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Coffin Dancer, 1998
작가 - 제프리 디버
링컨 라임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대배심 증언을 이틀 앞둔 증인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과 FBI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생각하여 링컨 라임 팀에게
찾아온다. 그들은 범인이 어떤 방법으로 비행기를 폭파시켰는지 알아내고, 다른 두 증인을 살해하기 전에 잡도록 도와달라고 의뢰한다. ‘링컨
라임’은 특유의 천재성으로 범인 자신도 남겼는지 몰랐던 증거를 분석하고, ‘아멜리아 색스’는 현장에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증거를 수집하며 상황을
파악해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함정으로 몰아넣기에 이르지만…….
지난번에 읽은 ‘본 컬렉터 The Bone Collector, 1997’가 등장인물 소개에 집중했던 편이라면, 이번 이야기는 그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링컨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전 지역을 뛰어다니는 착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그는 모든
현장을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진짜 카리스마가 와……. 공중에서 폭발한 비행기의 잔해를 주워오라는 말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따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헐!’하고 놀랐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면, ‘저건 또 무슨 새로운 갑질이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링컨이 그런 말을 하면, 황당해하지만 믿고 따른다. 그가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확실한 결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기에,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모양이다.
아멜리아는 이번 이야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에서는 어쩌다가 사건에 뛰어들어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갈고닦은 사격 실력을 선보이고, 링컨이 칭찬해마지않는 그녀만의 냉철함과 빠른 판단력으로 현장을 장악한다. 간발의
차로 범인을 놓치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다거나,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강인하면서도 멋졌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읽으면서 자꾸만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건, 아무래도 영화 ‘본 콜렉터 The Bone Collector ,
1999’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 이외의 다른 아멜리아는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부록처럼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은은하게 깔려서, 읽는 사람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이미 한 번의 아픈 사랑을 경험했고,
같이 일하는 동료관계의 두 사람이라 더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그래서 그런 대목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팝콘을 찾고 있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책은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재미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증인들이 비행기 운송 관련업을 하고 있기에, 탁 트인 공항
활주로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라든지 비행기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비행하는 과정 등이 아슬아슬하게 그려져 있었다. 특히 비행기 장면은 읽는
내내 너무 긴장해서, 마치 여기서 내가 숨 쉬는 소리라도 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또한 ‘코핀댄서’라고 불리는 일류 암살자 역시 흥미를 끄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맡은 의뢰는 성공률 100%를 자랑하고, 그 흔하다는 목격자나
증거 하나 남기지 않았다. 다만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단 한 명의 목격자만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사람도 그의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팔에 새겨진 문신만 보았을 뿐이다. 그 때문에 그에게 코핀댄서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런 설정만 봐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도리어 반격을 가해서 링컨 라임 팀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하고,
막판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는 내 뒤통수를 엄청난 힘으로 후려치기도 했다. 아, 진짜 아팠다. 나쁜 놈 같으니라고. 난 단지 링컨과
아멜리아가 빨리 그를 잡기만 빌었을 뿐인데…….
아멜리아가 전직 순찰경관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로 우습게보고 희롱하던 다른 경찰들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화가 났다. 하지만 그녀가 무심한 표정으로
행동만으로 그들에게 한방 먹이는 장면은 무척이나 통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