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지 않은 명절이었다.
지난 주 설날 연휴에 3박 4일 동안 대구에 있는 시집에 머물다 왔다. 명절로 인한 ‘민족 대이동’ 속에서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것 자체도 고단한 일인데, 시집에 도착을 하자마자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잠을 자야 하는 밤이 되기 전까지 발 뻗고 쉴 여유가 없이 바빴다. 집에 돌아오니 몸살기가 있었다. 며칠을 앓았다. 명절 후유증인 셈이다. 명절로 인해 며느리만 고단한 게 아니다. 시어머니도 친정어머니도 고단해 한다. 아이들도 고단해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명절이란 말인가.

 

 


즐거운 명절이었다.
지난 주 설날 연휴에 3박 4일 동안 대구에 있는 시집에 머물다 왔다. 명절로 인한 ‘민족 대이동’ 속에서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것 자체는 고단한 일이지만 명절이 아니라면 따로 시간을 내서 시집에 갈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으니 명절이 필요한 것 같다. 명절의 즐거움은 역시 모든 가족과 친척이 모이는 데 있다. 며느리들은 며느리들끼리 수다로 즐겁다. 부모님은 자식들을 만나서 즐겁고 아이들은 사촌들을 만나서 즐겁다. 반갑게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 음식을 맛있게 먹으라고 권한다. 모두가 유쾌하게 하하하 웃는 시간이 많은 날.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명절이었다.

 

 

 

사람에 따라서 즐겁지 않은 명절일 수도, 즐거운 명절일 수도 있는 것은 해석의 차이 때문이리라.

 

 

니체가 잘 정리해 놓은 글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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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다. 좋은 일, 나쁜 일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 그 어떤 것이라도 해석하는 이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해석을 하는 순간부터는 그 해석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국 해석에 사로잡히고, 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시점에서만 사물을 보게 된다. 요컨대 해석 또는 해석에 기인한 가치 판단이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이다.

 

-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은이), <초역 니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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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니체는 다음과 같이 다른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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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은이), <초역 니체의 말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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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옮겨 놓은 니체의 글을 다시 읽는다.

 

 

모든 일은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다. 좋은 일, 나쁜 일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 그 어떤 것이라도 해석하는 이는 결국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해석을 하는 순간부터는 그 해석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초역 니체의 말>에서.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초역 니체의 말 2>에서.

 

 

이 글을 쓰면서 니체의 글을 기억해 두기로 한다.

 

 

좋은 일, 나쁜 일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해석을 하는 순간부터는 그 해석 속에 자신을 밀어 넣기 때문에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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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14-02-08에 올린 글입니다.
오늘 북플에 들어갔더니 어떤 님이 회원 님 글을 좋아한다고 ‘알림’에 나와 있어서 그 글을 클릭해 봤더니 제가 4년 전에 올린 글이었어요.
읽어 보니 오늘 올리기 적합한 글 같아서 그중에서 필요한 부분만 옮겨 왔습니다.
그때 읽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 같고, 읽은 분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올립니다.
저 역시, 제가 이런 글을 올렸는지 몰랐어요.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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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13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명절이 다 좋은 것도 또 다 나쁜 것만도 아닌데
미디어나 의학계에선 명절증후군하며 심각한 양 하고 있으니.
물론 진짜 괴로운 사람 있죠. 하지만 대체적으로 견딜만 하기도 하죠.

올해는 명절 어떻게 보내시나요?
4년전과 비슷하시겠죠?
그래도 즐겁고 힘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 이제 매서운 겨울 추위는 얼추 다 가지 않았을까요?
꽃 예쁩니다.^^

페크(pek0501) 2018-02-13 13:30   좋아요 0 | URL
제가 쓴 글을 글을 보고 예전엔 제가 시댁에 3박 4일을 갔다는 것을 알았어요.
너무 착한 며느리였네요.ㅋ 이번 설날엔 2박 3일을 갑니다.

저는 이런 특별한 날이 끼어 있는 달, 사실 좋아하진 않습니다. 제 생활의 리듬을 깨는 것 같고 뭔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에요. 그러나 되도록 즐겁게 설날 연휴를 보낼 생각입니다. 설날 음식도 맛있게 먹고 많이 웃고...

지난 1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댓글, 고맙습니다. 재탕이라서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답니다.

cyrus 2018-02-13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제가 생각한 명절은 먼 친척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어요. 사촌 형, 동생들 만날 때가 좋았죠. 그런데 이제 저도 어른이 되고나니까 명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명절은 ‘쉬는 날’이어야 합니다. ^^

페크(pek0501) 2018-02-14 10:08   좋아요 0 | URL
ㅋ 명절이 쉬는 날이면 저도 좋겠습니다. 어릴 땐 세뱃돈 받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젠 세뱃돈을 주는 입장인데다 명절 음식을 해야 해서 명절이 재미없어요.ㅋ
그나마 명절이 일 년에 두 번밖에 안 되니 다행이라 생각하죠.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하고 있어요.
명절 연휴 잘 보내시길...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8-02-13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명절이 크게 의미 없어요. 음식 장만에 좀 피곤하긴 하지요. 그래도 보람 있는 부분도 있구요. 어릴 적엔 친척이 없는 친정이라 명절이면 오히려 너무 적적하고 조용하고 심심했어요. 니체의 저 인용문은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분 좋게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명절이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18-02-14 10:12   좋아요 0 | URL
저는 동서가 있어서 많이 의지하며 일해요. 처음 결혼했을 땐 저 혼자 며느리여서 심심했어요.
니체의 책은 참 좋았어요.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습니다.
프레이야 님도 기분 좋은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