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Halloween, 2018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

  출연 제이미 리 커티스주디 그리어윌 패튼닉 캐슬

 

 

 

  거의 40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남자가 있다그의 이름은 마이클 마이어스’. 6살에 첫 살인을 하고, 21살이 되던 해에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죽인 전력이 있는 사람이다자신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마이클은병원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 도중 경비원을 죽이고 탈출한다그리고 그는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인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는데……한편 40년 전마이클의 손에서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 로리 스트로드’. 그동안 그녀는 그날 밤의 악몽과 싸우며마이클을 직접 죽일 기회를 노리며 살아왔다덕분에 딸 캐런과 손녀인 앨리슨과 소원해진 상태였다그러던 중마이클이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로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데…….

 

  지금까지 만들어진 속편들은 꽤 많았지만, ‘할로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아까울 정도로 망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오죽하면 인간적으로 이제 제발 마이클 마이어스 좀 죽게 해줘라!’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그러던 중원작자이자 1편의 감독 존 카펜터가 그동안 나왔던 후속작들을 없던 거로 치고 새로운 후속작을 만들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그가 직접 감독을 맡지 않아 아쉬웠지만아무래도 현대적인 감각을 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40년 만에 만들어진 후속작이라고 봐도 좋고전편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멋진 영화가 만들어졌다.

 

  아정말 감동이었다예전에 좋아했던 작품들의 리메이크나 리부트가 나올 때마다 실망스러웠던 적이 많았다그러나 이번 영화는 감동적이었고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장면도 많았고고어씬도 적절하게 들어가 있었고마이클을 제외한 인물들의 심리도 좋았다마이클 마이어스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게 그의 매력이자 개성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몇몇 장면들은 1편을 연상시키려는 거였는지 아니면 1편에 대한 오마쥬인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그런 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피해자에 대한 시선 처리였다영화에서 마이클이 다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계기를 준 사람들의 살해장면은 잔혹했다보면서도 ………….’하면서 놀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했다그런데 그렇지 않은 피해자들예를 들어 할로윈이라 사탕을 주기 위해 문을 닫지 않았다거나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희생자들에 대한 살해장면은 소리와 그림자그리고 다른 소품들의 움직임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그런데 이미 앞에서 잔혹하게 죽어 나가는 장면들을 보여줬기에소리나 그림자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굳이 잔인하게 희생자를 죽이는 장면을 오랫동안 보여주거나 클로즈업하지 않아도범인의 광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40년 넘게 그 날의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던 로리와 그런 엄마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딸 캐런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어색함을 느끼며 자란 손녀 앨리슨삼대가 펼치는 복수와 과정도 감동적이면서 멋졌다특히 각자의 딸을 위해 총을 든 두 엄마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엄마인 로리는 딸 캐런을 지키기 위해딸이자 엄마인 캐런은 역시 딸 앨리슨을 위해공포영화에서 비명과 함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죽어 나간 지금까지의 스크림 퀸들이 저승에서 환호성을 지를 것 같은 장면들이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다음 편도 기대해보겠지만어쩐지 나오면 예전처럼 망작이 될 것 같아 안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하여간 이 작품은 좋았다제이미 리 커티스가 너무 멋졌다.

 

  그리고 마이클 마이어스는 나이 계산을 해보니까 올해로 환갑인데체력짱짱맨이다막 젊은 남자들을 번쩍번쩍 들고계단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숨이 차지도 않고무거운 뭔가를 힘으로 밀어 움직이고나도 열심히 운동해서 환갑이 되었을 때그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되는 체력을 갖도록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ECLIPSE, Veronica, 2017

  감독 - 파코 플라자

  출연 - 레티시아 돌레라, 아나 토렌트, 산드라 에스카세나, 소니아 알마르차






  1991년 6월 15일 새벽,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목격한 것을 믿을 수 없어 한다. 시간을 돌려 며칠 전, 베로니카의 하루는 어린 세 동생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늦게까지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챙기는 베로니카. 개기일식이 일어나던 날, 베로니카는 친구들과 학교 창고에서 몰래 위자 보드 게임을 한다. 그녀가 원한 것은 오래 전에 죽은 아빠를 만나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부터 베로니카 본인은 물론 그녀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감독의 이름이 낯익다. 아, 영화 ‘[REC], 2007’의 감독 중 한 명이고, 각본을 맡았었다. 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영화도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귀신을 부르는 게임을 했고, 뭔가가 응답했다. 그리고 소녀의 어깨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생겼고, 동생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면 이때부터 영화는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함과 불길함 그리고 조마조마함을 줘야하는데, 그 표현이 너무도 전형적이었다. 이쯤에서 뭔가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니 딱 나오고, 여기서 뭔가 나오면 근사하겠다고 하니 또 뭔가 튀어나왔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별로 긴장되지 않았다.



  대신 안타까웠다. 나이에 비해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녀의 일상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엄마는 일하느라 바빴다. 그 때문에 15세의 베로니카는 어린 세 동생을 책임져야 했다. 깨우고 씻기고 밥 먹이고 등교시키고 하교시키고 또 씻기고 숙제 봐주고 재우고 집안 살림도 맡아서 하고……. 하나도 아닌 무려 셋을!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친구네 파티에 놀러가지만, 그녀는 갈 수가 없다. 동생들을 봐 줄 사람이 없으니까. 집에 나타난 뭔가 때문에 베로니카는 불안해하지만, 엄마는 도리어 그녀를 혼낸다. 동생들에게 이상한 말은 그만하고, 철 좀 들라고. 그래서 그녀는 아빠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빠를 불러내려 했지만, 그 대가는 끔찍했다.



  그런데 문득, 이 모든 것을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어린 소녀의 우울증이 빚어낸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들은 사랑하지만 매일 챙겨야하는 것에 대해 버겁기도 하고, 하지만 맏딸로 책임감도 있고 그러면서 때로는 자유롭게 친구들과 놀고 싶고, 고생하는 엄마를 도와야한다고 생각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같아 화도 나고, 아빠는 왜 그리 일찍 돌아가셨는지 원망스럽고 또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 아픈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Girlhouse , 2014

  감독 - 트레버 매튜스

  출연 - 알리 코브린, 애덤 디마르코, 슬레인, 알리슨 배스






  ‘걸 하우스’라는 포르노 사이트는, 젊은 여성들이 한 집에 머무르면서 그들의 일상을 생중계로 방송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여자들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자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성관계 장면 등을 가감 없이 방송한다. 또한 고객들과 일대일 채팅을 하면서 인기를 끈다. ‘카일리’는 학비를 벌기 위해 걸 하우스에 들어가고, 첫 방송 때 수줍은 듯한 표정의 스트립 쇼로 인기를 끈다. 그런 그녀를 주목한 두 남자. 한 명은 어린 시절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몰래 그녀를 짝사랑했던 ‘벤’이고, 다른 한 명은 걸 하우스의 단골이자 스토커 고객인 ‘러버보이’다. 그런데 러버보이가 카일리에게 보낸 자기 사진을,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다른 멤버가 낙서를 해서 붙여둔다. 하지만 그 사정을 모르는 러버보이는 자신의 마음을 비웃었다 생각해서, 걸 하우스로 숨어들어가 멤버들을 죽이기 시작하는데…….



  우선 걸 하우스와 같은 사이트가 제재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직접적인 성관계는 이루어지지 않고, 오직 영상과 채팅으로만 이루어지니 문제가 없는 걸까? 아니면 영화라서 가능한 걸까? 하지만 실제 그런 곳이 있었으니 영화에서도 써먹은 건 아닐까? 대학생부터 재벌들까지, 전 세계적으로 회원을 가졌다고 나오는데 흐음……. 관음증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걸까? 하긴 우리나라에도 남이 대소변 보거나 성관계 하는 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걸 전 세계적으로 생각해보면 꽤 많은 수의 변태들이 있는 건 확실하다. 난 남이 대소변 보는 거 별로 보고 싶지 않던데, 신기하다. 아, 그래서 내가 변태가 아니라 정상적이고 건전한 사람인거겠지.



  러버보이는 어린 시절, 여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그 주동자를 죽여 버렸다. 이후 그는 평소에는 다른 사람과 별다른 교류도 없이 조용하고 소극적인 어른이 되어, 걸 하우스에서 여자들과 채팅하고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다. 다정한 카일리라면 자신을 좋아해줄 것이라 생각해 사진을 보냈는데, 거기에 낙서를 했으니 화가 났을 법도 하다. 하지만 뭐랄까, 음……그는 멍청했다. 너무도 멍청하고 몰래 카메라와 포르노에 심취해 있어서, 현실과 그의 성적 판타지를 구별하지 못했다. 자신이 만들어낸 걸 하우스 멤버들에 대한 환상이 현실일 것이라 믿었다. 그들이 그에게 아는 척하며 말을 걸어주고 웃는 얼굴로 가슴을 보여주는 건, 단지 그가 고객이기 때문이다. 돈을 냈으니 받은 만큼 해주는 것뿐이다. 그걸 진짜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라고 믿다니……. 요즘 인터넷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걱정이다. 사람들이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살아가야 할 텐데. 꿈을 꾸는 것과 착각과 망상을 펼치는 것은 다르니까.



  그렇다고 그의 사진을 함부로 인화해서 낙서한 나쁜 년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어디나 남의 외모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문제는 과장해서 짚어내는 쓸데없이 분란만 조장하는 특수 능력이 있다. 영화에서도 그 사람이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고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남의 돈 벌기 쉽지 않고 남의 마음을 함부로 조롱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살인자는 영원한 살인자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쉬운 법이다.



  ‘가질 수 없다면 죽여라!’라는 카피가 상당히 구리다. 영화도 그랬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Twin Peaks, 2017

  감독 - 데이비드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셰릴린 펜, 다나 애쉬브룩, 레이 와이즈,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애슐리 주드, 로라 던, 팀 로스, 제임스 마샬.






  ‘쿠퍼’ 요원이 사라진 지 25년이 흘렀다. 그동안 ‘사악한 쿠퍼’는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 살고 있었고, ‘착한 쿠퍼’는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아들을 두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평화롭기만 하던 ‘트윈 픽스’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2시즌에서 ‘로라’가 쿠퍼 요원에게 속삭였다. 25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 말대로 2시즌이 끝나고 25년이 되는 해에, 3시즌이 돌아왔다. 나의 90년대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이기에, ‘우왕!’하는 설레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출연한다는 배우들 이름을 보니, 세상에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에 ‘나오미 왓츠’에 ‘애슐리 주드’에 ‘팀 로스’에 ‘로라 던’도 모자라서, ‘모니카 벨루치’라니! 또한 지난 1,2시즌 동안 출연했던 배우들이 그대로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다. 몇몇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모니카 벨루치가 너무 짧게 출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녀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인상적인 등장이었다.



  지난 1,2시즌 평에서도 ‘여백의 미’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요즘 드라마처럼 장면 전환이나 드라마의 진행이 빠르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느릿하니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3시즌은 그보다 더 느릿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총 18부작이었는데, 요즘 감독들에게 맡기면 3~4편으로 압축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면 감독이 자신이 어디까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추측도 해보았다. 공간에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니라, 비어있지만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여백의 미다. 이 드라마에는 느릿하게 지나가는 화면이나 멍하니 먼 곳을 응시하는 인물들의 시선, 움직임 없이 한 장소에 고정된 카메라의 시선, 대사 하나 없이 동작으로만 이루어진 장면들이 꽤 많았다. 방송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드라마는 나에게는 그냥 그랬다. 아무래도 요즘 드라마의 빠른 진행에 익숙해졌기 때문인  가 보다. 게다가 마지막에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범죄 수사물만 보았더니, 이 작품의 결말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진행이 너무 느려서 도리어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결말마저 아리송하다니! 현실 세계는 사실 많은 모순과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이미 답을 줬는데 내가 못 알아먹는 걸까?



  기대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이번 이야기는 예전처럼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지난 시즌의 사람들에 대한 온갖 궁금증은 잔뜩 던져놓고, 그냥 매듭을 지어버린 느낌이었다.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Twin Peaks, 1990

   감독 - 데이비드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마이클 온키언, 셰릴린 펜, 다나 애쉬브룩, 라라 플린 보일, 

           레이 와이즈, 조앤 첸, 헤더 그레이엄






  꿈과 환상 속에 나오는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쿠퍼’요원은 드디어 ‘로라 팔머’를 죽인 범인을 알게 된다. 거기에 그는 범인의 내부에 있는 ‘밥’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악의 결정체라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존재였다. 로라를 죽인 범인은 결국 죄를 뉘우치지만, 밥은 그의 마음에서 뛰쳐나와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은 것처럼 보였던 ‘트윈픽스’ 마을은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는데…….



  여덟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던 1시즌이 ‘누가 로라 팔머를 죽였을까?’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했다면, 20여 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가진 2시즌은 두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1시즌과 마찬가지로 ‘로라 팔머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였고, 후반부에서는 ‘밥은 어디에 있는가?’를 다루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마을 트윈픽스이기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었고 동시에 약함도 존재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그 속마음은 다른 사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얽히고 설기면서 만들어내는 사건들은 복잡하고 그 뿌리가 깊었으며 막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니 밥이 누구의 마음에 들어가 있는지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한 사람의 비밀을 보면서, ‘이건 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문득 그 상황을 보면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 설정 하나가 떠올랐는데, 외모나 재력을 가지고 몸을 함부로 굴리는 남자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모양이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밥’이다. 범죄자의 영혼이 사람들에게 옮겨 다닌다는 설정의 영화 ‘영혼의 목걸이 Shocker, 1989’처럼, 여기서도 밥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전반부에서 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살인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악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틈만 보여도 점점 커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마치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은 뉘앙스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간 악이 나쁘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밥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와 동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범인의 마음이 약하거나 더 여지가 많았기에 밥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하긴 드라마에서도 그런 비슷한 말이 나온다. 밥이 노린 것은 로라였지만, 그녀는 강했기에 그에게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살해당하고 말았다. 제일 어렸고, 약해보였으며,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갔고, 믿었던 어른들의 노리개가 되었던, 누구보다 사람들을 증오하고 미워할 것 같았던 그녀가 제일 강했다. 으음, 그러면 설마 범죄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으라는 말인가…….



  ‘제임스’는 2시즌에서도 징징이 캐릭터가 여전했고, 그런 그를 계속해서 보듬어주는 ‘다나’가 보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왜 그딴 놈에게……. 그리고 첫사랑은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평생을 그리워한 사랑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무산되는 걸 보면서, ‘인생사 뭐 별 거 있나’라는 해탈의 경지도 아주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전반부를 훌륭하게 이끌어간 로라를 죽인 범인의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였다. 그가 너무 강렬했기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악당의 카리스마는 한참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후반부는 집중도 잘 되지 않았고, 흥미도도 떨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결말은 마음이 아팠다. 결국 악이 승리한다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