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행진곡 나의 학급문고 9
전방하 지음, 이소현 그림 / 재미마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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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뒤 매일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 아마도 집 주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집이 있나보다. 어떤 때는 굉장히 쉬운 곡이 들리고 어떤 때는 그런 대로 들을 만한 곡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그 집의 아이가 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어떤 곡이 그냥 연상된다. 사실 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젓가락 행진곡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랐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딸에게 물었다. 젓가락 행진곡이 어떤 것이냐고. 그랬더니 여러가지가 있다며 그 중 하나를 들려준다. 들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곡이었으며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올랐던 바로 그 곡인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난 이 곡을 모르는데... 그런데 며칠 후에 보니 바로 집 주변에서 이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또 한번 책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것과 연결짓는 일이 생겼다.

어느새 재미마주의 학급문고가 9번째 책으로 나왔다.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되다시피 한 책들을 보며 독특한 구성의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딱히 동화책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림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중간형이라고나 할까.

첫 장을 넘기자마자 덜렁 제목이 나온다. 대개는 간지만 있을 뿐인데... 그리고 다시 한 장을 넘기면 독특한 색감의 그림이 나온다. 처음에는 별로 신경써서 보질 않았지만 다 읽고 나서 앞장과 똑같은 뒷장의 그림을 보니 본문에 나왔던 그림이다. 미술과 거리가 먼 나로서는 그저 참 특이한 그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부럽지 않게 사는 현정이와 너무 궁핍하게 사는 승준이. 그렇지만 승준이는 뭐든지 잘하고 똑똑하며 성실하다. 그리고 승부욕도 강하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무색해져 가는 시대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꼭 승준이가 그 개천에서 나는 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완전히 책에 몰입을 못 하고 등장인물에 나를 대입시키지 못한 것이. 하지만 현정이는 현실의 아이답다. 비록 친구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못된 아이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니까...

이 책은 현정이가 주인공인 ''나''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즉 현정이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승준이는 어떤 마음일까 내심 궁금했다. 승준이 엄마의 지나치리만치 지독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지원이 왠지 불편하다. 내가 세상을 너무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을... 내 주변만 보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마지막에 현정이가 승준이에게 베푸는 인정은 무엇일까. 가진 자로서의 연민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승준이 모습이 더 애처로워 보인다. 하긴 현정이는 내내 승준이에게 연민이 아닌 우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누군가에게 베풀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어떤 것. 아마도 현정이는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은 말로 친구와 잘 지내야 한다느니 도와주어야 한다느니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아나 보다. 현정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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