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8) 당신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
큰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은 작은 일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부러움이 느껴질 것이다. 아니 그런 작은 일로 불행해 하다니, 어지간히 고민할 게 없는 모양이다, 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면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린 사람은 돈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을 부러워할지 모른다. 자신의 병에 비하면 그건 큰 근심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더 작은 집으로 옮기면 돈이 생길 텐데, 하면서 남의 일에 대해선 간단히 생각할 수 있다.
내 주위엔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주부들이 많은데, 그런 고민을 최대의 고민으로 갖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어쩌면 자신이 얼마나 고민이 없는 사람인지를 말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시각에 의한 것이다. 누구나 어떤 문제가 자신의 고민거리가 되고나면 그 문제가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심각한 법이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를 알려면,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세상에서 행복을 얼마나 누리는가를 측정해 보려면 기쁨보다 괴로움이 얼마나 많은가를 따져봐야 한다. 괴로움의 내용이 작은 것일수록 그가 누리는 행복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그가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 <사랑은 없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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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고민은 작은애의 학교성적이다. 중학생인 그 애는 공부가 하기 싫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큰애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라서 성적에 관한 한 걱정이 없이 키웠다. 자신이 바란 대로, 등록금이 적게 드는 국립대학에 입학하는 효도까지 해 줬다. 그런데 작은애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성적표를 받아 와서 나를 당황케 만들곤 한다. 그 애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그저 그 애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대학이든 입학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바람을 가진 내가 그 애에겐 아주 큰 욕심을 가진 엄마로 보일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안고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불행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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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