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글> 이사 준비를 하면서




삶이 무겁다


나이가 들수록 삶이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삶의 무게를 느낄수록 삶은 재미없어지고 인간된 도리와 의무감이 생겨납니다.


삶을 경쾌하게 살려면 삶을 가볍게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을 너무 무겁게 인식해 버리면 심각해져서 생각만 많아집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제게 이렇게 읊조립니다. ‘삶은 풍선처럼 가볍게 두둥실 살다가 떠날 때에도 두둥실 가는 거야’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삶은 무겁습니다. 부모님께 자식된 도리를 다해야 하고, 자식들에겐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또 남편에겐 아내로서 충실해야 하고...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들을 빼고 나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것들이라도 있으니 삶의 맛이 느껴지는 것이겠지, 라고.



이사준비를 하다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이사할 집을 보기 위해 서울을 여러 번 가느라 바빴습니다.


앞으로도 바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사하기 전에 버려야 할 것들을 골라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굳이 쓸데없는 것들을 먼 거리의 집으로 힘들게 끌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학년이 바뀌어서 소용없는 책들을 버려야 하고, 키가 커져서 입지 않는 옷들을 버려야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그릇들도 버릴 생각입니다. 각 가구의 서랍들의 물건들도 다 쏟아 놓고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릴 것입니다.




논문을 쓰다


이사준비와 함께 논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할 일을 다하고 시간이 남을 때 논문을 쓰곤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논문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을 완성하려면 그것에 미쳐야 한다, 하는 게 이번에 얻은 결론입니다.


그래서 자나 깨나 논문을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논문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 이유도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이 일도 하면서 저 일도 잘 하는 사람이 되지 못해서 병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논문 쓰는 일에 치우쳐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문의 진도가 많이 나갔습니다. 올해 12월 초까지 논문을 완성하면 되는데, 저는 그 전에 끝낼 생각을 하고 서두르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석사논문을 쓰는 일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 나이에 취직을 할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일은 제 자신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뭔가를 완성하지 못한 채로 사는 일은 제게 힘 빠지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이에 그 어려운 작업을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할 수 있으므로. 그래서 자신과의 관계가 원만할 수 있으므로.


타인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자신과의 관계’이니까요.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야 타인과의 관계도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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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8-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스 처리한 글...당근이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페크pek0501 2010-08-15 10: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도 등급이 있대요.
낮은 등급은 자기애만 강하고 높은 등급은 타인도 존중할 줄 알고...
 


<맘대로글> 서울로 이사하게 되다



어렵게 결정하다



이번에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하였다. 서울로 이사를 가기로 한 것이다. 내가 서울 출생의 사람이긴 하지만 14년간의 대구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간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연로하신 친정부모님을 내가 보살펴 드리기로 한 것이다. 부모님이 그걸 원하셨다. 부모님은 단독주택에 사시는데, 친정으로 들어가 함께 살 수도 있지만 그냥 친정 부근의 아파트로 집을 구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는 주택보다 아파트의 실내공간이 더 넓어서이기도 하지만, 남편의 연고지인 이곳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는 것도 미안한데 남편한테 처가살이를 하게 할 수 없어서이고, 또 애들이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해서다. 애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기보다 자기들이 자주 놀러 가는 곳으로, 말하자면 즐거운 나들이를 하는 곳으로 외갓집을 남겨 두고 싶은 듯했다. 친정부모님도 그게 좋겠다고 하신다. 아직은 어머니가 살림을 하실 수 있으시다면서.


친정부모님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외동딸인 내가 그저 하루에 한 번씩 잠깐 들러 놀다 가라는 것이다. 두 분 다 적적하신 모양이다. 또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불안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편찮으실 땐 달려와 주고,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모시고 가는 일 등을 바라신다.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혹시라도 나중에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든지 해서 모시고 사는 일이 힘들어지면 그런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에 보내 달라는 것이다. 그 비용은 꼭 쥐고 있으시겠단다.


내가 “만약 그렇게 되면 그런 곳에 보내지 않고 그냥 내가 모시고 살고, 너무 힘들면 사람을 하나 쓸게요.”라고 했더니 이 대답에 매우 흡족해 하신다. 속마음은 그런 곳에 가긴 싫으신 것이다.


인생이란 작별의 연속이다. 하지만 작별은 만남이기도 하다


이번 이사로 서울에서 태어난 내가 다시 서울사람이 되는 게 기쁘지만은 않다. 이곳 대구에 정이 든 까닭이다. 타향이라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밖의 풍경을, 매일 걷는 운동을 할 때마나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특히 이곳에서 알고 지내온 사람들과의 작별은 슬프기까지 하다. 친구들과의 작별도, 이웃사람들과의 작별도, 내가 가르쳐 온 학생들과의 작별도.


사실, 인생이란 작별의 연속이다. 내일은 오늘과의 작별을 의미하고, 오늘은 어제와의 작별을 의미한다. 봄은 겨울과의 작별이고, 여름은 봄과의 작별이다. 서울에 가는 것은 대구와의 작별이다.


인생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오늘과의 작별은 내일과의 만남이 되고, 어제와의 작별은 오늘과의 만남이 된다. 겨울과의 작별로 봄을 만나고, 봄과의 작별로 여름을 만난다. 대구와의 작별로 서울을 만난다.


이런 만남과 작별의 연속이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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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8-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로 이사를 가시는군요.
대구라면 저와 가까운 곳에 사셨네요.
저는 언젠가는 대구로 이사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사 잘 하시고, 잘 적응하시길.
벌써 이사를 하셨겠네요.

페크pek0501 2010-08-15 10:03   좋아요 0 | URL
가까운 곳에 사시는 거라면 한번 뵐 걸 그랬어요. 뵙고 싶었거든요.ㅋ
뭐든지 친구의 말에 귀 기울어 주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줄 분 같으세요.

대구에 사는 것, 좋습니다. 이사를 강추합니다.

글피에 이사 갑니다. 처음엔 무겁기만 하던 마음이 이젠 가벼워졌어요. 35년간이나 살았던 서울로 돌아가니까요. 서울에서의 새생활이 기대됩니다. 지역을 바꿔가며 사는 것, 좋은 것 같아요.



 


<반론> 만족하는 삶이 좋을까


똑같은 조건에서도 각기 다른 얼굴로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누구는 행복할 것 같은 좋은 조건 속에서도 불만이 많고, 누구는 불행할 것 같은 나쁜 조건 속에서도 즐겁게 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행복감이란 주관적인 느낌인 까닭이겠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란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1984년 어느 날 아침,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점심 약속 때문에 다리를 건너기 위해 통행료 징수대 중 하나로 차를 몰고 다가갔다. 그때 내 귀에 큰 음악 소리가 들렸다. (중략) 나는 통행료 징수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한 남자가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그가 말했다. “난 지금 파티를 열고 있소.”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통행료 징수대에서 일하는 그는 자신의 일에 불만이 전혀 없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혼자만 쓸 수 있는 사무실’을 가지고 있고 주위의 아름다운 산들을 볼 수 있고 월급까지 받으며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며 근무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답답하고 지루할 것 같은 ‘통행료 징수대’ 안에서 그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행복이란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므로 가능한 일이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다


그런데 그렇게 통행료 징수대에서 일하는 그처럼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만 하고 삶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을 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사람들로만 꽉 찬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만약 모든 사람들이 욕심 없이 그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해 한다면 오히려 좋은 세상이 되는 것과 거리가 멀 듯하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더 나은 직업을 찾기 위해, 또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성적이 나쁜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람직한 인간상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반론에 반론을 제기하다


그렇다고 모두가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해, 또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될 듯하다. 그렇게 되면 힘든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꼭 누군가는 통행료 징수대에서 근무해야 하지 않는가.


세상은 음양의 조화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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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 글을 쓴 동기

통행료 징수대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쓴 저자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사는 인생이 좋은 인생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반론을 썼습니다.

통행료 징수대에서 근무하는 사람처럼 자신의 삶(직업이나 환경 등)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미화시킴으로써 안주하는 태도가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이 글을 썼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태도가 어떤 것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많아집니다.

작가의 임무는 어떤 문제의 해결에 있는 게 아니라 제기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제만 제기하고 문제에 대한 정답은 독자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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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잭 캔필드ㆍ마크 빅터 한센 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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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6-2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편입니다. 그래서 발전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ㅋ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글샘 2010-06-2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캔필드가 저 이야기를 읽고 감동을 받았을 때는, 저 사람이 평생 그 일만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한국 사회는 직업에 대하여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는 사회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또 '지금 - 여기'서 열심히 하는 일이라면, 모든 일에 충실할 수 있기도 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치만... 그게, 사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0-06-26 22:31   좋아요 0 | URL
아, 한 수 배웠습니다. 글쿤요. 종종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맞습니다. 그런 일을 즐겁게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일에 충실할 수 있죠.

진지리진 2010-08-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아름다운 쌤~ 댓글 확인하러 왔다가... 요즘 다시 읽고 싶어졌던 책의 표지를 보고 급흥분해 또 글을 남깁니다. 요즘 시크릿,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같은 책들이 그리워졌거든요~ ㅋㅋ 왠지.. 선생님 블로그엔 제가 접하지 못한 어려운(?) 책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요걸보고 이리 반가울수가!^^
그나저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3권이나 나와있네요~ 전 1권밖에 안 읽어봐서~
이 글의 제목은 지금 제 심중에도 뭔가 큰 울림을 주는 반문이네요~
'만족', '행복' 그리고 '내일' 저는 이렇게 세단어가 떠오르네요... 짧은 글이지만, 읽고 느낀건.. 글쎄요~ 모든 사람이 다 고개 끄덕이며 인정할만하고, 부러워하는 행복과 만족 그 때란 '보통' 사람에게 주어지기가 참 어렵기때문에 '소소한 일상에서 혼자만이라도 만족하는 즐거움을 지금 당장 찾으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걸 느끼고, 찾아내기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꺼란 슬픈 생각도 드네요~ 지금 제 상황에선.. ㅜㅜ
선생님 글과 말씀들은... 저한텐 가끔은 그래요~ 저만의 아픔을 톡 건드려 주는 것!!??
아픈데를 낫게하려고 병원을 가지도 않고, 약을 찾아 바르지도 않는데... 어떻게 선생님은 선생님만의 눈과 마음으로 아시곤... 톡 건드려주면, 그게 확 터지는거에요!! ㅋㅋ 끙끙 싸매고 있는 것보단 터트리고 피를 내게 해 알아 채게 하고, 낫게 해주시는 것... 그런 마음이 드네요~ 오늘 이 글도 그런 느낌이에요... 어디새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코끝과 혀안쪽을 찌르는 것 같아요... 글이 이런 후각과 미각까지 불러낼 수 있다니... ㅋㅋ 점점 중독되는 것 같네요... 그게... 내가 나 자신에게 낸 상처를 다른 사람이 알아봐 주는 것, 그러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탓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니가 지금 그렇다는 걸 알아봐 주는 것...저 지금 너무 더위 타네요.. ㅋㅋ낼뵈요!

페크pek0501 2010-08-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진님, 글솜씨가 좋네요.
"글이 이런 후각과 미각까지 불러낼 수 있다니... ㅋㅋ 점점 중독되는 것 같네요..."
라는 말은 내 글에 대한 최대의 찬사 같군.ㅋ
(즐거운 착각질을 하겠습니다.ㅋ)
 


단상(8)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


큰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은 작은 일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부러움이 느껴질 것이다. 아니 그런 작은 일로 불행해 하다니, 어지간히 고민할 게 없는 모양이다, 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면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린 사람은 돈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을 부러워할지 모른다. 자신의 병에 비하면 그건 큰 근심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더 작은 집으로 옮기면 돈이 생길 텐데, 하면서 남의 일에 대해선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내 주위엔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주부들이 많은데, 그런 고민을 최대의 고민으로 갖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어쩌면 자신이 얼마나 고민이 없는 사람인지를 말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시각에 의한 것이다. 누구나 어떤 문제가 자신의 고민거리가 되고나면 그 문제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심각한 법이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려면,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행복을 얼마나 누리는가를 측정해 보려면 기쁨보다 괴로움이 얼마나 많은가를 따져봐야 한다. 괴로움의 내용이 작은 것일수록 그가 누리는 행복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그가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 <사랑은 없다>, 194쪽.



요즘 나의 고민은 작은애의 학교성적이다. 중학생인 그 애는 공부가 하기 싫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큰애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라서 성적에 관한 한 걱정이 없이 키웠다. 자신이 바란 대로, 등록금이 적게 드는 국립대학에 입학하는 효도까지 해 줬다. 그런데 작은애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성적표를 받아 와서 나를 당황케 만들곤 한다. 그 애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그저 그 애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대학이든 입학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바람을 가진 내가 그 애에겐 아주 큰 욕심을 가진 엄마로 보일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안고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불행한 사람일까?   

 

 


.....................................................................................

 

이 글과 관련한 책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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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6-2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을 독자에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상(7) 불행이 필요한 이유


이번에 편안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동안 친정의 친척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다. 큰어머니와 큰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고모와 작은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셨다. 형제들을 하나씩 잃으실 적마다 아버지는 무척 힘들어 하셨다. 그런 친정아버지가 최근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어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는 줄 알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 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람은 스스로 행복함을 자각하는 일이 드물고 어떤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비로소 지난 시간의 행복을 알게 되는 것 같다. ‘행복은 사라진 뒤에 빛을 낸다’라는 영국의 속담처럼.


행복과 불행이 말을 나눌 수 있다면 이런 대화가 오고갔으리라고 상상해 본다.



행복 : 자네는 어째서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가?

불행 : 그 이유는 이런 것일세. 사람들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네. 그래서 그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일세. 또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늘 자만하다네. 내가 나타나야만 겸손해져서 기도를 한다네. 그러니 나의 존재는 필요한 것이지.

행복 : 왜 사람은 꼭 겸손해야 되나?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이유를 말해 보게.

불행 :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자만하기 쉬운데, 자만하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네. 자만하면 그를 좋아할 이가 없어 외로워져서 자신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도 예사로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마저 불행하게 만든다네.

행복 :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행복한 세상을 위해 불행이 필요하다는 말이 되겠군.





언젠가 읽은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에 이런 글이 있다.





물이 나를 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극단의 갈증이 필요한 것처럼 고통스러운 병고는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고, 늙었다는 것은 젊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극단의 구속은 자유의 소중함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그토록 싫어하고 피해 왔던 불행들이란 행복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 162쪽




그의 말처럼 불행은 우리 삶의 사이사이에 꼭 끼어 있어야 할,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불행이 아예 없다면 우린 행복감을 갖지 못했을 테니까. 그것은 마치 ‘죽음’이 없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는 어떤 불행한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늘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산다면 어쩌면 사람들은 행복을 모른 채 삶의 권태에 빠져 우울하게 살지도 모를 일이다.


또 인간으로 하여금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불행’의 존재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어떤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저절로 그 일에 대해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때 기도는 이미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행복해야 하는 이유가 나 자신이 행복해야 주위의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면, 우리에게 불행이 필요한 이유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우리로 하여금 행복을 절실히 깨닫게 하고 겸손하게 만들기 위해 불행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 말에 우리는 동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겪는 불행에 대해 덜 분노하고 덜 슬퍼하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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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아버지는 다행히도 몸이 많이 회복되어 퇴원하셨지만 연세가 많은지라 몹시 수척해지셨습니다.


행복과 불행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중인 요즘, 이와 관련된 하나의 글귀를 책에서 읽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의 글입니다.


“인간에게는 행복 이외에 똑같은 분량의 불행이 항상 필요하다.”(도스토예프스키)


여러분은 이 말에 동의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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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책들>


<이기주의자로 살아라> 요제프 키르슈너 저.  

  
 

  “가령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 인생이 단 하나의 큰 사건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하루를 배열하고, 그날그날 생겨나는 수많은 작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며, 어떻게 끝내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만 하는 이유> 베르트랑 베르줄리 저.

 

“행복을 의무로 보자. 그러면 의무는 활동이 된다. 행복은 고양되고, 깊어진다. 행복 속에 깃든 도덕이 행복에 아름다움을 깃들게 한다. 행복은 단순히 즐겁지 않고 아름답기까지 해야 한다. 의무가 바로 그것을 깃들게 한다.”

 

 


 

 

<행복론ㆍ인간론> 알랭 저. 

 

 

 “원래 유쾌하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기분이란 항상 불쾌한 법이다. 그리고 모든 행복은 의지와 자제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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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6-16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친정아버님이 편찮으셨군요. 걱정이 많았겠지만 퇴원하고 조리를 잘 하시면 회복되겠지요~ 역시 건강이든 행복이든 반대의 상황이 돼봐야 절실히 깨닫게 되는군요.

페크pek0501 2010-06-16 13:44   좋아요 0 | URL
옛친구를 만난 듯 반갑습니다. "벗들이 먼 곳에서 오는 것은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맞아요, 반대의 상황에 처해야 깨닫게 돼요.
겸손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을 듯해요.

글샘 2010-06-2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많이 졸이셨겠네요. 그래도 잘 퇴원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매 순간 감사하며 사는 일, 그게 스님이고 수녀님이고 하느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이런 생각, 맨날 병원가서 아픈 사람 만나야 들죠. 어리석고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ㅠㅜ

페크pek0501 2010-06-26 22:34   좋아요 0 | URL
인간의 어리석음을, 소설이 아닌 바로 제 자신을 통해 깨닫곤 합니다. 과거에도 요즘에도요.

어리석으니까 사람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린 신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