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울이 자취를 감추었다. 어제 한 시간가량 걸었는데 봄기운이 완연하였다. 해가 바뀌었나 싶었는데 어느새 4월이라니.

 

 

4월은 내 생일날이 있는 달이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생일 선물을 했다. 선물이란 다른 게 아니라 책이다. 가족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현금으로 책 네 권을 샀다. 소박한 사치를 누렸다. 꼭 다음의 글을 읽고 그런 건 아니다. 이 글을 보기 전에 이미 난 생일에 나에게 책 선물을 한 적이 많았으니까.

 

 

..........
살면서 가끔은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를 허락하세요.
식탁에 올려놓을 아름다운 꽃 몇 송이를 사온다든가
커피와 같이 먹을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한 조각 산다든가
신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두툼한 등산용 양말을 산다든가....
소박한 사치는 삶을 여유롭고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와 같아요.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42쪽.
..........

 

 

가족이 생일 선물을 주면 그 선물이 맘에 들지 않을 때가 있어서 이번엔 내가 직접 옷과 책을 사겠다며 그냥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막상 옷을 사려면 맘에 드는 옷을 고르기가 어려워 이건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책은 사고 싶은 게 몇 권은 꼭 있기 마련이어서 인터넷을 통해 금방 고를 수가 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내가 고른 생일 선물인 책 네 권 중의 하나다.

 

 

 

 

 

 

2.
내가 이곳에 올린 글 중 많은 글이 미완의 글이다. 글 조각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글을 쓰게 되는 건 이런 게 쉽게 써지기 때문인데, 완결된 글이 아니다 보니 만족스럽지 않고 애착이 가지 않는다. 내가 만족스럽고 애착을 갖게 하는 글은 내용 면에서든 형식 면에서든 완결된 글이다. 단상을 적은 글이 아니라 한 편의 칼럼이나 에세이 같은 글이다.

 

 

그런데 이번에 글 조각도 얼마든지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서다.

 

 

..........
불행한 사람이란?

 

자기 눈에 남의 잘못들만 보이는 사람.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85쪽.
..........

 

 

 

..........
퀴즈 하나 풀어보세요.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맡는 여러 업무 중에 제일로 힘든 업무는?”
.
.
정답:
“내가 맡은 업무.”

 

같은 책, 154쪽.
..........

 

 

다음 글은 주부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이다.

 

 

..........
비행기를 타면 비상시 산소호흡기를
먼저 보호자가 낀 다음에 아이에게 껴주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선 나를 돌보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에요.
내가 행복해야 내 주변 사람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같은 책, 25쪽.
..........

 

 

 

 

 

 

3.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나의 경우, 다 읽고 나서 나중에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인가, 그렇지 않은 책인가 하는 것이 그 기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이 책은 몇 시간이면 다 읽을 것 같은데 빠른 속도로 쓱 한번만 읽고 말아도 되나? 한번만 읽고 만다면 내용을 금방 잊어버려서 읽은 것 같지 않을 것 같은데. 기억의 창고에 저장될 정도로 여러 번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저자가 공들여 글을 쓴 것처럼 느껴졌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공들여 글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4.
우리에겐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건 안다. 암 환자가 부정적인 태도를 갖느냐, 긍정적인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암 세포의 번식을 억제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의학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병을 이겨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당신은 밖에 나가서 우산을 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구질구질하게 또 비가 오는군!” 이런 말을 한들 모슨 소용이 있는가. 비도, 구름도, 바람도 결코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어째서 “비 한번 시원스럽게 내리는군.”하고 말하지 못하는가.
-알랭, 「날마다 행복해지는 225가지 이야기」 中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104쪽.
..........

 

 

비가 오면 이렇게 말하자. “비 한번 시원스럽게 내리는군.” 또는 “비가 오니 세상이 깨끗해지겠네.”

 

 

 

 

 

 

5.
잘 사는 삶, 좋은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

 

 

..........
지금 이 순간, 당신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나는 그 사람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마음의 빚을 갖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세요. 사랑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작고 사소한 것 때문에, 혹은 나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다투고 화내고 고함치며 서로 미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으르렁댔던 그 순간들을요.
-에릭 블루멘탈, 「1퍼센트 더 행복해지는 마음사용법」 中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120쪽.
..........

 

 

 

..........
어쩌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그저 최고의 남편, 최고의 엄마, 최고의 이웃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231쪽.
..........

 

 

 

..........
인생이란 거창한 무엇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결국 내 인생의 내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곁에 있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해요.
그들이 바로 내 인생의 이야기가 되니까요.

 

혜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79쪽.
..........

 

 

 

위의 글 세 개를 읽고 나니 ‘좋은 인생이란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될 것 같네. 이를테면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은 인생이렷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행복한 삶이 되기도, 불행한 삶이 되기도 하니까 맞는 것 같네.

 

 

 

 

 

 

 

 

 

 

 

 

 

 

 

 

 

 

 

 

 

 

 

 

6.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 시간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톨스토이-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294쪽.
..........

 

 

친구를 만나고 있는 시간엔
그 시간이 가장 중요한 때이고,
그 만남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만나고 있는 친구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네.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에 휴대 전화를 자꾸 들춰 보지 말고
상대의 말에 집중하자고요...
특히 내 친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6-04-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에 태어나셨군요.
가족들한테 받은 금일봉으로 책을 사셨다는 것으로 봐서 벌써 지나셨나 봅니다. 아닌가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언니 글을 읽으니 정말 나를 위한 사치가 가장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신발을 샀는데 평소 신발이 좋아서 사는 것 같아야 나를 위한
사치가 될텐데 이건 뭐 요즘 신을 신발이 없어 겨우 벼르고 별러서 샀으니
저는 참 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옷을 사 본지도 언젠지 모르겠구요. 오늘 언니 말씀 새겨놨다
제 생일엔 저에게 옷을 사 줘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6-04-09 15:46   좋아요 0 | URL
축하... 고맙습니다. 생일이 양력으로 4월인데 지났어요.

신발 얘기... 웃겨요. 하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있지요.

혜민 스님의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중요한지에 대해 알게 되거든요. 저자의 생각에 세뇌되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꼭 생일이 아니더라도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자신을 위한 특별한 날이 되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별한 날은 만들면 되니까 말이죠.
저도 생일에만 그럴 게 아니라 특별한 날을 만들어야겠어요...답글 쓰다가 든 생각입니다.

2016-04-08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9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4-1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금요일이 되었어요.
pek0501님, 기분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6-04-18 13:21   좋아요 1 | URL
다시 월요일이 되었어요.

서니데이 님, 기분 좋게 한 주를 시작하세요... ^^

마태우스 2016-04-28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생일축하드려요. 글고 책에는 정말 좋은 말들이 많이 있어요. 그로 인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실천이 중요하다지만, 그때라도 자신을 돌아본다는 게 의미있는 게 아닐까, 라며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페크pek0501 2016-04-28 18:2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렇죠? 책에는 좋은 말들이 많이 있어서 제가 책을 숭배하잖아요.
책이면 다야?
응, 책이면 다야... 이런다니까요... ㅋ

맞습니다. 실천은 다음 문제이고 자신을 돌아보며 올바르게 생각하는 게 먼저니까요.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읽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