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점은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왜 그 이야기가 생긴 건지 즉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왜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왜 두 사람 관계가 소원해졌는지 등 그것들에 대한 분석을 하며 전개되는 소설이라서 독자로 하여금 줄거리만 따라가며 읽게 만들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생각하며 읽게 만든다. 그래서 재미만 얻는 게 아니라 유익함을 얻게 한다.
유익함에 대한 예를 들면 이런 것. 알랭 드 보통 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주인공 남자는 자신이 돈 관리를 저렇게 잘하는 여자와 결혼했다니 넘치도록 운이 좋다고 결론짓는 반면에 다른 사실도 새로이 깨닫는다. 돈 관리를 잘하는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민감하다는 것. 다시 말해 장점은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는 것.
이에 대한 나의 코멘트.
돈 관리를 잘하는 아내는 남편이 돈 관리를 잘하지 못할 경우에 못마땅해 한다는 것. 절약 정신의 장점이 있는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에게도 그것을 요구하는 단점을 갖는다는 것. 자상한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에게 잔소리를 해댈 가능성이 있다는 것.(반대로 평소 무심한 편인 배우자는 상대 배우자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
깔끔함, 열심히 살려는 의지, 조용한 성격 등도 그 이면에는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깔끔함의 장점 - 자신이 깔끔해서 상대의 더러움을 참지 못한다는 단점이 된다.
열심히 살려는 의지의 장점 - 자신이 열심히 살기 때문에 상대의 게으름을 너그럽게 봐 주지 못한다는 단점이 된다.
조용한 성격의 장점 - 자신이 조용한 성격이라서 상대의 시끄러움을 싫어한다는 단점이 된다.
장점은 뒤집으면 단점이 되고 단점은 뒤집으면 장점이 된다. 장점과 단점은 한 뿌리에서 나온 것.
2. 모든 결혼은 상대의 단점을 개선시킬 것인가, 그냥 참고 살 것인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상대의 장점을 좋아해서 결혼하는 것보다 상대의 단점을 참고 봐줄 수 있어서 결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본다. 모든 결혼은 다투면서 상대의 단점을 개선시킬 것인가, 상대의 단점을 그냥 참고 살 것인가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글을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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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무엇보다 완벽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278쪽)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280쪽)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281쪽)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항상 섹스는 사랑과 불편하게 동거하리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282쪽)
라비와 커스틴이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그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인식하기 때문이다.(283쪽)
-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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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복을 일깨워 주는 건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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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리스의 철학자가 제자에게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돈을 주라고 명령했다. 이 시험 기간이 끝나자 스승이 제자에게 말했다.
“이제 그대는 아테네로 가서 지혜를 배워도 좋다.”
제자가 아테네로 들어갈 때 한 현자를 만났다. 그 현자는 성문 앞에 앉아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가 모욕적인 말을 하자, 제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현자가 물었다.
“내가 당신을 모욕했는데 왜 웃는가?”
제자가 대답했다.
“왜냐하면 난 지난 3년 동안 모욕을 당할 때마다 돈을 냈는데, 지금 당신은 공짜로 그 일을 해줬으니까요.”
그러자 현자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오. 온 세상이 당신의 것이오······.”
- 달라이 라마 |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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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며 모욕을 당하는 것과 비교하면 돈을 내지 않고 모욕을 당하는 것은 불행에 속하지 않게 된다.
종영 드라마 <사랑이 오네요>를 본 적이 있다. 죄를 짓고 도망자로 살던 ‘신다희’(심은진 분)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 오고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나자 다리 한 쪽이 없음을 비관하며 울부짖는다. 그녀에게 다리를 절단한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든 지옥이었다. 그러나 구치소에 갇히게 되자, 다리 하나 잃은 것을 감사하겠다며 제발 여기서만 나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이 되어 버린다. 집행 유예를 받게 되어 구치소에서 나가게 된 그녀는 의족을 하고 꽃집에서 열심히 일하며 새로운 삶을 산다.
위로가 필요한 어떤 날을 위해 기억해야겠다. 때로는 우리에게 행복을 일깨워 주는 건 ‘지금보다 더 나쁜 경험’이라는 것을. 때로는 우리에게 행복을 일깨워 주는 건 ‘시련’이라는 것을.
“내 자식만은 불행을 겪지 않게 해 줄 거예요.”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다. 그 부모는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식에게서 ‘시련의 가치’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오히려 자식이 행복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나쁜 경험’이 상처받는 걸로 끝나지 않고 그것의 가치를 떠올리는 우리가 되기를...
4. 리뷰보다 페이퍼가 좋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쓰기 훈련을 하고 싶다면 ‘하루에 한 문단 쓰기’를 실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일기를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댓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어떤 분이 페이퍼를 쓰는 것을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로 그 님은 그동안 시시한 일상의 이야기를 많이 올렸는데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는 뜻으로 쓴 것 같았다. 그 글을 지지할 수 없다는 뜻으로, 앞으로도 시시하다고 여기시는 일상의 이야기를 계속 써 달라는 뜻으로 내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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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약 이곳 알라딘 서재가 사적인 글을 쓰는 페이퍼가 없고 책 리뷰만 있다면 저에겐 매력 없는 곳이에요.
사람 사는 얘기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시해보일 글일지라도 말이죠.
저는 그런 글을 읽는 게 흥미롭습니다. 책 리뷰보다 더요.
우리 자신 자체가 시시한 존재들이 아니던가요?
ㅡ페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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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댓글 그대로, 난 이곳 알라딘에서 리뷰로 쓴 글보다 페이퍼로 쓴 글을 더 좋아한다. 페이퍼 중에서도 사람 냄새가 나는 글에 흥미를 느낀다. 누군가가 한 일, 누군가가 생각한 것, 누군가가 고민한 것, 누군가가 반성한 것, 누군가가 후회한 것. 이런 것들이 책 내용보다 더 궁금하다.
(댓글을 쓰면서 글감을 얻는 경우가 있어서 좋다. 또 댓글을 쓴 날은 ‘하루에 한 문단 쓰기’를 실천한 날이라서 좋다.)
5. 에돌아가야 하는 게 문학이다
어떤 분이 올린 시를 읽고 내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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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얹혀진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무심코 보지 않음은 관심의 첫 단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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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얹혀진 삶의 무게’라고 시에 쓰기보다 독자가 그렇게 느끼게끔 쓰는 게 ‘시’이고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에돌아가야 하는 게 문학이라서 나는 문학이 어렵다. 난 글을 쓸 때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쪽이어서 소설이나 시보다 (문학이 아닌) 칼럼 쓰기에 적합한 쪽이라고 자평한다. 그렇다고 칼럼을 쓰는 게 쉽다는 말은 아니지만.
6. 글쓰기로 보낸 헛된 시간이란 건 없다
이론대로 써야지 하고 쓴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고 자신이 느낀 바를 쓸 때 오히려 자연스러워 좋은 글이 될 거라고 본다. 이론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소설을 잘 쓰는 선배 언니가 있었다. 내가 문학 이론서를 읽는 걸 보고 그런 걸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나? 하는 식의 말을 했었다. 그 선배 언니를 보고 타고난 문학가들은 그냥 가슴이 느끼는 대로 쓰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수필을 쓸까, 시를 쓸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다 써 보라고, 그때그때 마음 끌리는 대로 써 보라고 말하고 싶다. 시와 수필이 (서로 도움을 주는) 상보 관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쓰다 보면 최종적으로 나에게 적합한 건 이거다, 하는 게 결정 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전, 소설 신춘문예에서 여덟 번인가 떨어진 사람이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예를 봤다. 여러 번 떨어지면서 소설로 공부한 시간들이 헛된 게 아닌 것이다.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드라마 작가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한때 문학 이론서를 읽는 것에 취미가 붙어 많이 읽은 적이 있다. 유익해서 읽었다기보다 재밌어서 읽었다. 내가 읽은 문학 이론서 중에서 지금 생각나는 것으로 네 권만 뽑는다면 다음과 같다.
이형기 저, <당신도 시를 쓸 수 있다> - 절판됨.
김대행 저, <문학이란 무엇인가>
오규원 저, <현대시작법>
밀란 쿤데라 저, <소설의 기술>
문학 이론서를 읽는다든지 문학 강의를 듣는 것이 독창적인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독창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남들은 어떻게 쓰는지를 알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는다.
7.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누구나 생각해 본 적이 있으되, 누구나 느껴 본 적이 있으되 글로 표현할 생각을 못한 것 또는 글로 표현한 사람이 드문 것. 그런 것을 쓰고 싶다. ‘아, 나도 이런 걸 쓸 걸. 난 왜 생각하지 못했지?’라고 글쟁이들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8. 심리학 책이 좋다
내가 무조건 관심이 가는 책이 있다. 제목에 ‘심리학’이란 낱말이 들어가 있는 책이다. 김경일 저, <지혜의 심리학>이란 책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테니스 선수는 배드민턴도 잘 칠까?
궁금하다. 테니스 선수는 운동 신경이 발달했기 때문에 배드민턴도 잘 칠까, 아니면 테니스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배드민턴을 잘 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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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에서는 한 종류의 일에 숙달되면, 나머지 하나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좋은 예는 라켓을 사용하는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테니스를 잘 치는 사람은 배드민턴 배우기를 오히려 더 어려워한다. 배드민턴 라켓을 쥐는 순간 테니스 라켓으로 했던 일들이 자동으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 종종 테니스를 잘 치는 사람은 배드민턴도 빨리 배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세를 고치지 못해 놀림감이 되곤 한다.
- 김경일 저, <지혜의 심리학>,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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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심리에 관한 모든 것에 흥미를 느껴 심리학 책을 즐겨 읽는다.
9.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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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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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이것.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친정어머니가 병이 나셔서 병원에 자주 모시고 다녀야 했다. 다행히 많이 나아지셨는데 내 마음은 어머니가 완치될 미래에 가 있다.
작은애가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게 있는데 내 마음은 결실을 맺을 미래에 가 있다.
나의 현대무용 실력이 점점 나아지길 기대하며 내 마음은 현대무용 실력이 향상될 미래에 가 있다.
나의 글쓰기 실력이 점점 나아지길 기대하며 내 마음은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미래에 가 있다.
근심되는 일이 몇 가지가 있는데 내 마음은 그 일들이 잘 해결될 미래에 가 있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지금은 눈이 쌓여 있지만 내 마음은 눈을 녹여 줄 봄 햇살이 있는 미래에 가 있다.
미래가 있어서 오늘을 견디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