야기의 비밀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아~, 이래서 그런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솥뚜껑이 갑자기 솥 안으로 빠진다는 이야기(구조상으로는 절대 그럴 수 없는데도)로 어렸을 때부터 가장 두려워하며 들었던 이야기다. 길 가다가 밤새 씨름하고 나중에 보면 빗자루였다느니 부지깽이였다는 얘기는 밤중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마주치지 않을 이야갸지만 솥뚜껑은 부엌에서 항상 보는 것이므로 더 두려웠던 것 같다. 여하튼 아이들에게 도깨비에 대한 오해도 풀고 우리 도깨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우리 동화책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