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로그를 가진 블로거는 하나의 직무를 가지게 된다. 어떤 직무인가? ‘글을 올린 지가 너무 오래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방문자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글을 올린다. 아니다. 누군가가 댓글을 쓴 것을 발견하고서 급히 글을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서 올린다. 아니다. 지금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비 오는 여름밤이 좋아 시시한 글이라도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서 올린다. 아니다. 사실은 지금 듣고 있는 노래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 레논의 Imagine을 듣고 있어서인지도...
이 노래를 들으니 학교 앞 어떤 다방에서 리포트를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존 레논, 소나기, 여름밤, 추억 그리고 블로그.
어울리는 조합인가 아닌가?
2.
엄밀하게 말하면 깨달은 자는 없습니다.
오직 깨달은 순간들만 존재합니다.
- 스즈키 순류
엄밀하게 말하면 행복한 자는 없습니다.
오직 행복한 순간들만 존재합니다.
- pek0501
3.
소설을 쓰겠다고 하다가 몇 년이 지나 소설을 포기하고 문학 평론을 공부하기로 했다는 작가 지망생에게 어떤 선생님이 말했다. “소설이 안 되니깐 이제 평론이래.” 이 말을 듣고 본인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웃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그 선생님이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기 좋아하게 된 나를 보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글이 안 되니깐 이제 사진이래.”

어떤 절에 있는 연꽃. 꽃보다도 넓은 잎사귀가 맘에 들어 사진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