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et Out, 2017

  감독 - 조던 필레

  출연 - 다니엘 칼루유야, 앨리슨 윌리엄스, 브래들리 윗포드, 캐서린 키너






  예고편을 보지 않고, 기본 설정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때는 그냥 드라마가 아닐까 싶었다. 백인 여자 친구 집에 간 흑인 남자 친구라니……. 제목은 생각이 안 나지만, 예전에 흑백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떠올랐다. 백인 여자와 흑인 남자의 연애에 얽힌 흑백갈등을 대화로 풀어갔던, 감동적이었지만 다소 심심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그걸 리메이크 한 건가? 그런데 예고편을 보고는 ‘헐!’ 했다. 이 영화는 그 작품의 기본 설정을 살짝 비틀었다. 그것도 다른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뒤섞어서 스릴러로!



  ‘크리스’는 여자 친구인 ‘로즈’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적한 시골 마을로 향한다. 그곳은 부유한 백인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뜻밖에도 흑인인 그를 무척이나 환대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어쩐지 이상함을 느낀다. 우선 최면으로 심리 치료를 한다는 로즈의 엄마는 그에게 최면을 걸어 금연을 시키고, 모두가 다 백인인 그 마을에서 흑인이라고는 로즈네 집에서 일하는 두 남녀와 나이든 백인 여자와 사는 젊은 남자뿐이다. 게다가 흑인의 우월한 신체 능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그의 팔다리를 주물럭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울다가 웃는 흑인 하녀까지 모두가 다 이상하기만 하다. 게다가 젊은 남자의 사진을 본 친구는 그가 얼마 전에 사라진 재즈 뮤지션이라고 한다. 어떻게 된 걸까?



  영화를 보면서 많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SF 쪽으로는 ‘셀프/리스 Self/less, 2015’가 있고, 호러물로는 ‘스켈레톤 키 The Skeleton Key, 2005’가 있었고, 한국 영화는 ‘더 게임 The Game, 2007’ 그리고 어릴 때 읽은 레이먼드 F. 존스의 ‘합성 뇌의 반란 The Cybernetic Brains, 1950’가 생각났다. 단편 소설이 하나 더 떠오르는데 그건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금물이다. 이 영화가 저 작품들의 설정이나 전개를 따왔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감독과 각본가가 저 작품들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자기들 식으로 비틀었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어차피 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것은 없고, 설정 갖고 따지기 시작하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작품은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고는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더 첨가한다면, 신데렐라 스토리 정도?



  다행히 이 작품만의 미덕도 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은 속한 장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 가지 설정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 이 영화는 장르를 벗어나서 여러 가지 설정과 변주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범죄물인가 싶다가 갑자기 스릴러로 변하고, 갑자기 세태 풍자를 좀 하더니 뜬금없이 의학 미스터리로 변신했다. 그러다가 액션으로 흘러가다가 호러물적인 면모까지 보였다. 덕분에 영화 시간 내내 딴 짓 안하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언제 어떻게 장르가 바뀌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말이다.



  별다른 특수효과가 없어도, 대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아, 그런데 여기부터는 약간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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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차별을 다룬 영화라고 하는데, 몇몇 부분은 흑인의 자기 자랑 같은 건 왜일까? 문제는 그게 어떻게 보면 자기 자랑 같고 또 달리 보면 자기 비하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중상류계층의 백인들이 흑인의 튼실한 육체를 갈망한다는 게 참 웃겼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너희 백인들은 우리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해라고 자아도취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흑인은 내세울 것이 몸밖에 없다고 비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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