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장이의 아이들 비룡소 걸작선 43
마리아 그리페 지음, 안인희 옮김, 하랄트 그리페 그림 / 비룡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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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학교 근처에 과학기기 만드는 회사가 있었다. 한번은 그곳으로 견학을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긴 막대를 부니까 밑에 유리로 된 병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지금이야 모두 기계로 만들겠지만 그 때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대체 모양이 어떻게 다르게 나오는 것일까, 어느 것은 비이커가 되고 어느 것은 시험관이 되니 말이다. 그러나 그 의문은 지금도 풀리지 않았다. 아니 그 후로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알베르트의 직업이 유리장이라니 문득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났을 뿐 그것을 지금까지 잊고 지낸 것이다.

알베르트는 진정한 장인이다. 유리 그릇을 더 많이 만들거나 사람들이 찾을 만한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팔리더라도 자신이 만족할 그런 그릇을 만들고자 노력하니 말이다. 그러니 소피아가 자신보다 유리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 알베르트는 부인에게 지금 만드는 훌륭한 그릇을 완성하면 가정에 충실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소피아는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그릇이 완성되면 또 다른, 더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려고 할 테니까. 인간의 욕심 내지 욕망이란 그렇다. 간절히 원하고 소망하던 것도 막상 이루어지고 나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 멀리 있는 것을 다시 갈망한다. 그렇게 평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런 것에서 초월한 사람을 우리는 특별하게 취급한다. 도인이라느니 성자라느니 하면서 말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소원을 이뤄줄테니 딱 한 가지만 말하라면 바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빌겠다고... 그러면 얼마나 환상적인가 말이다.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고 골치 아프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 다시 드는 생각 하나. 만약 내게 모든 것이 주어진다면 그러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목표로 살게 될까. 얼마전에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단 며칠만이라도 갖는다면 그동안 밀렸던 일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하고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 때가 마침 방학이었기에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도 혼자 있을 기회가 생겼다. 남편은 아침에 일찍 나가니 그야말로 낮에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웬걸... 아무런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고 시간도 더디게 가는 것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아주 귀한 기회였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말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가치있는 것은 모든 여건이 주어질 때가 아니라 그 여건을 만들어갈 때라고... 아마 성주의 아내가 바로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원이라는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물론 별 생각 안했을 때는 얼마나 좋을까 부러웠다. 그러다 위에 언급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결코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성주가 찾아오지 못했을 때 아내가 기뻐했겠지. 그 소원을 적어도 이듬해까지는 간직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성주의 아내 뿐만 아니라 성주도 불쌍하다. 성주의 아내는 자기에게서 소원의 가치가 사라져서 슬프다는 것을 인지하기라도 하지만 성주는 그 사실 조차 알아채지 못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중에 플락사로 인해 성주가 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던 고맙다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서로 떨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나중에 하나의 고리로 완성될 때 느끼는 기분은 뭐랄까 그때까지 머릿속에서 따로 놀던 조각들이 아귀가 딱 맞아서 하나의 온전한 모습이 형체를 드러내는 그런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잃어버린 기억의 강을 건너면서 성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는다고 설정함으로써 독자들의 큰 걱정거리에서 해방시킨다. 실은 그토록 학대받은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나중에 어떻게 치유할까 한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면서 비록 기억속에서는 사라졌지만 무의식에 남아 있어 가끔 악몽을 꾸거나 괜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며 그 기억에서, 그리고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작가의 치밀한 작전이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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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없는 시간 여행 - 과학과 문화에서 찾은 시간의 비밀 진경문고 7
이남석 지음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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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시간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 만약 단 며칠만이라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낼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꽉 짜여진 시간 속에서 학원을 전전하며 다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시간을 주고 그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도 큰 교육이라고... 그렇게 빈둥거리며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보내는 시간이기에... 그리고 그런 시간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한 생각도 하고 지난 일에 대한 생각도 하는 등 의외의 소중한 생각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항상 무언가를 하며 보내다가 갑자기 시간의 공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 할 수도 있겠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는 교양서인줄 알았다. 그러나 읽다보니 일종의 추리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철학적 메시지도 있긴 하지만... 규리와 아빠가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부녀가 배낭여행을 하다니, 참 사이가 좋구나하고 말이다. 또한 그 시계를 고치러 이탈리아까지 가다니 참 유별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조금 읽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나온다. 엄마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부엉이 시계를 고치기 위해 그 먼 이탈리아까지 찾아간 것이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엄마가 좋아했던 시계였기에... 또한 엄마가 그림을 그리던 장소였기에...

그렇게 아빠와 딸은 시계를 고치기 위해 떠나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는다. 물론 중간중간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나오고 말이다. 사실 가끔은 너무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 것 같아 흥미가 줄어들기도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추리소설의 색이 짙어지다가 마지막에는 감동 모드로 돌아선다. 물론 간간이 역사적 사실과 그 나라의 모습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과 문화에서 찾았다는 말을 사용했구나...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구성과 연이은 우연, 때 맞춰 풀리는 수수께끼 등은 지나치게 딱 들어맞아서 오히려 불편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정말 시간 여행을 하고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왔기에 그랬겠지. 시계를 고치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지만 시간에 대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무엇보다 엄마를 진정 이해하고 떠나보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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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부터 차근차근 프랑스 원리 수학 1 - 수와 친해지기, 맛있는 공부 003
안 시에티 지음, 김영 옮김, 제노 그림 / 청년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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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수와 연을 끊고 살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더불어 살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수. 단순히 수만 배우는 것이라면 이처럼 힘들고 머리 아프지 않아도 되련만 불행히도 수와 관련한 많은 다른 수들이 있기에 머리 써가며 배워야 한다. 요며칠 아이에게 수학 공부를 너무 안 한다고 닥달을 해서인지 이 책이 더욱 반갑다.

책을 시작하자마자 대뜸 수와 숫자의 차이를 묻는다. 가만... 진짜 차이가 뭐지?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대답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다음에 답이 나오므로 너무 위축되지 않아도 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숫자는 0부터 9까지를 말하는 것이고, 이 숫자로 우리가 아는 모든 수를 만드는 것이란다. 그렇구나.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짚어간다. 다음에는 바로 소수나 정수, 유리수, 분수 등 모든 수가 나온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사칙연산에 대한 것도 역시나 원리부터 잘 설명이 되어 있다. 특히 무엇보다 좋은 점은 그림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글로 빽빽하게 되어 있으면 겁부터 먹고 내용을 받아들일 엄두도 못 낼텐데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으로 되어 있으니 커다란 부담감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다. 이 책 앞부분에서 밝혔듯이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수학을 맛있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이 책을 기초로 차근차근 공부한다면 분명 그렇게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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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실험왕 3 - 빛의 대결 내일은 실험왕 3
곰돌이 co. 지음, 홍종현 그림, 박완규.(주)사이언피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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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과목은 그저 선생님이 알려주는 것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시험을 보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과목으로 치부되었던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진작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으로 출발하고 의심으로 발전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만족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만... 여하튼 아이들을 키우면서 과학원리를 진짜 곰곰 생각하고 '이해'하면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며칠 전에는 남편이 렌즈와 거울의 구별하지 않고 말했다가 딸로부터 한방 먹었다. 그러면서 똑부러지게 렌즈와 거울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에 과학시간에 배웠던 것이리라. 그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의 원리를 몰라서 헤맸던 것을 알기에 한편으론 안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세한 부분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아 좀 걱정스럽긴 하다. 내가 설명을 해주면 좋으련만 머릿속에서만 맴돌지 제대로 정리되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답답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니, 오호라 여기 그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것이다.

빛이라는 것은 별의미 없이 바라보면 정말 별것 아니게 느껴지지만 그 위력과 다양성을 하나하나 알아가면 대단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그냥 원래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고 보아오던 것도 의문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훨씬 많은 수수께끼가 줄줄이 끌려나온다. 이게 바로 알아가는 재미일 것이다. 이 시리즈가 그렇듯이 실험 대회에 나가서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내용이다. 그러나 딸은 이 책을 읽더니 감동적이란다. 아마도 마지막에서 부정행위를 알면서도 감독관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감독관이 알고 실격시킨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듯이, 우연한 기회에 대단한 일을 해내는 범우주 캐릭터는 정말 아무리 봐도 웃기다. 이번에는 마지막 실험대회 예선에서 강원소가 아토피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나머지 인물들이 합심해서 잘 헤쳐나간다. 비록 점수상으로는 형편없지만... 그나자나 빛을 합성하면 흰색이 된다고 아이에게 말로만 가르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손전등과 셀로판지로 실험을 해 봐야겠다. 많은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실험도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니 말이다. 이처럼 그냥 알고 있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고 직접 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에 이런 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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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부터 차근차근 프랑스 원리 수학 2 - 도형과 친해지기, 맛있는 공부 004
안 시에티 지음, 김영 옮김, 제노 그림 / 청년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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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수학을 접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처음부터 무조건 외우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공식을 외워서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어쨌든 답이 나오고... 맞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면 살짝 응용해 놓으면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나름으로 원리를 알려준다고 열심히 설명하지만 아이는 그때마다 '도대체 뭔 소린가'하는 표정을 하고 있지요. 그러면 저는 또 저대로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해 왔던 아이와의 수학 공부 방식이랍니다.
그래서 요즘엔 될 수 있으면 제게 물어보질 않더군요.
지난 해에 도형의 넓이를 가르치면서 참 많이 답답했습니다.
설명을 한다고 해도 아이 수준에 맞추지 못하니 서로 방향이 엇나가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바로 제가 원했던 방식이 나오네요.
이렇게 원리를 처음부터 알려준다면 내용이 깊어진다해도 걱정없겠다는(그럴 것이라는 희망이 다분히 있지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부피를 배우기에 앞서 넓이를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고자 도형의 넓이에 대한 원리를 공부하기로 했지요.
우선 아이에게 넓이를 어떻게 구하는지 물어봤더니 알고 있더군요. 그렇다면 삼각형은?
물론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즉 증명을 해보라고 했더니 횡설수설 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정리가 안 되나 보더군요.
 
그래서 책에 나오는 대로 우선 모눈종이에 삼각형을 그리고 색을 칠하라고 했습니다.



열심히 색칠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음은 원래 구하고자 하는 부분이 아닌 각 꼭지점을 연장해서 서로 만나는 지점까지를 선으로 그어서(그러면 바로 사각형이 나오지요.) 그 안쪽에는 연한 색으로 칠했답니다.
초록색과 빨간색이 구하고자 하는 삼각형 모양이고 노란색과 주황색은 바로 나머지 부분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도형을 모두 오려내면 두 개의 커다란 삼각형이 만들어 지는데 그 크기가 똑같지요.
왼쪽의 삼각형은 필요없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려면 우선 사각형의 넓이를 구한 다음 필요없는 반을 버려야 하지요. 즉 나누면 되는 것이랍니다.
 
이러한 과정이 책에 잘 나와 있어서 그걸 따라가며 아이와 활동해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아직 배우지 않은 부피를 공부할 생각입니다. 부피를 먼저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전 단계인 넓이를 알아야 부피로 넘어갈 수 있겠기에 이것 먼저 알아보았지요.
 
각각에 대한 내용이 쉬우면서도 그림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사실 기초란 쉬운 듯 하지만 그걸 지나쳐 가버리면 다시 돌아오기도 힘들고 더 어렵게 느껴지는 법이지요. 이제는 화내지 말고 직접 만들고 쌓고 그려가면서 차근차근 나아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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