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트 보니것에 따르면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이상 대가족이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여자들이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고, 남자들이 바라는 것은 많은 친구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여자든 남자든 얘기를 나눌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가족 시대가 끝나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신랑과 신부 두 사람만이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신랑은 친구가 하나 생기는데 그나마 여자이고, 신부는 이야기 상대가 하나 생기는데 그나마 남자이다. 신랑과 신부 가까이엔 얘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다.
부부 싸움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예전엔 대가족이 함께 살다 보니 부부 싸움을 말리는 식구도 있겠고 화해시키려는 식구도 있겠고 싸운 것에 대해 의논할 식구도 있었겠다. 그런데 이젠 두 사람만 살다 보니 그런 식구들이 집안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고 자기네들끼리만 싸우다가 이혼하게 되어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겠다.
....................
부부싸움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대개 돈이나 권력이나 섹스나 자녀 양육 같은 것 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한다. 사실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만으론 사람이 너무 모자라!”(56쪽)
- 커트 보니것, <나라 없는 사람>에서.
....................
“당신만으론 사람이 너무 모자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A : 제가 알고 있는 부부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죠. 시부모와 함께 살지 않으니 부부 싸움을 할 때 조심성이 없어 서로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졌죠. 두 부부만 살다 보니 싸움을 말리는 사람도 없었죠. 그래서 서로 상대를 모욕하고 깊은 상처를 줬지요. 결국 이혼하게 되었으니 커트 보니것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B : 제가 알고 있는 부부는 그것과 정반대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시부모와 함께 살다 보니 고부간의 충돌이 많았고 그것으로 인해 부부 사이가 나빠졌어요. 게다가 시누이까지 함께 살아서 힘들다고 하더니 이혼을 하더라고요. 커트 보니것의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C : 이젠 세상이 변했어요. 여자들도 남자들처럼 경제력이 생겼고 학력 수준도 높아져서 옛날처럼 참고 살지 않으려 해요. 그러니 이혼율 증가 이유에 대해선 ‘가족 형태’뿐만 아니라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커트 보니것의 말은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려나?