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글> 서울로 이사하게 되다



어렵게 결정하다



이번에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하였다. 서울로 이사를 가기로 한 것이다. 내가 서울 출생의 사람이긴 하지만 14년간의 대구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로 이사를 간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연로하신 친정부모님을 내가 보살펴 드리기로 한 것이다. 부모님이 그걸 원하셨다. 부모님은 단독주택에 사시는데, 친정으로 들어가 함께 살 수도 있지만 그냥 친정 부근의 아파트로 집을 구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는 주택보다 아파트의 실내공간이 더 넓어서이기도 하지만, 남편의 연고지인 이곳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는 것도 미안한데 남편한테 처가살이를 하게 할 수 없어서이고, 또 애들이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해서다. 애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기보다 자기들이 자주 놀러 가는 곳으로, 말하자면 즐거운 나들이를 하는 곳으로 외갓집을 남겨 두고 싶은 듯했다. 친정부모님도 그게 좋겠다고 하신다. 아직은 어머니가 살림을 하실 수 있으시다면서.


친정부모님의 바람은 아주 소박하다. 외동딸인 내가 그저 하루에 한 번씩 잠깐 들러 놀다 가라는 것이다. 두 분 다 적적하신 모양이다. 또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불안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편찮으실 땐 달려와 주고,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모시고 가는 일 등을 바라신다.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혹시라도 나중에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든지 해서 모시고 사는 일이 힘들어지면 그런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에 보내 달라는 것이다. 그 비용은 꼭 쥐고 있으시겠단다.


내가 “만약 그렇게 되면 그런 곳에 보내지 않고 그냥 내가 모시고 살고, 너무 힘들면 사람을 하나 쓸게요.”라고 했더니 이 대답에 매우 흡족해 하신다. 속마음은 그런 곳에 가긴 싫으신 것이다.


인생이란 작별의 연속이다. 하지만 작별은 만남이기도 하다


이번 이사로 서울에서 태어난 내가 다시 서울사람이 되는 게 기쁘지만은 않다. 이곳 대구에 정이 든 까닭이다. 타향이라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밖의 풍경을, 매일 걷는 운동을 할 때마나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특히 이곳에서 알고 지내온 사람들과의 작별은 슬프기까지 하다. 친구들과의 작별도, 이웃사람들과의 작별도, 내가 가르쳐 온 학생들과의 작별도.


사실, 인생이란 작별의 연속이다. 내일은 오늘과의 작별을 의미하고, 오늘은 어제와의 작별을 의미한다. 봄은 겨울과의 작별이고, 여름은 봄과의 작별이다. 서울에 가는 것은 대구와의 작별이다.


인생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오늘과의 작별은 내일과의 만남이 되고, 어제와의 작별은 오늘과의 만남이 된다. 겨울과의 작별로 봄을 만나고, 봄과의 작별로 여름을 만난다. 대구와의 작별로 서울을 만난다.


이런 만남과 작별의 연속이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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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8-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로 이사를 가시는군요.
대구라면 저와 가까운 곳에 사셨네요.
저는 언젠가는 대구로 이사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사 잘 하시고, 잘 적응하시길.
벌써 이사를 하셨겠네요.

페크pek0501 2010-08-15 10:03   좋아요 0 | URL
가까운 곳에 사시는 거라면 한번 뵐 걸 그랬어요. 뵙고 싶었거든요.ㅋ
뭐든지 친구의 말에 귀 기울어 주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줄 분 같으세요.

대구에 사는 것, 좋습니다. 이사를 강추합니다.

글피에 이사 갑니다. 처음엔 무겁기만 하던 마음이 이젠 가벼워졌어요. 35년간이나 살았던 서울로 돌아가니까요. 서울에서의 새생활이 기대됩니다. 지역을 바꿔가며 사는 것,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