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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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trong Poison, 1930

  작가 - 도로시 세이어즈

 

 

 

 

 

 

 

  뒤표지를 보면 '추리소설 사상 가장 지적인 연인 피터 경과 해리엇의 첫 만남'이라고 적혀있다. 오오, 지적 커플이라니! 멋지겠다! 사건을 두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이 해결하는 건가? 지적인 여자가 나오는 추리 소설은 별로 본 적이 없기에, 무척 기대가 되었다.

 

 

  추리소설 작가인 '해리엇 베인'은 전 남자친구인 '필립 보이스'를 독살했다는 혐의로 체포된다. 법정에서 그녀를 본 '피터 윔지'는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겠노라 결심한다. 하지만 모든 정황증거는 그녀에게 불리하기만 하다. 과연 필립 보이스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내용 요약을 보면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다. 무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해리엇은 사형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리한 증거는 하나도 없고, 모든 게 다 불리하기만 하다. 당연히 그녀를 변호하는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피터 윔지가 누구인가? 형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도 유쾌발랄함을 잃지 않은 남자이다. 해리엇을 면회 갔을 때, 그는 마치 이 꽃밭에서 저 꽃밭으로 날아가는 나비처럼 팔랑거렸다. 혹시 그녀를 격려하기 위해서였을까? 내가 당신의 무죄를 확신하니까 다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원래 이 사람이 그런 성격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리엇의 반응을 보면서 '헐!'하다가 '아…….'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자기가 안 했으니까 밝혀질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인지 아니면 이미 포기한 것인지, 그녀 역시 피터의 팔랑거림에 호응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두 사람은, 해리엇의 사건을 두고 소설로 만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토론을 할 정도였다. 아, 이래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나왔구나. 역시 옛 말 틀린 게 하나 없었다.

 

 

  분명히 사건은 심각하고 해리엇이 처한 상황은 더없이 불리한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피터가 단서를 찾아 사교 클럽에 갔을 때도, 용의자의 사무실에 스파이를 보낼 때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아! 용의자 사무실에 비서로 위장 취업한 여자가 나오는 부분은 좀 긴장되었다. 혹시 들키지 않을까, 누군가 그녀의 정체를 눈치 채지 않을까, 모두가 퇴근한 빈 사무실을 뒤지다가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긴 했다. 하지만 정작 해리엇이나 피터가 등장할 때는 그냥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애가 된다는데, 그래서 피터가 그렇게 유치하게 행동한 걸까? 하긴 그는 자기 입으로 자신은 진지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익살꾼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을 텐데…….

 

 

  지적인 연인이라고 하지만, 어쩐지 수다스러운 커플 같았다. 여자가 감옥에 있다는 사실만 빼면, 그냥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유머가 풍부한 커플의 대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책에서 피터가 족발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고 나오는데, 영국도 족발을 먹는구나. 어떻게 만든 요리인지 궁금했다. 추리 소설을 읽어도 먹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다니. 이건 내가 족발을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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