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X일

 


‘동생을 잘 챙기는 언니’를 둔 친구를 보면 부럽다. 그런 친구에게 “넌 그런 형제가 있어서 좋겠다.”라고 말했더니 다른 친구가 “오히려 형제가 없는 게 좋을 수도 있어.”라고 응수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형제간에 의가 상해서 서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 대목에서 큰아버지가 생각났다. 큰아버지가 생전에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촌들과 잘 지내라. 사촌이라도 가깝게 지내면 사는 데 의지가 된다.” 사촌들이란 당신의 딸들을 말함이다. 그때 난 “예.”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론 딴생각을 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아버지를 생각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큰아버지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으셨다. 큰아버지가 사업을 했는데 잘되지 않아 아버지에게 수차례 돈을 얻어 쓰셨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어머니와 싸우신 적도 있다. 큰아버지 말고도 아버지에게 돈을 가져가는 형제가 많았다. 아버지가 그 속상함에 대해 내게 토로한 적이 있으셨다. 큰아버지에겐 ‘형제란 사는 데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지만 아버지에겐 ‘형제란 걱정을 끼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다 고인이 되신 큰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TV로 어떤 드라마를 보게 됐다.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가 있고, 그 남자를 사랑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 삼각관계다. 그 남자가 자기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고 딴 여자와의 결혼만을 추진하려고 하자 그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여자가 아니라 저라고요.” 이 말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결혼을 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나를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사랑하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는 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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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7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 간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좋게 대하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친척이 많으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어른이 되니까 부모님이 친척에 실망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페크pek0501 2016-07-27 19:04   좋아요 0 | URL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가족, 친척도 예외가 아니지요.
상대편에서 생각하기, 가 답일 것 같은데 이것 쉽지 않은 일이죠.
왕래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서 자주 보는 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엔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ㅋ

2016-07-2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의 해석이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어서, 인간은 참으로 복잡해요.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구요. ^^

저는 사람들이 제대로 자기중심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타인중심적이면서 그걸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자기중심적으로 나를 챙기고 나를 아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래야 타인의 시야도 보인다고 하니까요.

페크 언니의 글 참 좋아요.

페크pek0501 2016-07-28 14:37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 잘 지내죠?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을 챙긴다는 것, 저 세뇌되었어요. 혜민 스님의 저작 내용이 그렇거든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할 말 하고 자신을 많이 사랑하래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님의 마지막 댓글이 저에게 위로가 되네요. 점점 제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쌩유♡♡



성에 2016-08-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찾아 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으로 뿌듯합니다.
사실 난 이웃 마실을 잘 다니지 않거던요.

오랜만에 한국 와서 한국 하늘을 보니 참 좋습니다.

이 더운 여름 , 모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페크pek0501 2016-08-06 11:06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뵙니다. 안녕하세요.

외국에서 사시나 봅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도 이 여름, 건강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