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청’에 대해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며칠 뒤에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해 줬다.

 

 

..........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센터 ○○○입니다.

 

1. 기존의 즐겨찾는 서재에 친구 신청하셔도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삭제되지 않습니다. 즐겨찾는 서재에서는 친구 신청한 서재를 그룹핑 관리할 수 있습니다.

 

2. 즐겨찾는 서재 등록이 친구 신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좀 더 상호적으로 소셜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친구 신청으로 변경하여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친구신청을 하게 되면, 상대방이 내가 신청한 것을 북플 알림이나 서재 팔로워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로 친구 신청하여 친구가 되면 친구 공개글을 확인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친구는 서로 친구 신청한 사람을 뜻하며, 팔로잉은 내가 친구 신청한 사람(내가 즐겨찾는 서재와 동일)이며, 팔로워는 나에게 친구 신청한 사람(나를 즐겨찾는 서재와 동일)을 뜻합니다.

 

더 나은 서비스 해드릴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알라디너 대부분이 알고 있을 듯합니다만, 저 때문에 잠시 헷갈렸던 분들을 위해 그대로 옮겼습니다.)

 

 

 

 

 


*
내가 기계치이다 보니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아예 새 시스템에 접근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일찍 배운 것은 직업상 필요해서였고, 스마트폰만 해도 내 친구들 중에서 내가 제일 늦게 구입했을 정도다. 새 기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싫어서였다.

 

 

‘친구 신청’ 시스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생긴 지 꽤 되었고 ‘친구 신청’을 한 분들이 늘어나는데도 보고만 있었지 나도 ‘친구 신청’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나도 몇 분들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그런데 내가 ‘친구 신청’을 한 분들 중 한 분이 내게 비밀 댓글로 묻는 것이다. 왜 자기를 즐겨찾기에서 빼고 다시 넣었냐고.

 

 

이런 물음에 대해 답할 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기계치가 아니라면) : “저, 그런 적이 없는데요? '친구 신청'을 했을 뿐이고 ‘친구 신청’으로 즐찾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님의 착오이신 것 같아요.”

 

 

내가 기계치라면 : “모르겠어요. '친구 신청'을 했을 뿐인데 왜 ‘즐찾’에서 빠졌는지를요. 제가 알아보고 나서 말씀드릴게요.”

 

 

나는 물론 후자로 답했다. 기계치니까.

 

 

알고 있었다. ‘친구 신청’을 해도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 왜 나는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이 없는 대답을 했을까?

 

 

기계치였기 때문이다.

 

 

100 곱하기 100은 10000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수학에 자신이 없는 초등학생은 100 곱하기 100은 1000이다, 라고 누군가가 말하면 자기의 앎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그런가?’하고 갸우뚱거리게 된다. 내가 그런 경우다. 기계치라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그런가?’하고 갸우뚱거린 것이다.

 

 

기계치로 산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
오래전, 직장에서 복사기를 처음 사용하게 되던 날이었다. 복사기 앞에 서자 주눅이 들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사용 방법을 알 수가 있어야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가 아니라,

 

 

‘복사기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였다.

 

 

이것저것 버튼을 눌러 봐도 복사기는 작동되지 않았다.

 

 

그때 구세주 한 사람이 나타났다.

 

 

“복사하시려고요? 제가 해 드릴까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리하여 그가 복사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잘 보았다가 기억해 두기로 했다.

 

 

복사기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1) 전원 버튼을 누른다.
2) 복사할 종이를 올려놓을 땐 글씨가 천장을 향하게 올려놓는다.
3) 복사할 수량을 설정해 놓는다.(25부를 복사하려면 숫자 2와 5를 누른다.)
4) 시작 버튼을 누른다.

 

 

알고 나면 무척 쉽다. 하지만 나는 불빛이 깜빡이고 있어서 복사기가 켜져 있는 걸로 착각하고 전원을 켜지 않은 채 복사할 수량을 누르는 것부터 했으니 문제였다. ‘왜 안 되는 거야? 아이 창피해.’ 이랬다.

 

 

이런 게 기계치의 설움이다.

 

 

앞으로도 기계치의 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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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6-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계치가 불편하다기 보다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 주눅드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히 저도 지난 겨울 동생이 인터넷폰을 선물해 줬는데
아직도 안 쓰고 있어요. 기계 하나 바꾸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있잖아요.
그게 귀찮고 새로 익혀야 하는 기능도 있고 재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쩌나
이런저런 이유가 많죠.

전 아직도 옛날 휴대폰 쓰고 있어요. 스마트폰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 사용할 이유가
없더라구요. 몇년 전 조경란 작가가 자신은 옛날 휴대폰 그대로 쓴다고 해서
어찌나 동질감이 느껴지던지. 자신은 앞으로도 스마트폰 사용 안하게 될 거라고
하는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어요. 글 쓰는 사람은 그렇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데가 더 매력적이어요. 그죠?ㅋㅋ

페크pek0501 2015-06-07 11:47   좋아요 0 | URL
깜놀입니다. 님이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작가들 중엔 많죠. 조정래 작가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원고지에 글 쓰는 작가로
유명하죠. 외국의 유명한 작가가 한 말이 있죠.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컴퓨터부터 없애라. 인터넷으로 시간을 빼앗기지 말라는 것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이 유용할 때가 있어요. 바빠서 신문을 다 보지 못하고 출근할 때 가면서 폰으로 뉴스를 볼 수 있다는 거죠. 님이 올린 새 글도 제가 볼 수 있죠.
작은 화면 보느라 눈 피로해서 자제하는 편이긴 합니다만...ㅋ

2015-06-08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0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5-06-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치(얼굴치-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에다가 사람관계치입니다. 우리 나라 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기계치가 훨씬 쉽습니다.

stella.K 2015-06-08 12:35   좋아요 0 | URL
헉, 얼굴치요...? 사람을 잘 못 알아 보는 뭐 그런 건가 보죠?
그런 게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근데 오히려 마립간님이 좋지 않나요? 사람관계치라 하시니 말입니다.
여자들은 지나치게 인간관계에 민감해서 말이죠.ㅠ

페크pek0501 2015-06-10 11:39   좋아요 0 | URL
아, 얼굴치, 그 표현 좋군요. 제가 얼굴치예요. 우린 동지네요.
3월 새학기가 되면 불편하답니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서 말이죠. 구분을 잘 못해요.
정말 얼굴치예요. 남은 나를 알아보는데 저는 상대를 못 알아봐서 오해를 받는 일도 생기죠. 같은 얼굴치라서 반갑습니다.

사람관계치, 이것도 요즘 제가 좀 있어요. 점점 나이 들수록 사람관계에 서툴러져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가 꺼려진답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게 편해요.
동지를 만나서 반가웠다는....

페크pek0501 2015-06-10 11:40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은 얼굴치가 아닌가 보군요. 좋겠습니다. 얼굴치이면 사회생활에선 손해죠.
어떤 때엔 상대의 얼굴을 기억해 놓으려고 빤히 쳐다본 적도 있어요.

cyrus 2015-06-0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복사기 옆에 복사하는 방법이 친절하게 붙여 있는데도 내가 사용하면 복사기가 고장날 것 같은 벌써 불길한 마음이 들어요. 이래서 기계 만지는 것이 두려워지고 기계치가 되는 것 같아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5-06-10 11:43   좋아요 0 | URL
하하~~ 님도 기계치인가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글은 기계치 아닌 줄 알았어요.
우리 큰애는 어떤 기계든 척보면 아는 애인데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기네는 기계 세대라서 잘 알고 엄마 세대는 기계 세대가 아니라서 기계치래요.
컴퓨터와 휴대전화와 함께 성장한 아이들과
뒤늦게 나이 들어 그런 것들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차이라는 거죠.
나를 위로하는 말로 한 것이지만 일리 있는 말인 것 같아요.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