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글> 이사 준비를 하면서




삶이 무겁다


나이가 들수록 삶이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삶의 무게를 느낄수록 삶은 재미없어지고 인간된 도리와 의무감이 생겨납니다.


삶을 경쾌하게 살려면 삶을 가볍게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을 너무 무겁게 인식해 버리면 심각해져서 생각만 많아집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제게 이렇게 읊조립니다. ‘삶은 풍선처럼 가볍게 두둥실 살다가 떠날 때에도 두둥실 가는 거야’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삶은 무겁습니다. 부모님께 자식된 도리를 다해야 하고, 자식들에겐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또 남편에겐 아내로서 충실해야 하고...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들을 빼고 나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것들이라도 있으니 삶의 맛이 느껴지는 것이겠지, 라고.



이사준비를 하다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이사할 집을 보기 위해 서울을 여러 번 가느라 바빴습니다.


앞으로도 바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사하기 전에 버려야 할 것들을 골라내는 일을 해야 합니다. 굳이 쓸데없는 것들을 먼 거리의 집으로 힘들게 끌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이들이 학년이 바뀌어서 소용없는 책들을 버려야 하고, 키가 커져서 입지 않는 옷들을 버려야 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그릇들도 버릴 생각입니다. 각 가구의 서랍들의 물건들도 다 쏟아 놓고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릴 것입니다.




논문을 쓰다


이사준비와 함께 논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할 일을 다하고 시간이 남을 때 논문을 쓰곤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논문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을 완성하려면 그것에 미쳐야 한다, 하는 게 이번에 얻은 결론입니다.


그래서 자나 깨나 논문을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논문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 이유도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저는 이 일도 하면서 저 일도 잘 하는 사람이 되지 못해서 병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논문 쓰는 일에 치우쳐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문의 진도가 많이 나갔습니다. 올해 12월 초까지 논문을 완성하면 되는데, 저는 그 전에 끝낼 생각을 하고 서두르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석사논문을 쓰는 일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 나이에 취직을 할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일은 제 자신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뭔가를 완성하지 못한 채로 사는 일은 제게 힘 빠지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이에 그 어려운 작업을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할 수 있으므로. 그래서 자신과의 관계가 원만할 수 있으므로.


타인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자신과의 관계’이니까요.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야 타인과의 관계도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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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8-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스 처리한 글...당근이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페크pek0501 2010-08-15 10: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도 등급이 있대요.
낮은 등급은 자기애만 강하고 높은 등급은 타인도 존중할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