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5년 9월 X일 

 

일을 하나 추가했더니(뭘 배우러 다닌다.) 일주일이 바쁘게 돌아간다.
어찌어찌하다 보면 월요일이 내일이고, 또 어찌어찌하다 보면 월요일이 내일이다. 많지도 않은 일이지만 일을 줄이고 싶어 고민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일을 늘리다니.

 

내 머릿속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 뭔가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식, 정보, 지혜 같은 것들.
학창 시절에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있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까먹어서 기억하는 영어 단어 수가 적어지는 것처럼, 분명 내 머릿속에서도 뭔가 빠져나가고 있을 게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공부를 해야 한다.

 

요즘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독서 치료, 문학 치료이다. 자격증을 딸까 고민했다.
그 자격증으로 무얼 하려고?
내 마음부터 치료되는 공부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 아닌가.
누군가의 마음을 치료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자기 마음부터 치료될 거라고 본다.
그러므로 독서치료나 미술치료의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아마 자기 마음부터 치료가 되겠지.

더 나이 들어 훗날 불안, 우울, 무력감 이런 것들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미리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해 놓아야 좋지 않겠는가. 아직은 머리가 잘 돌아가니깐.
나이 들면 머리가 안 돌아가 공부할 수도 없을 테니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공부를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것은 ( 지 )( 식 )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전쟁이 나서 재산도 집도 다 없어져 버려도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그대로 남겠지.

 

 

 

 

 

 

2. 2015년 9월 X일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하는 잡무가 귀찮아서 전업을 생각해 봤다.
그런데 주위에서 다 말리네. 그냥 하던 일을 하라고 하네.
주된 업무가 아닌 부차적인 업무에 시달리는 게 싫어서 전업을 생각했는데 그냥 참고 해야 할 것 같다. 주된 업무는 할 만하니까.

 

 

 

 

 

 

3. 2015년 9월 X일

 

라면이 싫어지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는데 난 아직 라면을 좋아하는 걸로 봐서 어른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른이 되지 않을 예정이다. 아니, 나 같은 사람은 어른이 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자주 먹으면 맛없는 게 라면이다.
라면이 맛있을 때는 오랜만에 먹었을 때다.
아마 하루 세 끼를 라면으로 먹는다면 라면에 질릴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라면이 하나 있다.
아는 사람이 있을까? ‘책과함께라면’이라고...

 

 

 

 

 

 

4. 2015년 9월 XX일

 

어느 님의 댓글에 이런 답글을 쓴 적이 있다.

 

..........
자신에 대해서든 타자에 대해서든 깊이 알면 알수록 아마도 실망이 클 겁니다. 결국 이기심이 가득 찬 인간을 보게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기심을 덜어내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하겠죠. 그게 문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겠죠.

 

이성복 시인이 인용한 말, “당신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 편을 들어라.”(카프카)
울림을 주는 말 아닙니까? 
..........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자신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 편을 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

 

“당신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 편을 들어라.”(카프카)

 

훌륭한 말일세. 이성복 시인이 좋아하는 말인가 보다. 이 말 하나로 카프카의 세계관을 짐작해 보고 시인의 세계관을 짐작해 보네.

 

 

 

 

 

 

5. 2015년 9월 XX일

 

내 생각.
집에만 있어선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
혼자 책 읽는 것보단 피드백이 있는 일을 갖는 게 훨씬 유익하다는 생각.
내가 알라딘 블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도 댓글 -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수필가이기도 한 96세의 김형석 교수가 텔레비전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생활의 폭을 넓혀라. 그게 행복 비결이라는 것.
노인이 된다는 건 생활의 폭이 좁아진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

 

퇴직하여 집에서만 지내는 노인이 행복할 수 없단 생각이 드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활의 폭을 넓혀야지. 등산 모임이든 바둑 모임이든 만들어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져야겠지.  

 

난 이렇게 변형해 봤다. '정신 영역을 넓혀라. 집안일과 가족에 대해서만 생각하며(근심하며) 살게 되면 행복할 수 없다.'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정신을 분산시켜라. 그래야 실망하는 일도 적어지고 상처 받는 일도 적어진다.‘ 

 

그는 96세이지만 아직도 강연을 다닌다고 하니 존경스럽다.

 

생활의 폭을 넓히고 일을 사랑하며 살 것.

 

그분에게 중요한 걸 배웠다. 텔레비전도 봐야겠어.

 

 

 

 

 

 

6. 2015년 9월 19일

 

‘빈 종이 같은 하루에 채워 넣는 이야기’라는 글을 두 개 올린 9월 13일에 생각했다. 내일 세 개를 더 올리자고. 그래서 (1)(2)(3)(4)(5), 이렇게 글 다섯 개를 같은 제목으로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글을 올리려고 하니, ‘이런 시시한 글을 다섯 개나 올려서 뭐하나, 부질없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이 달라져서, ‘이왕 써 놓은 것을 올리지 놔두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왔다 갔다 하는 내 생각들.

 

어쩔 수 없네.

 

그래서 나는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사용한 적이 있는 말인데, 내일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른다는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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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9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1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09-1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비슷한 생각을 하는 중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지요. 그냥 내던지게 되더이다~ 말리는 사람들 소리가 하나도 안들렸다는..ㅋㅋ

3번....전 라면 못먹은지 10년은 됐습니다. 아니 지금도 먹고 싶으면 먹지요. 너무도 맛있으니까요. 하지만 배가 아플 각오를 해아 합니다. 10이변 10번 모두 라면이 들어가면 배가아프다는 경험을 하니 자연히 안 먹게 되더군요. 저는 순전히 배가 아파서 못먹는 것이지 나이가 들어 안먹게 된 경우가 아닙니다.

아, 근데....3번은 그냥 속설같아요. 케바케가 아닐지요..ㅎ

페크pek0501 2015-09-21 00:12   좋아요 0 | URL
조르바를 읽고 김정운 교수던가요, 교수직을 버리고 자유로운 몸이 되어 버린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고 제가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요, 그 아내되는 사람은 이런 사람과 살면서 힘들겠다, 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했던 기억이... 하하~~
그 용기에 박수를 치는 것은 그다음이고요...
그런데 님도 대단한 분이시네요. 이왕 그렇게 된 것, 그 용기를 지지하겠습니다.

그 맛있는 라면을 드시지 못함은 안타깝군요. 하지만 뭐 더 맛있는 음식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예, 케바케겠지요. 그래서 명언도 있잖아요.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라고.

고맙습니다.

라로 2015-09-20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 페크님 글은 일단 너무 솔직하시니 좋아요!!
늘 생각이 많으신 페크님!!
암튼 전 라면이 맛 없어서 안먹기 시작한 게 어렸을 때인데 저희가 너무 가난해서 할머니가 맨날 라면을 주셨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철도 들기 전에 라면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 같아요. ㅎㅎㅎ
저도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할 생각을 하는데 이번엔 남편부터 말리네요~~~ㅎㅎㅎ 저에게 딱 맞는 일이라며~~~ㅠㅠ 제 적성이야 고무줄 같아서 뭐든 맞고 안 맞고 하는데,,,이젠 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뭐 그런 황당한 생각이~~~. 그런 것이라면 아이들에게 충실하고 가정을 잘 지키는 것이니 더이상 밖으로 나도는 일을 생각하면 안 될텐데,,, 이 모든 게 라면 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까닭일까요??ㅎ
저도 오늘은 여기까지~~. 페크님을 다시 알게 되어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15-09-21 00:07   좋아요 0 | URL
솔직함을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생각이 많은가요? 그렇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재밌게 잘 쓰셨네요. (댓글에 공감을 마음으로 누름.)

저도 님을 알게 되어 참 좋습니다. 괜히 어려워하며 님의 서재에 댓글 쓰지도 못하면서 기웃거린 걸 생각하면... 웃음 나와요.
저는 남을 너무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나 봐요. 이 버릇을 지금도 못 고치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

stella.K 2015-09-2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주목해서 보는 작가가 있다면 김경욱입니다.
그의 소설집 `위험한 독서`라는 책이 있는데 표제작을 보면 독서치료사가 나오죠.
그거 읽고 나서 저도 독서치료사 자격증이나 따 볼까 생각중이어요.
물론 언니와 같은 의미는 아니고 돈을 벌어야할 것 같은데
왠지 근사해 보이기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서...
혹시 공부하시게 되면 추천 좀 해 주세요.ㅋ

뭐 김형석 교수가 하는 말이 맞는 얘기는 합니다만 그 분이야 워낙 그만한
스펙에 그렇게 단련하며 살아 오셨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고,
저는 이러고 살다가 죽을 것 같습니다.ㅠㅠㅠㅠ

페크pek0501 2015-09-21 00:03   좋아요 0 | URL
ㅋㅋ
독서치료, 흥미로울 것 같지요? 아직 저에게 맞는 강좌를 찾지 못했어요.
출근하지 않는 날에 하는 걸로 찾으려니.
그래서 엉뚱한 것 배우러 다녀요.

김형석 교수를 보고, 행복하기 위해선 건강 관리가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히 수영을 한다고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노력인 것 같아요. 뭐든 귀찮아하면 행복은 멀어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