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2017

  감독 - 제임스 건

  출연 -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대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 생각해서 선택하세요. >>




  영화를 본 지 며칠 되었지만, 리뷰를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다. 좋게 보면 한없이 좋은 평을 쓸 수 있고, 나쁘게 쓰면 역시 나쁜 평만 줄줄 쓸 수 있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좋은 내용만 쓰자니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걸렸고, 그렇다고 나쁜 점만 짚자니 괜찮았던 내용이 아쉬웠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반반으로 갈린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애인님에게 이 얘길 하니, 두 버전 다 써보라는 말을 들었다. ‘오옷, 재미있겠는데!’라며 솔깃했지만 막상 그렇게 쓰려니 귀찮아서 패스!



  ‘소버린’ 행성의 의뢰를 받아 무사히 해결한 ‘스타로드’와 멤버들. 하지만 ‘로켓’이 막판에 엉뚱한 일을 벌이는 바람에, 소버린 여사제의 분노를 사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런 그들을 구해주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는데, 알고 보니 스타로드의 친부인 ‘에고’였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아버지를 거부했던 스타로드였지만, ‘가모라’의 조언에 따라 그의 별인 ‘에고’ 행성을 방문해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정에 스타로드는 점차 마음을 열지만, 가모라는 ‘맨티스’의 이상한 행동에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한편 우주선을 고치던 ‘로켓’과 ‘아기 그루트’는 여사제의 의뢰를 받은 ‘욘두’ 일당에게 잡힌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해 욘두와 로켓은 포로 신세가 되고, ‘네뷸라’는 복수를 위해 가모라를 찾아 나선다.



  상영시간이 거의 두 시간 이십분에 해당하는, 나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조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당연히 있었지만, 그래도 멋진 장면들이 많아서 흥미 있게 보았다. 시작하자마자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는 멤버들을 배경으로 혼자 흥에 겨워 춤추는 아기 그루트가 시선을 끌어당기더니, 로켓이 욘두 일당을 함정으로 반격하는 장면 그리고 욘두가 휘파람을 불어 그의 무기인 화살로 적을 몰살시키는 부분은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기 그루트와 욘두는 그야말로 이번 편을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귀엽고 멋졌다. 오죽하면 집에서 혼자 휘파람 부는 연습을 해봤을까. 아쉽게도 난 휘파람을 못 불기에, 입에서 바람 새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언제나 말하는 것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덕분에 요즘 영화는 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기 그루트의 귀여운 표정과 몸짓이나 욘두의 화살 공격 장면 같은 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영화는 또한 교훈적인 면도 동시에 갖고 있었는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1편에서는 친구 내지는 동지라는 개념이었는데, 이제 멤버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말하고 있었다. 씨를 뿌렸다고 다 아버지는 아니라는 대사에서, 아기 그루트를 보호하고 귀여워하는 모습에서, 후반부에 보여주는 욘두와 스타로드의 대화에서, 피를 나누지 않은 관계에서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요즘처럼 핵가족을 넘어서 솔로 라이프라든지 비혼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굳이 결혼이라든지 핏줄에 연연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 제작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바로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하는 자식을 내세웠다. 네뷸라와 가모라 같은 경우에는 양아버지인 ‘타노스’를 증오한다. 특히 네뷸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고 학대한 그를 찢어죽이겠다고 다짐한 상태이다. 그리고 스타로드 역시 처음에는 아버지를 만나 좋아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죽게 하고 자신을 이용하려고 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죽기 살기로 덤빈다. 사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멤버들을 비롯해서 여러 행성들이 위험한 상태이긴 했다. 하여간 영화에서는 이런 인물들의 배경을 통해, 굳이 핏줄이라든지 오랜 기간 같이 지낸 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아무리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내고 피로 이어져있다지만, 그 관계가 나에게 옳지 못한 것을 강요할 때는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가끔 가족 때문에 더 상처받고, 피해를 입으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래도 가족이니 참으라고 하는데, 이 영화는 벗어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모 스님이 어떤 사람에게 했다는,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보라는 충고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 말이긴 하다.



  음, 한국의 유교를 숭상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 “이런 패륜적인 내용이!”이라고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예전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있던, 어쩌며 인간의 뿌리 깊은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오이디푸스는 그 대가로 가족과 지위와 명예와 눈을 잃었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손을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타로드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도리어 새로운 가족을 얻었으니 이득인 건가? 음, 거의 아버지와 비슷한 존재였던 욘두를 잃었으니 이득은 아닌가?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 급 캐릭터들이 공명정대하고 타에 모범이 되는 윤리사상을 갖고 바른 길로만 걷는 인물로만 이루어져있다면, 무척이나 재미없는 내용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악동 이미지도 있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있으며, 하다못해 츤데레나 왕재수 캐릭터까지 있어야 분위기도 살고 웃음 포인트가 생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게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하는 느낌을 줬다. ‘드랙스’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가 맨티스에게 하는 말은 진짜 단어 하나하나가 혐오스럽고 차별적이며 보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바깥세상을 몰라 그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맨티스와 이에 당황해하는 드랙스의 대조가 웃음 포인트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런 혐오발언으로 뒤덮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드랙스는 얼핏 보면 문신을 잔뜩 한 스킨헤드 족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맨티스는 동양인의 외모로 그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이건 마치 백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동양인에게 이상한 말을 던지면서 낄낄대는 상황 같았다. 또는 못된 아이들이 학교에서 다소 이해력이 떨어지는 학우를 놀려먹는 장면을 희화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제작진은 두 캐릭터를 나란히 놓음으로, 인종차별에 성차별 그리고 장애인차별을 한꺼번에 드러낸 것이다. 둘의 대화는 전혀 웃기지도 않고, 불편하기만 했다. 설마 순수 그 자체인 맨티스의 하얀 마음에 정화되는 드랙스를 보여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인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 전에 맨티스가 순수한지조차 잘 모르겠던데?



  거기에 로켓이 소버린에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왜 뜬금없이 욘두의 로켓 심리 상담소가 문을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뭔가 많이 편집이 되어버린 것 같다. 스타로드가 하도 징징대니까, 그 때문에 로켓의 징징 부분을 빼버린 걸까? 아, 스타로드의 징징거림은 진짜 짜증이 났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슬픔은 알겠는데, 영화 내내 그 분위기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느낌이었다. 난 엄마가 없어, 흑흑. 아니, 아빠가 있었어? 그런데 우리 아빠가 신급 외계인이래! 오옷 그럼 나도 반인반신? 그런데 아빠가 엄마를 죽였대. 씨발, 아빠를 죽여 버리겠어! 죽어라! 흑흑, 난 이제 엄마도 아빠도 없어. 이런 분위기?



  영상적인 면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멋졌는데, 캐릭터 부분에서는 별로인 영화였다. 진짜 아기 그루트와 욘두가 아니었으면, 욕만 잔뜩 남았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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