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에 대해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며칠 뒤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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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센터 ○○○입니다.
1. 기존의 즐겨찾는 서재에 친구 신청하셔도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삭제되지 않습니다. 즐겨찾는 서재에서는 친구 신청한 서재를 그룹핑 관리할 수 있습니다.
2. 즐겨찾는 서재 등록이 친구 신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좀 더 상호적으로 소셜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친구 신청으로 변경하여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친구신청을 하게 되면, 상대방이 내가 신청한 것을 북플 알림이나 서재 팔로워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로 친구 신청하여 친구가 되면 친구 공개글을 확인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친구는 서로 친구 신청한 사람을 뜻하며, 팔로잉은 내가 친구 신청한 사람(내가 즐겨찾는 서재와 동일)이며, 팔로워는 나에게 친구 신청한 사람(나를 즐겨찾는 서재와 동일)을 뜻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 해드릴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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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디너 대부분이 알고 있을 듯합니다만, 저 때문에 잠시 헷갈렸던 분들을 위해 그대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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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계치이다 보니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아예 새 시스템에 접근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일찍 배운 것은 직업상 필요해서였고, 스마트폰만 해도 내 친구들 중에서 내가 제일 늦게 구입했을 정도다. 새 기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였다.
‘친구 신청’ 시스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생긴 지 꽤 되었고 ‘친구 신청’을 한 분들이 늘어나는데도 보고만 있었지 나도 ‘친구 신청’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나도 몇 분들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그런데 내가 ‘친구 신청’을 한 분들 중 한 분이 내게 비밀 댓글로 묻는 것이다. 왜 자기를 즐겨찾기에서 빼고 다시 넣었냐고.
이런 물음에 대해 답할 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기계치가 아니라면) : “저, 그런 적이 없는데요? '친구 신청'을 했을 뿐이고 ‘친구 신청’으로 즐찾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님의 착오이신 것 같아요.”
내가 기계치라면 : “모르겠어요. '친구 신청'을 했을 뿐인데 왜 ‘즐찾’에서 빠졌는지를요. 제가 알아보고 나서 말씀드릴게요.”
나는 물론 후자로 답했다. 기계치니까.
알고 있었다. ‘친구 신청’을 해도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 왜 나는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이 없는 대답을 했을까?
기계치였기 때문이다.
100 곱하기 100은 10000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수학에 자신이 없는 초등학생은 100 곱하기 100은 1000이다, 라고 누군가가 말하면 자기의 앎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그런가?’하고 갸우뚱거리게 된다. 내가 그런 경우다. 기계치라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그런가?’하고 갸우뚱거린 것이다.
기계치로 산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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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직장에서 복사기를 처음 사용하게 되던 날이었다. 복사기 앞에 서자 주눅이 들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사용 방법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가 아니라,
‘복사기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였다.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 봐도 복사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때 구세주 한 사람이 나타났다.
“복사하시려고요? 제가 해 드릴까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리하여 그가 복사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잘 보았다가 기억해 두기로 했다.
복사기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1) 전원 버튼을 누른다.
2) 복사할 종이를 올려놓을 땐 글씨가 천장을 향하게 올려놓는다.
3) 복사할 수량을 설정해 놓는다.(25부를 복사하려면 숫자 2와 5를 누른다.)
4) 시작 버튼을 누른다.
알고 나면 무척 쉽다. 하지만 나는 불빛이 깜빡이고 있어서 복사기가 켜져 있는 걸로 착각하고 전원을 켜지 않은 채 복사할 수량을 누르는 것부터 했으니 문제였다. ‘왜 안 되는 거야? 아이 창피해.’ 이랬다.
이런 게 기계치의 설움이다.
앞으로도 기계치의 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