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수사국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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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Queen's Bureau of Investigation, 1954

  작가 - 엘러리 퀸




  ‘엘러리 퀸’의 소설은 내 기준으로는 장편도 재미있지만, 단편이 더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시그마북스’에서 나왔던 퀸의 단편집 두 권을 겉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이번에 ‘검은 숲’에서 새롭게 엘러리 퀸 시리즈를 내놓는데, 그 단편집도 새로 나오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우왕! 처음으로 나오는 엘러리 퀸의 단편집이 나왔다! 바로 이 책 ‘퀸 수사국’이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뭐지?’라고 의아했다. 아버지 퀸 경감이 수사국을 맡게 되었나? 그러면 아버지가 담당한 사건이 주로 나오나? 그런 의문은 목차를 보면서 곧 풀렸다. 아, 이래서…….


  퀸은 명탐정이자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가 주로 담당하는 건 살인사건이지만, 간혹 다른 종류의 사건을 맡기도 한다. 이 책은 그가 맡았던 다른 분야, 예를 들면 협박, 담합, 사기, 마약, 유괴 등등의 사건들을 담고 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궁금함을 한가득 던져준다. 그러다 퀸의 해결을 보면 ‘헐!’하면서 ‘대박! 이런 거였어?’라는 감탄과 기발함으로 깜짝 놀란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더 주세요!’를 외치게 된다. 주스나 과자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는 모양이다. 아무리 읽어도 배가 부르지 않으니까. 잠깐! 책은 뇌의 양식이라고 하니 머리가 차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면 내 머리가 비었다는 말이 되니까 으음……. 하여간 결론은 다른 단편도 빨리 읽고 싶다는 말이다.


  『불가능 범죄 부서: 세 과부』는 예전에 어느 잡지에선가 읽었는데, 삽화가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엄마와 전처의 자식들은 절대로 화해할 수 없는 사이인가보다.


  『노상강도 부서: 라이츠빌의 강도』와 『다잉메시지 부서: GI 이야기』의 배경은 그 유명한 라이츠빌 마을이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그 동네가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엘러리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마을은 엘러리가 갈 때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엘러리가 타이밍을 못 맞추는 건지 궁금하다. 악연이라고 해야 할지 필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일 기발했던 사건은 『유괴 부서: 아이가 사라졌다!』였다. 그게 그렇게 연결되다니 참……. 범인이 똑똑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멍청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범인이 그 사람일거라고 생각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알 수 있다. 대상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려야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문제다.


  아쉬운 점은 『협박 부서: 돈이 말한다』에서 사건 해결의 힌트가 어휘에 관련된 것이라는 부분이다. 퀸이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는 곳에서 영국과 미국에서 쓰는 어휘가 다르다고 얘기를 해도, 그 전에 용의자들이 내뱉은 대사는 그냥 한글만 적혀있었기에 금방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그걸 포착한 엘러리의 능력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러리 퀸의 소설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와 한국 전쟁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이 나오는 구절을 접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아, 엘러리가 그렇게 오래 전의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세월은 진짜 빨리 지나가고, 기억은 배로 더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 아, 더 이상 까먹기 전에 다른 단편집도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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