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기원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검은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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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Origin of Evil, 1951

  작가 - 엘러리 퀸

 



 

 


 

 

 

  제목만 보면 대를 이은 복수극이라든지, 집안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악하게 자란 범죄자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아버지의 그리고 그 아버지 대 또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대 부터 내려온 끈적끈적하고 암울한 뭔가가 옭죄어 몸부림치며 방황하는 악당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를 이은 복수극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음, 1950년대에는 그런 게 별로 유행하지 않았나보다.

 

 

  엘러리에게 ‘로렐’이라는 아가씨가 찾아온다. 그녀는 어느 날 집에 놓인 죽은 개와 같이 있던 편지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꺼낸다. 그리고 로렐 아버지의 동업자인 ‘프라이엄’의 부인인 ‘달리아’도 찾아와, 자신의 남편도 의문의 선물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호기심을 느낀 엘러리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프라이엄은 협조를 거부하고, 의문의 상자들을 연이어 받기 시작한다. 두 집안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엘러리는 그곳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제목에 나오는 ‘악의 기원’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살짝 바꾼 단어였다. 범인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에게서 그런 힌트를 얻었다. 그러고 보니, 엘러리 퀸의 다른 작품인 ‘미친 티 파티 The Adventure of the Mad Tea-Party’와 ‘최후의 일격 The Finishing Stroke, 1958’에서도 비슷한 설정이 있었다. 범인이 보내온 선물들을 분석해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그러했다. 내용물이 선물이라고 부르기엔 부적합했지만, 그것을 보낸 의미를 알아내어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다.

 

 

  사실 범인은 잡히길 바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노골적인 선물을 보낼 리가 없다. 차분히 생각만 해보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것들을……. 아, 물론 이건 명탐정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난 설명을 읽고서야 겨우 알았으니까. 아니면 자신의 의도를 그 누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내 천재적인 사악한 발상을 알아차릴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심정이었나 보다.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범인에게는 불행히도 그 동네에 엘러리 퀸이 집필 활동을 위해 찾아온다. 거의 모든 명탐정이 가는 곳에는 꼭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법칙처럼, 엘러리 퀸이 집필 활동을 위해 찾아간 마을에서는 반드시 사건이 일어난다. 제 2의 고향이 되어버린 라이츠빌도 그랬고 이번 사건의 배경인 헐리우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엘러리는 그냥 뉴욕의 자기 집에서 글을 써야할 팔자 같다.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이번 이야기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달리아에 대한 엘러리의 태도였다. 그녀의 고혹적이면서 섹시하고 사람들을 끄는 마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 엘러리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쓴다. 아, 이후 한참 쓰다가 어쩐지 비밀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생략한다. 하여간 여기서 엘러리의 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맥’이라는 달리아의 아들이 로렐에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는데, 그 대사가 참……. “요 쪼그만 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난 너를 두 동강 내어 반쪽씩 내 바지 주머니에 속에 쑤셔 넣을 수도 있어.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게 된 무렵부터 널 사랑했다는 걸 몰라?” 저기요, 두 동강 내겠다니 이건 널 죽여 버리겠다는 의미 아닌가요? 이게 사랑 고백? 살인 예고 같은데?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낭만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마더 구즈 동화를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부작용인가?

 

 

  아, 시대적 배경이 1951년이니만큼 소설 곳곳에 한국 전쟁에 대한 얘기가 등장한다. 한국전에 참전하는 청년도 나오고, 그 당시 미국 사람들이 느꼈던 3차 대전에 대한 공포심도 드러나 있다. 하지만 한국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수가 마늘이라는 표현은……. 이런 무식한 놈들!!!

 

 

  이번 이야기는 트릭이나 범죄의 분위기는 좋았는데, 몇몇 표현들 때문에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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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링컨 라임 시리즈 3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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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The Empty Chair, 2000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도 아슬아슬했는데, 이번 책은 와- 너무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중간에 한두 번 책을 덮어야했다. 1권보다 2권이, 2권보다 3권이 더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했다. 이런 추세라면 4권은 어떨지 상상하니 두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나중에 읽다가 심장마비 걸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성공확률이 낮지만 해볼 만한 수술을 받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라임’과 ‘색스’ 그리고 ‘톰’. 그런데 인근 지역의 보안관이 그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다. ‘곤충소년’이라 불리는 마을의 골칫거리인 소년 ‘개릿’이 한 건의 살인과 두 건의 납치를 저지르고 도주 중인데, 그를 잡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수술 날짜까지 남은 시간은 만 하루. 링컨은 보안관을 돕기로 결정한다. 열악한 상황에서 겨우 소년을 잡는데 성공한 색스와 라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며 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데…….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극적이고 휘몰아치는 맛이 있다. 마치 ‘어땠어? 지금까지는 숨 쉴 만 했지? 그런데 어떡하지? 이제부터는 숨도 못 쉬게 해줄 건데’라고 작가가 사악하게 웃는 것 같았다. 전반부에서는 추격자의 입장이었다면, 후반부는 사냥감이 되어 쫓기는 기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참 쓰다 보니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싹 지웠다. 그랬더니 내용이 반으로 확 줄었다. 으앙! 이건 순전히 너무도 치밀하고 촘촘하게 구성을 짠 작가 탓이다. 복선과 암시는 물론이고 흐름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 짜놓아서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뒷부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 놈의 돈이 뭔지, 읽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기 가족은 좋은 집에서 비싼 차에 좋은 음식 먹이면서, 남의 가족은 병에 걸려 죽건 말건 전혀 상관하지 않는 인간들이라니…….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과 이유도 모른 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다행히도 이 책에서는 그나마 책임을 진 사람들이 있었다. 현실은 죽은 사람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사례들이 많았는데, 소설에서나마 정의가 실현되니 기분이 좋았다.

 

 

  색스의 돌출 행동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녀를 믿는 라임의 신뢰관계가 참 훈훈했다. 그러니 파트너를 할 수 있는 거겠지. 우정과 애정과 배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에 걸맞은 능력 등등이 마구 뒤섞인 두 사람의 관계가 참 좋았다.

 

 

  4권을 읽기 전에는 청심환을 미리 먹어야 심장이 너무 빨리 두근거리는 걸 예방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점은 이 3권만 책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4권도 좀 다르긴 하지만, 3권은 완전히 티가 난다.

그래서 책장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화가 난다.

왜 이렇게 만들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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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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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offin Dancer, 1998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대배심 증언을 이틀 앞둔 증인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과 FBI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생각하여 링컨 라임 팀에게 찾아온다. 그들은 범인이 어떤 방법으로 비행기를 폭파시켰는지 알아내고, 다른 두 증인을 살해하기 전에 잡도록 도와달라고 의뢰한다. ‘링컨 라임’은 특유의 천재성으로 범인 자신도 남겼는지 몰랐던 증거를 분석하고, ‘아멜리아 색스’는 현장에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증거를 수집하며 상황을 파악해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함정으로 몰아넣기에 이르지만…….

 

 

  지난번에 읽은 ‘본 컬렉터 The Bone Collector, 1997’가 등장인물 소개에 집중했던 편이라면, 이번 이야기는 그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링컨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전 지역을 뛰어다니는 착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그는 모든 현장을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진짜 카리스마가 와……. 공중에서 폭발한 비행기의 잔해를 주워오라는 말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헐!’하고 놀랐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면, ‘저건 또 무슨 새로운 갑질이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링컨이 그런 말을 하면, 황당해하지만 믿고 따른다. 그가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확실한 결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기에,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모양이다.

 

 

  아멜리아는 이번 이야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에서는 어쩌다가 사건에 뛰어들어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갈고닦은 사격 실력을 선보이고, 링컨이 칭찬해마지않는 그녀만의 냉철함과 빠른 판단력으로 현장을 장악한다. 간발의 차로 범인을 놓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다거나,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강인하면서도 멋졌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읽으면서 자꾸만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아무래도 영화 ‘본 콜렉터 The Bone Collector , 1999’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 이외의 다른 아멜리아는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부록처럼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은은하게 깔려서, 읽는 사람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이미 한 번의 아픈 사랑을 경험했고, 같이 일하는 동료관계의 두 사람이라 더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그래서 그런 대목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팝콘을 찾고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책은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재미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증인들이 비행기 운송 관련업을 하고 있기에, 탁 트인 공항 활주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라든지 비행기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비행하는 과정 등이 아슬아슬하게 그려져 있었다. 특히 비행기 장면은 읽는 내내 너무 긴장해서, 마치 여기서 내가 숨 쉬는 소리라도 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또한 ‘코핀댄서’라고 불리는 일류 암살자 역시 흥미를 끄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맡은 의뢰는 성공률 100%를 자랑하고, 그 흔하다는 목격자나 증거 하나 남기지 않았다. 다만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단 한 명의 목격자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사람도 그의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팔에 새겨진 문신만 보았을 뿐이다. 그 때문에 그에게 코핀댄서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설정만 봐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도리어 반격을 가해서 링컨 라임 팀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막판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는 내 뒤통수를 엄청난 힘으로 후려치기도 했다. 아, 진짜 아팠다. 나쁜 놈 같으니라고. 난 단지 링컨과 아멜리아가 빨리 그를 잡기만 빌었을 뿐인데…….

 

 

  아멜리아가 전직 순찰경관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로 우습게보고 희롱하던 다른 경찰들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화가 났다. 하지만 그녀가 무심한 표정으로 행동만으로 그들에게 한방 먹이는 장면은 무척이나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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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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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rong Poison, 1930

  작가 - 도로시 세이어즈

 

 

 

 

 

 

 

  뒤표지를 보면 '추리소설 사상 가장 지적인 연인 피터 경과 해리엇의 첫 만남'이라고 적혀있다. 오오, 지적 커플이라니! 멋지겠다! 사건을 두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이 해결하는 건가? 지적인 여자가 나오는 추리 소설은 별로 본 적이 없기에, 무척 기대가 되었다.

 

 

  추리소설 작가인 '해리엇 베인'은 전 남자친구인 '필립 보이스'를 독살했다는 혐의로 체포된다. 법정에서 그녀를 본 '피터 윔지'는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겠노라 결심한다. 하지만 모든 정황증거는 그녀에게 불리하기만 하다. 과연 필립 보이스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내용 요약을 보면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다. 무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해리엇은 사형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리한 증거는 하나도 없고, 모든 게 다 불리하기만 하다. 당연히 그녀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피터 윔지가 누구인가? 형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도 유쾌발랄함을 잃지 않은 남자이다. 해리엇을 면회 갔을 때, 그는 마치 이 꽃밭에서 저 꽃밭으로 날아가는 나비처럼 팔랑거렸다. 혹시 그녀를 격려하기 위해서였을까? 내가 당신의 무죄를 확신하니까 다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원래 이 사람이 그런 성격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리엇의 반응을 보면서 '헐!'하다가 '아…….'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자기가 안 했으니까 밝혀질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인지 아니면 이미 포기한 것인지, 그녀 역시 피터의 팔랑거림에 호응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두 사람은, 해리엇의 사건을 두고 소설로 만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토론을 할 정도였다. 아, 이래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나왔구나. 역시 옛 말 틀린 게 하나 없었다.

 

 

  분명히 사건은 심각하고 해리엇이 처한 상황은 더없이 불리한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피터가 단서를 찾아 사교 클럽에 갔을 때도, 용의자의 사무실에 스파이를 보낼 때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아! 용의자 사무실에 비서로 위장 취업한 여자가 나오는 부분은 좀 긴장되었다. 혹시 들키지 않을까, 누군가 그녀의 정체를 눈치 채지 않을까, 모두가 퇴근한 빈 사무실을 뒤지다가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긴 했다. 하지만 정작 해리엇이나 피터가 등장할 때는 그냥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애가 된다는데, 그래서 피터가 그렇게 유치하게 행동한 걸까? 하긴 그는 자기 입으로 자신은 진지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익살꾼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을 텐데…….

 

 

  지적인 연인이라고 하지만, 어쩐지 수다스러운 커플 같았다. 여자가 감옥에 있다는 사실만 빼면, 그냥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유머가 풍부한 커플의 대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책에서 피터가 족발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고 나오는데, 영국도 족발을 먹는구나. 어떻게 만든 요리인지 궁금했다. 추리 소설을 읽어도 먹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다니. 이건 내가 족발을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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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탐구 생활 박람강기 프로젝트 6
엘러리 퀸 지음, 홍지로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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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n the Queens' Parlor and Other Leaves from the Editors' Notebook, 1957

  저자 - 엘러리 퀸

 

 




 

 

  역자 후기에도 나와 있지만, 원제가 ‘Queens' Parlor’ 그러니까 ‘퀸의 응접실’이다. 그걸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엘러리 퀸’과 다른 추리 소설 작가들 특히 ‘딕슨 카’와 함께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당대의 추리 소설 작가들이 모여서 각자 생각해온 트릭이라든지, 자신이 생각하는 명 소설 또는 새로 나온 작품에 대해 얘기하다니…….

 

 

  아, 옆에서 보기만 해도 멋질 것 같다. 열혈 방청객 모드로 열심히 박수치고 ‘오오~’라든지 ‘아하!’하는 추임새 넣을 수 있는데……. 하지만 여기 나오는 작가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살아생전에 그런 일을 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죽는 건 무섭지만, 죽어서 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잠깐. 죽어서도 만난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냥 책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퀸의 응접실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옆에 앉아서 그가 들려주는 탐정 소설과 작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담배는 안 피니까 거절하고, 차나 술 한 잔을 곁들이면 더 없이 좋다.

 

 

  지난번에 읽은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Queen's Quorum: A History of Detective-Crime Short Story’가 탐정 소설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면, 이 책은 소설과 작가를 주로 얘기하고 있다. 퀸과 친구 작가들이 각자 선정한 소설 목록이라든지, 트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 작가가 작품의 소재를 어떻게 얻고 그것을 어떻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지에 대한 얘기 등등이 들어있다. 퀸의 학구열은 너무도 왕성해서 심지어 작가 증정본에 적힌 문장을 읽고 작가와 증정 받은 사람의 관계를 연구할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헐?’하는 대목을 발견했다. 퀸이 탐정인 엘러리를 독신으로 남기겠다고 말한 것이다. 어째서? ‘로마 모자 미스터리 The Roman Hat Mystery, 1929’에서 분명히 엘러리는 은퇴한 아버지, 부인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고 나왔었는데? 게다가 비서인 ‘니키’라는 사람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아직까지 내가 읽은 시리즈에서는 본 적이 없다. 아직 나오지 않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양이다. 갑자기 포와로의 유능하고 개성 넘치는 비서 ‘레몬’양이 떠오르면서 퀸의 니키양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언제쯤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코넬 울리치’라는 작가가 있다. 그의 다른 필명은 ‘윌리엄 아이리시’인데, 퀸의 설명이 너무 웃겼다. 작가 약력에 윌리엄 아이리시는 화,목,토에 기혼이라고 적혀있고, 코넬 울리치는 월,수,금에 기혼이라고 되어있단다. 그러면 일요일은? 뭔가 음모가 떠올랐지만, 진상을 알 길은 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미 다 고인이 되어버렸다. 분신사바를 하면 되려나?

 

 

  이 책에서 퀸은 탐정 소설의 정수를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있음직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탐정의 역할이니까. 그 과정에서 독자는 ‘어머어머’를 연발하면서 뒤통수도 한 번 맞고, 자신의 센스 없음을 한탄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게 탐정 소설의 묘미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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