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et Out, 2017

  감독 - 조던 필레

  출연 - 다니엘 칼루유야, 앨리슨 윌리엄스, 브래들리 윗포드, 캐서린 키너






  예고편을 보지 않고, 기본 설정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때는 그냥 드라마가 아닐까 싶었다. 백인 여자 친구 집에 간 흑인 남자 친구라니……. 제목은 생각이 안 나지만, 예전에 흑백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떠올랐다. 백인 여자와 흑인 남자의 연애에 얽힌 흑백갈등을 대화로 풀어갔던, 감동적이었지만 다소 심심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그걸 리메이크 한 건가? 그런데 예고편을 보고는 ‘헐!’ 했다. 이 영화는 그 작품의 기본 설정을 살짝 비틀었다. 그것도 다른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뒤섞어서 스릴러로!



  ‘크리스’는 여자 친구인 ‘로즈’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그곳은 부유한 백인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뜻밖에도 흑인인 그를 무척이나 환대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어쩐지 이상함을 느낀다. 우선 최면으로 심리 치료를 한다는 로즈의 엄마는 그에게 최면을 걸어 금연을 시키고, 모두가 다 백인인 그 마을에서 흑인이라고는 로즈네 집에서 일하는 두 남녀와 나이든 백인 여자와 사는 젊은 남자뿐이다. 게다가 흑인의 우월한 신체 능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그의 팔다리를 주물럭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울다가 웃는 흑인 하녀까지 모두가 다 이상하기만 하다. 게다가 젊은 남자의 사진을 본 친구는 그가 얼마 전에 사라진 재즈 뮤지션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걸까?



  영화를 보면서 많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SF 쪽으로는 ‘셀프/리스 Self/less, 2015’가 있고, 호러물로는 ‘스켈레톤 키 The Skeleton Key, 2005’가 있었고, 한국 영화는 ‘더 게임 The Game, 2007’ 그리고 어릴 때 읽은 레이먼드 F. 존스의 ‘합성 뇌의 반란 The Cybernetic Brains, 1950’가 생각났다. 단편 소설이 하나 더 떠오르는데 그건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금물이다. 이 영화가 저 작품들의 설정이나 전개를 따왔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감독과 각본가가 저 작품들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자기들 식으로 비틀었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어차피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것은 없고, 설정 갖고 따지기 시작하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작품은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고는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더 첨가한다면, 신데렐라 스토리 정도?



  다행히 이 작품만의 미덕도 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은 속한 장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 가지 설정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 이 영화는 장르를 벗어나서 여러 가지 설정과 변주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범죄물인가 싶다가 갑자기 스릴러로 변하고, 갑자기 세태 풍자를 좀 하더니 뜬금없이 의학 미스터리로 변신했다. 그러다가 액션으로 흘러가다가 호러물적인 면모까지 보였다. 덕분에 영화 시간 내내 딴 짓 안하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언제 어떻게 장르가 바뀌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말이다.



  별다른 특수효과가 없어도, 대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아, 그런데 여기부터는 약간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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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차별을 다룬 영화라고 하는데, 몇몇 부분은 흑인의 자기 자랑 같은 건 왜일까? 문제는 그게 어떻게 보면 자기 자랑 같고 또 달리 보면 자기 비하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중상류계층의 백인들이 흑인의 튼실한 육체를 갈망한다는 게 참 웃겼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너희 백인들은 우리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해라고 자아도취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흑인은 내세울 것이 몸밖에 없다고 비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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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애인님과 신촌에서 홍대로 걸어갈 일이 있었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시키려는 목적으로, 

경의선 산책로를 걷기로 했었다. 

그런데 으음? 그냥 산책로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경의선 책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홍대에서 성산동까지는 물이 흐르는 산책로였는데, 

여기는 책거리라고 하는 모양이다. 

책 축제를 연다는 공지까지 보고, 나중에 다시 구경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어제, '트렁크 책 축제' 마지막 날에 구경갔었다.

지난 금토일 3일동안 열렸는데, 팜플렛을 보니 꽤 많은 이벤트가 열렸었다. 




애인님과 홍대쪽에서 신촌 방향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가던 중에 

와우교 아래에 마련된 무대에서 열리는 낭독회를 구경하고 

신촌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이번에는 그 옆에 마련된 무대에서 1인 인형극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늘에 자리가 없어서 패스




돌아오는 길에 애인님이 기념일 선물이라고 '아작' 부스에서 책을 사줬다.

후훗 신난다!

그리고 자꾸만 눈에 밟히는 '당나라에 간 고양이' 엽서도 샀다.

하아, 강아지가 더 좋긴 하지만 이 엽서 너무 아름답다.




이 축제가 아쉬운 부분은 '와우 북페스티벌'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이 첫번째라서 아직 독자적인 개성을 찾지 못한 걸까?

출판사별로 부스를 만들어 책을 팔고

중간에 공연을 하는 패턴이 비슷했다.

굳이 따지자면 와우가 참여하는 곳이 더 많다는게 다를까?

아! 첫번이라 그런지 설문에 응하면 볼펜과 음료수를 줬다.

이건 달랐군.


하지만 뭐 책을 득템했으니 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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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5-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 발견하고 완전 반가와서...^^ 근간에 한번 가보려구요~

바다별 2017-05-23 11:16   좋아요 0 | URL
북축제는 끝났지만 컨테이너 형식으로 책을 전시(?) 판매(?)하는 곳이 장르별로 여러개 있더라구요. 거긴 매일 연대요!
 






  원제 - Alien: Covenant, 2017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마이클 패스벤더, 누미 라파스, 캐서린 워터스톤, 카르멘 에조고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앞선 이야기들을 복습하고 봐야하는 영화들이 있다. 예를 들면 ‘쏘우 Saw, 2004’라든지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2002’ 그리고 이번에 얘기할 ‘에이리언 Alien, 1979’ 시리즈가 그렇다. 왜냐고?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인공만 똑같고 사건별로 나뉘는 영화라면 별로 상관이 없는데, 위에 적은 시리즈들은 사건의 큰 줄기가 이어지고, 앞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뒤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수가 너무 많은 영화는 보기가 망설여지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지금 얘기할 에이리언 시리즈가 그런 류의 영화이다.



  이 작품은 ‘에이리언 Alien, 1979’ 시리즈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개봉했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보다는 10년 후가 배경이다.



  식민지 개척을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을 싣고 우주를 항해하던 커버넌트 호. 뜻하지 않은 사고로 승무원들만 깨어나게 된다. 그런데 미지의 행성에서 지구인이 보낸 게 분명한 신호를 받는데, 그 행성은 지구와 너무도 흡사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숲이 우거졌으며, 심지어 누군가 심은 밀까지 자라고 있는 사실에 승무원들은 흥분한다. 하지만 우연히 밟은 씨앗에서 나온 검은 포자가 한 승무원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 포자가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키면서 번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을 뚫고 괴생명체가 튀어나와 남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우왕좌왕하던 승무원들 앞에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나타나 도움을 주는데, 바로 ‘프로메테우스’호에서 ‘쇼’ 박사와 살아남은 안드로이드 ‘데이빗’이었다. 10년 동안 그는 혼자서 그 행성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프로이트의 영향 때문인지, 아들과 아버지의 반목 그리고 딸과 어머니의 대립이 아주 자연스러운 심리 상태처럼 인식이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와 맞서 싸우는 아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꽤 많은 편이다. ‘스타워즈 Star Wars : Episode IV - A New Hope, 1977’도 그렇고 얼마 전에 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도 그런 설정이 들어있다.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냐면, 이 영화도 비슷한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안드로이드 ‘데이빗’과 그의 제작자이자 프로메테우스 호의 출항에 자본을 댄 기업가 ‘피터 웨이랜드’의 관계가 그러하다. 이번 이야기의 초반에 보여준 둘의 대화 장면에서, 자신을 만든 인간에 대해 실망하는 데이빗이 등장한다. 사실 전편인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인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실망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다.



  이번 편에 새로 등장한 ‘월터’를 보는 데이빗의 시선은 마치 ‘인간들이란…….’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월터는 데이빗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낀 제작사에서 기능면에서는 업그레이드시켰지만 지적인 능력은 떨어뜨린 버전이다. 아, 영화에서 두 안드로이드는 한 배우가 연기했다. 처음에는 구별하기 어려워서 손 없는 애와 옷이 다른 애로 인식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의 외모를 가졌으며, 인간보다 뛰어난 창작 능력과 학습 능력 그리고 무한한 생명을 가진 데이빗이 자신보다 떨어지는 창조주 인간을 멸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자기 부모를 부끄러워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올라오곤 한다. 개천에서 나온 용인데 그 개천을 싫어하고 부끄러워하는 유형이다. 데이빗을 그런 종류의 인간으로 보면 될 것이다. 물론 그는 부끄러워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개천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고, 자기가 새로운 개천을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말이다. 인간은 심심하면 뭔가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 원시인들도 동굴 속에서 뭔가 만들어내고 그리고 그랬잖은가? 데이빗도 그렇다.10년 동안 혼자 지내면서, 그냥 무료하게 있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모든 비극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한 여전사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다니엘스’.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녀 외에 다른 인물들은 상당히 감정적이고 상황 판단이 늦은 편이었다. 뻔히 보이는 함정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속아 넘어간다. 그나마 다니엘스가 눈치 빠르게 함정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솔직히 다니엘스는 리플리만큼의 충격을 주지도 못했고, 영화 전반을 장악하는 힘도 보이지 못했다. 그 부분이 좀 많이 아쉬웠다. 사실 그 부분은 데이빗이 그녀를 능가했다. 그래서 1편부터 4편까지를 ‘리플리의 에이리언 시리즈’라고 한다면, 프로메테우스와 이번 이야기는 ‘데이빗의 에이리언 시리즈’라고 하고 싶다.



  전에 프로메테우스를 보고는 실망했는데, 이번 커버넌트를 보면서 그 작품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다음 편이 나와야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아, 영화의 CG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엔딩크레딧 화면 가득 빽빽하게 적혀 올라가는 CG 담당 스태프들의 명단을 보면서, 그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아주 잠깐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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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 2017-05-21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속작은 배경이 어찌 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리들리 스콧 본인은 자신이 감독했던 1편을 제외한 다른 시리즈를 부정하는 뉘앙스를 보였으니.. 1편 이후의 이야기일지 아니면 1편 바로 전의 이야기일지..

바다별 2017-05-22 11:17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는 3부작으로 만들겠다고 했으니까, 저 행성 개척단 사람들의 다음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검은숲 굿즈는 ‘엘러리 퀸 저널’과 작은 연습장(또는 메모장)이다. 저널은 4쪽짜리 신문형식으로 ‘엘러리 퀸’의 신간인 ‘범죄 캘린더’ 출간을 맞아, 특집으로 꾸며졌다. 우선 앞면에는 엘러리 퀸의 창조자인 두 사촌의 사진이 커다랗게 들어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범죄 캘린더’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이 방송된 실제 날짜가 표로 들어있다. 아하, 이번 책에 있는 단편들은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송이 되었구나! 우리 엘러리, 방송 작가로도 활동했었구나! 역시 내 최애 작가 중의 한 명답다!




  그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책에 수록된 단편 중의 하나가 수록되어있다. 하지만 읽지 않았다. 신문에서 보는 것보다 책으로 읽는 게 더 좋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범죄 캘린더’를 사놓은 지 이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 이제 도서관에서 욕심내서 마구 빌려오는 건 자제해야겠다.


  소설이 실려 있는 두 번째와 세 번째 페이지를 휘리릭 넘겨 마지막 네 번째 페이지를 보자. 여기 하단에는 지금까지 검은숲에서 나온 엘러리 퀸 책 사진이 실려 있다. 음?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갖고 있는 책 수보다 적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내 안좋은 시력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하! ‘퀸 수사국 Queen's Bureau of Investigation, 1954’와 ‘악의 기원 The Origin of Evil, 1951’, 그리고 ‘꼬리 많은 고양이 Cat of Many Tails, 1949’가 빠져있었다. 하긴 이 책들은 ‘국명 시리즈’라든지 ‘라이츠빌 시리즈’와는 관련이 없고, ‘드루리 레인 시리즈’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신문 형식이라 접은 선이 생긴 게 너무 마음에 안든다. 두 사촌 사진은 그렇다고 쳐도, ‘범죄 캘린더’의 다양한 표지 사진에 선이 생긴 게 아쉽기만 하다. 이왕이면 드라마 방송분을 조금이라도 들어볼 수는 없을까하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남아있을 리가……있을까?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엘러리 퀸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 예를 들면 ‘퀸 경감’이라든지 ‘주나’의 목소리가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지 궁금했는데 말이다.




  좋았어, 이번 주말은 퀸과 함께 보내야겠다.



  아! 연습장 (또는 메모지)는 얼마 전에 읽은 책 ‘별세계 사건부’ 표지가 그려진 줄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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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감독 - 제임스 건

  출연 -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 생각해서 선택하세요. >>




  영화를 본 지 며칠 되었지만,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좋게 보면 한없이 좋은 평을 쓸 수 있고, 나쁘게 쓰면 역시 나쁜 평만 줄줄 쓸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좋은 내용만 쓰자니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걸렸고, 그렇다고 나쁜 점만 짚자니 괜찮았던 내용이 아쉬웠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반반으로 갈린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애인님에게 이 얘길 하니, 두 버전 다 써보라는 말을 들었다. ‘오옷, 재미있겠는데!’라며 솔깃했지만 막상 그렇게 쓰려니 귀찮아서 패스!



  ‘소버린’ 행성의 의뢰를 받아 무사히 해결한 ‘스타로드’와 멤버들. 하지만 ‘로켓’이 막판에 엉뚱한 일을 벌이는 바람에, 소버린 여사제의 분노를 사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들을 구해주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스타로드의 친부인 ‘에고’였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아버지를 거부했던 스타로드였지만, ‘가모라’의 조언에 따라 그의 별인 ‘에고’ 행성을 방문해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정에 스타로드는 점차 마음을 열지만, 가모라는 ‘맨티스’의 이상한 행동에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편 우주선을 고치던 ‘로켓’과 ‘아기 그루트’는 여사제의 의뢰를 받은 ‘욘두’ 일당에게 잡힌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해 욘두와 로켓은 포로 신세가 되고, ‘네뷸라’는 복수를 위해 가모라를 찾아 나선다.



  상영시간이 거의 두 시간 이십분에 해당하는, 나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조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당연히 있었지만, 그래도 멋진 장면들이 많아서 흥미 있게 보았다. 시작하자마자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는 멤버들을 배경으로 혼자 흥에 겨워 춤추는 아기 그루트가 시선을 끌어당기더니, 로켓이 욘두 일당을 함정으로 반격하는 장면 그리고 욘두가 휘파람을 불어 그의 무기인 화살로 적을 몰살시키는 부분은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기 그루트와 욘두는 그야말로 이번 편을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귀엽고 멋졌다. 오죽하면 집에서 혼자 휘파람 부는 연습을 해봤을까. 아쉽게도 난 휘파람을 못 불기에,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언제나 말하는 것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덕분에 요즘 영화는 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기 그루트의 귀여운 표정과 몸짓이나 욘두의 화살 공격 장면 같은 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영화는 또한 교훈적인 면도 동시에 갖고 있었는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1편에서는 친구 내지는 동지라는 개념이었는데, 이제 멤버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말하고 있었다. 씨를 뿌렸다고 다 아버지는 아니라는 대사에서, 아기 그루트를 보호하고 귀여워하는 모습에서, 후반부에 보여주는 욘두와 스타로드의 대화에서, 피를 나누지 않은 관계에서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핵가족을 넘어서 솔로 라이프라든지 비혼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굳이 결혼이라든지 핏줄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 제작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바로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하는 자식을 내세웠다. 네뷸라와 가모라 같은 경우에는 양아버지인 ‘타노스’를 증오한다. 특히 네뷸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고 학대한 그를 찢어죽이겠다고 다짐한 상태이다. 그리고 스타로드 역시 처음에는 아버지를 만나 좋아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죽게 하고 자신을 이용하려고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죽기 살기로 덤빈다. 사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멤버들을 비롯해서 여러 행성들이 위험한 상태이긴 했다. 하여간 영화에서는 이런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 굳이 핏줄이라든지 오랜 기간 같이 지낸 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고 피로 이어져있다지만, 그 관계가 나에게 옳지 못한 것을 강요할 때는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가끔 가족 때문에 더 상처받고, 피해를 입으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래도 가족이니 참으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벗어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모 스님이 어떤 사람에게 했다는,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보라는 충고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 말이긴 하다.



  음, 한국의 유교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 “이런 패륜적인 내용이!”이라고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예전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있던, 어쩌며 인간의 뿌리 깊은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오이디푸스는 그 대가로 가족과 지위와 명예와 눈을 잃었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손을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타로드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도리어 새로운 가족을 얻었으니 이득인 건가? 음, 거의 아버지와 비슷한 존재였던 욘두를 잃었으니 이득은 아닌가?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 급 캐릭터들이 공명정대하고 타에 모범이 되는 윤리사상을 갖고 바른 길로만 걷는 인물로만 이루어져있다면, 무척이나 재미없는 내용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악동 이미지도 있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있으며, 하다못해 츤데레나 왕재수 캐릭터까지 있어야 분위기도 살고 웃음 포인트가 생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게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하는 느낌을 줬다. ‘드랙스’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가 맨티스에게 하는 말은 진짜 단어 하나하나가 혐오스럽고 차별적이며 보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바깥세상을 몰라 그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맨티스와 이에 당황해하는 드랙스의 대조가 웃음 포인트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런 혐오발언으로 뒤덮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드랙스는 얼핏 보면 문신을 잔뜩 한 스킨헤드 족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맨티스는 동양인의 외모로 그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이건 마치 백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동양인에게 이상한 말을 던지면서 낄낄대는 상황 같았다. 또는 못된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소 이해력이 떨어지는 학우를 놀려먹는 장면을 희화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제작진은 두 캐릭터를 나란히 놓음으로, 인종차별에 성차별 그리고 장애인차별을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다. 둘의 대화는 전혀 웃기지도 않고, 불편하기만 했다. 설마 순수 그 자체인 맨티스의 하얀 마음에 정화되는 드랙스를 보여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인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 전에 맨티스가 순수한지조차 잘 모르겠던데?



  거기에 로켓이 소버린에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왜 뜬금없이 욘두의 로켓 심리 상담소가 문을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뭔가 많이 편집이 되어버린 것 같다. 스타로드가 하도 징징대니까, 그 때문에 로켓의 징징 부분을 빼버린 걸까? 아, 스타로드의 징징거림은 진짜 짜증이 났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슬픔은 알겠는데, 영화 내내 그 분위기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느낌이었다. 난 엄마가 없어, 흑흑. 아니, 아빠가 있었어? 그런데 우리 아빠가 신급 외계인이래! 오옷 그럼 나도 반인반신? 그런데 아빠가 엄마를 죽였대. 씨발, 아빠를 죽여 버리겠어! 죽어라! 흑흑, 난 이제 엄마도 아빠도 없어. 이런 분위기?



  영상적인 면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멋졌는데, 캐릭터 부분에서는 별로인 영화였다. 진짜 아기 그루트와 욘두가 아니었으면, 욕만 잔뜩 남았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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