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옛 서울 - 진경산수화 3 보림한국미술관 10
박정애 지음 / 보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한때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왜냐... 무척 붐비는 곳에서 살아야한다는 점 말고도 유적지가 다 외곽에 있어서 가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세상 물정을 알고 난 후부터는 내가 우둔한 생각을 했음을 알았다. 하물며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낸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말이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었을 게다. 

아이가 역사에 대해서 눈 떠야 할 시점이 되자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여기서는 경복궁이나 청계천을 가려고 해도 하루 날 잡아서 가야 하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잠깐 나갔다 오는 정도일테니 말이다. 그나마 하루 정도만 맘 먹으면 된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있다. 

사실 옛지도와 관련한 책을 많이 보았고 지도박물관에도 가 보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처럼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전에는 지도를 보아도 그냥 음... 서울을 나타낸 지도구나... 아니면 사람의 방향이나 집의 방향을 나타내며 그린 그림이 특이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네 정도로 여겼던 그림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보니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다. 아마 심청이 아버지가 처음 눈 뜰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내가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지도는 평면에 길과 건물을 기호로 축소해서 나타낸 것이었다. 그저 지도니까 그렇게 그려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옛날에 그린 지도와 비교해 보니 확실히 다르다. 뭐랄까... 옛날 지도는 자연이 들어 있고 인간미가 넘친다고나 해야할까.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옛지도를 볼 때 정확히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의미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회화적인 요소와 지도의 기능이 들어 있다는 글을 읽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현대의 지도에서는 산이 그냥 세모꼴로 그려지고 높이만 명시되어 있을 뿐인데 옛날 지도는 그림처럼 산의 형태까지도 그려져 있는 것이다. 마치 위성 지도에서 산과 집 길만 빼고 생략한 것처럼... 

이렇게 이 책은 지도로 서울의 모습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면서 차츰 자세한 경관이나 궁궐의 모습,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나타낸 그림까지 보여주면서 서울의 역사를 느끼도록 해준다. 옛 사람들의 그림 한 점이라도 중요한 이유는 단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서울의 옛날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면 옛날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있다 해도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변형하고 복원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을 하니 안타깝다. 

참으로 소중한 자료이자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지식이라는 것은 어느 하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종과 횡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이며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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