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Masterpieces of Mystery, 1976

  작가 - 버트런드 러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윌리엄 포크너, 스티븐 빈센트 베네, 싱클레어 루이스, 아서 밀러, 맥킨레이 캔터, 수잔 글래스펠,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마크 코널리, T. S. 스트리블링, 제임스 굴드 커즌스

  엮은이 - 엘러리 퀸

 

 





 

 

   엘러리 퀸 신간이 나왔다는 알림을 받고 제목을 보니 ‘응? 헤밍웨이 죽이기? 헐, 엘러리 퀸이 나라 이름을 살인에 엮는 것도 모자라 이제 유명인까지 엮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자세히 설명을 읽어보니, 그는 ‘엮은이’였다. 그가 당대 유명 문인들의 추리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들을 모았다는 것이다. 작가 이름을 보니, 어디선가 한 번씩은 접했던 사람들이다. 문학 시간에 배운 사람도 있고, 다른 소설을 읽을 때 본 사람도 있다.

 

   그걸 보면서, 엘러리 퀸이 미국 추리 소설을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꽤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피스라는 이름으로 엮을려면 많은 작품을 읽고 또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물어보고 또 엄선하고 재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으니 말이다. 자기 소설쓰기도 바쁠 텐데……. 그는 자기 소설으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으로도 감동을 주었다. 그런 엘러리 퀸의 노력에 감사하며 책을 읽기로 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책은 인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도둑을 맞았지만 신고할 수 없는 이야기, 유명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이야기, 국제 첩보와 관련된 이야기, 보험금을 노린 살인, 교묘한 트릭을 사용한 은행 강도 이야기, 부인을 그리워하는 레스토랑 주인 이야기, 남자들은 보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한 여자들의 이야기, 우연히 기차를 기다리다가 살인사건에 맞닥뜨리게 된 이야기, 사기 치려다가 된통 당하는 이야기, 배우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 그리고 유명 인사 암살 사건에 휘말린 이야기까지 모두 12개나 되는 무척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단편이라 뭐라고 자세히 쓸 수 없어서 좀 안타깝다. 잘못하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거 같아서 패스.

 

 

   어떤 것은 무척이나 기발해서 ‘헐! 대박! 쩔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또 어떤 것은 도대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단편을 읽고 이해를 못하다니, 난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소설이 나온 시대와 지금이 많이 달라져서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저렇게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

 

   개인적으로 제일 기발했던 이야기를 고르자면,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기밀 고객’이다. 제일 분량은 짧았는데, 막판 뒤통수를 아주 세게 때린 작품이었다. 진짜 이런 맛에 단편을 읽는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제일 유쾌하게 흘렀던 이야기는 ‘T.S. 스트리블링’의 ‘한낮의 대소동’을 고르겠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나눈 대화가 온 마을의 관심을 끌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마을 축제처럼 그려졌다. 원래 마을 분위기가 저랬을까? 제일 안타까운 사건은 음, ‘마크 코널리’의 ‘사인 심문’을 뽑겠다.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 ‘하아…….’하는 한숨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졌다. 인간이란 진짜, 하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걸 다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아직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는 ‘아서 밀러’의 ‘도둑이 필요해’이다. 도대체 왜? 내가 뭔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 모양이다. 대충 읽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아직까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제일 황당했던 내용은 ‘버트런드 러셀’의 ‘미스 X의 시련’이다. 분위기 상으로는 엄청난 음모이고 비밀인 것 같은데, 어째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알고 있는 거지? 그럼 비밀이 아니잖아? 음, 그 당시는 SNS나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니 아예 없어서 그 정도는 비밀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이었나 보다.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과거의 여러 다른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물론 여행의 주제는 ‘범죄’였다. 그렇다 고해서 범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었다. 그게 특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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